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연령 하향의 배경: 청소년도 ‘시민’이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 이러한 선거권 연령 하향 배경에는 청소년 참정권 운동이 있었으며,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관련 정책을 활발하게 마련하고, 이는 젊은 세대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거 연령하향은 광복 이래 3번째이다. 1960년 4.19 혁명 이후에 만 21세에서 만 20세로, 2005년에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그리고 2019년이 되어서야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었다.[각주:1]그러므로 만 18세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는 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만 18세가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청소년’, ‘고등학생’, ‘미성년자’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청소년도 ‘시민’이라는 외침이 등장했으며, 이는 청소년 참정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소년 운동뿐만 아니라 선거연령의 세계적인 흐름도 선거권 연령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인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흔히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들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기준 또한 선거권 연령 하향에 한몫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온전한 청소년 선거권 행사를 위하여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공직선거법 개정 이전, 이를 두고 많은 의견이 제기되었다. 선거연령하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았기에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하향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이 되어서야 선거연령하향이 청소년 정책 활성화와 그들을 진정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발판이라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현재까지도 청소년이 선거권을 향유 하는데 많은 걱정이 있다. 아직 청소년들은 정치 가치관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고,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선동당하기 쉽다고 여겨지기에, ‘선거권을 제대로,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기보다는, 청소년이 자신의 권리를 잘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 선거권에 대한 염려와 걱정의 시발점은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라는 인식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교육’이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되어, 고3 때 국회의원 투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선거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터라 지역구의원과 비례대표의원의 개념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투표용지를 두 장이나 줘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투표를 한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선거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며, 투표권이 있어도 선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투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정치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정치관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 혹은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선거에 임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필자와 주변인들의 경험을 통해 청소년 정치교육이 시급함을 느꼈다. 최근에 만 16세로 선거연령하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2021년부터 고등교육이 무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고등교육의 의무교육을 기대할 수 대목이다. 그러므로 공교육 차원에서의 정치교육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교육의 기능

 

  정치교육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었다. 서양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동양에서는 공자, 맹자, 묵자 등이 다양한 정치교육론을 발표하며 정치교육을 강조했다. 정치교육의 내용과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치교육은 기본적으로 ‘정치체제의 유지와 안정 및 위기 시의 생존과 변화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정치교육에 관한 이론이나 연구에서 정치교육 중요성과 그 기능의 기본적인 전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각주:2]

 

   ① 정치체계의 안정과 발전 그리고 그 변혁은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성향 내지 정치적 행위양식과 크게 관련을 갖는다.

 

   ② 국민들이 갖는 정치적 성향과 태도는 정치제계의 운영과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③ 정치현상은 국민의 정치적 의식성향과 행위양식에 의하여 결정되며, 따라서 정치현상을 기구나 제도, 그리고 그 운영양식에 의해서 보다 국민의 정치의식 성향과 행위양식에 의해서 더 잘 설명될 수 있게 된다.

 

   ④ 국민은 나라에 따라 정치지도자, 정치체제 및 구조 등에 대해서 각기 다른 인식, 감정, 태도를 갖게 되며, 정치에의 참여 양상도 달라지게 된다.

 

   ⑤ 정치에 대한 신념, 태도 등의 정치적 성향과 의식 그리고 행위양식은 학습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고 변화한다.

 

   ⑥ 아동기 내지 소년기의 정치적 학습은 오래 지속되며 성년기의 정치성향과 정치행위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 정치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선거 연령 하향으로 인해 공교육에서의 정치교육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졌음을 깨달아야 하는 시기이다.

 

한국 정치 교육의 문제점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정치교육이 원활하게 기능하고 있는가? 아마 정치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연령하향에 많은 반대와 염려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단락에서는 한국 정치교육의 문제점을 세 가지로 정리하여 살펴보았다.

