미래형 교육과정


  올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미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개정 교육과정은 앞으로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하며, 이를 길러주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껏 학교는 학문적 지식만을 알려주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앞으로의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곳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본격적으로 미래를 위한 교육을 강조했지만, 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그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본다.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문과 이과가 통합되고 선택과목이 다양해졌는데, 이것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한 교육을 실행시키기 위한 준비였을 것이다. 아래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일부를 보며 선택과목의 증가와 미래형 교육과정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교육은 삶의 맥락에 교육적 내용을 적용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과 당면한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모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각주:1]


  이 문장에는 두 가지 교육의 목표가 담겨있다. 첫 번째는 교육적 내용을 삶과 연결해 사회적 변화에 스스로 대응하는 것, 두 번째는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다. 이 두 가지의 목표와 개정 교육과정의 선택과목 증가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우선 이상적으로는 선택과목이 증가하면, 두 번째 목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목표인 교육적 내용을 삶과 연결하고 대응하는 것은 선택과목의 증가와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선택과목은 학생들의 시야를 제한해 다양한 지식을 배울 기회를 막을 수도 있다. 선택과목은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배웠던 과목을 선택적으로 배우도록 만들어 여태껏 학생들이 배웠던 과목 일부만 배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택과목의 증가는 교육부에서 제시한 교육의 목표와는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선택과목의 다양성에 감춰져 주목받지 못하는 공통 과목에서 선택과목의 증가와 2022 개정 교육과정 첫 번째 목표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택과목이 다양해지고 난 후 학생들이 공통으로 배워야 할 과목들이 생겼다. 공통 과목은 모든 학생이 동등하게 배우는 기초 과목이기도 하지만, 달리 말하면 모든 학생이 알아야 할 필수적인 지식을 담아놓은 과목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의 경우에는 모든 학생이 알아야 할 필수적인 지식을 과학적 소양이라 부른다. 과학적 소양을 기르면 학생들이 삶과 과학을 연결해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 소양


  과학적 소양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본 역량이 다르고, 시대적 배경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각주:2] 교육부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과학적 소양이라고 정의했다.[각주:3]  


  그렇다면,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과학적 소양은 무엇일까? 나는 모든 사람이 방대한 정보 속에서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초기 유럽에 바이러스가 전파를 통해 퍼진다는 낭설이 있었다. 대부분은 터무니없는 소리임을 알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진짜라고 생각해 기지국을 폭발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이전에도 많은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고 걸러내는 능력은 이미 필요하긴 했다. 예전과는 달리 과도하게 많은 정보를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커뮤니티로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이 중 정확한 정보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걸러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 과학 교육에서의 핵심이자 주된 목적이 되어야 하며, 통합과학에서는 이러한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방법: 과학의 본성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방법은 과학의 본성을 교육하는 것이다.[각주:4]  과학의 본성은 과학에 대한 인식론으로서 과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중 공통적인 견해를 말한다.[각주:5] 과학의 본성은 과학의 어떤 측면을 바라볼지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보편적으로 언급되는 과학의 본성을 김영선(2013)이 제시한 NOSAT를 참고하여 정리한 표를 가져왔다.[각주:6]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위의 표 중 이론, 관찰 추론, 사회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각주:7] 이론은 과학적인 지식 그 자체이고, 관찰 추론은 자연을 탐구하고 원리를 생각하는 것이며 사회문화는 과학도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약속이 기반이어야 함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 시기에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는 표의 과학의 본성 중 과학적 방법과 검증 가능성을 주로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과학적 방법은 새로운 원리나 기존의 지식을 실험이나 경험과 같은 증거를 가지고 탐구하는 방법이며, 검증 가능성은 과학적 방법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소양이다. 어떤 가설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검증할 때 들어가는 전제 조건들은 과학적으로 이미 검증된 사실이어야 하고 누구나 같은 실험을 했을 때, 모든 가설의 단계에서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며, 이를 검증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정보를 올바르게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어떤 정보를 검증 가능성을 기반으로 이해하고, 과학적 방법을 통해 스스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과학의 본성 영역 중 몇 가지만 가르치는 것보다 골고루 가르치는 것이 좋다. 균형 있게 가르쳐야 올바른 과학적 인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과학의 본성을 교육하는 방법


  과학의 본성을 교육하는 방법을 크게 전달 매체와 교육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전달 매체는 교사의 수업과 교과서 등이 해당하며, 교육 방식은 탈맥락적 접근과 맥락적 접근, 암시적 접근과 명시적 접근이 있다. 과학의 본성을 교육하는 방식 중 맥락적 접근은 과학의 교과적인 내용을 가르칠 때 과학의 본성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고, 탈맥락적 접근은 가르치는 내용과 관계없이 과학사나 과학철학 등 과학의 본성을 다루는 새로운 과목을 도입해 가르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모형을 가르칠 때, 맥락적인 방법으로 과학의 본성 중 잠정성을 함께 가르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된다. 

 

그림1. 천재교육 중2 1단원 물질의 구성 중 일부 (19p)


  위 사진에서 보면 단순히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돌턴이 원자설을 제안했지만, 그 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원자모형이 구체화 됨을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는 교과서에 맥락적으로 과학의 잠정성을 넣어 가르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접근 방식 중 암시적 접근과 명시적 접근에 관해 보면, 암시적 접근은 과학의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암시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말하며, 명시적 접근은 과학의 본성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아래는 특정 교과서에서 과학의 본성 중 사회 합의를 명시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그림2. 천재교육 중3 2단원 기권과 날씨 중 일부 (86p)


  위 그림에서 잠정성이 드러난 부분은 마지막 문장이다. 단순히 수은 기둥 76cm의 압력에 해당하는 대기의 압력이 1기압이라는 식으로 서술하지 않고, 토리첼리가 압력을 1기압으로 정의했다고 기압의 정의를 내린 주체자를 서술함으로써 과학의 본성 중 사회 합의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명확하고 맥락이 있는 말을 더 이해 잘하듯이 명시적이고 맥락적인 방식이 과학의 본성을 교육하는데 더 효과적이다.[각주:8] 그래서 모든 학생이 배우는 통합과학에서는 과학의 본성을 명시적이고 맥락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통합과학에서 드러난 과학적 소양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도입된 통합과학의 교과서 중 1단원을 살펴보며, 과학의 본성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 있는지 찾아보았다. 1단원은 단원 자체가 빅뱅우주론이라는 이론과 빅뱅우주론이 성립되기까지의 논쟁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과학의 본성이 드러나는 서술이 꽤 있었다. 직접 다른 단원을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정명현의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과학의 본성 수준 및 반영 정도 분석’ 논문을 보고 통합과학 교과서에서 과학의 본성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연구 결과 통합과학에서 전체적으로 과학의 본성을 명시적인 방식보다는 암시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과학의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 서술도 많았다고 한다.[각주:9]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의 1단원 우주 초기의 원소 중 우주론에 대한 논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분석해보았다.

 

그림 3. 미래엔 통합과학 1단원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 중 일부 (14p)


  과학의 본성 중 잠정성과 이론을 교과서에 넣었으므로 맥락적이며, 역사적인 흐름과 함께 과학기술의 발달로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보아 명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단원의 다른 부분에서는 암시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 아래 내용은 우주의 원소를 연구할 때 사용하는 스펙트럼에 대한 내용이다.

 

그림 4. 미래엔 통합과학 1단원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 중 일부 (20p)


  마지막 문장에서 스펙트럼으로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를 알아낼 수 있고 이것이 우주를 연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과학의 본성 중 검증 가능성을 전제로 한 서술이며, 과학의 본성을 암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교과서 별로 같은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이 다르기도 했다. 임의로 교과서 2개를 지정해 주기율표를 도입하는 부분을 비교해보았다.

 

그림 5. 미래엔 통합과학 1단원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 중 일부 (28p)

 

그림 6. 천재교육 통합과학 1단원 물질의 규칙성과결합 중 일부 (33p)


  첫 번째 교과서에서는 “주기율표는 (...) 원소 분류표이다”라는 서술로 주기율표의 정의를 단순하게 서술했지만, 두 번째 교과서에서는 과학자들이 주기율표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아울러 두 번째 교과서 마지막 문장에, “그는 (...) 주기율표로 나타내었다”라고 함으로써 과학의 본성 중 관찰 추론과 사회적 합의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교과서를 주로 분석했지만, 무엇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의 수업 방식에 따라서도 과학의 본성을 교육하는 방식과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과학 탐구 실험의 도입


  과학 탐구 실험은 과학 실험을 하는 과목으로, 과학의 본성 중 관찰 추론이나 과학적 방법을 맥락적으로 도입한 과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론, 사회 합의, 관찰 추론에 치우쳐 있는 과학의 본성을 균형적으로 가르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2018년 발행된 한국 과학 교육 학회지에서 한 학교의 과학 교사를 인터뷰하며 과학 탐구 실험 과목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 번째로는 동료 교사와 분업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여러 명이 과학 탐구 실험을 함께 담당하기가 어려워 혼자서 책임지는데, 이 때문에 협업을 통한 과목의 개발이 어렵다고 했다. 두 번째로 통합과학과 연계에 대한 문제점도 이야기되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한 과학 탐구 실험 연수에서 통합과학과 과학 탐구 실험 과목이 다루는 내용이 같으니 연계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했는데, 또 다른 연수에서는 통합과학과 과학 탐구 실험 과목은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독립적으로 진행하라 말했다고 한다. 통합과학과 과학 탐구 실험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로 평가와 관련된 문제도 있었다. 과목 특성상 수행평가 형식으로 평가를 하게 되는데, 객관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일정 비율 지필평가를 진행하는 학교가 많았는데, 이는 탐구 위주라는 과학 탐구 실험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별 실험실과 도구들이 천차만별이라는 문제점도 있었다. 과학 탐구 실험은 실험 위주의 과목인데, 이제까지 과학 시간에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 학교가 많았기 때문에 실험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학 탐구 실험으로 과학의 본성을 교육하는 효과를 보기 위해선 위의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각주:10]

 

앞으로는


  통합과학과 과학 탐구 실험은 문과 이과 통합 체제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과목이지만, 과학의 본성을 균형 있게 도입하지 못했고, 과학의 본성에 명시적으로 접근하는 데에도 부족한 부분을 보였다. 과학적 소양은 아이들이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바이러스와 같은 위험 요소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하며,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만든다. 그렇기에 적어도 교과서는 암시적인 방식보다는 명시적으로 과학의 본성을 드러내야 하며, 과학의 본성 중 몇 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으로 과학의 본성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또한, 과학적 소양은 성인이 되어서도 필요한 것이므로 수업에서도 과학적 본성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과학을 본인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육

  1. 교육부 (2022), 교육과정정책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본문으로]
  2. Kyunghee Choi; Hyunju Lee; Namsoo Shin; Sung-Won Kim & Joseph Krajcik (2011), Re-Conceptualization of Scientific Literacy in South Korea for the 21st Century, JOURNAL OF RESEARCH IN SCIENCE TEACHING, VOL. 48, NO. 6, 670–697. [본문으로]
  3. 교육부(2015), 과학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9]. [본문으로]
  4. 이영희(2014). 한국과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타난 과학의 본성 비교 분석. 한국 과학교육학회지, 34(3), 207-212. [본문으로]
  5. Lederman, N.G. (1999). Teacher`s understanding of the nature of science and classroom practice: Factors that facilitate or impede the relationship. Journal of Research in Science Teaching 36(8) 916-929. [본문으로]
  6. 정명현(2020),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과학의 본성 수준 및 반영 정도 분석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사례 분석, 교육학 석사 학위 논문, 11. [본문으로]
  7. 정명현(2020),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과학의 본성 수준 및 반영 정도 분석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사례 분석, 교육학 석사 학위 논문, 15-16. [본문으로]
  8. 강석진, 김영희, 노태희 (2004). 과학사를 이용한 소집단 토론 수업이 학생들의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에 미치는 영향. 한국과학교육학회지 24(5), 996-1007. [본문으로]
  9. 정명현(2020),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과학의 본성 수준 및 반영 정도 분석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 사례 분석, 교육학 석사 학위 논문, 33-34. [본문으로]
  10. 신소연; 박철규; 이창윤; 홍훈기 (2018),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과학탐구실험’ 실행에 대한 사례연구 -문화역사적 활동이론(CHAT) 측면에서의 이해, Journal of the Korean Association for Science Education, 38(6), 885∼899.S [본문으로]

