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교육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 그 사이 교생의 입장은
ALee
#들어가며 – 코로나19와 학교
@ 사범대의 꽃, 교생실습
학교현장실습, 교생 실습 등으로 불리는 교육 실습은 사범대생들이 전공과목인 교과 지식과 교직 과정에서 배운 교육이론 및 교수학습방법을 현장교육에 직접 적용하여 평가해보고, 교과 수업 및 학급 경영에 관한 실무적인 경험을 통하여 교사의 역할을 익히며, 교직에 대한 적성과 능력을 검증해 봄으로써 교육에 대한 열망과 자아정체감을 갖게 하여, 교육 이념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자질과 인격을 함양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교생 실습은 4주간의 중, 고등학교 실습과 1주간의 초등학교 실습으로 이루어지며, 사범대생들은 그동안 수업을 참관하고 진행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직접 만나고 교감하며 인격적인 관계를 쌓아나간다. 그런 점에서 교생 실습은 사범대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코로나19와 학교
사상 초유의 판데믹,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는 교육을 포함한 다방면에서 지금까지는 겪지 못했던 큰 변화와 마주하게 되었다.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의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배움을 열었다(開學).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교사와 학생들은 교사들은 교사 나름대로, 학생들은 학생 나름대로의 혼란에 빠져있었다. 교사는 지금까지의 업무와 생판 다른 업무와 지금까지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온라인 개학을 위한 준비에 바빴고, 하루하루 바뀌는 교육 정책은 교사들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빠르고 급진적인 변화 속에서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는 ‘네X버 공문’이라는 은어까지 생겼다. 또한,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며 교사들은 교재 연구와 수업을 비롯한 기존의 업무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업무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 현장에 대해 많은 이들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교육 체계에 많은 관심과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교사로서의 혼란과 학생으로서의 혼란 사이 그 어딘가에서 불투명한 일정을 붙잡고 불안에 떨던 이들이 있었다. 바로 ‘교생’이다.
#코로나19와 교생
1. 학교현장실습 이전
@ 불투명한 실습 일정
몇 차례에 걸친 개학 연기로 불안한 것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만이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직접 실습을 해야 하는 교생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나를 비롯한 많은 교생 실습생들은 교생 실습을 위해 동아리, 학회, 인턴십, 교환 학생 등을 포기하거나 연기한 경우가 많았고, 교생을 나가지 못하는 것은 곧 졸업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았으므로, ‘만일 이번 학기에 교생 실습을 나가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과 걱정이 가득했다. 또한, 교생 실습생들은 교생 학기를 준비하며 5월 일정은 통째로 비워두고, 학회, 동아리를 비롯한 기타 일정은 6월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교생 실습 일정이 미뤄지는 것 역시 걱정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교생 실습생들의 이런 불안감을 모른척하듯, 코로나19는 끊임없이 신규 확진자를 발생시켰고 결국 2020년 3월 17일, 교육부는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을 2주간 추가 연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3월 26일, 나는 과 조교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공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코로나19의 여파는 가실 생각이 없었다. 결국, 3월 31일, 교육부는 ‘처음으로 초중고특 신학기 온라인 개학 실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바로 다음 날인 4월 1일, 나는 과 학생회 공지방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달받았다.