 

  한국 정치 교육의 첫 번째 문제점은 정치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등 교육과정의 경우, 고1 때 ‘통합사회’ 과목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되는데,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통합사회는 일반사회, 지리부터 윤리, 역사 등 여러 가지 사회영역이 통합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일반사회와 지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치’에 대한 내용은 아주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고2, 3학년이 되면 학생들이 탐구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한다면 정치에 대해서 비교적 깊게 배울 수 있지만,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남은 고등교육과정 내에서는 사실상 정치에 대한 추가적인 지식을 쌓기 어렵다. 그리고 선택과목의 수강인원이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치와 법’ 수업이 개설되지 않은 학교도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된 시점에서 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개념 및 이론을 배울 수 있는 배경이 튼튼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활발한 상호작용의 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선거권을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정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정리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이 많이 발달했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기회보다 오로지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고등학교의 교육 목적이 ‘좋은 대학 진학’에만 있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성숙한 성인’, ‘성숙한 시민’으로 학생을 이끌어가는 것 또한 고등교육의 목적이다. 그러므로 정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개방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한국은 인간개발지수 순위는 18위인데 반해, 교실 내 토론의 개방성 수준은 42위에 머무르고 있다.[각주:3] 한국 교육이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주체적인 시민의 발판이 되는 토론에 대해서는 비교적 열등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만의 견해를 정립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우선적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토론이 학교 내에서 가능해져야, 학교가 성숙한 시민 양성의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문제점은 정치체제나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정치교육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수시로 변동한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정치교육 변동을 살펴보면, 김영삼 정부는 시장 중심의 시민을 위한 교육개혁을 실천하고, 국사를 사회 교과에 통합시켰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정치교육에서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사회과 교육을 공통교과로 지정했으며, 노무현 정부는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시민민주주의를 꾀하는 공교육을 강화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는 신자유주의 원리에서 법치 민주주의를 표방하여, 정치교육 영역이 전체적으로 감소했고 지리와 경제영역의 교육이 확대되었다.[각주:4]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가 정치교육을 수단화시켰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각 정부는 각자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치교육을 이끌어갔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그 방향이 또 달라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민주주의의 형태가 다양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빈번한 교육개정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가중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정치교육과 한국의 정치교육

 

  제 2차 세계대전과 국가사회주의의 독재를 겪은 독일은 일찍이 정치교육을 통한 민주주의 강화를 강조하였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며, 공식적인 기관과 비공식적인 기관이 그 주체가 되어 다양한 정치교육을 진행한다. 정치교육을 특정 시기에 배워야 할 일시적인 교육이라기보다 평생교육으로 여기며, 교육의 대상이 굉장히 폭넓다. 국가의 제도화와 지원으로 정치교육에 시민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인프라 또한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있다. 이러한 독일 정치교육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에, 독일 정치교육을 대략적으로 살펴본 후 한국 정치교육에 필요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세 가지 원칙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첫 번째는 ‘강압 금지’이며, 이 원칙은 주입식 교육 금지 원칙이라고도 해석된다. 두 번째는 ‘논쟁성 유지’ 원칙으로, 학문과 정치에서 활발한 논쟁은 수업에서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감한 논쟁의 사안이라고 해서 수업 중에 숨기고 회피하면, 오히려 특정 방향으로 의견이 굳어진다는 것이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세 번째 원칙은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이다. 학생은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따라 정치적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보이텔스바흐 합의’라는 체계적인 합의 아래에서 정치교육을 시행해 왔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경우, 정치교육의 정형화된 원칙도 없을뿐더러 앞서 확인한 역대 정부의 정치교육과정을 보면 통일된 합의가 부족하고,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기보다는 정부의 입맛대로 부리는 느낌이 강하다. 정치교육의 특성상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통일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어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을 양성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교육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중 ‘논쟁성 유지’ 원칙이 한국 정치교육에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강압금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라면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고,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은 선거 연령 하향, 청소년 운동 등으로 과거에 비해서 청소년들의 정치적 참여가 폭넓어졌으며,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히 커졌다. 하지만 ‘논쟁성 유지’의 경우, 학생들이 수업 중에 논쟁을 적극적으로 펼칠 기회도 많이 없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공교육의 장에서 꺼내는 것 자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교육자가 개인적인 의견이 가득 담긴 발언을 하는 것은 ‘강압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교육자가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고 논쟁 배경과 상황을 설명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오히려 학생들이 해당 논쟁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호작용의 장이 마련된다면, 세 번째 원칙인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의 원칙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논쟁성 유지의 원칙은 청소년이 시민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한 중요한 자양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 정치 교육은 기본 원칙뿐만 아니라 그 체계 또한 주목해서 볼 가치가 있다. 독일 정치교육은 정치재단, 교회, 노조, 시민단체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독일은 일찍이 민주시민교육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다양한 교육 대상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공급하고 학교 안과 밖 모두에서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므로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 심지어는 독일 거주 외국인들까지 모두가 정치교육의 대상이 된다. 또한 국가는 다양한 정치교육 주체들을 지원하되, 교육내용에 일체 간섭하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단체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미처 마련되지 못한 시기에도 순발력 있게 강연회, 대화 써클 등을 통해 정치교육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독일의 시민사회단체들도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교육은 주로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지고, 그조차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앞서 말했듯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고1 과정의 ‘통합사회’ 과목에서 도덕, 지리, 법, 경제 등의 다양한 사회 영역과 뭉쳐서 배우기 때문에 정치 교육의 깊이가 깊지 못하고, 고2, 3학년이 되면 정치영역이 선택과목으로 편성되어 정치교육을 접할 기회가 학생 모두에게 고르지 못하다. 또한 한국 사회단체들이 다양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중추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이 성숙한 시민 양성을 위한 정치교육에 머무르기보다는 각 단체들의 목적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정치교육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으며, 그 혼란은 그대로 학생을 포함한 국민들의 몫이다.

