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 개혁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스누피우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월부터 사상 초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로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논의해 왔다. 그중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혼합한 형태인 거꾸로 수업처럼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한 새로운 수업방식도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교육 방식들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아무도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교육 개혁이 시행되었다.

 

# 온라인 개학에서 본 교육부와 실제 교육 현장 간의 간극

 

새로운 교육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교육 현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교육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교육부의 지침으로 교사와 학생들은 우왕좌왕하였다. 교육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교사들은 계속 달라지는 공문과 실제와는 거리가 먼 이상적인 지침에 골머리를 앓았다. 실제로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이틀 전인 47일에 원격수업 출결, 평가 기록 가이드 라인을 배포하였고 교사들은 그제서야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입시를 담당하는 고3 담임 교사는 더욱 난감했다. 교육부에서 배포한 가이드 라인중 학생평가, 학생부 기재 개념도에 따르면 생활기록부에 실시간 쌍방향형수업을 통한 내용만 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실시간 쌍방향형원격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5.2%에 불과하였고 [각주:1] 나머지 교사들은 학생부에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이처럼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지침은 입시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

 

또한, 특수 교육도 많은 문제를 겪었다. 교육부는 사회적 관계 형성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발달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1:1 방문 교육을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이 지침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하는 정책으로 특수교사와 발달장애 학생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는 교사에게 감염 예방의 책임마저 지게 하여 교사 개인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실제로 전특노 ㅁ 교사는 방문 전에는 특수교사 스스로 감염상태를 확인하고, 방문했을 때는 학생과 가족의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유무도 체크해야 한다. 방문 후에도 위생수칙을 지키고, 특수교사는 다중밀집시설 방문도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각주:2]

 

더불어 학생들은 새 학기의 기대감을 안고 수업에 참여했지만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 서버 폭주로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교육부와 교육 현장 간의 소통 부재로 교육부와 실제 교육 현장 간의 간극은 더욱 확대되었다.

 

이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것은 교사이지만 아직 학교는 교육부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로 국가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결정되고 교육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최근 들어 점차 교사와 학생에게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문·이과 통합교육, 자유학기제 등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교사와 학생에게 보장하고자 하는 정책이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전히 ·중등교육법23조에 따라 교사는 교육부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만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 결국,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따라 지역, 학교 수준 교육과정을 정한 후 학급 수준의 교육과정을 정해야 하므로 교사는 상급 수준의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 사태는 교육 개혁의 주체가 교육부와 정부가 되었을 때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교사와 학생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부와 정부의 논의는 탁상공론에만 불가하고 교육 현장과의 간극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개혁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교육 개혁

 

교육 개혁의 주체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교육 개혁은 무엇일까? 교육 개혁은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흐름에 맞게 사람들이 급변하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의 교육제도를 변화시키는 것[각주:3] 이다. 즉 교육을 개혁하는 목적은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혀나가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교육 개혁이라 칭하는 다양한 변화들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나간다고 볼 수 있을까? 당장 온라인 개학 사태만 보아도 새로운 교육제도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교육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것 같다. 또한, 그 전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아도 자유학기제, 교과 교실제, 고교 학점제 등의 제도가 새롭게 등장했지만, 경험, 문화, 제도 등이 부족해 여전히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그동안 교육 개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학자 아이즈너는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그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는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동안의 교육 정책들은 학교 현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실제 교육적인 효과가 미미했던 것이 아닐까? 결국,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 정책의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을 직접 참여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교육 개혁 주체의 변화: 교육적 감식안을 갖춘 교사

 

따라서 교육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나 교육부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구체적인 내용은 학교 현장 속에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서 변화무쌍한 수업환경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을 했을 때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매일 오전 10시까지 학생들의 원격수업 출결 상황을 집계해 보고하라고 했다. [각주:4] 그러나 실제로 EBS 서버가 터지거나 통신상의 문제가 종종 발생하여 사실상 10시를 기준으로 출결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교사는 일일이 학생들에게 연락을 하여 출석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출결 관리는 교육부가 교육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따라서 이처럼 불필요한 교육부의 지침을 막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자율성을 보장하여 변수가 큰 교실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교육 개혁에 따라 각광받고 있는 교수법을 무조건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최근 학생 중심 수업, 하브루타 수업 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기 힘든 자연법칙을 가르칠 때 강의식 수업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교사는 수업환경에 따라 주체적으로 진보적 지도법과 전통적 지도법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일종의 예술가로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 및 수업방식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 이처럼 교육 현장을 꽤 뚫어 보는 교육적 감식안 [각주:5] 을 갖춘 교사들이야말로 자신들의 현장성을 통하여 교육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서 교사가 진정한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출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교사도 자신의 교수법과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일종의 연구원이지 않은가? 그러나 현재 교사들은 행정 업무 부담이 커 가장 중요한 교육 업무는 뒷전으로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따라서 행정 직원을 확충하고 교사의 행정 업무 비중을 낮추어 교사가 온전히 교원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2018 교수학습 국제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행정 업무 시간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번 온라인 개학 사태 때도 교사들은 과도한 행정 업무로 정작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수를 받거나 온라인 수업방식을 연구할 시간은 부족했다. 행정 업무 처리는 물론 학급 내 방역 업무, 긴급돌봄 업무, 서버 불통 문제 해결까지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처럼 과도한 업무량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되길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교사들이 교육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비판적으로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 개혁은 성공하지 않을까?