지금까지 4주간의 현장실습이 당연했던 교생 실습은 이제 2주로 조정되었고, 5월 한 달간 진행되었던 교생 실습은 5월 말부터 6월 초에 걸쳐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은 내게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한, 일주일간 진행되던 초등교육실습은 올해에 한해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약간 아쉬웠다. (사실 초등교육실습이 어떤지 애초에 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간접실습’이었다. 교생 실습으로 받을 수 있는 2학점 중에 무려 1학점이나 간접 실습으로 돌렸으면서, 간접 실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무엇이 간접 실습인지 전혀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하면 온라인 개학 수업을 참관하는 것인지, 아니면 따로 교수학습과정안과 같은 과제를 준비해서 제출해야 하는지 전혀 알 방도가 없었고, 모든 설명은 ‘부설학교와 협의하여 진행’이 전부였다. 그런데 뭐,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부설학교(사대부중, 사대부고) 중 어느 학교로 가게 될지도 모르던 상태였기 때문에 답답함은 뒤로 하고 일단은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약 3주간 교생 관련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전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나의 ‘교생을 과연 나갈 수 있을지’하는 불안감과 ‘이번 학기에 교생을 꼭 하고 졸업을 하고 싶다’라는 열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4월 22일, 갑자기 과 조교님에 의해 교생 실습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톡 톡방이 생겼다. 조교님께서는 톡방을 만들자마자, ‘2020학년도 교육실습 실시계획’이라는 파일을 올려주셨다. 나는 ‘오, 교생 실습 어쨌거나 갈 수 있는 건가(두근)’하는 마음으로 재빨리 열어보았고,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의 그 어떤 공지보다 구체적인 안내들을 받아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공지 중 가장 구체적이었다는 점에서 해당 서류는 내게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지만, 서류의 내용 중 간접실습(15시간) 운영 계획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일단, 사전에 전혀 안내되지 않았던 실습 학생 대상 사전 교육이 있었다. 사전 교육은 ‘실습생 필참, 참석여부 근무일반성적에 반영’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전 교육 날짜는 5/18일이었는데, 해당 공지를 처음 전달받은 날짜가 4월 22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필수 참석 일정이 하나 새롭게 생겨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당연히 급변하는 교생 일정에 나는 5월 일정을 풀로 비워놓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얼마나 교생 실습 일정이 급하게 변화하며 굴러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리고 공지를 받은 당일, 조교님께서 교생 학교 배정은 ‘(카카오톡 톡방에) 투표 올리면 희망학교를 선택하고, 배정 인원보다 많은 경우는 사다리’를 타는 것으로 정해진다고 말씀해주셨고, 그다음 날 오전 11시를 살짝 넘은 시각, 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가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5월 18일까지 궁금증만 한가득 안고 사전 교육 때까지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그리고 교생 사전 교육이 1주일도 남지 않았던 5월 14일, 교생 사전 교육이 갑자기 18일에서 20일로 연기되었다는 공지를 받았다. (솔직히 이쯤 되니 일정이 갑자기 생기고 미뤄지고 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근무일반성적에 반영되는 필수 참여 일정을 4일 전에 미루는 학교의 모습을 보며, 이번 교생 일정 참 어지간히 정신없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날인 5월 14일, eTL ‘학교현장실습(001)’에는 사전 교육 관련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다. 기존에 받았던 ‘2020학년도 교육실습 실시계획’에 나와 있던 간접실습 관련 영상인 것 같아서 일단 시청을 했다. 그리고 20일 사전 교육 바로 전날인 19일, 아래와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어쩐지 ‘학습진도현황’에 들어가도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더랬다…. 현장실습은 아직 시작조차 안 했는데, 저 공지사항을 읽으며 선생님께서 당황스러워하시는 모습이 화면 건너로 얼핏 비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어쨌든 나는 사전교육 영상을 모두 이수하고, 첨부 자료까지 다운 받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다. 물론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저 공지를 읽고 괜히 첨부 자료를 한 번 더 다운 받아보기는 했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으니까.
그리고 아무래도 교생 실습 학교를 처음으로 방문하고, 다른 교생들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보니 다음과 같은 공지도 함께 올라왔다.
영상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을 안내하고 있었다. 마스크 벗지 말기, 급식 때 얘기하며 먹지 않기 등…? 그런데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학교 선생님들이 하셨다는 점이었다. 가뜩이나 학교 일로 정신없으셨을 텐데 그 와중에도 학생들을 위해 직접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고 편집하셨을 선생님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심지어 곳곳에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재미를 가미하기 위한 선생님들의 드립을 향한 열망이 보여서 보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사실 캡처해서 보여주고 싶지만, 일단은 사대부고 선생님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참는다.)
@ 학교현장실습 사전 교육(5/20)
사전 교육을 받으러 처음으로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그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는데, 멀리서 보아도 ‘나는 시설이 좋은 학교다!’를 외치고 있는 사대부고의 외관과 합쳐지니 정말 멋진 풍경이 되었다. 사실 태어나서 사대부고만큼 시설이 좋은 학교를 본 적이 없었기에, 교생 실습에 대한 기대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현장실습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학교 감상 후 사전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 내부로 들어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날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선생님도 학생도 아닌 열화상 카메라였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아 무사히 첫 번째 관문을 지나 선농홀로 들어가려는데, 선농홀로 들어가기 전에는 손 세정제라는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 세정제로 손을 닦으며 선농홀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교생 실습생들이 한 칸씩 건너 앉을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 ‘실습생 번호_실습생 과목_실습생 이름’으로 된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학교 선생님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정말 세심하게 신경 쓰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사전 교육이 시작되자, 연구지원부장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간단한 인사와 함께 학교실무전체교육을 해주셨는데, 생각보다 교생이 할 일이 정말 많다는 사실과 코로나19로 인해 과제 방식 등 학교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사전 교육을 듣다 보니 왠지 교생 과제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듣고, 정작 나를 비롯한 다른 교생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 한 학생과 만나는 일(만남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접촉’에 조금 더 가까울 것 같다)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듣지 못했다..고 생각한 순간 선생님께서 ‘참관 및 교과수업/학급경영 실습 가이드라인’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셨다.