들어가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유행 이후, 우리는 두 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주했다. 이 시험들의 총평에는 전례 없이 ‘코로나 격차’나 ‘교육 격차’ 같은 말이 따라다녔다. 작년 수능 출제 브리핑에서도 코로나 19 확산이 ‘교육 격차’ 심화에 미친 영향도 고려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위수민 출제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한 교육 격차 우려 제기는 인정하지만 두 차례 모의평가를 통해 학력 양극화 현상이 특별히 드러나지 않았으며, 2022 수능은 두 차례 시행된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출제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두 가지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체 ‘교육 격차’를 왜 사람들은 주목하고 또 우려하는가? 이것은 코로나 19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교육 격차가 뭐길래

 

교육 격차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성, 지역, 계층) 간에 나타나는 교육결과의 차이와 그러한 교육결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각주:1] 사실 코로나 19 때문에 교육 격차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보다는 원래 존재하던 교육 격차가 더 심화되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코로나 19 확산 탓에 공교육은 ‘원격 수업’이라는 새로운 학교 운영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못해 학생들의 학습격차가 커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26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교원 1만8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등 원격 교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올해 1학기 원격 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수준 차이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학습 수준 차이가 매우 심화했다는 응답은 9.9%였고, 그렇다는 응답은 44.6%였다. 원격 수업을 통한 학업 성취도가 기존 등교 수업과 유사한지를 묻는 질문에 교원들은 매우 아니다 15.9%, 아니다 48.7%, 보통이다 23.0% 등 총 64.6%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학교급별로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의 학업 성취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5점 척도로 환산했을 때에도 초등학교(2.23점)와 중학교(2.44점), 고등학교(2.35점) 모두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5점에 가까울수록 두 수업의 차이가 없고 0에 가까울수록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원격 수업이 학습 격차 확대를 야기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응답자의 75.7%는 원격 수업 이후 상위 10%의 학생들 성적은 유지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비해 중위권 학생들의 수준이 낮아졌다는 응답은 60.9%, 하위 10% 학생들의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의견은 77.9%에 달했다. 교원들은 교육 격차가 코로나 19 발발 초기인 2020년과 올해를 비교해도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이 병행될 때 가장 염려되는 부분 역시 학생 간 학습 격차(39.4%)였다.[각주:2]

 

실제 교육 현장 속에서는

 

과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지금의 교육 격차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현직 고등학교 교사 1명과 2022년 고교 졸업생 2명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교육 격차의 배경: 당연함이 퇴색되는 순간

 

이주양 서울 백암고 교사는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이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학교를 나오지 않는 일이 매우 빈번해졌다”며,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득 필자는 본인이 고등학교 생활을 마쳤던 2020학년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모두가 처음 마주한 상황에 우왕좌왕했고, 결국 등교마저 미뤄지게 되었다. 몇몇 친구들은 길어진 자습 시간을 이유로 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필자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차라리 학교라도 가면 다른 모든 것도 선명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개학한 후에도 한참 동안 온라인 클래스에 들락날락해야 했었다. 날마다 하는 자가 진단에 권태를 느낄 5월 중순 무렵, 대면 등교가 시작됐다. 하지만 학교에 가도 별반 다를 것 없이 계속 이어지는 자습 시간과, 정리되지 않은 부산한 학교 시스템에 다들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에도 학교에 대해 불평하곤 했지만, 이미 비대면의 자유(?)를 맛본 이들이 말하는 투정들에는 이전과 다른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항간에는 ‘누구는 학교를 빼고 한의원에 다닌다더라’, ‘누구는 아프다고 하고 스터디 카페에 간다던데…’와 같은 소문도 돌았다. 사실이든 아니든, 코로나 19가 시작된 무렵부터 공교육의 권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갔던 학교에서, 필자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기분이 종종 들었다. ‘학생이면 당연히 학교에 가야지!’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들이었다.

 

펜데믹 이후, 선생님들은 종종 ‘(공부)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는 게 더 심해졌다’라고 말씀하시며 탄식하셨다. 온라인 클래스의 강제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탓에 학생들의 생활 습관이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은 아침마다 모닝 콜을 돌리면서까지 학생들이 온라인 출석 체크에 늦지 않도록 독려하셨지만, 대면 수업만큼의 강제성을 부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필자 역시도 출석 체크만 하고 다시 잠들어버리는 일상을 반복하곤 했다. 수업도 집중이 잘 안 되어 종종 틀어놓기만 하고 다른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이것이 실제 성적상의 차이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필자가 다른 학우들의 성적을 따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고를 준비하며 선생님께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교육 격차가 발생했냐”는 질문을 하였고, 선생님은 “2021학년도에는 처음부터 격주 등교가 실시 되었음에도 원격 수업 시 발생하는 ‘물리적인 현장감’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공부 의욕에 따라 성취도 차이가 극심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정말로 이러한 환경 변화가 성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필자는 본인과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한 발짝 나아가 다른 학년의 이야기도 들어보고자 했다. 필자는 이미 고등학교를 떠난 지 1년이나 지나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 고등학교를 마친 학생들(2022학년도 목동고 졸업생 A양과 진명여고 졸업생 B양)을 대상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현재의 교육 격차를 조망해보려 했다. 사진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직전의 백암고등학교 3학년 8반 교실.

교육 격차의 배경: 희미해진 학교

 

필자는 본인과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한 발짝 나아가 다른 학년의 이야기도 들어보고자 했다. 필자는 이미 고등학교를 떠난지 1년이나 지나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 고등학교를 마친 학생들(2022학년도 목동고 졸업생 A양과 진명여고 졸업생 B양)을 대상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현재의 교육 격차를 조망해보려 했다. 사진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직전의 백암고등학교 3학년 8반 교실.

 

A양은 코로나 19 확산 이전에 비해 비교과 활동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을 언급했다. “2년 전만 해도 토론 대회, 과학 캠프, 수학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회조차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친구들 혹은 선후배들과 협업 능력을 기를 수 없게 되면서,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2년 동안 받았던 수업의 질은 어땠냐는 질문에, “전반적인 공교육 수업의 질이 낮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예 수업하지 않고 학습 자료로만 수업을 대체하는 선생님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서 펜데믹 이후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 커졌냐는 질문에 A양은 “더 커졌다”며, “격주 등교나 단축 수업 등으로 공교육 시간이 줄어든 만큼, 학원에서 학생들을 불러서 보충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심한 경우 온라인 수업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 학생들을 불러 학교 수업에 접속만 한 후 학원 수업을 듣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야간 자율 학습이 사실상 불가능해져서 이를 독서실이나 학원에 가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대답했다. 한편, B양 역시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으며, 특히 학원보다도 시공간의 제약이 적은 인터넷 강의 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또한, 학교 수업에 나가지 않고 학원에 가본 적 있냐는 질문에 B양은 “논술 준비하는 문과 친구들이 그러는 경우를 봤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A양은 온라인 클래스가 “어쩔 수 없는 대안이었다는 것은 알지만, 많이 미흡했다고 느꼈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A양의 학교는 EBS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을 이용했는데, 코로나 19 확산 초반인 2020년에는 실시간 강의가 아닌 정해진 기간 내에 수강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강의를 틀어놓기만 하고 듣지 않는 등 전반적인 학생들의 생활 습관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대부분 실시간 강의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단점들이 어느 정도 보완되었지만, 그럼에도 A양은 대면 수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양의 경우, “비대면이다 보니 어린 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집에서 종종 목격한다”며, “아무리 좋은 수업이어도 수업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B양도 역시 대면 수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악순환

 

이번에는 코로나 19 이후의 교육 격차가 이전의 교육 격차와 다른 특징이 있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에 대해 이 선생님은, “특별히 다른 특징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빈부 차이가 아주 심화됐다”며, 가정에서 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공부를 집중해서 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 선생님은 이런 경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보통 공교육의 주요한 역할이 학습 지도라고 생각하겠지만, 코로나 19 이후 돌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 붕괴는 모든 선생님이 말하는 부분”이, 현재 성적 분포에 “중간이 없다”며 교육 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심화된 교육 격차가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 즉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50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2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9만9000원으로 5.1배 차이가 났다. 사교육 받는 학생들만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의 사교육 참여율은 80.1%였지만, 200만원 미만은 39.9%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각주:3]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4010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원격 수업 진행으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학습 격차 심화(61.8%·복수 응답)’였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가정 환경의 차이(72.3%)’였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원격 수업 환경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의 학생 22.6%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은 6.2%만이 같은 취지로 응답해 둘 간의 차이는 3배 이상 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0~12월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원아동 5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수업에 어떤 어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나만의 학습공간이 없어서 집중하기 어렵다(32.9%·복수응답)’ ‘컴퓨터·노트북·태블릿PC 등이 부족하거나 사양이 낮다(33.1%)’고 대답했다.[각주:4]

 

실제로 이 선생님은 디지털 기기로 인해 교육 격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노트북이나 고급 태블릿을 쓰는 학생과 핸드폰 하나 있는 학생은 같은 수업을 들어도 흡수할 수 있는 학습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지원을 나서서 받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보편적인 디지털 기기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공교육이 서 있는 곳

 

그렇다면 현재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22년 1월 13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연 제3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역별로, 또 전국 단위로 교육 격차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우선 지역별로 겨울 방학에도 중단 없는 교육결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온라인 또는 방역 수칙을 준수한 소규모 대면 방식 등으로 교과 보충, 심리‧정서 회복 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예로, 제주도의 찾아가는 문해력 캠프를 들 수 있다. 나아가 전국적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중‧고 학생 131만 명(전체 초·중·고 학생의 25.7%)에게 교과 보충을 지원하고, 일반계고 1‧2학년 학생 37,800명에게 학습‧진로 등을 컨설팅하였다. 아울러 초‧중‧고 학생 263만 명(전체 초·중·고 학생의 51.3%)에게 교우 관계 형성 등을 위한 사회성 함양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정신 건강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2,763개교의 방문 의료서비스를 포함하여 37,643명에게 치료비, 정신건강검사 등을 지원하였다. 그밖에도 과밀 학급을 해소하는 과정에 있으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주요한 계획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학습결손 회복 총력 지원을 위해 현장 교원(강사 포함)을 통한 교과보충을 특별교부금 3200억 원을 통해 확대하고, 기초학력 3단계 안전망(협력수업 선도학교, 두드림학교, 학습종합클리닉센터)도 강화하려고 한다. 두 번째, 교‧사대생 등을 중심으로 1,050억 원을 들여 ‘대학생 튜터링’ 사업을 신설하여 희망하는 모든 초‧중‧고 학생에게 학습 보충과 상담을 지원하고자 한다. 셋째, 특별교부금 205억 원을 들여 교우 관계 형성, 사회성 함양, 신체 활동 등을 집중지원하는 학교 단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212억 원을 들여 심리지원을 위한 상담, 치료비, 방문 의료서비스 등도 지원한다. 네 번째로, 이와 함께 유아‧직업계고‧취약 계층 맞춤형 지원, 교육여건 개선 등 교육 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 과제들을 지속‧확대 지원하여 교육 회복 추진에 총력을 다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모든 학생의 교육 회복과 취약 계층 맞춤형 지원 등에 올해 9조 4,152억 원(국고 1,094억 원 포함)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려 한다.[각주:5]

 

이상과 현실

 

다만 이 모든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나아가 ‘실적 부풀리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시·도 교육청 예산 중 ‘코로나발 교육결손 회복’에 직접 활용되는 예산은 '교과 보충 등 학습 지원'과 '학생·교원 심리 정서 지원'에 지원하는 1조 1913억 원 정도에 그친다. 교실 내 거리 두기를 위한 과밀학급 해소 예산을 합해도 1조 795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교육부가 국고에서 지원하는 학습 결손 회복 지원 예산 1050억 원을 합하면 1조9000억 원이다. 이는 17개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교육 회복과 취약 계층 맞춤형 지원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9조 4152억 원의 20.2%에 불과하다. 교육청이 학습 지원에 투입하는 8855억 원에도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으로 시·도 교육청에 지원하는 '교과 보충 지도' 프로그램 예산 3200억 원이 포함돼 있어 실제 교육청 부담은 5600억 원가량이다.

