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이후의 페미니즘 교육

 

 

한 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N번방 사건에 대해 누군가는 박사, 갓갓과 같은 악마들의 문제라고, 누군가는 처벌만 제대로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소라넷을 폐쇄해도 텔레그램처럼 방법만 바뀐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우리는 그 바탕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을 상품으로 생각하고 여성들의 일상을 포르노로 소비할 수 있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낳은 병리적 문화는 개인 이전에 사회 전반, 학교에도 실재합니다.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차별적·병리적 문화를 해소하고 평등한 문화를 확산시킬 교육이 필요합니다. 바람직한 미래의 페미니즘 교육을 함께 상상해보고자 <선생님, 페미니즘이 뭐예요?><선생님, 민주시민교육이 뭐예요?>의 저자이자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중학교 교과서의 공저자이신 염경미 선생님과 초등성평등연구회의 오수연 선생님을 초대했습니다.

 

 

1. 텔레그램 성착취와 학교

 

: 염경미 선생님, 오수연 선생님 안녕하세요. 민주시민교육, 초등 성평등이라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위해 애쓰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오늘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이후의 페미니즘 교육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에 대해 여러 청소년이 학교와 교실에 이미 그 뿌리가 있는 문제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직접 학교 현장 학생들의 성차별적 행동들을 볼 수 있나요?

 

오수연 쌤 : 초등학생들도 사회와 학교에 이미 존재하는 성차별적 분위기에 물드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줘요.

 

염경미 쌤 : 기존의 사회문화가 가부장제 질서를 재생시키는 대중매체로 가득하니까 학생들이 영향을 많이 받아요.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대중가요, 광고를 통해 남자의 지배질서가 재탄생하기에 여학생은 외모 중시, 여성스러움, 사랑스러움, 나서지 않는 조신함을 미덕으로 삼고 자신을 훈련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 제재를 받아요. 학교 내에서도 여자가 어디 나서느냐? 센 여자, 똑똑한 여자 좋아하는 남자 없다, 여자는 미모, 남자는 권력()’ 이런 식의 말이 자연스럽게 들려요.

 

 

: 선생님들은 그러면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학교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학생들의 성차별적 인식과 행동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오수연 쌤 : .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관련하여 여성 청소년에게 성은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지만 남성 청소년은 성을 과시해야 한다는 성차별적 인식이 있어요. 여성 아동, 청소년은 건전해야 한다는 기존의 성에 대한 남녀 차별적인 인식 때문에 텔레그램 가해자들의 협박이 여성 청소년, 아동에게 유효할 수 있었어요. 남성 아동·청소년의 일탈에는 협박이 가해지는 일이 적고, 신상이 드러나더라도 오히려 당당한 모습인 경우가 많은 것과 대비되죠.

 

염경미 쌤 : 2020<디지털 원주민 세대로서 중학생의 생활과 문화>라는 주제로 연구하기 위해 만난 여학생 5, 남학생 5명과의 면담 과정에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이 여학생과 남학생에게 다르게 다가왔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먼저 여학생의 경우, 여성 특히 미성년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여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점에 대하여 두려움과 분노를 동시에 드러냈어요. 지금 10대의 학생들은 디지털 원주민으로서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채팅을 하고, 이를 계기로 오프라인에서 대면 관계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피해자가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범죄를 뿌리 뽑게 되기를 희망해요.

 

남학생의 경우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바라보는 지점이 성차별적 시선을 드러냈어요.

예를 들어 남자의 성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이를 너무 법으로 막는다. 예를 들면 성매매 금지법으로 막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 등도 문제다. 남성들을 차별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다. 폭파 시키고 싶다.”, “우리도 당연히 야동을 본다. 일상이다. 죄의식 가지지 않는다. 누구나 보는 거다.”,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주로 여성 비하적 발언, 성적 발언을 세게 하는 남성 유튜버가 인기다.”, “실제로 여친 사귀고 싶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니까 사이버상에서 논다.”, “미투라고 하는 여자들 모두 문제다. 연애하다 헤어지면 미투해서 남자 인생 망치게 한다.”와 같은 말들을 했어요.