쉽게 말해, 사전 교육을 실시한 날인 5월 20일부터는 고3 학생들은 매일 등교하지만, 고1, 고2 학생들은 정부 지침으로 인해 격주 등교를 하게 되어 실습 첫째 주까지는 고1, 고2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실습 둘째 주는 고2가 등교하고, 실습 셋째 주는 고2가 등교하지 않는 대신 고1이 등교하는 매커니즘인 것이다. 그런데 교생이 고3을 맡을 수는 없는 일이니, 고2를 맡은 교생들은 현장실습 2주 중 1주, 그리고 고1을 맡은 교생들은 현장실습 2주 중 단 한 주도 학생들을 직접 만날 수 없음을 의미했다. 한 마디로 학교에 학생은 없는데 교생은 있는 그런 이상한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안내였다.
다음으로는 각 교과별로 이동하여 학과/교과 차원의 교육이 이루어졌다. 내가 소속된 교과는 2층의 ‘카페’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본관 2층에 위치한 교내 카페는 시설이 굉장히 좋았는데, 적당히 고급스러운 의자와 탁자, 벽에 걸려있는 알 수 없는 그림들, 웜톤으로 공간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조명까지 마치 유명 카페 체인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학교라고는 믿기 어려운 공간에 감탄하고 있는 교생들을 보신 듯, 선생님께서도 해당 공간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해당 공간은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스X벅X’같은 느낌의 카페처럼 만들려고 2월에 리모델링을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야심차게 준비한 최신 시설을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보다 학교에 2주간 머물다 가는 교생들이 먼저 맛보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교과 차원의 교육도 친절한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이렇게 5월 20일의 현장 사전 교육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학교에서의 ‘현장실습’이었다.
[타임라인]
2020.03.03. 중등 실습: 5/6~6/1, 초등 실습: 4/27~29, 6/3~6/5
2020.03.26. ‘이번학기 교생은 5월 말로 연기 됐고, 정확한 일정은 추후 공지 예정’
2020.04.01. 직접 실습: 5/25~6/5, 간접 실습: 부설학교와 협의하여 진행
2020.04.22. ‘첨부된 교생 계획 확인하세요’ - 5/18 사전 교육 예정
2020.04.23. 실습할 학교 확정(윤리과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다리 탔어요ㅎ)
2020.05.14. 5/18 사전 교육이 5/20으로 연기(코로나19)
2020.05.20. 부설학교에서 현장 사전 교육 진행
2. 학교현장실습과 그 이후
@현장실습 첫날(5/25)
5월 25일 학교현장실습 첫 출근 날.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생 셔틀을 이용하기 위해 오전 6시 15분쯤 낙성대 입구 CU 앞에 도착했다. CU 앞에는 나 말고도 다른 교생들이 핸드폰을 보거나, CU 앞 테이블에 앉아 셔틀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생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꼭두새벽부터 정장이나 단정한 옷을 차려입고 파란 덴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 물론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윽고 교생 셔틀이 오자, 차례차례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아는 사람 같은데도 인사하기가 뭔가 꺼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른 시간이라 비몽사몽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한강도 건너고 서울 곳곳을 지나자 어느덧 사대부고 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실습생실이 있는 구 본관으로 출근했어야 하나, 출근 첫날 1교시에는 교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학교 전체 실무 연수가 있어 본관으로 바로 들어갔다. 20일 사전교육에서 뵈었던 연구부장 선생님께서 현장실습 기간의 과제와 식사 장소, 그리고 실습생실 위치 등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이때 식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안 쓰는 교실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 하셨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자리는 소위 말하는 ‘시험 대형’으로 마련될 예정이며, 식사 중 대화는 절대 금지라고 하셨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인생의 소소한 낙인 나는 급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추억이 떠올랐지만, 이 코로나19 시대의 학생들은 그러한 재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연수가 끝난 후, 각자 실습생실로 이동하여 자기 자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습생실은 구 본관의 안 쓰는 교실을 활용하여, 각 실습생들이 책상 하나 이상의 간격을 두고 띄어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실습생실 앞 편에는 손 소독제, 희석 락스 등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책상 위에는 꽤 넓은 간격을 두고 두루마리 휴지가 올려져있었다. 실습생들은 두루마리 휴지가 올려진 자리에 가서 앉으면 되었다. 교생들은 혹시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예방을 위해 자기 자리에 짐을 풀기에 앞서, 희석 락스를 이용하여 각자의 자리를 닦았다. 나 역시 내 자리에 올려져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뜯어 희석 락스를 묻혀 내 자리의 책상과 의자를 구석구석 꼼꼼히 닦았다.