 

# 교육 개혁 주체의 변화: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

 

또한, 교육 개혁의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학생들은 교육 개혁의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그들의 실질적인 의견을 배제해온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학교의 운영, 수업방식 및 학사 일정 결정 등에 관여할 수 없다. 학교는 학생회와 학급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학급 운영과 관련된 몇 가지 건의 사항에만 해당하며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을 구성하는 존재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가장 실질적인 그들의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어떠한 공동체든 공동체가 균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발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의 모습은 보통의 공동체와 다르게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기형적인 형태이다. 결국,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은 교사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 현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학생들의 현장성을 무시해온 국가 중심의 교육 개혁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교육 개혁을 어떠한 학생이 쉽게 따르겠는가. 수가타 미트라의 한 실험은 표준화된 국가 중심 교육과정의 문제점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컴퓨터는 물론 글을 읽을 줄 모르고 영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뉴델리 빈민가 아이들에게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제공했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여 즐겼다. 이러한 실험은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교육을 스스로 해석하고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아이들은 주체적인 학습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국가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과정 때문이다. 국가 주도의 학문 중심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다양한 흥미와 능력에 적절히 반응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 개혁이 아니라 학생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배울 내용을 선택하고 교육에 개입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학생이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존재해왔던 청소년 혐오와 나이 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어른들은 청소년을 교육 개혁에 참여하기에 미성숙한 존재로 여겼다. 그러나 학생들은 충분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설령 어린 학생들이 그러한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자신과 관련된 일에 영향력을 끼칠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이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그들은 계속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르게 되고 청소년 혐오는 지속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에 따라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이며 주체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면 교육 개혁에서부터 학생들의 주체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교육 방식과 교육내용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정할 때 학생들은 교육과 그들의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변화가 미래 교육으로

 

결국, 교육 개혁의 주체는 현장성을 갖춘 학생과 교사가 되어야 한다. 먼저 학생은 교육에서 중심적인 존재가 되어 자신의 흥미, 적성을 고려하여 교육내용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사는 현장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교육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교사는 표준화된 수업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능력과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는 교수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하여 교사의 업무 강도가 줄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온라인 개혁은 그동안 교육 개혁의 주체가 정부와 교육부가 되어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상기시켰다.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정책은 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 교육을 위한 변화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수이다. 교육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 현장성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교사들, 교육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여 지원과 후원을 하는 교육부가 조화를 이루면 교육 개혁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 현장에서부터의 직접적인 변화가 미래 교육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1.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이후 한 달간 원격교육 추진 경과'에 따르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주로 한다는 교사는 5.2%에 불과했다.

    유소연, <교사는 지쳐가고, 학생은 학원행, 교육부만 자화자찬>, 조선일보, 2020.05.13.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3/2020051300182.html?utm-source=naver&utm_me   [본문으로]

  2. 허현덕, <[장애인 교육권] 장애학생에게 더욱 가혹한 온라인 개학> , BeMinor, 2020.04.17.,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4577&thread=04r06  [본문으로]
  3.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육 개혁, 한국민족문화대백과, 2020. 08. 09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24548&cid=46615&categoryId=46615

    [본문으로]

  4. 장지훈, <온라인 개학에 어쩌다 '죄인'된 교사들 "e 학습터 터져도 내 잘못">, 뉴스1, 2020-04-18, https://www.news1.kr/articles/?3910847 [본문으로]
  5. 교육적 감식안이란 교육학자 아이즈너가 제안한 용어이다. 교육적 감식안이란 오랜 시간동안 학생을 평가한 교사가 교실에서 보여지는 특질들의 미묘한 차이점을 구별하고 그 가치나 질을 평가하는 인식적 측면의 기술로서, 오감을 통하여 교육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김동옥, 2007, 아이즈너(Eisner)의 교육적 감식안에 의한 초등국어 수업 비평,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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