 

학교의 문화 자체가 남자에게는 관대해요. 심지어 성희롱, 여성 혐오적 발언을 하여도 그들(남자들) 사이에서는 영웅이 돼요. 페미니스트 여학생은 공격당할까 봐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하지 못해요. 이런 것은 모두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학교에서 재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성폭력에 대해서도 남학생들은 매우 관대해요. 심지어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폭력자로 만든다.”라고 분노를 표출하죠. 문제를 성폭력 가해자에게 찾지 않고 피해자에게 돌림으로써 정당화시키려 할 정도예요. 인터넷에서 일파만파로 억지 논리가 중학생 남학생에게는 상당히 잘 먹히고 있어요.

 

 

2. 성차별을 부추기는 기존의 교육

 

: 학생들이 가진 이런 성차별 문화의 형성에 대중매체나 사회가 아닌 기존의 교육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기존 교육의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염경미 쌤 : 학교에 애초에 성 평등 교육이 없는 게 문제에요. 성폭력 예방교육과 양성평등교육이 있을 뿐이죠. 이마저도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오수연 쌤 : 맞아요. 넓은 의미의 성교육이 연간 15시간 이상인데 이 시간을 성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안전교육 등과 합쳐져서 흐지부지되기 일상이에요. 문서에 기록은 되어 있고 기록된 체계는 있지만 창의 체험 시간에 할 것인지 보건교사가 할 것인지 체육 교사가 할 것인지 성교육의 주체도 명확하지 않고, 주지주의적 교육, 입시 위주 교육에 밀려서 학기당 1회 정도 외부 강사가 와서 하는 게 전부이고 중고등학교일 경우에는 자습시간으로 활용되기도 해요.

 

교육부 차원에서 이미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서 성교육에도 문제가 많아요. 성교육에서 여성의 성을 임신 출산에 가두고 전체적으로 터부시하는데 반대로 남성에게는 성적 욕구가 정당한 권리로 느껴져요. 성폭력 예방 교육은 가해자 예방 중심이기보다 피해자 예방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렵고, 가해가 일어난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우가 생겨요. 이 내용을 중심으로 2차 가해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성교육 표준안도 논란이 많은데 교사용 지도안에 성폭력 예방 방법으로 여아 부분에만 짧은 치마를 입지 않기,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이 들어가고 지하철에서 누가 나를 만지는 것 같으면 가방끈을 길게 내린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어요. 논란이 되었던 성교육 관련 교사용 자료가 게시판에서 모두 삭제되고, 2017년 수정된 자료가 나왔지만,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 많아 다시 개편작업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그마저도 세 차례 발주한 정책연구과제가 모두 유찰되었다는 이유로 20192월 이후 작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전반적으로 욕망과 욕구를 억누르는 분위기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교육 현장에 차별적인 문화가 있는 것도 문제예요. 성별을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두 줄 설 때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 세운다거나 운동회가 끝나고 공책을 나눠줄 때도 보통 파란색인 남아용, 분홍색인 여아용으로 준비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도 성별에 따라 나누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성 고정관념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색깔에 상관없이 공책을 무작위로 나눠줘도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성별에 맞춰 바꾸더라고요.

 

 

: 기존 교육의 이러한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성 평등 문화가 확산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오수연 쌤 : 공교육 상의 변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해요.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교육을 받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성인들보다 엄격하게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올 때는 이미 백지상태가 아니에요.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만 사는 존재가 아니어서 고학년이면 뉴스도 보고 이미 미디어를 통해 오염되어 오기 때문에 교실 밖의 교육이 추가로 필요해요. 아이들은 흡수가 빨라서 학교 밖과 연계되지 않으면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은 소용이 없어요.

 

염경미 쌤 : 교실 밖의 변화 없이는 학교 내 교육, 학교 내 성 평등 문화의 확산이 어려워요.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들어도 저항을 하는 남학생들이 있으며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많고요. 교사가 용기를 내어 성차별문화와 인식이 결국은 성폭력을 가져온다는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요. 이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진 학생이 민원을 넣거나 그 부모가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여 위축시키거든요.

 

오수연 쌤 : 맞아요. 마중물 선생님 사례처럼 실제로 민원 제기로 교육과정이 위축되고 소송까지 가게 되는 사례들이 있어요.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할 때 민원 제기에 대한 두려움을 계속 가지게 돼요. 민원에 아무리 개인적으로 대항한다고 해도 민원이 많아지면 학교 차원에서의 압박도 강하고요.