실습생실 이동 및 정리까지 끝난 후에는 점심 급식을 먹었다. 교생들의 점심 급식은 학생들이 아직 등교하지 않은 1학년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작년과 같았으면 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점심 급식을 먹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밥을 먹는 순간마저도 학생들과 만날 일이 없었다. 심지어 학생들이 급식을 먹는 것도 2층, 교생들이 급식을 먹는 것도 2층이었는데, 2층에서 학생들과 마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생들은 중앙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가 다른 쪽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 배식을 받아야 했다. 정말 불편했다.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설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여 대화를 최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 그다지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식기를 집기 전에 반드시 손 소독제로 손을 먼저 닦을 수 있도록 식기 앞에 키 큰 책상과 손 소독제가 놓여 있었다. 그렇게 배식을 받고 나서는 학교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시험 대형으로 책상이 놓여 있는 1학년 교실에 들어가 빈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서로 떨어져 앉아 앞만 보고 밥을 먹으니 화기애애한 대화 소리가 들릴 리는 만무했고, 식기 부딪히는 소리와 씹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시험 대형으로 놓인 책상에서 그렇게 엄숙한(?) 분위기가 감도니 괜히 시험 보는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는 기분도 들었다.
7교시에는 학급경영 협의회에 참가하기 위해 각 교생의 담당 학급으로 이동했다. 교실에 도착하니 다양한 교과에서 온 교생들과 내가 담당하는 2학년 7반의 담임 선생님이 계셨다.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서는 ‘2학년 7반 학교현장실습생 지도 자료’를 나누어주셨고, 학급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설명해주셨다.
한편, 학급 교생이 학급 학생들을 만날 기회는 사실상 0에 수렴했다. 현장실습 1주차에는 물론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그렇다고 쳐도, 학생들이 등교하는 2주차에도 교생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침 조례 참관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3명씩 나누어 참관에 들어갔다. 아침 조례 및 종례 진행, 학생 상담, 학급 경영 등은 결코 경험해볼 수 없는 일정이었다. 학급의 학생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함께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사라진 것 같아서 매우 아쉬웠다.
한편,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현장실습 1주차에는 간접실습 1주차에 과제로 제출했던 학급지도자료(3~5분 가량의 영상)를 학생들이 있는 카톡방에 업로드함으로써 아침 조회를 대체한다고 하셨다. 학급 학생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 카톡방을 통해 영상이 공유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했던 방식이라 조금 당혹스러웠다. 또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나’라는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는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는커녕 다짜고짜 교육적인 내용의 영상을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해당 과제는 사전에 ‘EBS 다큐멘터리를 보고 학생들에게 전달할만한 교육적 내용’을 자율 양식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미 제출한 해당 과제가 실제 학생들에게 바로 전달된다는 사실은 안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단지 다큐멘터리의 내용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므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전반적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을 종합적으로 구성하여 더 좋은 자료를 만들었을 수 있었으리라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학급 지도 선생님께서는 현재 담임 선생님으로서 간단한 학급에 대한 소개와 자신이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도 설명해주셨다. 먼저 선생님께서 학급 구성원의 특징을 설명해주시면서 ‘저도 아직 아이들을 직접 만나본 것은 아니고, EBS 영상 잘 봤는지 확인 전화로만 만나봤어요’라고 말을 덧붙이셨는데, 얼굴도 보지 못한 학생들로 이루어진 학급의 특징을 설명해주시는 이 상황이 뭔가 아이러니했다. 그렇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며 아직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선생님께서 온라인 너머로 정말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온라인으로만 소통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 한명 한명이 낙오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매일매일 전화하며 어떻게든 모든 학생을 이끌어 가려고 하시는 모습은 웬만한 사명감 없으면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지금 학급 지도 선생님의 자리였다면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 한 명 한 명 챙겨가며 함께 나아가려고 노력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학급 지도 선생님이 매우 존경스러웠고, 비록 과거보다 기회가 많이 줄었지만 주어진 기회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학급경영, 통솔력, 학생들에 대한 애정 등을 최대한 많이 배워가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이렇게 새로운 환경의 학교에서의 교생 첫 출근 날이 저물었다.