 

나머지 예산은 사실상 코로나 19 상황이 아니어도 일상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맞춤형 지원 예산 중 가장 많은 '유아 교육 공공성 강화' 예산은 대부분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금이 차지한다. '취약 계층 맞춤형 복지 지원' 예산도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교육비와 교육 급여가 중심이다. '교육 과정 운영 및 특별 활동 지원' 예산은 각종 비교과 활동과 체험 활동, 진로 교육, 독서, 예술·체육 활동 등을 지원하는 예산이다. '유·초등 돌봄 지원' 예산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돌봄 교실 운영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방역 인력과 물품 지원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학교 방역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긴 하지만 이를 교육 회복 예산에 포함시킨 것은 '실적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업계고 지원'도 이미 현장 실습과 취업 지원, 기자재 구입 등에 활용하는 예산이다.[각주:6]

 

또 다른 문제는 늘어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2학기 교육회복 관련 예산이 각급 학교에 내려온 시점은 9~10월이다. 교사들은 방학까지 3개월 남은 시점에 예산을 집행할 항목 및 대상을 정해야 했다.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의 인터뷰에서, 중등교사 B는 당시 교육회복 지원사업비 운용을 두고 “예산을 집행할 기간 자체가 짧아 일선 학교에 혼란이 적잖았다”며 “교사와 학생의 코로나19 확진이 잦아 원활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가 당장 교육회복이라는 목적에 맞는 용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기초 학력 사업 수요가 없음에도 예산을 배당받거나, 책을 구입해 비치할 공간이 없는 소규모 학교에 도서 구매비가 많이 교부돼 골치를 썩이는 등 교육 현장 수요와 괴리된 지원이 적잖았다고 한다.

 

또, ‘교육 회복 종합 방안’에서 핵심인 ‘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 운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학부모가 자녀의 교내 추가 학습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등교사 B는 “학부모가 자녀 추가 학습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부진아로 낙인찍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라면서 “학업을 돕는 취지라고 설명해도 차라리 학원에 보내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적잖다”고 설명했다.[각주:7]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본고에서는 세 가지 해결 방안을 내려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그에 맞는 예산 편성이 절실하다. 우선 지금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다방면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교원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의 ‘주먹구구식’ 예산 운영은 삼가야 한다. ‘보여주기식’ 예산 편성뿐만 아니라, 그저 당장의 실적을 내기 위한 단기적인 사업 운영도 지양해야 한다.

 

둘째, 맞춤형 학습 처방 지원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비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이전의 수업 형태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비대면 수업 환경에 맞는 교육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노력이 가능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학생 개개인에 맞는 학습 처방을 내릴 수 있는 플랫폼의 구축을 제안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학생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학습 처방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민간의 우수 교육 서비스가 학교 현장에서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경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각주:8] 현재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앞으로는 이를 잘 활용하여 학생 개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라는 공간의 의미가 흐려진 지금, 주변 환경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집에 혼자 남아있는 취약 계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관리하는 행정적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주양 서울 백암고 교사는 인터뷰에서 “특히 어린이는 더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아가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한 전자기기 지원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선생님은 “외국은 컴퓨터나 태블릿 PC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지원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가며

 

사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당장 드러나는 수치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이 언젠가 모이고 쌓여 나타날, 좁혀질 수 없는 계층 간의 격차를 진정으로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가속화되는 교육 격차를 지금 막지 않으면, 우리는 영영 후회할 결말을 맞을지도 모른다.

 

 

 

당근주스

  1. 김양분 외, 학력격차의 변화 추이 및 해소 방안, 서울: 한국교육개발원, 2010. [본문으로]
  2. 정필재, <코로나 2년의 그늘원격수업 탓 더 벌어진 학력격차>, 세계일보, 2021. 12. 26. [본문으로]
  3. 신하영, <50.4만원 vs 9.9만원초중고 교육격차 사교육서도 5배 차이(종합)>, 이데일리, 2021. 3. 10. [본문으로]
  4. 김미란, <[코로나19와 교육 사각지대] 원격수업 17개월과 방치된 아이들>, 더스쿠프, 2021. 6. 30. [본문으로]
  5. 교육부, <3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 회의 개최>, 교육부, 2022. 1. 13., <https://blog.naver.com/moeblog/222620832584>, 2022. 3. 8. [본문으로]
  6. 권형진, <‘코로나발 교육결손 회복9조 투입부풀리기지적도>, news 1, 2022. 1. 13. [본문으로]
  7. 김우정, <준비 부족 드러낸 교육부의 코로나 학력 격차 해소 정책>, 주간동아, 2022. 1. 19. [본문으로]
  8. 정성민, <[소통광장-학습격차] 코로나교육불평등 해법 찾기 제언>, 뉴스포스트, 2021. 4. 7. [본문으로]

선거 연령 하향의 배경: 청소년도 ‘시민’이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 이러한 선거권 연령 하향 배경에는 청소년 참정권 운동이 있었으며,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관련 정책을 활발하게 마련하고, 이는 젊은 세대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거 연령하향은 광복 이래 3번째이다. 1960년 4.19 혁명 이후에 만 21세에서 만 20세로, 2005년에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그리고 2019년이 되어서야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었다.[각주:1]그러므로 만 18세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는 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만 18세가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청소년’, ‘고등학생’, ‘미성년자’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청소년도 ‘시민’이라는 외침이 등장했으며, 이는 청소년 참정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소년 운동뿐만 아니라 선거연령의 세계적인 흐름도 선거권 연령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인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흔히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들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기준 또한 선거권 연령 하향에 한몫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온전한 청소년 선거권 행사를 위하여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공직선거법 개정 이전, 이를 두고 많은 의견이 제기되었다. 선거연령하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았기에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하향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이 되어서야 선거연령하향이 청소년 정책 활성화와 그들을 진정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발판이라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현재까지도 청소년이 선거권을 향유 하는데 많은 걱정이 있다. 아직 청소년들은 정치 가치관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고,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선동당하기 쉽다고 여겨지기에, ‘선거권을 제대로,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기보다는, 청소년이 자신의 권리를 잘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 선거권에 대한 염려와 걱정의 시발점은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라는 인식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교육’이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되어, 고3 때 국회의원 투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선거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터라 지역구의원과 비례대표의원의 개념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투표용지를 두 장이나 줘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투표를 한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선거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며, 투표권이 있어도 선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투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정치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정치관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 혹은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선거에 임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필자와 주변인들의 경험을 통해 청소년 정치교육이 시급함을 느꼈다. 최근에 만 16세로 선거연령하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2021년부터 고등교육이 무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고등교육의 의무교육을 기대할 수 대목이다. 그러므로 공교육 차원에서의 정치교육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교육의 기능

 

  정치교육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었다. 서양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동양에서는 공자, 맹자, 묵자 등이 다양한 정치교육론을 발표하며 정치교육을 강조했다. 정치교육의 내용과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치교육은 기본적으로 ‘정치체제의 유지와 안정 및 위기 시의 생존과 변화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정치교육에 관한 이론이나 연구에서 정치교육 중요성과 그 기능의 기본적인 전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각주:2]

 

   ① 정치체계의 안정과 발전 그리고 그 변혁은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성향 내지 정치적 행위양식과 크게 관련을 갖는다.

 

   ② 국민들이 갖는 정치적 성향과 태도는 정치제계의 운영과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③ 정치현상은 국민의 정치적 의식성향과 행위양식에 의하여 결정되며, 따라서 정치현상을 기구나 제도, 그리고 그 운영양식에 의해서 보다 국민의 정치의식 성향과 행위양식에 의해서 더 잘 설명될 수 있게 된다.

 

   ④ 국민은 나라에 따라 정치지도자, 정치체제 및 구조 등에 대해서 각기 다른 인식, 감정, 태도를 갖게 되며, 정치에의 참여 양상도 달라지게 된다.

 

   ⑤ 정치에 대한 신념, 태도 등의 정치적 성향과 의식 그리고 행위양식은 학습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고 변화한다.

 

   ⑥ 아동기 내지 소년기의 정치적 학습은 오래 지속되며 성년기의 정치성향과 정치행위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 정치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선거 연령 하향으로 인해 공교육에서의 정치교육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졌음을 깨달아야 하는 시기이다.

 

한국 정치 교육의 문제점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정치교육이 원활하게 기능하고 있는가? 아마 정치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연령하향에 많은 반대와 염려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단락에서는 한국 정치교육의 문제점을 세 가지로 정리하여 살펴보았다.

 

  한국 정치 교육의 첫 번째 문제점은 정치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등 교육과정의 경우, 고1 때 ‘통합사회’ 과목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되는데,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통합사회는 일반사회, 지리부터 윤리, 역사 등 여러 가지 사회영역이 통합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일반사회와 지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치’에 대한 내용은 아주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고2, 3학년이 되면 학생들이 탐구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한다면 정치에 대해서 비교적 깊게 배울 수 있지만,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남은 고등교육과정 내에서는 사실상 정치에 대한 추가적인 지식을 쌓기 어렵다. 그리고 선택과목의 수강인원이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치와 법’ 수업이 개설되지 않은 학교도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된 시점에서 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개념 및 이론을 배울 수 있는 배경이 튼튼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활발한 상호작용의 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선거권을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정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정리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이 많이 발달했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기회보다 오로지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고등학교의 교육 목적이 ‘좋은 대학 진학’에만 있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성숙한 성인’, ‘성숙한 시민’으로 학생을 이끌어가는 것 또한 고등교육의 목적이다. 그러므로 정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개방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한국은 인간개발지수 순위는 18위인데 반해, 교실 내 토론의 개방성 수준은 42위에 머무르고 있다.[각주:3] 한국 교육이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주체적인 시민의 발판이 되는 토론에 대해서는 비교적 열등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만의 견해를 정립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우선적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토론이 학교 내에서 가능해져야, 학교가 성숙한 시민 양성의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문제점은 정치체제나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정치교육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수시로 변동한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정치교육 변동을 살펴보면, 김영삼 정부는 시장 중심의 시민을 위한 교육개혁을 실천하고, 국사를 사회 교과에 통합시켰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정치교육에서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사회과 교육을 공통교과로 지정했으며, 노무현 정부는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시민민주주의를 꾀하는 공교육을 강화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는 신자유주의 원리에서 법치 민주주의를 표방하여, 정치교육 영역이 전체적으로 감소했고 지리와 경제영역의 교육이 확대되었다.[각주:4]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가 정치교육을 수단화시켰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각 정부는 각자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치교육을 이끌어갔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그 방향이 또 달라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민주주의의 형태가 다양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빈번한 교육개정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가중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정치교육과 한국의 정치교육

 

  제 2차 세계대전과 국가사회주의의 독재를 겪은 독일은 일찍이 정치교육을 통한 민주주의 강화를 강조하였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며, 공식적인 기관과 비공식적인 기관이 그 주체가 되어 다양한 정치교육을 진행한다. 정치교육을 특정 시기에 배워야 할 일시적인 교육이라기보다 평생교육으로 여기며, 교육의 대상이 굉장히 폭넓다. 국가의 제도화와 지원으로 정치교육에 시민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인프라 또한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있다. 이러한 독일 정치교육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에, 독일 정치교육을 대략적으로 살펴본 후 한국 정치교육에 필요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세 가지 원칙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첫 번째는 ‘강압 금지’이며, 이 원칙은 주입식 교육 금지 원칙이라고도 해석된다. 두 번째는 ‘논쟁성 유지’ 원칙으로, 학문과 정치에서 활발한 논쟁은 수업에서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감한 논쟁의 사안이라고 해서 수업 중에 숨기고 회피하면, 오히려 특정 방향으로 의견이 굳어진다는 것이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세 번째 원칙은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이다. 학생은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따라 정치적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보이텔스바흐 합의’라는 체계적인 합의 아래에서 정치교육을 시행해 왔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경우, 정치교육의 정형화된 원칙도 없을뿐더러 앞서 확인한 역대 정부의 정치교육과정을 보면 통일된 합의가 부족하고,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기보다는 정부의 입맛대로 부리는 느낌이 강하다. 정치교육의 특성상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통일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어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을 양성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교육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중 ‘논쟁성 유지’ 원칙이 한국 정치교육에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강압금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라면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고,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은 선거 연령 하향, 청소년 운동 등으로 과거에 비해서 청소년들의 정치적 참여가 폭넓어졌으며,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히 커졌다. 하지만 ‘논쟁성 유지’의 경우, 학생들이 수업 중에 논쟁을 적극적으로 펼칠 기회도 많이 없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공교육의 장에서 꺼내는 것 자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교육자가 개인적인 의견이 가득 담긴 발언을 하는 것은 ‘강압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교육자가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고 논쟁 배경과 상황을 설명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오히려 학생들이 해당 논쟁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호작용의 장이 마련된다면, 세 번째 원칙인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의 원칙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논쟁성 유지의 원칙은 청소년이 시민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한 중요한 자양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 정치 교육은 기본 원칙뿐만 아니라 그 체계 또한 주목해서 볼 가치가 있다. 독일 정치교육은 정치재단, 교회, 노조, 시민단체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독일은 일찍이 민주시민교육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다양한 교육 대상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공급하고 학교 안과 밖 모두에서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므로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 심지어는 독일 거주 외국인들까지 모두가 정치교육의 대상이 된다. 또한 국가는 다양한 정치교육 주체들을 지원하되, 교육내용에 일체 간섭하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단체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미처 마련되지 못한 시기에도 순발력 있게 강연회, 대화 써클 등을 통해 정치교육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독일의 시민사회단체들도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교육은 주로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지고, 그조차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앞서 말했듯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고1 과정의 ‘통합사회’ 과목에서 도덕, 지리, 법, 경제 등의 다양한 사회 영역과 뭉쳐서 배우기 때문에 정치 교육의 깊이가 깊지 못하고, 고2, 3학년이 되면 정치영역이 선택과목으로 편성되어 정치교육을 접할 기회가 학생 모두에게 고르지 못하다. 또한 한국 사회단체들이 다양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중추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이 성숙한 시민 양성을 위한 정치교육에 머무르기보다는 각 단체들의 목적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정치교육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으며, 그 혼란은 그대로 학생을 포함한 국민들의 몫이다.