 

 

: 성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교사 개인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벽이 많네요. 텔레그램 성 착취와 같은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성 평등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 교육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염경미 쌤 : 공교육은 궁극적으로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사회는 그야말로 성 평등한 사회가 될 때, 가능해요. 왜냐면 어느 한 성(남성)이 다른 한 성을 억압하거나 무시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성 노예화하는 문화와 의식을 가진다면 그것은 반인권적 상황으로 민주사회다 할 수 없죠.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페미니즘 연수를 매년 10시간 이상 이수하게 하여 성적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해요. 아직도 성 평등이라는 말 자체를 가지고 동성애자 옹호라고 하면서 양성평등이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교사들 대부분도 성 평등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성폭력이 존재한다는 걸 전제하여 예방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일단 인식이 되어야 문제를 바르게 보고 고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지요.

 

오수연 쌤 : 페미니즘 교육이 정의만 가르치는 주지주의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의 평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페다고지, 교육 실천의 측면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교사 역량 강화가 중요해요. 전체 교사의 성평등 인식 수준도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교사 지도서도 문제가 있고 연수 자료도 문제가 많아요. 성 평등 연수 이수 시간이 정해져 있어도 시간 때우기로 흐지부지되기가 십상이고요. 연수과정 이외에도 교대, 사범대와 같은 교사 양성 기관에서 커리큘럼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해요. 모든 교과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사용 지도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요. 학교생활 전반의 페미니즘 교육 생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염경미 쌤 : 그런 다음에 각 교과서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서, 대중문화에서 성 차별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수정하는 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해요.

 

오수연 쌤 : 교과서도 삽화, 국어 지문 활용에서 다양한 성별, 인종이 등장하는지 어떻게 표현되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해요.

 

염경미 쌤 : 또 학교나 가정, 사회에서 무심코 하는 성 차별적인 대화나 언어에 대하여 당신은 지금 성 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해요. 정치하는 사람들, 교사들은 모두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언어의 사용은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줘요. 그들이 공적인 업무를 맡기 전, 또는 시작하기 전에 철저하게 성차별 감수성에 대하여 사전 조사가 필요해요.

 

오수연 쌤 : 체계가 필요해요. 누가 어떤 내용을, 어떤 관점에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가 필요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해야 해요. 성폭력 사안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도 가해 학생을 그냥 전학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가해자가 교원일 때 조치는 어떻게 할지 피해 학생은 제대로 보호되는지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되어 있는지 체계를 정해두어야 해요.

 

디지털 성폭력도 학교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부분인데 세대 차이 때문에 보호자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인지가 없어서 교사도 따라가기 힘들고요. 학교폭력실태조사처럼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한다든지 법과 함께 교육할 방법이 필요해요.

 

염경미 쌤 : 페미니즘(성차별에 저항하고 잘못된 제도나 문화를 바로 잡으려는 운동) 교육으로 민원에 시달리게 되면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돼요. 민주주의가 좋은 제도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듯이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 대국민 광고(공익광고 포함)가 지속적으로 사방 곳곳에서 이루어졌으면 해요. 학교 안에서만 한다면 잘 안 되어요. 왜냐면 아이들은 이미 인터넷을 이용하여 학교 밖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거든요.

 

오수연 쌤 : 페미니즘 교육이 정책적으로 내려오기 힘들지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지금의 교육과정 내에서는 다룰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어서 교사가 시행한 교육의 법적 근거가 어디 있냐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예를 들어 성교육 표준안 자체에 성 소수자가 아예 빠져있어서 수업 중에 동성애를 다룰 법적·정책적 근거가 없어요. 민원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정책적 근거를 제시해주고 일반 시민을 상대로 공익광고와 같이 사회적 차원의 교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3. 페미니즘 교육이란?

 

: 페미니즘 교육 혹은 민주시민교육 의무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의 수만큼의 다양한 페미니즘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의무화를 한다면 페미니즘 교육을 위한 교사 지도서나 페미니즘 교과서를 만드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오수연 쌤 : 다양하더라도 경향성은 있기에 교사용 지도서가 가능해요. 교사가 일반적으로 학생에게 전달하기보다는 협력적인 관계를 조성하고. 대화를 많이 하고. 참여를 중요시하는 이러한 태도가 중요하거든요. 구체적인 교육내용이 아니라 교육내용에 접근할 때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지도서요.

교사도 학생들의 위치성은 깨닫기 전에는 인식할 수 없어요. 아동이기 때문만 아니라 성별, 경제, 지역 등의 교차성에 있다는 것을 알고 다양한 관점을 교사가 가지게 하는 데에는, 각자의 위치가 변화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경향성의 지도서가 필요해요. , 각 선생님의 교육방식, 페미니즘을 공유하고 나누는 장에서 실천이 이론화되고 다시 연수내용으로 전달되며 교사 지도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해요.