@첫째 주(5/26~5/29)
5월 26일부터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는 정문이 아닌 쪽문 쪽으로 들어가 실습생실이 있는 구 본관으로 이동했다. 구 본관 안으로 들어서며 1층 로비에서 출근 체크를 위해 알밤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출근’ 버튼을 누르자, ‘출근 성공’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출근 시간이 기록되었다. 그리고 실습생실로 발길을 옮기기 전, 로비에 비치되어 있는 손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함께 비치된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을 쟀다. (그런데 아무래도 비접촉 체온계다보니 너무 멀리서 재면 가끔 34도와 같이 지나치게 낮은 온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체온까지 잰 후에야 비로소 도착한 실습생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사용한 실습생실은 두 개 교과에서 함께 사용했는데, 마스크로 인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각자의 할 일(교수학습 과정안 작성, 각종 과제물 준비 등)에 몰두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실습생실의 고요한 분위기는 마치 독서실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삭막해지기 쉬운 실습생실의 환경 속에서도, 교생들 사이의 인간적인 정이 오고 가는 일도 있었다. 다들 바쁘고 피곤한 상황에서 한 교과의 한 교생이 밀크티와 커피 티백을 가져와 실습생실 앞 칠판 위에 둔 것이 시작이었다. ‘밀크티&커피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0^’라는 귀여운 메모와 함께. 그러자 다른 교과에서도 작은 간식을 들고 와 ‘초콜릿 드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밀크티와 커피 옆에 나란히 두었다. 정말 사소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사람 사이의 정이 가득 담긴 간식들은 삭막한 실습생실 환경 속 오아시스,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고, 학생들과 잘 만나지 못하고 각자 온종일 온갖 문서와 씨름하는 교생들에게 이러한 광경은 꽤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 수업 참관
현장실습 첫째 주는 학생이 없는 채로 이루어졌다. 유일하게 등교하는 학생들은 고3 학생들로, 고 1, 2를 담당하는 교생들은 학생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내가 속한 교과의 고3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교생들을 배려해주신 덕분에 고3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셨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모든 교생이 한 번에 모두 참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실습생 번호 순서대로 두 팀으로 나누어 참관에 들어갔다. 나는 화요일 5교시, 점심을 먹고 참관을 하러 수업이 이루어지는 3학년 2반 교실에 도착하여 교실 뒤편의 교생 자리에 앉았다.
교실 뒤에서 보는 교실의 풍경은 코로나19 이전의 교실과 사뭇 달랐다. 먼저 교탁 위에는 커다란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학생, 교생 모두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진행했고, 아직 서로를 직접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은 5월임이 믿기 힘들 정도로 서먹서먹했다. 한편, 수업이 시작한 후에도 선생님께서는 끝까지 마스크를 단 한 번도 벗지 않으셨지만, 끊임없이 말을 계속하시느라 조금씩 숨차 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러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수업을 진행하시고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시도하시며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시키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의 열정은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학생 없는 첫 주. 교생들은 무엇을 했는가?
아마 많은 이들이 학생들이 등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생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생들은 학생 없는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학교현장실습의 목적, 즉 전공과목인 교과 지식과 교직 과정에서 배운 교육이론 및 교수학습 방법을 직접 적용하고 평가하는 데 충실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이에 교생들은 교과 선생님 및 학급 선생님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발표하기를 반복했다.