 

한국형 정치 교육을 위하여

 

  앞서 살펴본 한국 정치교육의 문제점과 독일의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 정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장 첫 번째는 정치적 논쟁의 장(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연령하향으로 인해 고등학생도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으며, 정치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도 충분히 정치적 논쟁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의견을 정립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학원-독서실을 오가는 고등학생들의 현실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정치적 미성숙’에 대한 염려를 해소하려면, 이론적인 정치공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접하고, 친구들과 의견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정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교육자의 도움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학생들이 각자 의견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학생들이 선거권을 적절히 행사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정치교육의 독립성 보장과 국가의 개입 배제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정치교육 총괄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을 둔다. 연방하원에서 각 정당 의석 비율에 따라 연방정치교육원에 감독관을 파견하지만, 국가는 교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아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교육에 반영되도록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마다 추구하는 정치교육이 달랐으며, 교육개정을 통해 각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담아왔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정치교육의 일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교육자와 학생 모두에게 혼란을 줄 위험이 있다. 오롯이 학생들이 성숙한 시민이 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듣게 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각 공교육이나 단체들의 민주시민교육은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에, 정치교육을 다루는 독자적인 제 3의 기구를 설립하거나 비정부기구의 정치교육활동을 유도하여 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정치교육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맞춤화된 특정 선택과목 편향은 공교육에서 정치영역 입지를 축소시켰다. 선택과목체제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충분한 지식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정치 과목을 공통 교과목으로 편성하지 않아도, 학교차원에서의 특강, 토론대회,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정치를 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정치교육이 오로지 학생에게만 필요하다는 인식을 걷어내고, 정치적 행위를 행하는 사람 혹은 앞으로 정치적 행위가 기대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성인들에게도 정치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을 주관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고 다양한 콘텐츠,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가며

 

  ‘교육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이러한 복잡성은 결국 ‘학생을 위한’ 교육의 본질을 잃게 만든다. 정치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선거권을 바람직하게 행사할 수 있고 성숙한 정치관을 가지려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정치교육이 학생 자신만의 정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선거연령하향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이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라는 선입견을 없애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치교육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슬

 

  1. 공현, <18세 선거권,그리고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의미와 과제>, 월간 복지동향No. 258,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2020, 30p. [본문으로]
  2. 김미경, <한국과 독일의 정치교육 비교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문화연구Vol. 15 No. 1,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 2009, 36p. [본문으로]
  3. 남미자, <청소년 정치참여의 의미와 학교교육의 방향>, 교육정치연구Vol. 27 No. 1, 2020, 53p. [본문으로]
  4. 김순이, <한국 정치체제 변화에 따른 정치교육의 변화 양상: 초ㆍ중ㆍ고 정치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중심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2019, 6p. [본문으로]

  비대면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편리하지만 피곤한 일입니다. 교육저널 38호 제목이 ‘혼란기(記)’였던 까닭도 비대면의 피로함과 우울함이 누적된 결과였던 것만 같습니다. 줌 회의실에서 나오기만 하면 끊어질 것 같은 인간관계를 붙들기 위해서 훨씬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서일까요? 학교에서 편집위원들을 대면으로 만났을 때 왠지 훨씬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건 겁이 났지만요.

 

  이번 호 ‘출발선에서’는 기나긴 코로나 시국을 마무리 짓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2년간 정말 많은 것을 무력화했고 아직도 기세가 등등하지만, 교육저널은 그 와중에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었던 시간을 딛고 다시 출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저런 글들을 담아보았습니다.

 

  ‘몸풀기’에서는 선거 연령 하향, 코로나 시국 비대면 교육 등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었던 편집위원들이 이런 변화와 함께 무엇을 새롭게 시도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글로 풀어냈습니다. 당근주스와 윤슬의 글에서 편집위원들이 변화를 마주하며 느꼈던 진솔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숨 고르기’에서는 각기 다른 학과에 속한 편집위원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교과목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살펴보았습니다. 일육, 응향, 월영 각자의 전공 이야기인 만큼 아끼는 (혹은 애증의)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번 교육저널 영화제에서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았습니다. 빔프로젝터를 벽에 쏘아 영화를 보는 게 꽤 낭만적이었는데, 이 글로도 그 분위기가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교육저널도, 교육저널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모두 안녕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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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0) 2022.05.07

#러셀


안녕하세요! 러셀입니다. 신입생 때 막연히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싶어 교육 저널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벌써 3학기 째 활동을 마쳤네요. 제 대학 생활의 시작은 교육 저널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시각에서 교육을 바라보고, 제 의견을 주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의 모든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분위가 정말 좋았습니다. 비록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교육저널을 떠나게 되었지만, 따뜻한 시선을 가진 교육 저널만의 공동체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


 한편 이번 학기는 유독 글 쓰기가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욕이 떨어져서 글 완성을 계속 미뤘던 거 같아요. 아마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동아리를 운영해야 했기에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지 완성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독려해주신 편집 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

 

 

#우정


코로나 시대의 대학교육을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자치동아리 역시 큰 타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 편집장 없이 발간한 교육저널 38호의 제목 '혼란기'는 이러한 상황을 잘 드러냅니다. 두 학기째 교육저널 편집위원들이 역할 분담을 하면서 간신히 이어온 교육저널 활동이 이번학기 유난히 더 힘들었던 것 같네요. 글을 쓰며 이 혼란기에 학교에 그리고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학생 자치언론과 동아리가 지속되기 위해서 학교와 학생은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Insomnia


우선 글을 너무너무 작성하기 힘든 여러 환경에 처해 있어 글을 예정보다 너무 늦게 작성 완료했는데, 기다려주신 교육저널 부원분들께 너무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글의 주제가 사범대생으로서 꼭 한번 다뤄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고, 한 번쯤 생각해봤던 주제여서 글을 쓰는 동안 흥미로웠고 되게 다양한 생각들이 많이 들었는데, 제 생각을 온전히 담기에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과 저의 필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좀 남네요. ㅠㅠㅠㅠㅠㅠ


필명을 Insomnia로 정한 이유는 필명을 정할 당시에 잠을 너무 못 자기도 했고, 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에 insomnia라는 가사가 나오기도 해서 결정했는데... 역시 사람은 이름 따라간다는 말은 사실이었나 봅니다. 필명을 정한 이후에 개인적인 사건도 있었고, 교지 글도 작성하느라 숙면을 거의 취하지 못하는 타의적 불면증에 걸리고 말았네요. ㅠㅠㅠㅠㅠㅠ


요즘 많은 사람이 대학교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몸과 마음이 떨어진 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대학의 가치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헤매는 혼란기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저널도 역시 혼란기를 겪어 교지 작성에 조금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교지가 그러한 혼란기 속에서 대학의 가치를 떠올릴 수 있게끔 하는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월영


안녕하세요, 월영입니다. 이번엔 정념 아주 잔뜩 담긴 그런 글을 쓰고 말았는데, 코로나 시국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앉아만 있다 보니 두서없고 뾰족한 글을 남발해버렸네요. 힘들지 않은 사람 없는 이 기구한 시간 속에서 그래도 나름 잘 버텨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우울하군요) 이렇게 나름대로 애쓰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나중에 더 나은 무언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힘든 와중에도 같이 결과물 내려고 고생한 편집위원들도 모두 수고했어요!



#정우맘 팽현숙


글쓰기를 시작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몸소 느꼈습니다. 사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분야가 제 주된 관심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많이 멀어서, 처음에 글쓰기를 시작할 때부터 ‘과연 이 글 제대로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아둔해 마지않은 저로서는 이 주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주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하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다소 관심이 있던 교과 교육 분야랑 연관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다소 메타(meta-)적인 내용으로 글의 주제를 결정하였는데, 설득력 있는 글이 구성되었을지 걱정됩니다. 저의 필력이 많이 모자라 제 글을 읽으시는 데 혹시 불편함이 있으셨을지 많은 우려가 드는 바입니다. 부족하고 다소 장황하게 쓴 감이 있음이 없지 않은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게 모두 삼가 감사의 표현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Dichter


또 뵙네요ㅎㅎ Dichter입니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그들의 중요문제 중 하나인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교육저널에서도 두 학기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졸업이 다가오면서 온전히 동아리에 임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다른 편집위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행복했어요. 특히, 다른 공동체 생활을 해보면서 교육저널만큼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은 더 없더라구요. 제가 무슨 일이 있든 다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걱정해주셔서 감사했어요...ㅎㅎ


이번 학기 교육후견인제도에 관한 제 글은 정말 따끈따끈한 최신의 소식인 만큼 news라는 말에 부합하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아직 시행효과나 진행상황이 자세히 보고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소재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독자님들이 읽고 글이 다소 밋밋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글을 읽음으로써 저와 함께 교육후견인제도의 귀추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어느 정도 시행 이후의 모습을 후속보도에 싣게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교육저널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편집위원님들과 독자님들 덕분에 교육저널에서의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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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어쩌면 12살 소년 '자인'으로부터
 
  칼로 사람을 찌르고 교도소에 갇힌 12살 소년 자인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신분증도 없고, 출생증명서도 없어서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자인. 법정에 선 자인에게 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지 판사가 묻자 자인이 대답한다.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이 끔찍한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게 그들이니까요.’ 올해 칸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이 담아낸 베이루트와 그곳 사람들의 모습은 참담하다.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이 뒤엉켜 사는 혼란스런 집안모습에서 시작해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비열한 거리에 내몰린 갈 곳 없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옥도를 보는 듯 절망적이다. 아이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파격적인 스토리지만, 영화는 법정드라마를 따라 가기 보다는 희망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온기 있는 카메라로 담아낸다.(...)[각주:1]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미래를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이므로, 교육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빛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가버나움>의 주인공들에게 그러한 미래는 아득한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가버나움’은 예수가 몇 차례 기적을 일으켰음에도 회개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은 곳이다. 예수는 가버나움 사람들이 구원받는 미래는 없을 것이라 예언했다. 타인으로부터 이런 저주를 받은 사람들, 앞으로의 삶에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을 것임을 선포당한 아이들에게, 교육은 어떻게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교육저널의 편집위원 월영과 러셀은 <가버나움>을 보고 세계 저편의 아이들과 교육,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불안한 환경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논하는 -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아이로부터,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길 바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1) 인상깊은 대화, 장면은 무엇인가요?