 

염경미 쌤 : 교사용 지도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요즘 여성혐오 문제,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하니 페미니즘 교육의 특화가 필요해요. 민주시민교육을 의무화 또는 전문화하고 그 안에 페미니즘 교육이 자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페미니즘 교육을 특화해서 한다면 교과서, 지도서 만드는 일은 가능합니다. 민주주의를 외치던 사람조차도 권력을 잡으면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보고 성폭력을 행사하는 일을 수 차례 보면 더 절실히 요구해야 합니다.

 

 

: 이때 선생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즘 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염경미 쌤 : 페미니즘이란 간접적인 성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성차별적인 환경, 제도, 문화, 구조, 의식을 고쳐서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운동으로 페미니즘 교육이 곧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이에요. 민주주의 사회란 모름지기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을 그 이념으로 하죠. 성차별은 이미 여성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을 훼손하는 행위에요. 그래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면 모든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해요. 더 나은 민주주의, 실질적인 평등사회를 이루려면 페미니즘 교육은 기본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따라서 페미니즘 교육은 모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여 진정한 의미의 질 높은 민주사회를 지향합니다.

 

오수연 쌤 : 페미니즘은 다양함을 추구해야 해요. 페미니즘도 다양하고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는 다양한 페미니즘 철학과 사상에 기반한, 다양한 교육 실천이 모인 것이니 더 다양한 모습을 가졌죠. 고정되지 않고 권위에 빠지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비판받아 진화하는 다양성과 아래를 향하는 시선이 페미니즘 교육이에요.

 

 

4. 교실 내 페미니즘 교육

 

: 학생들에게 학교 내에서의 교육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오히려 학생들이 페미니즘을 더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요?

 

오수연 쌤 : 초등학생들이 페미니즘을 학교에서 접하면서 더 싫어하게 되거나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건 본 적이 없어요. 거부반응 자체가 실제로는 다양한 소수자성을 포괄하지만, 여성 인권만을 위한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에서 와요

 

아이들이 이미 세상을 경험해오고 있고 아동이기에 적어도 나이의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로서의 경험이 있어요. 억압의 경험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자기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흥미를 끌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페미니즘 교육은 보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을 중요시하기에 다양하게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나 연대하는 방식이 오해도 해소할 수 있어요.

 

염경미 쌤 : 성에 따라 페미니즘에 대한 요구가 완전히 달라요. 여학생은 존재 자체가 여성이면서 당한 성차별이 많고 도서도 많이 읽어서인지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밝히며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요. 그런데 남학생의 반발을 사거나 빈정거림을 당하다 보니 분반하여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반면에 남학생 중에서 여성혐오를 드러내며 성폭력 피해자에게 오히려 2차 가해를 하거나 꽃뱀 프레임을 씌우는 등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과격 발언을 하기도 하여 문제가 많아요.

 

이러한 남학생을 교육하는 데는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남교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가부장적 권위를 탈피한 친여성적 인권에 대한 인식과 행동을 하는 그런 남교사가 있어서 남학생 지도를 몇 번 한다면 수월할 듯해요. 그런데 여교사가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시작을 하면 거부감을 드러내며 역차별이라고 난리를 치는 아이도 있으니 어려워요. 남학생들이 이미 가부장적 사고와 행동을 하므로 남교사에게는 말도 못 하고 대들지 못하는데 여교사는 우습게 알고 여성 우월주의자, 편향된 교육 운운하면서 힘들게 해요.

 

 

: 마지막으로 페미니즘 교육이 공교육 내에서 이루어졌을 때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이고, 한계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오수연 쌤 : 효과는 사회적인 합의점을 새로 만드는 데에 있는 것 같아요. 의무교육 내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이루어지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감수성을 공유하기 수월해지고 전반적인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거에요.

