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으로 가르치고 배울 뿐
취한다
#. 무엇이 새로웠지?
2020년 1학기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1학기가 시작되기 전 2020년의 추운 겨울은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을 두었던 만큼 막막하고 속상하기 그지없는 나날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진 현실과 함께 대학원을 가겠다던 굳은 결심이 마구잡이로 흔들리던 시기였다. 학기가 시작되면 그래도 규칙적으로 수업을 들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2월 14일 서울대학교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공식적으로 등교 시작일을 2주 연기했다. 1뿐만 아니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점차 심해지자 2월 27일에는 개강 2주 연기에 이어 2주 온라인 수업 실시가 예고되었다. 2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의문은 많은 이들이 그랬듯 ‘비대면 수업이 과연 가능할까?’이었다. 3월 셋째 주 월요일 11시에 첫 비대면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ZOOM을 활용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었는데 난생 처음 본 사람들의 얼굴이 가장 큰 메인 화면으로 잡히고 자신이 메인 화면이 된지 모르는 듯하는 모습들이 우스꽝스럽기도 했고, 내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힐끔힐끔 내 화면을 쳐다보느라 집중력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첫 OT는 무탈하게 지나갔다. 그렇게 비대면 수업이 2주간 진행되며 처음에는 간혹 있던 오디오의 문제들이 해결되었고, 각 수업마다 교수님들이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식들을 정해가며 우리 모두는 아주 오래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해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적응해나갔다. 그러면서도 첫 2주 동안 교수님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들 중 하나는 “여러분과 하루 빨리 만나고 싶네요.”였다. 하지만 4월이 되어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갔다. 4월 20일이 되자 공식적으로 ‘무기한’ 비대면 수업 운영이 결정되었다. 3월 말까지만 해도 5월이 되면 대면수업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학생들의 생각과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하셨던 교수님들의 소망과는 다르게 우리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이 날 때쯤이었던 4월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적응되어 적어도 나의 주변 친구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대면 수업을 번거롭게 여기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비대면 수업방식에 적응했다. 물론 수업에 대한 만족감은 수업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었겠지만, 대학교육이 도저히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어 중단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벌써 7월이다. 한 학기가 지나갔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새로움에 적응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사람들은 접촉을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일상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었기에 직접 만나서 하는 활동들에 대해 대안들을 찾아나갔고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놀라우리만큼 온라인 만남에 빠르게 적응했고, 불편함이 있지만 그 불편함에도 익숙해져가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보고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시대, 언택트 시대 등등.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면, 아니 벌써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면, 그 새로움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언가 변하기는 변한 것일까?
#. 겉바속그
난 <교육저널>을 쓰고 있으니까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특히 학교교육, 그중에서도 대학교육에 대해서 말이다. 2020년 1학기 대학의 모습은 ‘겉바속그’이지 않았나 싶다. ‘겉바속그’는 내가 만든 말인데 ‘겉바속촉’에서 빌려왔다. ‘겉바속촉’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다는 의미로 반전매력을 지닌 음식제품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겉바속그’는 대학교육의 겉의 모습은 바뀐 듯 하지만 속의 내용은 그대로의 줄임말로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학기 대학가를 휩쓴 등록금 이슈를 제외하고 서울대학교에서 학교와 학생 간의 가장 큰 논쟁이 되었던 이슈는 대면 기말고사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 초 이태원클럽 집단감염 이후, 코로나 19의 확산세는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교무처 3는 기말고사만큼은 대면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일을 추진했다. 이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에서는 5월 30일부터 5월 31일까지 1학기 대면 기말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행했고, 그 결과 약 90%의 학생들이 대면 기말고사 방식에 대해 반대하였다. 4 하지만 학사과는 “학생들의 걱정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대면 기말고사 시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사 일정상의 우려가 많아진다.” 5는 답변을 남기며 대면시험을 표준으로 하되 비대면 시험으로의 전환을 교수 재량으로 맡기는 방향으로 기말고사 매뉴얼을 바꾸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어쩌면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새로운 교육으로 비춰지던 2020년 1학기의 대학교육은 실은 겉으로만 새로웠지 속의 내용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 밖으로 끊임없이 촉발되던 문제들은 ‘평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4월 20일 무기한 비대면 수업방식이 결정되면서 동시에 중요한 학사 운영 결정사항으로 나온 것이 바로 ‘절대평가’ 권고 사항이었다. 비대면 수업의 전달력의 문제와 당장 중간고사를 대면 기말고사 방식으로 치르지 못하는 점 때문에 불거질 수 있는 시험 공정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시된 것이 교수가 결정을 하는 선에서 기존의 상대평가방식으로 평가를 남겼던 수업의 평가방식들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를 권고한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수업방식의 변경에 있어서 가장 먼저 논의된 것이 ‘평가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를 당연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무기한으로 비대면 수업이 결정됨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요소의 범위는 이전의 오디오 소리가 작다는 문제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동영상을 녹화하여 업로드하는 강의의 경우에는 수업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 교수와 학생 간은 물론 학생과 학생 간의 질문과 토론, 배움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학생들이 교육받는 환경이 아주 자연스럽게 개인의 책임으로 물어지게 되었다.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을 장기적으로 준비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비대면 수업이 무기한 연장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정적으로 인터넷망을 확보하지 못한 집에 살고 있었다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집 밖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다. 더 다양한 경우들을 상상해볼 수 있다. 집 안에 형제, 자매가 여럿이지만 책상이 하나밖에 없는 경우 일시적으로 카페를 방문하거나 집 안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지속된다면 비용이나 불편함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받을 권리 또는 배움을 추구할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 차원의 문제로 남겨져 버리고 ‘공정한 평가’만이 주요 논의결과로 남은 것은 우리에게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 속이 변하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과도기였기 때문일까?