 

한국형 정치 교육을 위하여

 

  앞서 살펴본 한국 정치교육의 문제점과 독일의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 정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장 첫 번째는 정치적 논쟁의 장(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연령하향으로 인해 고등학생도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으며, 정치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도 충분히 정치적 논쟁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의견을 정립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학원-독서실을 오가는 고등학생들의 현실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정치적 미성숙’에 대한 염려를 해소하려면, 이론적인 정치공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접하고, 친구들과 의견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정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교육자의 도움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학생들이 각자 의견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학생들이 선거권을 적절히 행사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정치교육의 독립성 보장과 국가의 개입 배제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정치교육 총괄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을 둔다. 연방하원에서 각 정당 의석 비율에 따라 연방정치교육원에 감독관을 파견하지만, 국가는 교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아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교육에 반영되도록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마다 추구하는 정치교육이 달랐으며, 교육개정을 통해 각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담아왔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정치교육의 일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교육자와 학생 모두에게 혼란을 줄 위험이 있다. 오롯이 학생들이 성숙한 시민이 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듣게 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각 공교육이나 단체들의 민주시민교육은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에, 정치교육을 다루는 독자적인 제 3의 기구를 설립하거나 비정부기구의 정치교육활동을 유도하여 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정치교육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맞춤화된 특정 선택과목 편향은 공교육에서 정치영역 입지를 축소시켰다. 선택과목체제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충분한 지식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정치 과목을 공통 교과목으로 편성하지 않아도, 학교차원에서의 특강, 토론대회,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정치를 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정치교육이 오로지 학생에게만 필요하다는 인식을 걷어내고, 정치적 행위를 행하는 사람 혹은 앞으로 정치적 행위가 기대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성인들에게도 정치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을 주관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고 다양한 콘텐츠,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가며

 

  ‘교육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이러한 복잡성은 결국 ‘학생을 위한’ 교육의 본질을 잃게 만든다. 정치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선거권을 바람직하게 행사할 수 있고 성숙한 정치관을 가지려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정치교육이 학생 자신만의 정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선거연령하향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이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라는 선입견을 없애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치교육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슬

 

  1. 공현, <18세 선거권,그리고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의미와 과제>, 월간 복지동향No. 258,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2020, 30p. [본문으로]
  2. 김미경, <한국과 독일의 정치교육 비교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문화연구Vol. 15 No. 1,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 2009, 36p. [본문으로]
  3. 남미자, <청소년 정치참여의 의미와 학교교육의 방향>, 교육정치연구Vol. 27 No. 1, 2020, 53p. [본문으로]
  4. 김순이, <한국 정치체제 변화에 따른 정치교육의 변화 양상: 초ㆍ중ㆍ고 정치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중심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2019, 6p.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