한계는 아무래도 페미니즘 교육은 다른 교과와 다르게 계속 변화하고 진화해야 하니까 고정된 교육이 될 수 없다는 데에 있어요. 학교, 학급 사정에 따라서 교사의 관심 정도에 따라서 페미니즘 교육의 양과 질이 달라질 수 있어요. 페미니즘 교육의 형태는 정말 다양하기에 어려운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한계를 조금은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염경미 쌤 : 기대효과 7가지와 한계 3가지를 생각해봤어요. 1) 성차별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재생산 구조를 갖지 못할 것이고 2) 여자라고 우습게 여겨서 비하하거나 폭력적으로 몰고 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며 3) 성폭력이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하여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줄어들 것이라는 점 4) 더불어 행복한 가정, 직장, 조직 문화를 만들고 5)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넣고 이를 어길 경우 엄히 다스리며 6) 여성혐오적 발언,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여성혐오적 댓글이 줄어들고 7)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 3차 가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7가지 부분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것으로 기대해요.

 

하지만 1) 사회적인 문제나 구조의 문제를 바르게 보지 못할 경우, 성 대결적 양상을 띠며 여성혐오, 남성 혐오가 교실에 팽팽하게 되는 점 2) 책이나 토론을 통해 학습하지 않고 오직 인터넷의 댓글이나 SNS로 번지는 글을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어 자신이 아는 지식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여 우기기 문화가 확대되면 토론 불가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3) 지금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를 남성 청소년기에 가지는 호기심 정도로 여기는 관대함 때문에 페미니즘 교육이 공교육 내로 들어오더라도 여전히 가지는 한계가 있어요.

 

 

5. 민주시민과 초등학교의 페미니즘

 

: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두 선생님의 이야기 너무 잘 들었습니다. 이제 선생님 각각의 민주시민교육 교과서의 공저자로서 또 초등성평등연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먼저 염경미 선생님은 페미니즘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책에서 이야기하셨는데 민주주의, 민주시민교육은 무엇이고 왜 페미니즘과 민주시민교육이 함께 필요한지 알려주세요.

 

염경미 쌤 : 도덕이나 윤리는 개인적인 문제 해결이나 의지를 말한다면 민주시민이란 공동체에 속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더 생각해요.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에서의 민주적인 문제 해결 능력, 민주적인 소통과정, 경청과 토론, 양보와 타협의 과정들, 내 생각에 대한 유연한 태도로 타인의 생각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성 등을 배우지 않고는 습득할 수 없어요. 19876월 항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얻었지만, 국회 등 정치판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을 보면 비민주적인 생활방식이 많습니다. 이를 성찰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학교교육과정에서 배워야 건강하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자랄 수 있어요.

 

현재 학교교육과정에는 공식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마치 민주주의는 좋은 제도이고 민주시민은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페미니스트는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곤 하죠.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들어도 저항을 하는 남학생들이 있으며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많아요. 보편적 인권이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인권만 생각한다면 그는 민주시민이 아니에요. 민주시민교육에는 인권, 존중, 평등, 연대, 평화 등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바른 태도, 이해, 실천적인 삶을 배우죠. 민주시민교육을 바르게 한다면 성 평등 문화 확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 결국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인류의 보편적인 권리를 이야기하는 페미니즘과 민주시민교육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군요.

이렇게 필요성은 확실한 페미니즘 교육이지만 보통 비판적 사고능력은 중학교 이후에 형성된다고 생각하기에 초등학교 시기의 페미니즘 교육은 학생의 사고를 이끌어 내기 보다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전달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데 초등학교 시기에 페미니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오수연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해요.

 

오수연 쌤 :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페미니즘 교육이 오히려 나쁜 것에 물들게 한다는 말 자체가 교사와 학생, 어른과 아이를 위계 짓는 관점이고 학생들의 경험 세계를 무시하는 관점이에요. 아이들은 이미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여서 ‘N 번 방 사건이나 연예인 자살 소식을 스스로 먼저 이야기하기도 해요. 이미 초등학생들은 기존의 성차별적 인식을 습득한 상태에요. 이미 여자애 같다가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거나, 남자 연예인이 여장을 하면 우스꽝스러운데 여자 연예인이 남장을 하면 멋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도 해요. 반면 여자아이라고 마음껏 소리 내어 웃거나 편한 자세로 앉지 못하는 것, 남자아이라고 말수가 적거나 섬세한 일을 잘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어지는 것에 부당함을 표현하기도 하죠. 페미니즘 교육은 아이들이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해석할 관점을 알게 하는 거예요. 지구의 자전이라는 개념을 몰라도 낮과 밤은 경험적으로 알지만, 자전이라는 개념을 알면 현상을 더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아요. 페미니즘 교육이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주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페미니즘 교육의 내용이 연령층에 따라 다를 필요도 없어요. 성교육의 경우 다루는 내용 범위나 수준이 조금 다를 거예요. 초등학교에서의 관계 맺기가 나와 상대방의 경계를 인식하는 수준이라면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인 관계와 같이 더 심화된 교육이 가능하죠. 페미니즘 교육은 큰 차이가 날 필요가 없어요. 페미니즘은 기존의 주어진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실일지 계속 질문을 던지는 차원이기에 평생교육의 문제에요. 초등학교 단계의 인격적인 존재로 타인을 대우하자는 명제가 성인 수준에서는 더 다양하고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것과 같이 심화 정도나 복합적인 정도에서 차이가 날 뿐이에요.