특히 우리 교과의 경우 현장실습 2주차부터 학생들이 등교하며, 학생들이 등교하자마자 월요일부터 바로 교생들이 실전 수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1주차는 그를 위한 준비 기간으로 보냈다. 교생들은 실제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기 전 다른 동료 교생들에게 자신이 준비한 수업을 20분 정도로 짧게 시연하고, 학급 협의회 시간을 활용하여 각자의 수업에 대한 다방면의 평가(수업 내용, 발문, 목소리 톤, 억양 등)를 주고받았다. 이때, 비록 교생 선생님들 앞에서 시연하는 것이었음에도, 각종 PPT, 학습지 등 실제 수업과 전혀 다른 바 없는 학습 자료를 준비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교수학습 과정안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교수학습 과정안을 구성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다음 주에 실제로 만날 학생들 앞에서는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학생보다 교생이 더 많은 학교였지만, 교생들은 교수학습 과정안을 구성하고, 수업 PPT를 만들고, 학습지를 비롯한 학습 자료를 제작하고, 다른 교생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교과 협의회에 참가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둘째 주(6/1~6/5)
둘째 주부터 고2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교생들은 본격적으로 실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직접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5일 중 각 교생에게 배정된 시간은 2시간이었다. 즉, 약 한 달여간의 교생 실습 기간 중 학생들과 실제로 수업을 해볼 수 있는 것은 단 2시간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마저도 각각 다른 교실에서 한 시간씩 수업을 하는 거라, 학생들과 친해질 기회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편, 각 교생은 매일 3시간 이상 자신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거나, 혹은 다른 교생의 수업을 참관해야 했다. 그러나 이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같은 교과의 교생들은 사전에 수업 참관 조를 구성하여, 한 시간에 5명 이상이 참관하러 교실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 코로나19 상황 속 학생들과의 수업을 전제로 한 새로운 교수학습 과정안을 작성했다. 코로나19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기 때문에 이에 맞춘 새로운 교수학습 과정안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상황 속 교사와 학생은 모두 수업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존에는 수업 구성에 있어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아니 사실상 필수로 여겨졌던 ‘학생들의 (적극적인)수업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리하여 발표 및 모둠 활동과 같이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한 활동은 전부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스마트 도구인 ‘멘티미터’, ‘패들렛’으로 대체해야 했다.
처음에는 교생들 역시 멘티미터, 패들렛 등 비대면 시대의 스마트 도구에 익숙하지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학창 시절에 이러한 스마트 도구를 사용해본 적도 없고, 교직 과정에서도 이러한 스마트 도구의 활용법은커녕 존재 여부까지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 단 한 번뿐인 현장실습에서 학생들의 참여 없이 강의식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나를 비롯한 그 어떤 교생도 원치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단 일주일, 그중에서도 단 두 시간의 수업을 위해 멘티미터와 패들렛의 사용법을 배우고 이를 교수학습 과정안에 반영하였다. 이렇게 교생들은 낯선 상황에서도 대학에서 배운 교수학습의 방법들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수업에 임했다.
@ 조회 참관(6/4)
학교현장실습에 참여한 교생들은 각자의 전공에 따른 교과를 맡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학급을 담당하여 해당 학급의 조례 및 종례를 참관하고 진행한다. 하나의 학급에는 약 10명 내외의 다양한 과에서 온 교생들이 섞여 있고, 약 한 달간 하나의 학급에서 동고동락하며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담당한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과 대화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고, 담당 학급의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단 한 번의 학급 조회 참관이 전부였다.
6/4일 목요일, 나는 학급 조회를 참관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2학년 7반 교실에 들어갔다. 나와 함께 오늘 학급 조회를 참관하는 교생은 나포함 3명으로, 각자 교실 뒤편의 왼쪽, 가운데, 오른쪽에 서로 2m가량의 거리를 두고 띄어 앉았다. 이윽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도착했지만, 여전히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학급 담임 선생님께서는 먼저 아이들의 출석체크와 함께 코로나-19의 상황을 반영하여 학생들이 자가 검진을 모두 완료했는지, 하지 못했다면 하고 올 수 있도록 안내해주셨다. 담임 선생님께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챙기려고 하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고, 지금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간 학교에 다니고 수백 번의 조회를 경험했지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조회풍경이 낯설고 새로웠다.
그러는 한편, 교생의 입장이 되어 조회를 참관하니 아침 조회란 담임 선생님으로서 매우 힘든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국에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마스크를 입까지 내리고 떠들거나, 등교 전 자가 검진 시 ‘메스꺼움’ 등에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교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일일이 주의하라고 경고하여야 하셨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각하는 학생들, 자가 검진을 하지 않은 학생들, 마스크를 끼지 않고 떠드는 학생들 하나하나를 전부 신경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예전 학급 협의회 때 선생님께서 '아이를 육아하는 기분'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서 조금 마음 아프면서도 담임교사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조회 중 잠깐 학생들과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과 만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긴장되기도 했지만, 학생들과 만나는 이 찰나의 시간을 나의 마음속에 소중히 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다른 교생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져 정말 아쉬웠다. 예년과 같았다면 이 학생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으리라는 안타까움도 들고,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할 거라는 마음에 미안한 마음도 생겼다. 교생의 관점에서 학급 조회를 직접 참관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학생들과 만나는 마지막 시간이 마무리되었고, 교생 실습도 어느덧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었다.