월영: 자인이 딸을 임신한 엄마에게 ‘엄마는 감정도 없냐’는 식으로 말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영화에서 자인의 부모는 자식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고, 굉장히 처참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하는데 왜 또 태어나게 하냐는.. 정말 무서운 비난이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 이걸 비유적으로 이해해보면 한국의 출산율 문제와도 연결지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출산 지도를 만들거나, 직장 내에서 미혼 여성들을 조사하는 행태들이 아이들의 행복에는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낳기만 하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네요.


러셀: 오 저도 공감해요. 저는 특히 엄마가 딸 이름을 사하라로 짓는다고 말했을 때 자인처럼 분노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인이 신분증 사진을 찍을 때 미소를 보였던 것이 제일 인상깊었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때까지 자인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자인도 겨우 12살밖에 안되는 아이였는데 생존하기 위해 주스를 팔고, 요나스를 책임지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안타까웠어요.


월영: 그렇죠, 오히려 20대인 저보다 훨씬 세상의 풍파를 많이 맞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미 혼자서 살아가는 데에는 도가 튼.. 저는 가끔씩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자인이라는 친구는 정말 ‘태어났으니까 사는’ 그런 아이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아마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최초로 그렇게 활짝 웃었던 것 같은데, 찡하더라고요. 

 

<가버나움>의 한 장면, (김지미, '<가버나움>, 베이루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한계', 씨네21, 2019.02.13.)

  
2) 자인의 부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싶은가?


월영: 저는 앞 질문에서 했던 이야기에 이어서, 본인의 삶을 반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래 세대에게 좋지 못한 환경을 대물림해주는 기성세대를 대표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라힐은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의지가 있고, 좋은 삶을 선물해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부모인 건 마찬가지지만) 자인의 부모와는 또 다른 것 같아요.


러셀: 저도 자인의 부모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있는 아이들도 다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또 아이가 생겼다고 했을 때, 저도 자인처럼 절망했던 거 같아요. 자인을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고 길거리에 주스를 팔게하고 여동생 사하르를 결혼시키는 장면을 보고 암울했어요.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방치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것 또한 학대의 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한편 자인의 부모에 대해서도 실망했지만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거 같아요.

 


3) 이 영화는 실제로 난민들을 캐스팅해서 촬영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는데, 실제 배우들이 출생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영화제 전에 급하게 신분증을 발급하여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에도 영화 속 아이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월영: 상상하기 싫어요.. 영화 보면서도 좀 괴로웠거든요. 이것보다 더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 어른들도 있겠죠? 


러셀: 이 사실을 알고 예전에 읽었던 ‘공간의 힘’이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간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져,  공간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세계는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적으로 불공평하며, 이러한 불평등한 공간이 사람의 운명에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어요. 도시화된 중심부와 달리 주변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러한 공간에 태어난 것이 단순한 우연이며, 그들의 선택이 아닌데 국적에 따라 삶의 좌지우지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자인의 삶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영화 속 아이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아이들을 보며 공간적 불평등과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월영: 이미 태어나본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우연하게 이런 환경에 태어난 거잖아요? 어느 개인의 입장이라도 다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태어났더니 국적도 없고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영화에서도 그런 표현 많이 나오잖아요. 그 인신매매상이 “너가 사람이라는 증거를 가져와”라고 했는데, 결국 자인은 본인이 사람이라는 증거를 가져오는 데 실패하기도 하고. 이런 삶이 어떤 것일지…


러셀: 맞아요.. 그래서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에 더 먹먹한 거 같아요.



4) 영화에서 자인은 본인의 부모들을 고소하는 형태로 묵었던 갈등을 풀어낸다. 이러한 해소의 의미, 혹은 한계라고 생각되는 것을 이야기해보자.


월영: 저는 처음엔 기성세대를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내려나 싶었어요. 재판 끝에서도 자인은 엄마에게서 아이가 새로 태어나는 걸 재앙처럼 생각하잖아요. 결국 꿈도 희망도 없다는 결론인가?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한 게.. 이 고소가 방송을 타면서 자인의 이야기가 유명해졌고, 그걸 계기로 라힐이랑 요나스는 만날 수 있었잖아요. 저는 차라리 거기서 또 다른 희망,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 아닌가 생각했어요. 


러셀 : 저도 월영님 생각에 공감했어요! 과연 이 영화는 해피엔딩일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원래는 자인이 출생 신고증이 없어서 다른 나라로 떠나지 못했는데, 방송을 타면서 자인과 같이 어렵고 힘든 삶을 살지만 신분증이 없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잖아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가혹한 삶을 사는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는 담론이 생기면 어느정도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했던거 같아요. 


월영: 아, 러셀님 말씀 듣고 떠올린 건데, 한편으로는 자인이 방송을 타고 신분증을 만드는 게, 자인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제 사람들은 자인이라는 아이가 있다는 걸 어떻게든 알게 되었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영화로 다른 아이들도 사람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난 마당에 모순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쩌면 이미 사람인 사람들이 받아들여야하는 것일 수도 있죠. 자인이 고소장 보낸 것처럼요.


러셀: 아 맞아요. 자인의 여동생 사하라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신분증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장면도 떠오르는 거 같아요. 월영님 말씀처럼 인간으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사각지대 속 그들도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

 

<가버나움>의 한 장면, (피링스[brunch 블로그], '영화 <가버나움>', 2019.07.26., https://brunch.co.kr/@pirings/3)

 

5) 영화 제목이 가버나움인 이유가 무엇일까? (가버나움 재단)


월영:  가버나움이 약간… 어떠한 희망도 없는 땅이더라고요…? 영화 내용이랑 정말 맞다고 생각해요. 근데 정말 예수는 그 가버나움이라는 지역에 대해 그런 무자비한 예언을 했을까 의문이기도 해요. 물론 성경이나 기독교를 공부해보지는 않았지만… 자인이 처한 환경을 가버나움으로 비유할 수 있겠지만, 결국 아무런 희망도 없이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요?


러셀 : 음.. 자인과 아이들은 가혹한 삶을 살았지만, 그러한 삶이 알려졌다는 점에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거 같아요. 영화 내용을 현실로 확장하면,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실제 난민 소년과 불법체류자를 캐스팅하여 촬영한 것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현실에도 영화와 비슷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잖아요. 사람들이 가혹한 삶을 사는 아이들과 난민의 삶을 알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희망적인 거 같아요. 실제 가버나움 영화 제작진은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하여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요.


월영: 좀 다른 관점에서, 이건 좀 불경한 생각일 수도 있는데요. 가버나움도 결국 ‘예수’의 저주를 받은 거잖아요. 근데 예수가 먼 미래의 가버나움 사람들까지도 함부로 평가할 자격(?)이 있나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자인은 본인의 삶을 규정해놓은 부모를 고소하고 본인의 존재 이유를 찾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예수가 가버나움 지역에 내렸다던 그 저주에 반기를 든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가버나움은 다시 새로운 의미로, 더 나은 삶을 찾는 난민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장소로 바뀔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러셀, 월영

  1. 김영우/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가버나움> Daum 영화 소개에서 발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1059) [본문으로]

(전편과 이어짐)

https://edujournal2018.tistory.com/99

 

- 대학에 오면 가장 탐구해보고 싶었던 분야나 주제가 있으셨나요?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윤지: 교육학에 좀 관심이 많았어서,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왜 집중을 잘 못하는지 아니면 학교 내부의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교수법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교직이 제일 재미없어요. 방금 말은 못 들었던 걸로 해주세요. 
서현: 고전 문학사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통계가 재미가 있어서 ‘R’이라는 프로그램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유민: 어학이었던 것 같아요. 어학 분야는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뭔가 알 수 있는 게 없었어서 그 부분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성현: 저는 그렇게 학술적인 사람은 아니라서(웃음). 아무래도 학교 현장에 나가게 된다면 학교 폭력이라든가 학교에 부적응하는 학생들을 교사로서 어떻게 지원할까 하는 거. 어떻게 아이들과 라포를 형성할까, 그런 고민이 있었죠.


예서: 대학에 오면 예술과 디자인의 차이를 좀 깊이 있게 알고 싶었어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 이 두 가지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지, 이거를 대학교에서 알고 싶었는데... 글쎄요. 교수님이 딱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봐서 스스로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잘 안 되고 있죠.



- 말씀해주신 분야 혹은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데 대학 교육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대학 교육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윤지: 교육학에 관련된 문제들은 사실 교직 들으면 이미 답이 거의 많이 정해져 있고, 교직에서 잘 설명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서현: 저는 대학 교육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통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1학기 때 경영 통계를 들으면서 교수님이 소개를 해주셔서 거든요. 관련해서 학교에 여러 수업들이 열려 서 방학때 발을 담가보는 중이고요. 저는 주로 수업을 활용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수업을 탐색하고 학기 시간표를 짜는 데에 제일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유민: 저번 학기에 스페인어학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어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수업에서 미니 연구를 진행을 했어요. 직접 연구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연구 방향이나 연구 방법을 선택하는 데 교수님의 조언을 구하거나 다른 학생들의 피드백도 받으면서 좀 괜찮은 연구를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현: 제가 교직 수업도 아직 없었고 실습도 2학년 때부터 나가는 거라서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지원을 활용한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따로 초등학교에 멘토링을 하면서 아이들과의 경험을 쌓고 관계 형성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긴 해요. 근데 학교는 큰 도움은 되지 못했어요.


예서: 대학교육이 도움은 되고 있지만, 내가 경험을 많이 해서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들을 수 있는 수업은 다 듣자는 생각으로 학과의 특성을 살려서 공간에 관련된 모든 수업을 들어보는 중이고요. 뮤지컬 동아리도 하고 있는데 코로나라서 아예 활동을 못하고 있으니까... 수업을 좀 많이 활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 대학에 입학한 후 수강한 수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이 있으신가요? 왜 가장 인상깊으셨나요?


윤지: 도스토예프스키[각주:1]와 톨스토이라는 수업이 인상깊어요. 제가 문학을 정말 좋아하는데 거기에 빠져 있는 동안에 정말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말 수준이 높아요. 수준 높은 서평들을 써주시고 그걸 하나하나 읽는 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책을 진짜 진짜 열심히 읽고 서평을 써내고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 피드백 받고, 또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유민: 제일 인상 깊었던 거는 대학 글쓰기 2 인문학 글쓰기 수업이었어요. 교수님께서 진짜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라, 그걸 조건으로 걸으셨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과제로 글을 쓰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 수업에서는 내가 재미있게 쓸 수 있는 글이 뭔지를 고민을 처음 해보게 되어서... 그때 처음으로 글 쓰는 게 되게 재미있는 일일 수 있겠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 비대면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가장 이상적인 예는 무엇인가요?


서현: 우선, 교수님께서 지난 학기 강의를 재탕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교수님이 영상을 재탕하셨다는 걸 아는 순간 저도 이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겠다 하는 열의가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수업 수강여부가 학점에 영향을 꼭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틀어놓기만 하고 혼자 공부해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수업은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성현: 실시간 강의에서 다들 마이크 끄고 카메라도 꺼요. 저도 딴 짓을 많이 하기 때문에 대면 수업처럼 강의식, 지식 전달식 수업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을 해서 차라리 학생들 간의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니면 거꾸로 수업처럼 미리 강의내용을 동영상으로 올려놓고 Zoom에서는 그걸 활용한 다른 활동을 진행하든지. 


예서: 이론 수업 같은 경우에는 비대면인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대면으로 하면 앞에 있는 애들은 잘 들리고 뒤에 있는 애들은 안 들리고 이런 문제가 있어서 이론 수업은 비대면이 괜찮을 것 같고, 실기나 시험은 대면이 병행되는 수업이 제일 이상적인 것 같아요.



- 대학교육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학교육을 통해 무엇을 얻기를 기대하시나요? 