 

 

6. 페미니즘 교육의 미래

 

: 페미니즘 교육은 나이와 환경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비슷하게 진행될 수 있는 보편적인 교육이군요. 민주시민교육과 초등학교에서의 페미니즘 교육에 관한 이야기까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이 생각하시는 페미니즘 교육의 바람직한 미래에 관해 이야기 나누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염경미 쌤 : 성차별적 문화를 학습한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려면 민주시민교육의 방법이 학습자 중심으로 생활 주변에서 그 사례를 가지고 와서 기존의 생각이 어디에서 영향을 받고 만들어졌는지를 성찰하기, 토론, 주장, 경청, 공감, 다시 쓰기 등을 통하여 생각의 변화를 재구성하고 자신의 언어로 발표하는 등의 지난한 노력이 필요해요. 성 평등이나 페미니즘을 직접적으로 목표하는 교육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고요. 학교 수업시수는 한정되어 있고 필요한 교육은 너무나 많아지고 있어요. 그러나 민주주의 완성은 마지막 계급인 여성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제도와 문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더 나은 민주주의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민주시민교육 안에 페미니즘 교육이 자리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교육의 이념은 민주시민육성이에요. 민주공화국에 필요한 시민은 이기적 개인이 아닌 민주시민입니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성폭력적인 상황은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나 이제야 드러난 것이죠. 말하는 자는 듣는 사람을 필요로 해요. 이제야 비로소 성폭력 피해자가, 많은 차별받은 경험을 가진 여성이 말하기 시작했는데, 듣기조차 거부하며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2, 3차 가해를 하고 있어요. 얼마나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폭력적이고 야만적인가가 여기서 드러나죠. 남성 권력자의 편을 드는 일은 쉬워요. 그러나 페미니즘 교육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그들의 인간다운 삶,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존중하는 인권교육이며 연대입니다. '살림' 교육이에요. 다 같이 살자는 교육입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소수가 가졌던 권력을 다수에게 이양하는 일은 역사적 진보에요. 페미니즘은 사회발달에 따라 그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자기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는 면에서 민주시민교육이기도 해요.

 

오수연 쌤 :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에요. 시작은 성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페미니즘 교육이 더 많은 소수자성을 바라보게 하고 더 많은 대상과 연결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을 만난 후 비건, 에코 페미니즘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를 존중하니 남을 존중하게 되고 동식물도 존중하는 거죠.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는 모습, 내가 보지 못했던 다양성을 보게 해주는 교육이 페미니즘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대화를 통해 페미니즘이 성인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모든 연령층의 시민에게 중요하다는 것과 페미니즘 교육을 위해서는 흔히 생각하는 부족한 성교육뿐 아니라 학교 밖의 영향, 민원, 교사역량 강화와 같이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루빨리 페미니즘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만들어지고 교육과정에도 변화가 생겨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반복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번 호 기획 [청소년 섹슈얼리티와 성교육]의 고민을 이어, 이번 호에서는 후속보도로 학교 안에서 성평등한 문화를 만드려 노력하는 선생님 두 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N번방 사건과 현재 교육, 학교 내 문화는 어떤 연관관계를 가지는지, 페미니즘이 교육될 수 있는지, 페미니즘 교육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보려 합니다. 한편 올해 서울대에서는 N번방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교육저널은 [대학현안]에서 이 뜨거운 논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N번방 사건의 기저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 N번방 사건과 반복되는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소년법과 청소년 참정권, 그리고 청소년 혐오

 

고슴도치뇽, BDUCK, 취한다

 

흔히 청소년 참정권과 소년법은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그려진다.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청소년 참정권 논의와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소년법 논의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두 가지는 모순되는 것일까, 혹은 별개의 문제일까? 청소년은 과연 둘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는 존재일까? 교육저널 역시 이번 호를 발간하기 위한 세미나 과정에서 같은 의문점에 부딪혔다. 때문에 청소년인권운동연대 활동가 난다님이 쓰신 글 [각주:1] 을 읽고 교육저널의 시선으로 소년법과 청소년 참정권 문제를 정리하는 대담을 나누어보았다.

