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돌봄교실
별먼지
1. 들어가며
# 지금의 돌봄교실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등교정지 후,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되었다. 그로 인해 코로나 이전 상황에 비해 자녀가 혼자 있는 경우가 12.8%로 6.6% 증가(육아정책연구소, 2020년 3월)했고 1, 많은 맞벌이가구는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돌봄교실의 신청자는 자연스럽게,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교육당국은 이들을 모두 수용하라 했지만 당연하게도 학교에서는 난색을 보였다. 초등돌봄전담사(이하 돌봄전담사)의 수와 근무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전교생을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 받아주라는, 현실과 너무나 맞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무게를 떠받는 건 돌봄전담사들의 몫이었다. 돌봄교실이 원칙 없이 급하게만 운영되면서 돌봄전담사들은 자신이 속한 학교마다 제각각인 배려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많은 돌봄전담사들은 보조 인력의 제공 없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평상시 이상의 근로를 제공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교육 당국이 내놓은 안전 대책은 전무한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2정규수업과 달리 돌봄교실에는 방역조치나 소독용품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돌봄전담사들만 애가 타는 상황에서, 그들은 그만큼 더 신경을 곤두세운 채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젖은 마스크를 교체해주고, 수시로 손 소독제를 발라주었다. 게다가 갑자기 외부 강사가 진행하던 프로그램까지 맡거나 학교관계자 및 학원관계자와 소통하는 시간까지 더해져, 기존 근무시간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더 많아졌다. 3 원래도 돌봄전담사는 하루 4시간 치 임금만 받으면서도 시간 외 수당이 주어지지 않는, 행정 업무나 청소 등 초과근무가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 문제시되어왔는데, 4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으로 인해 비공식적인 근로가 더 가중된 것이다. 이에 충남지역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해 온 박은주 돌봄 전국부분과장은 "코로나19로 긴급돌봄을 운영하는 시간은 (하루) 온종일이 됐다"며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5
긴급 돌봄으로 돌봄교실 운영 시간이 늘어나고 돌봄 대상 학생이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되며, 돌봄전담사가 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업무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전체 돌봄전담사 중 시간제 노동자가 80%를 차지한다. 6 대부분의 돌봄전담사가 시간제로 고용되었기 때문에 돌봄교실을 온전히 책임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돌봄교실에는 많은 외부인이 들락거리거나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해가며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7 바이러스 감염 방지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의 상식에는 전혀 맞지 않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7일 결의대회를 열어 "코로나19 위기 속 긴급돌봄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고, 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돌봄전담사 시간제 근무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8 근무시간은 늘리지 않은 채로, 업무만 얹어주며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응이 가장 문제시되었다. 전반적으로 법적 근거가 어느 정도 확립되고, 그에 따라 돌봄교실의 위생과 방역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돌봄전담사들의 근무시간이 안정적으로 고정되거나 연장되었더라면 긴급돌봄 운영이 지금만큼 무질서하고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 돌봄교실의 불안정성
이들의 목소리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한정시켜서 이해하면 안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때문에 돌봄교실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불안정성이 ‘불거진’ 것일 뿐, 사실 돌봄교실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법적인 기반이 취약했다. 돌봄교실은 그 법적 근거부터 불분명하다. 유아교육법이나 초·중등교육법에 관련 내용이 없다. 그저 초·중등교육과정총론 중 ‘학교는 학생·학부모 요구로 방과후학교 또는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해, 학교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돌봄교실을 운영할 뿐이다. 9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초등 돌봄교실은 지난 16년 동안 법적 근거 없이 ‘운영길라잡이’에 의해 운영됐다”며,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며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돌봄교실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돌봄교실 운영을 안정화하기 위해 하루빨리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 돌봄교실 관련 노동자들의 복지와 학생들의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돌봄교실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탄탄한 법적 기반 위에서의 체계적이고 책임 있는 운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 있다. 본격적인 돌봄교실의 법제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주체에 대한 합의이다.