윤지: 저는 전문성을 얻었으면 좋겠다라는 거. 적어도 내가 그걸 전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얻는 거. 그게 대학 교육에 바라는 바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을 하자면 적어도 그 분야에 관련해서 논문을 많이 읽어봤고 충분히 생각을 해봤고 그다음에 내가 그 분야에 있어서 내가 잘못 생각했을 때 피드백도 받아보고 또 남들도 피드백 해주는 그런 여러 번의 경험이 쌓이는 것 그런 것들을 했을 때 전공했다라고 어느 정도는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서현: 고등학교 때 생각한 대학 교육은 그 학문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학에 와서 수업을 들어보니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유민: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거가 제일 큰 것 같아요. 대학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수업들을 들어볼 수 있고 나만의 관심사를 발전시킬 수도 있고, 또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는 것 같고... 또 교수님들은 자기 분야에서 경지에 이르신 분들이니까 전문가와 바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성현: 대학교육은 진짜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거니까 어떤 영역에 대해서 정말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필요한 게 대학 교육이 아닌가. 그런데 교육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지식 역량을 키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애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올바른 교육을 시킬 것인지, 그런 실습 현장에 대해 대비시키는 역할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예서: 저는 대학 교육의 역할이 한 차원 더 높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디자인이 또 흐름이 중요하고 트렌디하는 게 중요하니까 시대의 흐름을 잘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코로나 시기에 대학 교육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역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윤지: 사회생활을 거의 못하고 있잖아요.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에 내가 들어와서 선배들이나 동기들과 만나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은데 그것들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유민: 어느 정도는 수업을 통해서 충족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한계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이번학기 우연히 겹강을 여러개 한 사람이 있었어요. 대면강의였으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비대면이라서 관계를 진전시키는 게 어려웠죠. 제가 글쓰기 수업 들었을 때 서로 글을 읽고 그거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면서  엄청 개인적인 얘기들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게 되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벤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주는 게 대학 차원에서 아니면 학생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서: 비대면 시기니까 대면 수업일 때보다 경험할 수 있는 게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요. 학교도 다 규제를 하고 학생들에게 학교에 등교하지 말라고 하고 그냥 막는 제스처가 많은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더 학생들이랑 같이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두세명씩의 소수 인원이라도 돌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커리큘럼을 함께 고민을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본인이 재학중인 학교에 한 마디를 한다면?


지윤: “나를 공부 좀 시켜라!” 제가 내가 등록금을 냈는데, 학생을 잘 공부시키는 것도 학교에 일인 건데 그런 거에 너무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요. 


서현: “잘하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잘하자.


유민: “지금처럼만 하자.” 저는 더 바랄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만족도가 높다기보다는 이 정도면 그래도 뭔가 하려고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성현: “대면 수업을 좀 해라.” 저희는 2년 동안 전면 비대면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대면 수업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등록금 얼마 안 내긴 하지만 그래도 내고 있는데... 교생실습은 꼭 대면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예서: “등록금 내놔(웃음).” 아니면 “학생들과 동행합시다.” 학생이 있어야지 학교가 있는 건데 말이죠, 그 우선 관계를 학교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디자인과는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 거의 다 유료예요. 학교 컴퓨터에는 다 설치가 되어 있어서 굳이 구매를 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작업을 하면 됐었는데 이제 프로그램을 학교 컴퓨터를 못 하니까. 노트북도 사야 되고 프로그램들도 설치를 해야 되고 해서, 그런 부분들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네요.

 

 

우정

  1. 발간 후 수정 [본문으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멈추었지만 대학교육은 멈추지 않았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육은 계속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교육을 택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에서 교수자와 학생들은 녹화 강의 혹은 실시간 강의 등을 통해 만나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대학교육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 들어온 20학번과 21학번은 흔히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과연 대학교육에 대한 이들의 기대는 잘 충족되고 있는가? 전공이 모두 다른 다섯 명의 20학번 21학번 학생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은 대학교육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의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대학교육을 비대면으로 전환하여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각 대학에 충분히 버거운 일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이 지나 많은 인프라가 확충되고 새로운 변화가 자리잡은 지금, 대학의 임시방편식 대처는 더 이상 만족스럽지 않은 대학교육의 질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코로나 시기 대학교육의 수요자로서 ‘미개봉 중고’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다행이면서도 억울한 코로나 학번 20학번과 21학번의 이야기는 그동안 안쓰러운 토로로만 들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비대면 대학교육의 핵심 수요자인 이들의 목소리를 더 구체적으로 듣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생산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할 시기이다. 본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코로나 학번’의 목소리는 대학라이프를 즐기지 못하는 20대의 소소한 불만섞인 목소리로만 치부될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년, 어쩌면 더 오래 이어질 언택트 시기의 대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성의 근거로서 귀기울여져야 한다. 

 

 

- 본인과 본인의 학과(학번)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해당 대학교와 학과를 지망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윤지: 저는 20학번이고요. S대학교 윤리교육과에 재학 중입니다. 윤리교육과는 윤리학이랑 교육학을 배우는 곳이고요. 여기에 오게 된 이유는 원래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윤리학이 재미있다고 느껴서 입니다.


서현: 저는 C대학교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경영학과의 21학번이고요. 해당 대학교와 학과를 지망한 이유는 성적을 맞추어서...(웃음)입니다. 

 

유민: 저는 S대학교 서어서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저희 학과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배우는 것 같아요. 하나는 언어에 관련된 거를 배우고 또 하나는 문학에 관련된 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 배웁니다. 고등학교 때 스페인어가 제일 재미있었던 과목이라서 이 학과를 지망하게 되었습니다.

 

성현: 저는 S대학교 윤리교육과 20학번이었다가 반수를 해서 S교육대학교 21학번이 되었어요. 미술교육과이긴 한데 크게 의미가 없는 분과 같은 거고, 저희는 그냥 다 초등교육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입학했을 때부터 초등 교사가 꿈이었어요. 초등학교라는 건 우리가 처음 접하는 사회잖아요, 그곳에서 아이들한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초등 교사가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교대에 입학했습니다.


예서: 저는 H대학교 20학번 산업디자인학과 학생이고요. 지금 목조형가구학과도 복수전공 준비 중이에요. 저는 공간이라는 키워드에 되게 관심이 많아요. 미술로서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까지 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인간이 3차원 환경 속에서 살아가니까 똑같은 3차원의 형태의 미술이 인간에게 다가가기 제일 쉽겠다고 생각해서 공간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 학기 중의 본인의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윤지: 보통 학기 중에는 일어나서 아침 수업 먼저 듣고, 그다음에 점심 먹고, 시간이 남으면 운동을 하러 갔다 오고요. 복싱장에 가요. 거기 가서 그냥 유산소 운동도 하고. 바이크도 타고 복싱도 하고. 운동 갔다 와서 오후 줌(Zoom) 수업 듣고, 그다음에 스터디 카페 가서 과제하고 공부하고. 그러고 끝나요. 보통 항상 그렇게 살아요.


서현: 저는 1학기에 줌(Zoom) 실강이 없었어요. 다 그냥 녹강으로 일주일 안에만 들으면 되는 수업이어서 학기 중에 정말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어요. 한 점심 때쯤, 12시에 일어나서 집이나 카페에서 한 3시 정도까지 점심을 먹고, 그리고 녹화 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과외나 알바를 갔다가 와서 과제를 하고요. 그리고 그 외에는 저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특별한 건 없지만 일기를 많이 썼던 한 학기였던 것 같습니다.


유민: 일단 수업 시작하기 10분 전쯤 기상을 해서 졸린 채로 줌(Zoom)수업을 들어요. 그리고 점심을 먹는데, 수업 들으면서 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힘들어서 한 1시간 정도 그냥 밍기적 밍기적 쉬는 편이고. 그 후에 운동을 가거나 저녁을 먹고, 뭐 밤이 되면 과제를 한 10시 이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성현: 올해 1학기는 아침에 일어나서 실강을 듣고, 녹화 강의로 대체되면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냥 틀어만 놓고 놀러 나갔죠. 근데 실강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녹강이었죠. 그래서 거의 강의를 안 들었습니다.


예서: 저는 개강하면 비슷한 루틴으로 살았는데, 일단 전날에 아마 늦게 잤을 거야(웃음). 그래서 강의 시작 10분 전에 겨우 일어나서 솔직히 캠을 안 켜도 되는 수업이면 사실 졸면서 듣기도 하다가. 끝나면 약간 쉬다가 그때부터 새벽까지 과제를 하죠. 미대생들 이어서 약간 특징적인 문화는 새벽에도 웹엑스로 방을 파서 친구들과 같이 온라인 야작을 합니다. 



- 본인이 생각하는 대학교육은 무엇인가요? 대학교육이 어디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윤지: 대학 교육은 우선 내가 선택한 전공에 대해서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도 있을 것 같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취업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정보가 필요할 텐데, 그게 대학을 매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거고, 그게 너무 절실하게 필요해서요.


서현: 제가 생각한 대학 교육은 고등학교의 교육보다는 좁은 범위인 것 같아요. 학생의 행동이나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터치를 안 하잖아요. 대신에 학문적으로 의견을 교류한다는 점에서는 고등학교보다 훨씬 더 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민: 대학 교육 일단 기본적으로는 학문적인 소양을 쌓는 게 있을 것 같고, 그것 외에도 의사소통을 하거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기르는 것, 이런 것까지 포괄하는 것 같아요.


성현: 등록금에는 물론 수업료도 있겠지만 캠퍼스를 누리는 것에 대한 게 큰 것 같아요. 대학에서 다양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동아리도 있고, 선후배 간의 친목도 있고, 다양한 행사들 축제 이런 것들도 다 우리가 등록금을 내면서 누릴 수 있는 권리에 포함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교대같은 경우에는 교생실습도 있죠. 



- 대학에 입학하기 전, 대학 교육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무엇인가요? 대학 교육 전반적인 부분도 좋고, 본인의 전공에 관한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비대면 교육상황에서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윤지: 제가 토론하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어떤 주제에 대해서 서로 공부를 해와서 토론을 할 때 저는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런 걸 많이 할 줄 알았거든요. 아니면 적어도 발언할 기회가 있고 교수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좀 많이 기대했었어요. 그런데 전혀 못하고 있죠 안타깝게도. 우선은 줌에 너무 기술적인 한계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오디오가 겹치는 상황도 너무 많이 발생하고, 6명 이상 넘어가면 토론이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점점 그냥 약간 수동적인 학습자가 되어가고 있어요. 제가 뭔가 지식을 축적하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시험 잘 보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서현: 저는 교수님, 그 분야에 진짜 전공자라고 불리시는 분들이 하실 수업에 대한 기대가 좀 컸어요. 그리고 웬만큼 충족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질의 응답을 했을 때 전공 교수님들이 되게 딱 찝어주시더라고요. 


유민: 저는 어문과니까 외국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제일 기대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과 만나서 얻게 되는 그런 인사이트 같은 것들도 기대했던 부분인 것 같네요. 그런데 완전히 충족되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활동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제약이 있다 보니까. 


성현: 고등학교 때는 정해진 시간표만 들을 수 있었잖아요. 대학을 오면 내가 원하는 수업을 골라서 교양 수업을 골라서 고등학교 때보다는 깊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어요. 그리고 대학 생활 전반에서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큰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그리고 저는 교대니까 대면 실습에서 애들을 만나는 걸 기대했었죠. 그런데 아무래도 비대면이니까 학교를 갈 일이 없잖아요. 본교 친구들이랑만 만나고 그런 건 아쉽죠. 놀러 나가야 되는데 비대면이라서 동아리 같은 것도 잘 못하고 선후배들이랑도 못 만나고... 실습도 비대면으로 하고 있거든요. 직접 만나지 못하니까 아쉽죠.


예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약간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밤 세워서 작업하는 거예요. 친구들하고 밤 새면서 해 뜨는 것도 같이 보면서 작업하고. 그런데 그거를 코로나 진짜 어쩔 수 없이 못 했죠. 다른 친구의 작업을 보는 것도 기대했어요. 대면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 친구가 하는 프로세스를 지켜볼 수가 있었을 텐데, 이런 게 온라인으로 하면 덜 집중하게 되니까 아쉽죠. 그리고 학과 전용 작업 공간이랑 각종 시설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되게 아쉬워요. 1학기에 목조형 가구학과 수업을 들었는데 나무를 톱질을 하는 수업이었어요. 톱질을 해야하는데 학교에서 오지 말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베란다에서 했어요. 베란다 완전 난장판되고. 그런데 베란다도 없는 친구는 침대에다가 비닐을 덮어놓고 톱질하고. 먼지가 진짜 어마무시하게 많이 나와서 수업 한 번 하고 대청소하고 한 번하고 수업하고 대청소하고 이런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 입학 전, 대학 교육이 고등학교 교육과 가장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입학 후에 실제로 경험한 대학 교육이 고등학교 교육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 것 같나요?