 

'미성년자'는 처벌을 안 받는다?

 

 

“'요즘 청소년들의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처벌은 받지 않는다'라는 게 사회의 인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을까?”

 

사건에서 피의자가 14세 이상 19세 미만일 경우, '소년법'의 절차가 적용되는지 일반 형사 절차가 적용되는지는 검찰, 법원 등 수사 및 재판 기관이 판단한다. 실제로 20186월 일어나 주목을 받았던 '관악산 집단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도 일반 형사 절차를 적용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보호 관찰 처분이나 보호 시설 감호의 경우에도 보호 관찰소에 출석해야 하거나 교육 등을 이수해야 한다는 점 또는 거주의 자유나 생활에 통제를 받는단 점에서 강제성을 띠고 있다. () 10세 이상이면 역시 '소년법'상 보호 처분 등 징벌적 성격의 처벌을 받는다.”

 

어떤 언론 기사에서도 '무서운 40', '점점 흉포해지는 40대 범죄'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청소년 중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마치 청소년 집단 전체의 속성인 것처럼 환원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 범죄를 더 과장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 청소년의 범죄/일탈 행위가 특히 문제시되는 까닭은 "청소년은 순수/순진해야 하는데, 청소년은 어떠어떠해야 하는데" 같은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왜곡된 인식은, "애들이라고 봐주고 있다, 처벌도 제대로 안 받는다"라며 청소년 집단을 혐오하는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고슴도치뇽 : 우리가 이번에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관한 글을 썼는데, 대담으로는 소년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으면 해. 요새 청소년의 범죄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얘기가 나오고,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고 있잖아. 이 글을 보면 미성년자가 결코 처벌을 안 받는 게 아니라는 내용이 나와 있어. 실제로 청소년들의 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일반 형사 절차를 적용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등장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처분이 주어지는 것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약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는 신체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 형식적 절차가 다른 것이며, 더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또 청소년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보도들이 일종의 청소년 혐오, 낙인찍기를 반영한다는 내용이 있어. 사실 연령대별 범죄율을 살펴봤을 때 범죄율이 가장 높은 것이 10대가 아님에도 언론에서는 강력범죄를 많이 하는 청소년이라고 보도를 하잖아.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BDUCK : 난 이 마지막 문단에 너무 공감하는 게, 결국 사회든 언론이든 소년법 논의를 이끌어가면서 청소년들은 이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처벌도 안 받는다~’ 이런 식으로 말하잖아. 사실 이런 말의 기저에는 청소년 혐오가 깔려 있는데 마지막 문단에서 이를 잘 지적하고 있어서 좋았어. ‘청소년 혐오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때 혐오여성혐오혐오처럼 단순히 hate의 개념이 아니잖아. 청소년을 급식충이라고 비하하는 것뿐 아니라 청소년을 순수하고 순진한,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런 청소년의 이미지를 숭배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청소년은 어린애답지 않고 문란하다고 낙인찍는 것 등등 이런 게 다 청소년 혐오거든. 그러니까 언론에서 감히 어떻게’, ‘어린애들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느냐는 식으로 보도하는 이유도 결국 그 기저에 깔린 청소년 혐오를 보여주는 것이지. 그래서 소년법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갈 때 사회 기저에 깔린 청소년 혐오에 대한 관점을 지우지 않으면 결코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없고,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한 논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취한다 : 이 글에서 청소년에 범죄에 대해서 잔인한 십대’, ‘무서운 십대라는 말이 등장할 수 있는 이유를 우리 사회에 청소년은 순진해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머리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어. ‘소름끼치는 십대의 잔혹함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 기사의 제목에서 우리 사회에서 십대를 바라보고 있는 관점을 이해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되는 계기였어.