지난 학기 대학의 교육을 돌이켜보면 겉은 새로운 기술을 입었음에도 속은 어떻게 해서든 변화를 거부하려고 아등바등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온라인 강의 방식 중에는 교수님이 혼자서 강의를 하는 모습을 사전에 녹화하고 동영상 형태로 올려주는 강의가 있었다. 이를 녹화본 동영상 강의라고 부르기로 하자. 녹화본 동영상 강의는 기존 강의에 비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존재한다.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과 즉각적인 상호작용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다시 재생할 수도 있고 필기를 위해 동영상을 잠시 중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빠르게 재생’이라는 기능을 통해 학생들마다 자기에게 적합한 속도를 채택하여 공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아래는 서울대학교 교무처에서 ‘온라인 및 동영상 강의’에 관한 유의사항을 각 학과에 배포한 내용이다. 6
비대면 수업 진행에 따라 저작권 및 인권 침해, 보안이슈 등 우려되는 상황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유의사항을 알려드립니다.
가. 온라인 강의 저작권 침해 주의(교원, 학생) - 수업목적으로 외부 자료를 사용할 경우 사용 출처를 표기하고, 저작권 위반이 되지 않도록 주의 - eTL에 탑재된 동영상 수강 시, 사전 합의 없이 복제하거나 다운로드하여 제3자에게 전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 금지(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 가능성) - 실시간 온라인 강의(ZOOM) 수강 시, 별도의 기기를 이용하여 녹화하는 행위 금지(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 가능성) ※ eTL 공지사항(저작권 가이드라인), 붙임 1(온라인 강의 저작권 주요사항 안내) 참고
나. 동영상 수강 시 유의사항(학생) - 동영상 수강 시,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고 수강하는 경우, eTL에서 진도체크가 되지 않음(출석 확인 불가) -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배속기능을 활용, 동영상을 시청하고 출석을 완료한 것으로 처리한 경우, 수강한 것으로 처리되지 않으므로 재수강해야 함
다. 온라인을 활용한 수업 시 인권 침해성 언행 금지(학생) - 수업용 단체톡방, 토론방 등에서 타인에 대한 비방, 혐오발언 등 인권침해 성 언행 금지 - 수업 진행 시,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불필요한 언행 자제
라. 기타 사항(학생) - ZOOM으로 직접 접속 시 접속 이름을 이름-학번으로 기재(닉네임 기재, 미설정시 기기명 등이 이름으로 화면에 떠서 출석 체크 불가) - 출석 확인을 위한 수업 내 설문 제출 시, 제출 이름을 이름-학번으로 기재해야 출석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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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지를 잘 살펴보면 ‘저작권 및 인권 침해, 보안이슈’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항목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동영상 배속 금지’ 규정이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동영상 강의 장점이기도 한 ‘배속’이라는 기능을 금지했다. 왜 ‘배속’을 금지해야 했을까? 교수님들이 성심성의껏 준비한 75분의 강의를 50분 만에 듣는 것이 무례하다 생각한 것일까? 이에 대한 이유는 앞서 말한, 대학이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한 것이 ‘평가방식’이었다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녹화본 동영상 강의의 경우에는 ‘출석’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지가 아마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많은 교수님들이 1주일 정도를 기간으로 두고 학생들이 ‘동영상 재생’ 기록 시간을 남기도록 했다. 즉 정해진 기간 동안에는 알맞게 동영상을 시청하며 수업 진도를 따라올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싶었던 교수님들은 굳이 올려놓은 강의를 1주일 뒤에 삭제하기도 했다. 공부하며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다시 들어볼 수 있는 녹화본 동영상 강의의 장점을 가볍게 무시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배속 금지’이다. 75분의 동영상을 올렸으면 정확하게 75분 동안 동영상을 듣고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수업을 듣는 장소만 바꾸었지 수업을 듣는 방식에서는 그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동일한 수업을 듣기 위해 75분을 투자한 학생과 50분을 투자한 학생이 출석평가에서 같은 점수를 받는 것은 많이 억울한 일일까? 나는 이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품고 있지만 독자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으니 질문으로 남기고 넘어가겠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출석 평가에 대한 고지식함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 귀엽다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발생한 에피소드의 경우에는 그저 웃고만 넘어갈 수는 없을 정도로 씁쓸하고 안타까운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만약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미션이 주어진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온라인으로 시험을 봐야 한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장소뿐이어야 한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동일해야 한다. 자 그럼, 당신이 온라인 시험 매뉴얼을 만들어보아라.”