윤지: 글쓰기가 정말 많아졌어요. 고등학교 때는 평가가 거의 다 암기해서 푸는 지필고사였단 말이에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제 생각을 물어보는 과제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없었거든요. 그냥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그냥 이게 답이니까. 그런데 윤리교육과에서는 과제 같은 거는 제가 생각해서 쓸 일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시험은 외워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본인의 생각을 서술하는 경우도 꽤 있었고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저는 그런 걸 기대하기도 했고. 제 생각을 물어보는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와서 재미있었어요.


서현: 가장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학습방식에 있어서 시험에 대한 부담없이 내 전공에 내가 듣고 싶어 하는 과목의 교수님들 수업을 듣는다는 거. 그런데 녹강으로 들으니 막상 그런 부분에서의 다른 점은 특별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유민: 막연하게 생각했던 거는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거. 저는 어문 계열 과에 있지만 문학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그래서 문학 수업은 듣지 않고 내가 관심이 많은 분야에 수업만 들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생각보다는 해야 하는 게 많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성현: 고등학교 때는 시간표가 정해져 있었는데 대학교 오면 내가 원하는 시간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걸 기대했죠. S대에서는 그래도 교양이 되게 많잖아요. 교양이 되게 많고 그래도 재밌는 수업도 좀 있었는데, 아무래도 교대는 교양의 수도 많지 않고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아무래도 적죠. 


예서: 가장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거. 더 수준 높은 강의 수준 높은 피드백 이런 게 당연히 기대가 됐어요. 입시 미술을 생각을 하자면 틀이 굉장히 딱 정해져 있단 말이에요.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입시미술은 문법이랑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대학에서는 자율성을 표출하고 싶다는 기대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 입학 후에 아예 비대면이었으니까 다른 거를 사실 별로 못 느꼈어요. 강의 듣고 과제 하고 그피드백 받고 수업 받고, 이게 고등학교랑 되게 비슷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도 항상 “우리 아직 고등학교 졸업 안 한 것 같은데”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다음편에 계속...)

https://edujournal2018.tistory.com/100

 

 

우정


  올해 5월, 한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가 인터넷에 패륜적인 글을 올려 큰 논란이 있었다.[각주:1] 이 합격자는 특정 커뮤니티에 욕설, 성희롱, 혐오 단어를 담은 글과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올렸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초등학생을 가르칠 예비교사가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언행을 일삼는 것에 분노했고, 교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조치도 당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경기도 7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가 특정 커뮤니티에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공무원 자격을 박탈당한 것과 비교되는 처사이다.[각주:2] 이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과 달리. 교육공무원법에는 임용시험 합격자에 대한 임용취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오직 교육공무원의 결격사유만 규정되어 있다. 이에 예비 교원의 결격 사유도 포함하여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교원을 양성하는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현재 교원양성기관은 예비 교원이 교사로서의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0. 교직 적 인성 검사의 실시


  필자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재학 중이다. 지난 학기, 사범대학교를 졸업하려면 교직 적 인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급히 검사를 신청했다. 약간의 긴장을 한 채 검사 장소에 갔는데 예상과 달리 몇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1시간 남짓 동안 오지선다형 질문에 제일 바람직해 보이는 선지를 골랐다. 검사를 마친 뒤, 머리 속에는 온통 ‘이러한 검사로 예비 교원의 인성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하는 의문들로 가득 찼었다. 그 후 필자는 교직 적 인성 검사를 받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생 몇 명을 인터뷰했다. 대부분 ‘오지선다형 질문이 답변의 진정성을 보장하지 못할 거 같다.’, ‘대다수의 질문들이 답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신뢰성 있는 답변을 얻지 못할 거 같다.’, ‘교직 적성 및 인성 검사가 사범대의 보여주기식 책임 회피의 도구로써 활용되는 거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교직 적 인성 검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과연 적·인성 검사가 본래의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교직 적 인성 검사의 의무화, 그러나 실효성 논란

 

  교사는 단순히 해당 교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만 갖출 것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인성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교사의 인성 및 인품은 학생들의 사회적 가치관 형성에 방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13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과 교직 적성을 갖춘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새롭게 바뀌는 교원 양성 교원 임용시험 제도 안내’를 보도했다.[각주:3] 이에 개정된 교원 자격검정령 제 19조 무시험검정 합격 기준에 따르면, 2013년부터 모든 교원양성기관 재학생들은 교직 적 인성 검사를 2회 이상 실시하여 적격 판정을 받아야만 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의 의무화가 예비 교원의 인성적 자질을 평가하는 데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교직 적성 인성 검사에서 부적격 처리를 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가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전체 응시자의 0.88%, 2016년에는 0.72%, 2017년에는 0.6%로 계속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각주:4] 교대 재학생 성희롱 논란, 예비 초등교사 임용 박탈 논란을 비롯하여 계속 예비 교원과 교사의 부도덕한 행위가 문제 시 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결과는 교직 적·인성 검사의 실효성 논란을 제기한다. 결국, 적 인성 검사가 형식적인 차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 교직 적 인성 검사,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현재 시행되는 교직 적 인성 검사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우선 교직 적 인성 검사의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각 교원양성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인성 검사 도구는 2003년에 조주언 외가 개발한 ‘교직 적성 인성 검사 도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검사는 교수 능력, 연구 능력, 창의성, 소명감, 도덕성, 생활지도 능력의 6가지 하위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하위 차원은 총 18개의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하위 요인에 근거하여 10문항씩 총 180개의 구체적인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각주:5] 각각의 교원양성기관은 이러한 검사 도구 표준안을 자율적으로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개별 문항의 내용은 현재도 적격, 부적격을 가리는 검사이므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5점 척도를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Rasch 모형을 이용한 교직 적성, 인성 검사 도구의 타당화」에 따르면, “세대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큰 벽이다.", "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등과 같은 문항이 제시되며 문항의 반응은 리커트 5점 척도 양식으로 ‘매우 그렇지 않다’의 1점부터 ‘매우 그렇다’의 5점까지 응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 방식은 몇 가지 측면에서 예비 교원의 인성적 자질을 평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항


  첫째로, 현재 교직 적 인성 검사의 문항은 다소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먼저 문항 내용의 측면에서, 표준안 검사를 개발하는 과정 중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6개로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문항을 개발할 때, 상황을 단순화시키고 추상화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직 적 인성 검사의 구체적인 문항은 교육부에서 보급한 검사 도구 표준안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도구 표준안은 총 3단계를 걸쳐 개발되었다. 먼저 1단계에서 ‘성공적인 교사’의 지적 능력과 인성 특성에 무엇이 있을지 교사와 학부모들의 자유 응답형 질문을 통해 의견 조사를 하였다. 그 후 2단계에서 ‘성공적인 교사’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교사 집단과 비교 집단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 공통 특성을 추출하여 최종 6개의 하위 차원과 18개의 하위 요인을 개발하였다.[각주:6]

  

  그런데 이러한 요인들에 근거한 구체적인 문항들은 실제 교육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다루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교직 적 인성 검사의 하위 차원 중 하나인 생활 지도 능력의 영역에서, 예비 교원이 학생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지녔는지 평가하기 위한 문항에는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항만으로 교사가 ‘신뢰감’을 지녔는지 평가하기는 불충분하다. 실제 교사는 변화무쌍한 수업 환경에서 다양한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소통해야 하며, 다원적인 차원에서 복잡한 도덕성 및 인성 자질이 요구된다. 이에 교직 적 인성 검사 문항 내용은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항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문항의 형식 측면에서, 하위 요인들을 ‘오지 선다형’으로 구성했다는 점도 문제이다. 오지 선다형의 평가 방식으로는 교육현장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물을 수 없다. 정해진 선지 내에서 답을 고르는 방식은 수검자의 자유로운 답변을 얻기 어렵고,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 신뢰하기 어려운 검사 결과


  또한, 교직 적 인성 검사가 자기 보고식 검사 방법이라는 점에서,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자기 보고식 검사법이란 검사 문항에 대해 예, 아니오 등 간략하게 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적 인성 검사는 대부분 5점 척도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어 1점에서부터 5점까지 선택해야 하거나, 오지선다형으로 다섯 개의 선지 중에서 가장 정답에 가까운 한 선지를 골라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정해진 문항에 대해 정해진 수검자의 반응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검사 결과를 표준화하기 용이해 적격, 부적격 여부를 판정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지적 능력과 구별되는 교직의 적, 인성 등의 역량을 측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솔직하지 않은 경우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보고식 검사는 사회 바림직성으로 반응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여기서 사회 바림직성은 ‘응답자가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는 데로 답하는 대신 사회적 승인을 높이는 방식으로 응답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각주:7] 특히 예비 교원은 교직 적 인성 검사에서 2회 이상 적격 판정을 받아야 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실제적인 감정과 행동 상태를 나타내기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반응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평가 방식으로 예비 교원이 충분한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다고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 검사 결과에 대한 피드백 부족


  마지막으로, 교직 적 인성 검사의 결과에 대한 교원양성기관의 피드백이 부족하다. 우선 부적격 판정을 받은 학생에 대한 피드백 및 교육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교원 양성 기관에서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교직 적 인성 검사를 재실시하여 적격 판정을 받은 후, 대학 자체 상담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의 2020년 검사 안내[각주:8]에 따르면, ‘준거 점수에 미치치 못하는 학생의 경우, 교육 실습이 완료된 이후 7월 중에 추가 교육 및 재검사를 실시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추가 교육 및 재검사 실시 일정은 추후 안내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실제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예비 교원이 미미해서 그런지, 구체적인 안내 사항은 따로 나와 있지 않았다. 더불어, 예비 교원이 교사로서의 인성 자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과를 받았는데, 어떠한 조치나 교육없이 교육 실습을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처럼, 교직 적 인성 검사의 표준안은 존재 하나, 부적격 판정을 받은 학생에 대한 조치의 표준안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추가 검사를 통해 적격 판정을 받으면 교원 자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인성 검사가 형식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적격 판정을 받은 학생의 경우도 검사 결과에 대한 개별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 대다수의 교원양성기관에서는 적격, 부적격 판정 기준을 특정 준거 점수를 넘었는지 획일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교직 적 인성 검사는 18개의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각 영역 중 어느 부분이 부족하며, 어떠한 활동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지 등 개인 맞춤형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요할 것이다. 

 


3. 교직 적 인성 검사,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처럼 현재 시행되는 교직 적 인성 검사는 오지 선다형 지필고사의 방식이므로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며,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여 ‘형식적인 검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원이 바람직한 인성을 갖추었는지 평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예비 교원의 인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객관식이 아닌 면접시험 방식을 제안한다. 기존의 검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면접 방식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때 면접 문항의 구성과 평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중요하다.


- 면접시험 문항의 구성


  우선, 면접 문항은 실제 상황을 반영한 시나리오 형식이어야 할 것이다. 교직 적성과 인성에 대해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질문보다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다루게 될 문제 상황을 중심으로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비 교원이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을 물을 수 있다. 예비 교원이 교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답이 정해진 질문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 유형은 예, 아니오 등의 답이 정해진 문제에 비해, 답변이 사회적 바람직성에 의해 왜곡되는 경향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비 교원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을 들어 진솔하게 답변할 수 있다. 지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면접과 달리, 정확한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예비 교원만의 답을 내리는 과정에서 교사로서의 인성 자질을 갖추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면접시험 평가 방식


  한편, 이러한 면접 시험의 평가는 pass/fail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교직 적 인성 검사가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시험이기 때문에, 상대평가처럼 학생들을 서열화할 필요가 없다. 예비 교원의 답변들을 점수화하여 좀 더 바람직해 보이는 답변을 한 사람을 통과시키기보다, 완전히 틀린 대답을 가려내는 편이 더 적합할 것이다. 