2. 돌봄교실의 주체를 둘러싸고
# 학교‧교원의 입장은?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에 대한 교원 단체들의 반발에서 그들의 돌봄교실 운영 및 관리 주체에 대한 인식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돌봄교실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여러 책무가 규정되어 있는 이 법안은 결과적으로 돌봄에 대한 단위학교의 업무와 책임이 더 가중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혹시라도 "법안이 교육 본연의 영역이 아닌 돌봄을 학교와 교사에 떠넘기는 것이라면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원들은 돌봄은 교육이 아닌 보육이므로 교육과 돌봄의 영역이 엄연히 다른데도, 초등학생이라는 이유로 교사에게 돌봄 업무와 책임이 관행처럼 떠넘겨져 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과중한 돌봄 업무로 수업, 생활지도 등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교사로서 느끼는 자괴감과 사기 저하가 심하다고 전했다. 교원단체들은 따라서 돌봄 운영 주체가 지자체가 되어야 하며, 주무부처도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
‘교육 본연의 영역이 아닌 돌봄’, ‘돌봄은 교육이 아닌 보육’, ‘과중한 돌봄 업무로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 ‘자괴감과 사기 저하’ 등의 표현이 흥미롭다. 여기에서 말하는 ‘본연의 교육활동’과 본연의 교육활동이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돌봄 업무가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돌봄교실은 교육 본연의 영역이 아니며, 철저히 보육의 영역에만 속하는 업무인가?
# 교육과 보육, 그 사이
표준국어대사전의 ‘보육’의 의미는 ‘어린아이들을 돌보아 기름’이며, ‘교육’의 의미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줌’이다. 일단 사전에 있는 정의는 비슷한 듯 다르다. 하지만 사실 사전만 보았을 때에도 두 개념이 명확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일단 사전적 의미만 가지고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교원단체에서 교육을 말할 때는 지식과 기술 전달을, 보육을 말할 때는 관리와 보살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수업과 생활지도를 예시로 든 ‘본연의 교육활동’과 ‘보육의 영역’이라고 주장되는 돌봄교실을 과연 무 자르듯 간단하게 나눌 수 있는지 살펴보자. 일단 꼭 돌봄교실 말고도 초, 중, 고등학교의 전반적인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돌봄교실 외의 학교의 활동은 교원단체가 말하는 ‘교육 본연의 영역’에만 충실했나? 물론 학교에서는 교과 시간을 통해 여러 지식과 기술이 전해지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는 분명히 많은 힘을 들여 학생들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이는 보살핌에 가까운 모습이다. “부모님 모셔와!”라는 흔한 대사가 떠오른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빼먹거나, 친구와 심하게 다투거나, 예의 없는 언행을 하면 교사가 학생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면서까지 학생을 선도하려고 힘쓰는 광경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을 ‘본래 학교의 업무가 아닌데 관행처럼 떠맡겨져 왔다’는 식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바르다고 여겨지는 쪽으로 선도하고 보살피고 보호하는 것은, 오히려 학교가 당연히 맡아야 할 책무로 느껴진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지식과 기술 교육은 오히려 전체의 아주 작은 부분만 설명할 뿐,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에게 있어 그 이상의 성장을 돕는다. 이 보살핌과 보호의 측면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형되거나 과해지면, 다소 획일적이고 위압적인 느낌이 더해진 ‘관리’와 ‘통제’가 된다. 학창시절의 기억에 분명히 잘 어울리는 단어들이다.
대학교에서는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징계를 내릴 뿐 보호자에게 교육적 선도를 요청하지는 않는다.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대학교라면 보육보다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좀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 전의 교육기관에 대해 딱 잘라 ‘보육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교사들은 학생들을 선도하고 보살피는 데 교과 수업만큼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오히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의 기능이 가르침과 배움보다 ‘관리’에 집중되었다고 느끼지 않을까? 교원들이 ‘본연의 교육활동’에 포함시킨 ‘생활지도’도 사실 지식과 기술, 인격의 성장보다는 ‘관리’라는 단어에 더 어울린다. 그리고 실제로 초, 중, 고등학교는 학생의 ‘관리’에 상당한 힘을 집중한다. 우리는 12년 동안, 보육, 그리고 그 주변부의 측면도 분명히 상당 부분 존재하는 교육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일반적인 과정을 떠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돌봄교실을 보자. 돌봄교실만 따로 떼놓고 보아도, 그것을 교육이 아닌 보육이라고 밀어내기는 여러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
일단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교실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연장선 느낌이 강하다. 돌봄교실의 프로그램에서는 숙제지도, 교과보충학습지도가 그 중심이며, 학생들은 돌봄교실에서 숙제를 하거나 집에서 가져온 문제집을 혼자 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12 이걸 바람직하다고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행대로라면 돌봄교실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활동과 절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교과 내용 학습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원래 돌봄교실이란 아동의 방과후 보호와 교육을 통해 ‘학교의 교육적 목적’과 ‘가정의 자녀보호‧교육의 기능’을 보완하는 것 13이다. 