@ 현장실습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 2주간의 현장실습 이후에는 또다시 약 1주일의 간접실습 기간이 있었다. 간접실습 기간에는 현장실습 동안 새롭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문학 작성, 교수학습 과정안 세안 작성/동영상 제작 등의 과제가 있었으며, 이러한 과제를 모두 제출하고 실습 동안 거의 매일같이 작성했던 학교현장실습록도 pdf로 변환하여 온라인으로 제출한 후에야 비로소 교생 실습이 완전히 종료되었다.
@ (심심해서 만든) 교생 하루 일과표
[타임라인]
2020.05.18.~2020.05.22. 간접 실습 1차
2020.05.25.~2020.05.29. 학생 없는 학교에서 교생 실습 진행
2020.06.01.~2020.06.05. 고2 학생 등교 – 격주 등교
2020.06.08.~2020.06.12. 간접 실습 2차
#나가며
@ 코로나19와 학교현장실습의 목적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고,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밀집되어 생활하는 학교의 특성상,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서는 개학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순한 개학 연기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었고, 이에 각 학교는 EBS 등을 활용한 온라인 개학을 시도했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대신 매일같이 EBS 온라인 클래스를 활용하여 수업을 들어야 했으며, 교사는 학생들이 뒤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얼굴도 보지 못한 학생들의 잠을 깨웠다. 학교가 문을 열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등교하며 교사들은 기존의 수업 준비와 같은 업무에 학생들의 자가진단 여부 확인을 비롯하여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새로운 방식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격주 등교라는 난생 처음의 등교 방식에 적응해야 했으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학습을 통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사회는 이러한 학교 현장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코로나19 이후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 코로나19가 교육에 던진 수많은 화두에 대해 활발히 토론했다.
그러나 학교를 잠깐 들렀다 가는 존재인 교생에 대해서는 누구도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학교 상황 속에서, 나를 비롯한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사범대생들은 졸업을 위해 교생 실습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생 실습의 기간부터 방식까지 전부 송두리째 뒤바뀌어 버렸기 때문에 교생 생활에 대한 온갖 기대는 모두 빗나가 버렸고, 학생 상담을 비롯하여 사범대생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봐야 할 교생 실습의 당연한 과정들을 대부분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교생들은 학교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교생들에게 최대한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학교 현장실습이 어떤 활동인지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학교 현장실습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교육에 직접 적용하여 평가하고, 교과 수업 및 학급경영에 관한 실무적인 경험을 통하여 교사의 역할을 익히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교직 관련 능력을 함양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교감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을 이해하는 기회를 갖는 것 역시 학교 현장실습의 목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러한 현장실습의 목적이 적절히 달성될 수 있었는가? 글쎄, 솔직히 말해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교생들은 실습 일수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수업 시수 역시 감소함으로써 현장 수업을 경험할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학교 현장실습의 목표 중 하나인 학급경영에 참여할 기회는 아예 사라졌고, 학생을 개별적·집단적으로 이해하는 경험은커녕 학생들과 말 한마디 나눌 기회도 없었다. 이렇게 교생들은 학교 현장실습에서 응당 경험했어야 할 다양한 기회를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실습 기회의 감소는 단순한 교생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졸업을 앞둔 사범대생들이 누렸어야 하는 수업권을 방해하고 그에 따라 교직에 대한 자신의 적성을 살피는 것을 어렵게 했다. 또한, 학급경영 참여의 기회는 아예 사라짐으로써 예비 교사들이 졸업 후 학생들과 대면하기 전 학급경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 이는 예비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 현장실습의 목표가 훼손된 것과 마찬가지다.
(살짝 덧붙이자면, 나는 어쨌거나 교과와 학급 모두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여 학생들의 실물을 직접 보긴 봤다는 점에서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학교는 학내 밀집도를 완화하기 위해 학년별로 나누어 고1과 고2의 격주 등교를 시행했는데, 현장실습 첫 주에는 고3이 등교를 시작하고, 현장실습 2주차에는 고2가 등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고1은 현장실습이 다 끝난 후인 실습 4주차부터 학교로 왔다. 즉, 고1을 담당하는 교생의 경우 학생들을 실제로 만나는 현장 수업 자체를 할 수 없었으며, 조회 역시 참관할 수 없었다.)