  더불어, 면접 위원은 예비 교원에게 즉각적으로 답변하게 하거나,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비 교원이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을 줄여,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과는 반대되지만 합격을 위한 답변을 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비 교원이 답변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어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앞서 살펴보았던 교직 적 인성 검사 요소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면접 위원을 여러 명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모의 면접을 진행한 후 평가 결과를 서로 비교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교직 적성 및 인성 검사를 면접 방식으로 진행하면 검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검사 이후에도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교직 적성 및 인성 검사의 문제점을 분석한 후. 면접 시험 형식의 대안을 제안했다. 이러한 논의는 추후 예비 교원의 인성 및 적성을 평가하는 과정이 교사의 인성 자질을 양성하는 과정과 결합해야 한다는 논의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교사의 도덕성 논란이 계속 대두되고 있는 만큼, 교원양성기관은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적 자질을 갖춘 훌륭한 예비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권수진, <예비교사 인적성검사 ‘유명무실’.. 부적격 0.6%>, 《베리타스 알파》, 2017.10.23.,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98869, 
김성연, 「교직 인성 검사에서의 문항 프로파일 분석」, 『중등교육연구 65권4호』,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p. 705-729.
김성연, 「예비교사의 교직 적성 인성 검사에서 효율적인 시행횟수 탐색」, 『중등교육연구 66권 3호』,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p. 751-782.
김용석, 「사회적 바람직성 척도(SDS-24)의 타당화 및 적용」, 『사회복지연구』, 한국사회복지연 구회, p.87-114.
김은경, 「Rasch 모형을 이용한 교직 적성 인성 검사 도구의 타당화」,,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 학원, 2019. 
서울대학교 교원양성지원센터, 2020.06.04,  https://teacher.snu.ac.kr/sub_4/4_1.php?mode=view&number=25806&page=1&b_name=notice&keyfield=subject&key=%C0%CE%BC%BA,, 2021.09.14.
유주희, <'디시 패륜글' 임용고시 합격자, 교육청서 경찰 수사 의뢰>, 《서울경제》, 2021.05.26, https://www.sedaily.com/NewsVIew/22MIEXB3OA, 2021.08.29.
조철오, <논란의 ‘일베 성희롱 7급 공무원’ 결국 임용 자격 박탈>, 《조선일보》, 2021.01.26.,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gyeonggi-incheon/2021/01/26/BDL6Y6KL6JDI5GJ6RC2JSRI2H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2021.08.29.

 

 

러셀

  1. 유주희, <'디시 패륜글' 임용고시 합격자, 교육청서 경찰 수사 의뢰>, 《서울경제》, 2021.05.26, https://www.sedaily.com/NewsVIew/22MIEXB3OA, 2021.08.29. [본문으로]
  2. 조철오, <논란의 ‘일베 성희롱 7급 공무원’ 결국 임용 자격 박탈>, 《조선일보》, 2021.01.26,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gyeonggi-incheon/2021/01/26/BDL6Y6KL6JDI5GJ6RC2JSRI2H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2021.08.29. [본문으로]
  3. 김성연, 「예비교사의 교직 적성 인성 검사에서 효율적인 시행횟수 탐색」, 『중등교육연구 66권3호』,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p. 751-78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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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서울대학교 교원양성지원센터,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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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서울대 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게재된 다음의 댓글을 살펴보자.


  졸업장 따고 임용만 붙으면 되니 실력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없어. 같은 서울대라고 하기엔 수준이 너무 민망함. 나는 자연대 모 과인데 우리는 다 고등학생 때 당연히 습득하고 오는 내용을 사범대생은 2학년 전공에서야 제대로 배우고 익히더라. 교수들도 임용 위주라 그런지 수업은 대충 때우고. 졸업전에 일선 학점이 좀 비어서 심심풀이로 두 과목 들어봤다가 경악함. 자기들도 그걸 아는지 3학년 땐 우리 학과로 원정 떼강 왔던데, 기말시험까지 남아있는 놈은 진짜 거의 보질 못함. ‘그럼 교직이 본 전공 실력 부족한 걸 보완해줄 만큼 대단한 거냐?’ 하면 사범대생 너희가 더 잘 알잖아. 그거 다 그냥 탁상공론뿐이지 대치동에서 몇 년 굴러보는 경험이 더 유용하단 거 대치동은 돈이라도 쌓이지. 그럴 거면 굳이 같은 서울대 간판 달고 깝죽거리게 둘 필요가 있나? 그냥 모든 대학 사범대 정원 다 없애고 대학원, 교직 이수만 둔 채로 전문직업학교, 중등 교대 같은 거 만들어서 돌리면 되지.


  위의 인용문의 어조나 단어 선택이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의 공격성이나 단어 선택의 적절성 등에 관한 논의는 이 글에서 중요하지 않으니 우선 뒤로 하고, 위의 인용문에서 나타난 사범대에 관한 글쓴이의 논거를 정리해보자.

 

1. A 교육과(사범대학)는 A 학과(일반대학)보다 부족한 전공 지식을 가르치고 학습한다.
2. A 교육과 학생은 졸업요건을 채우고 임용고시를 통과하면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성장할 동기가 부족하다.
3. 사범대학의 교직과정이 이러한 일반대학과 사범대학의 학문적 차이를 좁혀줄 만큼 가치가 있지 않다.
4. 사범대학을 폐지하더라도 일반대학 교직과정, 일반대학 교육대학원, 중등 교대 신설 등의 방안을 통해 충분히 교원을 양성할 수 있다.


  이 인용문 이외에도 커뮤니티의 많은 글에서 ‘사범대학을 폐지하고 일반대학 교직과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사범대학의 폐지를 주장하는 글은 대부분 위의 인용문에서 제시한 논지를 근거로 하여 사범대학의 존재 의미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교육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교육부는 올해 7월 13일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중등교원 현행 체제의 교원 과잉양성, 높은 임용경쟁률 등에 관한 지적하며, 국어·수학·사회 등 공통과목 교원양성은 사범대에서 맡고, 이들 과목의 교직과정은 폐지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히는 등 사범대 중심의 축소된 교원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위 발전 방안의 주요 골자다.[각주:1] 앞서봤던, 사범대를 폐지하고 일반대학 교직과정 위주의 교원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커뮤니티 댓글과는 문제 해결 방법에 있어 완전히 반대의 방향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와 임용경쟁률 과잉 현상으로 인한 교원양성 인원 감축 필요성과 그 방법에 관한 논의가 제시되어 오고 있는 시점에서, 필자는 사범대생으로서 이 글에서 사범대학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또한, 몸과 마음 모두 대학과 조금 떨어진 시기인 지금, 사범대학이 지니는 가치에 관해 기록하고자 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기득권 세력은 절대적인 권력으로 수많은 민중을 통제한다. 그들이 본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어'의 제정이다. 신어에서 good의 반대말은 bad가 아니라 un-good이며, splendid나 wonderful 같은 어휘들은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제거된 후 plus-good 또는 double-plus-good으로 대치된다. 극도로 단순화시킨 이 언어를 통해 체제는 인간의 사유를 제한하려 한다. 다르게 사유하고 느끼려 하고, 기득권의 절대적인 권력에 반동적 사고를 지니려고 해도 이러한 생각을 지지할 언어가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신어의 제정 이외에 기득권 세력이 채택한 방법은 ‘이중사고’이다. 이중사고란 상반된 신념을 둘 다 믿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사고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과거를 조작하고 조작된 과거를 진실처럼 믿는 것, 그리고 자신이 과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즉, 진실과 조작된 과거가 모순되지만, 자신이 과거를 조작해놓고 그 사실을 잊는 훈련을 지속하면 조작된 과거가 진실이 되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를 모두 믿는 이중사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구어로는 이를 '현실 통제'라 하고,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달 과정에서의 통제는 <1984>에 서술된 것처럼 누군가의 언어 사용과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그 누군가의 전체적인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 가치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며, 가르침의 주체인 교사는 청소년에게 부모 바로 다음의, 어쩌면 부모와 동등한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교사란 ‘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단어의 정의에 따르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단어의 정의 이외에도 다른 직업에 비해서 교사의 도덕적 결함이 더욱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것이나, 교직 적인성검사나 임용고시를 통해 예비교사의 적성과 인성, 능력을 검사하는 것을 보면 교사가 다른 직업보다 더욱 엄격한 자격이 요구됨을 추측할 수 있다.


  필자가 교육의 가치와 교사에게 다른 직업보다 엄격한 자격이 요구됨을 앞에서 길게 서술한 이유는 사범대학이 교육이라는 학문을 다루는 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 존재가치가 충분함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며, 또한 사범대학이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앞으로의 글 논지 전개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함이다.


  앞서 머리말에 나왔던 사범대학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범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조금 상세히 이야기해보자.
우선, 사범대학은 일반대학과 학문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사범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의 목표는 A라는 분야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고,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의 목표는 A라는 분야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범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은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에 비해 더욱 포괄적인 대신 간단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올해 1학기를 마치고 정년퇴임을 하신 지리교육과 박병익 교수님은 지리교육학과 지리학에 차이에 대해서 “배우는 내용 자체는 비슷할 것이다. 다만 사범대 학생은 훗날 교사가 돼 본인이 직접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이해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이해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하기에 지리학과보다는 배우는 내용이 좀 더 간단하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각주:2] 실제로, 사범대학과 일반대학의 교과목은 같은 교재를 다루더라도 그 개요나 학습 목표, 강의 진행 방법, 평가 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음은 서울대학교에 올해 1학기에 개설되었던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와 일반대학 영어영문학과의 전공 교과목이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교과목은 같은 교재로 유사한 개요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영국문학개관 1’은 ‘사회문화적 맥락, 시대적 감수성과 연계하여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에, ‘영국문학과 영국문화의 이해 A’는 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통한 ‘효과적인 영어교육을 위한 배경지식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영국문학과 영국문화의 이해 A’에는 ‘발표와 토론’이라는 평가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A를 잘하는 것과 A를 잘 가르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A라는 분야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사범대학의 교육 목적은 A를 가르치는 역량을 기르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반대학 교직과정 출신 교사가 ‘교육내용에 대한 지식과 이해 능력’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점했지만, 사범대 출신 교사가 ‘효과적인 수업계획 및 조직’, ‘효과적인 교수 방법 숙달’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점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각주:3]


  정리하자면, A 교육과는 A 학과보다 부족한 전공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닌, 사범대학만의 고유의 학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학습하는 것이다, 사범대학의 이러한 학업 목표가 교원양성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것이 사범대학이 지니는 가치이고,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사범대학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관점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교수자에게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지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루에서 태어난 사람과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1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원정팀 관중석이 홈 팀 관중석보다 더 가깝다는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원근 개념도 없는 사람으로 볼 뿐이다.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1루에서 태어난 사람이 2루로 오는 방법을 몰라 헤매는 모습을 보고 그저 비웃을 뿐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본인이 3루타를 친 것처럼 1루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자랑하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서로 다른 환경, 조건에서 자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은 꽤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일종의 잔소리로만 받아들이는 학생, 이런 간단한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냐며 학생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교사,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기 바쁜 교사. 이는 전부 교수자와 학습자가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범대학의 수업은 학습자에게 교수자로서 필요한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일반대학 교직과정에도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이 있으나, 사범대학은 교직과정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그러한 과목이 많은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있다.

 

  다음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랑 국어국문학과의 학사과정 전공과목 이수 표준 형태이다.[각주:4]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사범대학은 전체적으로 단순히 교과를 학습하는 것이 아닌 교육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쪽으로 대학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있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범대학의 전공 수업은 대부분 발표나 토론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어떻게 교육할지, 발표할지, 듣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설득할지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저런 특성과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재구조화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이런 식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경험,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이 생기고, 이와 관련된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밖에 없다. 교직과정과 사범대학의 교육 방법 위주의 커리큘럼, 발표와 토론을 포함한 수업방식 등 학습자가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 특수한 환경이 사범대학이 지닌 가치이고, 또 하나의 필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교사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교사에게는 특별히 요구되는 자격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데, 그 자격 조건은 다른 직업에 비해 엄격한 듯 보인다. 사범대학의 학문 목적과 커리큘럼은 학습자가 학문을 교육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점과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니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며, 이러한 것들이 교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격 조건이다.


  즉,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교사라는 직업을 양성하기 위한 교원양성기관으로써, 다른 대학에서는 배우지 않는, 가르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학으로써 사범대학은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필요 가치가 충분하다.

 

 

Insomnia

  1. 교육부,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 2021 [본문으로]
  2. 대학신문 2020년 2월 24일 자, 정년교수 인터뷰 「지리교육은 지리학과 다르죠」 [본문으로]
  3. 정주희, 「교사자질에 대한 사범대학 출신 교사와 일반대학 교직 출신 교사의 인식비교」, 2001, p.64-65. [본문으로]
  4.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국어국문학과 홈페이지 기준
       국어교육과: https://koredu.snu.ac.kr/ko/curriculum
      국어국문학과: https://hosting03.snu.ac.kr/~korean/bbs/content.php?ct_id=5&cate_id=20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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