때문에 돌봄교실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목적이 다각적으로 충족되지,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된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된다. 일본과 스웨덴, 미국 등의 국가들에서는 방과후 보육 정책에 대해 ‘놀면서 배운다’는 구호를 부여하고, 교육법에 근거하여 안정적으로 실시하고 지원을 하고 있다. 14 돌봄교실의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돌봄교실이 ‘가져야 할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돌봄교실이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이 아니라 단순한 차원의 보육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그램의 내실화 없이 마치 아이들을 수용하고 관리하듯 이루어지기만 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돌봄교실 본래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는 단면만 보고 ‘그런 것은 교육활동이 아니다’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보육과 교육을, 또 돌봄교실과 학교를 엄격하게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는 너무나도 쉽게 좌절된다. 그럼에도 그것이 당연한 것 마냥 주장되는 이유는, 교육과 보육을 분리하고 돌봄교실을 보육의 영역에 분속하는 것이 학교와 교원으로 하여금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가장 간단하게 떠넘길 수 있게 해주는 논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지점들을 통해 검토해보면 금방 알 수 있듯, 학교와 교원들은 ‘돌봄교실은 보육이므로 학교 본연의 교육활동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 ‘학교 만능주의’의 문제
하지만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모두 학교가 감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돌봄교실에 대한 모든 책임과 부담을 학교가 떠안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돌봄전담사 고용, 돌봄전담사의 복무 관리, 수당 계산 등을 모두 교사들이 하고 있다"며 "이상적으로는 학교 행정실에서 이 같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교사들이 한다"고 설명했다. 15 교사도 교사의 업무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얹어주는 돌봄교실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돌봄교실 관련 업무의 집중으로 인한 교원들의 피로는 물론이고, ‘학교 만능주의’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믿음은 여러 문제를 불러온다.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그렇다. 아이들은 학교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기라도 하는 듯이 학교로 보내져 좁은 공간에서 북적거렸다. 돌봄교실이 방역의 사각지대로 떠오를 정도였다. 이에 반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근처의 다른 돌봄교실에는 30명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4명이서 썼다. 16 지자체가 운영하는 여유로운 돌봄교실은 놔두고 굳이 북적이는 학교의 돌봄교실에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 안에 있어야 한다’는, 명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음에도 널리 퍼진 인식은 과연 괜찮은가?
학교도 도움이 필요하다. 돌봄전담사에게 어쩔 수 없이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면, 아니 전가를 해도 밀려드는 모든 아이들의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기 힘들다. 코로나19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항상, 아이들은 학교가 안전하다는 맹신적인 신뢰 속에서 일제히 학교에서 관리되었고, 학교에게는 한정된 자원을 넘어서는 양질의 보살핌이 기대되었다. 어떻게 보면 학교가 돌봄교실을 피로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교육과 보육을 억지스럽게 나누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도 마냥 비판만 하기 힘든 이유이다. 학교와 교원이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단순한 이기심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운영 방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는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어떤 주체들이 어떻게 나누어서 그 무게를 감당할지, 관련 업무를 어떻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분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3. 앞으로는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돌봄교실의 취약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돌봄전담사들이 요구하는 본격적인 법제화에 앞서 필요한 주체 설정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았다. 보육과 교육을 엄격하게 구분함으로써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학교와 교원들의 주장이 가지는 문제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모든 책임과 업무를 당연하다는 듯 집중되며 생겨나는 또 다른 문제점들을 생각해보았다. 이제는 떠넘기기를 멈추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학교는 돌봄교실이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는 식으로 떠밀지 않고, 정부에서는 학교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귀담아듣고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공간 제공,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에 있어서의 지역사회의 신선한 조력이 필요하다, 돌봄을 사회 전체의 책무로 보고, 사회의 자원을 균형 있고 다채롭게 활용해야 한다.