보통 많은 오프라인 시험이 비-오픈북의 암기형 또는 논술시험을 채택하고 있다. 오픈북형식의 시험을 채택하고 있더라도 대부분 프린트물로 되어 있는 자료만 참고할 수 있고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활용한 인터넷 자료를 참고할 수는 없다. 이를 온라인 시험에서 동일하게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어느 학과의 전공 시험에서는 ZOOM에 접속하여 각자 자신이 시험을 치르는 장면을 보여주고, 화면에 찍히고 있는 시험을 보는 사람의 ‘눈동자’가 돌아갈 시 감점이라는 규칙이 만들어졌다. 눈동자가 반드시 피시험자가 작성하고 있는 답안지에 고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놀랍게도 후일담으로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규칙이 형식적으로만 있는 규칙이 아니었고 실제로 조교님들의 모니터링을 통해 감점이 가해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화여자대학교의 어느 전공 시험에서는 ZOOM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앞모습 외의 등 뒤에도 카메라를 설치하여 등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참신한 방법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역시 ‘배속금지’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평가’라는 것이 수단에서 목적으로 전도된 교육에서 우리는 모르는 것을 더 열심히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또는 배운 것들을 외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여 더 나아간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심지어는 배울 점이 많은 동료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 무엇이 교육의 변화일까?
기술이 발전할수록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교육에 있어서 더 능동적인 참여자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를 원하는 방식으로 가공하여 학습할 수 있고, 정보검색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피교육자들이 그저 ‘피교육자’로 남지 않고 ‘배움을 추구하는 주체’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그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변화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라는 겉옷을 입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 자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새로운 기술이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의 고민은 ‘온라인에서 어떻게 하면 기존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에 그치고 만다. 최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수직적인 관계가 훼손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교육’이란 ‘교육’이 ‘배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자’와 ‘피교육자’간의 수직적인 관계를 넘어, 피교육자도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교육 말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이 부상하며 많은 기술창업가들이 ‘에듀테크’라는 이름으로 기술기반의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기술들을 제안하고 있다. 7 정부도 교육이 디지털화되는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며 발 빠른 성장을 돕기 위해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8 이때 제안되는 기술기반의 교육환경으로는 작게는 교과서의 디지털화, 전자칠판 활용부터 크게는 AI를 활용한 학습자 개별 맞춤형 교육, 쌍방형 교수-학습이 가능한 ICT 기반의 스마트 교실 등이 있다. 9 이러한 기술기반의 교육들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을 예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 맞춤형 교육은 기존의 일대다 형식의 일방적인 교수법에 변화를 주고 학생 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분석하여 성장 과정에 도움을 주어, 획일적인 교과과정 중심의 경쟁과 서열화를 탈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기술이 교육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만약 교육이 여전히 입시와 취업을 위한 정교한 서열화를 목표로 하여 교육의 목적이 평가로 전도된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AI는 입시를 위한 맞춤형 학습 도우미에 그칠 것이고 디지털교과서, 전자칠판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들은 공정한 평가를 목적으로 한 교육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한에서 제한된 기능만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미래의 모습을 2020년도 1학기 동안 짧지만 강렬하게 목격하였다. 결국 무엇이 변화했는가?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기술이 변화하였다. 하지만 교육을 질적으로 변화시켰는가? 우리의 ‘배움을 추구할 권리’를 위해 우리의 교육을 낙관적이고 수동적으로만 지켜볼 수는 없다. 기술 자체가 우리의 교육을 더 나은 교육으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으로, 학생들의 권리를 확장해주는 교육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우리가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교육에서 또는 교육의 변화를 위해 기술들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박대호, 서울대, 개강 2주 연기 결정…입학식 취소, 졸업식 간소화, 한국대학신문, 2020.02.12.,
- 마이스누 코로나19 긴급공지, https://my.snu.ac.kr/. [본문으로]
- 코로나-19 관련 주요 사항, https://board.snu.ac.kr/enboard/COVID_19. [본문으로]
- 6월 2일자 총운위 별첨 내역, https://we.snu.ac.kr/. [본문으로]
-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학생공지 [본문으로]
-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공지사항 참고, http://hosting01.snu.ac.kr/~linguist/?p=14038. [본문으로]
- 현상철, [교육업계 새동력 비대면]409조 시장 에듀테크, 이제야 첫발, 아주경제, 2020.7.23., https://www.ajunews.com/view/20200722183238290. [본문으로]
- 신혜림, 초·중·고 학교 디지털화에 5년간 18조5천억 투입, 매일경제, 2020.7.17.,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7/734014/. [본문으로]
- 노석준, Kakao AI report vol 13_교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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