@ 교육 주체로서의 교생
학교현장실습은 사범대생이 예비 교사로서 수업을 포함한 교사의 다양한 업무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실습 참여자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게 하고, 실전에 투입되어 학생들을 대면하기에 앞서 학교 업무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교 현장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교생은 실습 이전까지 책과 논문 속에서만 존재했던 온갖 이론들을 실습기간 동안 실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속에 적용함으로써 살아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러한 학교현장실습을 축소 운영하게 하였으며, 심지어 일부의 경우는 학생들과 대면하는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게 했다. 이는 분명 기존의 학교현장실습이 갖는 의의와 목표를 훼손하는 것이며, 교생의 수업권 및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자. 코로나19 시대의 교생은 분명 무엇인가를 배워갔다. 비록 그것이 코로나19 이전의 실습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이번 학교현장실습을 통해 대학 입학 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영상을 편집하고, 가장 고퀄리티의 PPT를 제작했다. 이는 학생들과 면대면으로 만나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 나름의 보완책을 갈구한 결과였다. 이렇게 영상 편집, PPT 제작 등 비대면 수업에서 그 필요성이 강화되는 디지털 역량은 ‘이 시국’에 교생을 나갔기에 더욱 그 소중함을 깨닫고 나 스스로 신경을 써서 기를 수 있던 역량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은 기존 교직 과정에서는 크게 요구되지 않던 역량이었고, 새로운 역량을 기르는 모든 과정은 온전히 교생들에게만 맡겨졌다. 그 누구도 기존 교직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영상 편집이나 PPT를 가르치지 않았지만, 새로운 교육 환경에 내던져진 교생들은 그 역량을 갖추어야만 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교생들과 학생들의 첫 대면은 교생들이 사전 과제로 만든 영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곧 비대면 교실 상황 속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온전히 교생들의 책임으로 남아있었음을 의미하며, 그 과정에서의 모든 고민 역시 교생의 몫으로 남겨져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코로나19 속 교생들은 교육권을 침해당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역량 등 예상치 못한 역량을 요구받았으며, 각종 교육적 고민에 대한 책임을 전가 당했다.
교생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 코로나19와 교육에 관련된 대부분의 논의에는 ‘교생’이라는 글자가 등장하지 않으며, 코로나19 상황 속 실습을 나가야 하는 교생들에 대한 통계자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교생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교사와 학생보다 현저히 짧으며, 일부 사범대생과 교대생에게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생은 일반적으로 교육의 주체로 여겨지지 않고, 교육에 대한 여러 담론에서 소외된다. 교생 실습에 대한 논의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져 교생들에게 통보되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현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상황 속에서도 교생은 단지 ‘수업 참관’만 하면 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교생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기르는 새로운 역량과 교생의 주체성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는 교생을 주체성을 가진 예비 교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학교현장실습 역시 교사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보다는 졸업을 위한 부수적인 활동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반영된 것이다. 이렇게 교생에 대한 패러다임은 실제로 교생들이 학교 현장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교생 실습은 예비 교사가 진정한 교사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관문이자 성장의 기회이고, 교생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 있는 교육의 한 주체이다. 이에 교생 역시 하나의 교육 주체로 인정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교생의 패러다임 역시 함께 변화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의 패러다임은 지금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고, 학교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기 때문에 변화의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그사이에 있는 교생은 모두 교육의 주체로서 변화하는 교육 환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특히 학교현장실습과같은 교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활동에서는 교생이 주체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하며, 단순히 코로나19로 변화한 학교 환경에 대한 적응을 넘어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생을 포함한 모든 교육의 주체는 교육 주체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생은 학교현장실습의 의의와 목표에 따라, 교직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교사로서 성장할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즉, 예비 교사로서 교생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을 직접 가르칠 기회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단지 수업의 영역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원격으로라도 학급경영에 참여하고 학생들을 만나 소통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한편, 교생들은 전례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무엇을 배워갈 수 있을지, 변화한 교생 실습을 통해 길러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들의 교육권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교생들은 자신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하며, 학교 현장과 교생 실습을 담당하는 교원양성센터는 이러한 교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충분한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생은 변화하는 학교 현장을 주도하는 주체로서 학생들과 어떻게 인격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살아있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 교사, 학부모 등을 포함한 교육의 주체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혹은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교생 실습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교생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생은 미래 교육을 이끌어나갈 주역이자 지금 이 순간도 교육의 한 주체이며, 교생 실습은 단지 교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지속가능성과 양질의 교육을 위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36호 - 수면아래 > 특집 - 코로나19와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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