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전환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돌봄전담사의 업무 환경 개선은 물론,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과 내실화된 프로그램 운영에도 도움을 준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도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전일제로 전환해 교사들의 돌봄 업무를 가져오고, 책임과 권한도 높인다면 학교돌봄은 더 내실 있게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이는 교사들의 돌봄업무 부담도 없애는 상생해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17 시간제 근무를 유지하게 되면 아이들이 지금처럼 여러 명의 봉사자나 돌봄전담사 분들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더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학생들을 돌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선생님마다 다른 수업 운영 분위기와 규칙에 그때그때 적응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고, 내용 측면에서도 하나의 흐름이 있는 내실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등 지금보다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돌봄교실 개선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강조되어야 할 점은, 사실상 돌봄교실의 전문가들인 돌봄전담사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사실 ‘돌봄은 엄연히 교육과 다른 보육이며, 본연의 교육활동이 아니다.’라는 주장, 그리고 돌봄 업무로 인해 ‘본연의 교육활동’을 하지 못한다며 자괴감을 운운하는 입장 표명에는, 보육에 대한 은근한 무시가 녹아 있다. 교육을 좀 더 고차원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활동으로, 보육을 단순한 수용과 보호 중심의 노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돌봄교실이 소외되는 경우는 흔하다. “학교 안에서의 돌봄을 우리끼리 표현으로 ‘외딴섬’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관심이 없다. 18”라는 경기도의 한 돌봄전담사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또 돌봄전담사 분들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때에는 깨알 같은 불이익과 보복, 때로는 모욕적 언사를 감당해야 한다. 절차와 서열이 정해져 있는 학교문화에 맞추기만을 지시받기도 한다. 19돌봄교실이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귀찮기만 한 업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 피하기가 당연시되고 영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돌봄교실 프로그램의 가치를 인정해야 할 때이다. 돌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점점 수요가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이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원한다면 돌봄교실, 나아가 돌봄전담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주체간의 존중이 탄탄하게 다져진 위에서 이루어지는 돌봄 주체에 대한 합의와 돌봄교실 법적 기반의 안정화, 운영의 체계성, 돌봄전담사의 업무 환경 개선, 내실화될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 오설아, <'멀티 플레이어' 돌봄전담사는 왜 정규직이 아니란 말인가?>, 오마이뉴스, 2020-05-2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284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본문으로]
- 임성호, "코로나19 속 돌봄전담사 처우 열악…안전대책 마련해야", 연합뉴스, 2020-06-27 https://www.yna.co.kr/view/AKR20200627035300004?input=1195m [본문으로]
- 오설아, 앞의 기사 [본문으로]
- 선재희, <[앵커의 눈] 시간제 일자리의 두 얼굴-공짜노동, 압축노동>, KBS NEWS, 2019-12-0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36955&ref=A [본문으로]
- 이은지, <"코로나로 업무 가중, 처우는 열악"…학비노조 '돌봄교실' 법제화 촉구>, 노컷뉴스, 2020-06-27 https://www.nocutnews.co.kr/news/5368556 [본문으로]
- 오설아, 앞의 기사 [본문으로]
- 위의 기사 [본문으로]
- 임성호, 앞의 기사 [본문으로]
- 김승환, <돌봄특별법 발의에 교원단체 “‘지자체’가 돌봄 주체 돼야> http://www.segye.com/newsView/20200617513691?OutUrl=naver, 세계일보, 2020-06-17 [본문으로]
- 공지유, <"코로나 최전선서 아동 돌봐"…돌봄교사들, 처우 개선 촉구>, 이데일리, 2020-06-25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929046625805328&mediaCodeNo=257&OutLnkChk=Y [본문으로]
- 김동호, <교총 '온종일 돌봄체계 특별법 발의'에 반발>, 파이낸셜 뉴스, 2020-06-17 https://www.fnnews.com/news/202006171430250521 [본문으로]
- 김대석, 성정민,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프로그램 개선 방안: 교육복지 선진국의 문화․예술․체육 돌봄 프로그램 사례를 중심으로」, 『예술인문사회융합멀티미디어논문지』 Vol.6No.9[2016], 사단법인 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학회, 2016, 376쪽. [본문으로]
- 김수동, 양애경, 「한국의 방과후 돌봄교실과 일본의 방과후 아동교실 정책의 비교 분석과 한국의 방과후 돌봄교실에 주는 시사점」, 『한국일본교육학연구』 Vol.18No.2[2014], 한국일본교육학회, 2014, 44-45쪽. [본문으로]
- 위의 논문, 43쪽. [본문으로]
- 김형욱, <초등 돌봄교실 근거 법령제정 입법 중단… 교육부, 교원 반발에 백기>, 중부일보, 2020-07-16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33304 [본문으로]
- 정동훈, <믿고 맡기는데 '복작복작'…방역 사각 '방과후 돌봄교실'>, MBC 뉴스, 2020-07-04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831699_32524.html [본문으로]
- 윤지연, <초등학교 돌봄 업무가 민영화 된다고?>, 참세상, 2020-07-31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198 [본문으로]
- 변진경,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없이 ‘돌봄과 방역’이 가능할까?>, 시사IN, 2020-06-19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269 [본문으로]
- 오설아, 앞의 기사 [본문으로]
'36호 - 수면아래 > 특집 - 코로나19와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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