 

BDUCK : 생각의 전환이라고 했는데, 진짜 맞아. 진짜 소년법에 대해서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야 하는,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과정에서조차도 기저에 깔린 청소년은 순진하고, 미성숙하다는 사고방식이 투영되어 있거든. 유튜브 같은 데서 소년법 토론 영상을 보거나 소년법을 다룬 글만 봐도 그게 보여. 예를 들어 처벌수위에 관련해서 소년법 폐지 반대를 말하는 쪽은 요즘 애들이 아직 미성숙해서 그렇지 폐지하면 안 된다고 하는 반면, 소년법 폐지를 찬성하는 쪽은 소년범죄 사례들을 말하면서 이것은 성인의 행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잔인한 범죄라고 주장하잖아. 그런데 양쪽의 주장 모두 결국엔 청소년 혐오가 깔려 있는 거지.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순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논의에도 사회의 청소년 혐오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소년법 논의는 결국 청소년이 소외되는 거지. 누구보다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야 할 문제에서 막상 청소년이 배제되어 있는 거야.

 

고슴도치뇽 :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영상은 많이 보이는데 정작 청소년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 이런 점이 전문가들이 어떻게 청소년들이 범죄에 연루되지 않게 할 것인가,’ 그러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하는 데에 그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청소년 논의에 한정되는 부분과 범죄라는 넓은 부분의 논의가 있을 텐데, 애초에 범죄가 왜 발생했을까에 대한 고민도 부족한 것 같아. 꼭 청소년에 한정된 얘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범죄적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범죄의 책임을 청소년 개인에게 돌리고 단순히 청소년들이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방식의 논의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대부분의 기존 영상에서 청소년의 흉악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혹은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아직 교화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분법적 논의만 진행되고 있잖아. 이런 이분법적 논의 기저에 깔린 것이 청소년들은 순수해야 하는데 너무 많이 흉악한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교화를 받아야 되는데 그것이 강한 처벌로 가능할 것이냐 체계적인 교육으로 가능할 것이냐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표상되고 있는지, 청소년 혐오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고.

 

BDUCK : 맞아. 성인들을 수감하는 교도소를 포함해서 모든 교도소는 결국 교화의 기능을 갖고 있는데, 유독 청소년만 교화를 엄청나게 강조하잖아. 결국, 사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지.

 

참정권을 바라면 소년법 폐지하라고?

 

이는 마치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했더니 '그럴 거면 여자도 군대 가라'라고

하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참정권 등 인권이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타당하지 않다. ()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그러므로 일단 의무를 다하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인권을 억압하는 논리로 활용되어 왔다. () 청소년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며, 청소년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여러 사회 문제 및 정책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로서, 이 사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핵심이다.“

 

한편 '소년법' 등을 비롯하여 청소년 범죄에 대한 대응 문제는 어떻게 사회 전체의 범죄를 줄이고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것인가 하는 논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소년법'에 대한 논의를 할 때에는 소년범을 어떻게 대하고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범죄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 대가로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 아니다 하는 식의 이야기로 접근할 일은 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려면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말이 되지 않는다.”

 

BDUCK : 두 번째, ‘참정권을 바라면 소년법 폐지하라고?’ 이 문단에서는 크게 말하면 권리와 의무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어. 이 글의 도입부에서 청소년 인권을 주장하면 소년법도 폐지하라는 주장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잖아. 여기서 이 주장이 왜 말이 안 되는지 본격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참정권은 권리, 인권의 영역이고, 소년법은 범죄에 대한 대응 논리인데, 이 둘을 연관 짓는 것은 여성의 인권보장을 요구했더니 그럼 여자도 군대 가라라는 방식의 논리랑 비슷하다고 얘기하고 있어. 참정권은 어떤 행동을 해야지만 획득하는 권리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천부인권인데, 소년법을 폐지해야지 참정권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인권이 책임과 의무의 대가인 것처럼 얘기하는 게 문제라는 거지. 글쓴이는 이때 참정권과 소년법은 별개의 논의라고 주장하고 있어. 참정권은 결국 천부인권의 영역이고, 소년법은 사회 전체의 범죄를 예방하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이기 때문에 인권문제와 결부될 게 아니라는 거지. 별개의 논의인 참정권과 소년법 두 개를 엮으면서, 그리고 기저에 청소년 혐오가 존재하면서 참정권을 얻었으면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논의로 이어지는 것이 얼마나 문제인지 얘기하는 거지.

 

취한다 : 나도 이번에 촉법소년이라는 개념도 처음 들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참정권 연령이 낮아지면서 분명히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 맥락에서 중학교 때 경험한 것이 생각나는데, 교복 규정이나 머리 규정으로 선생님이랑 학생들 간의 마찰이 엄청 심했는데 그때 어떤 부장 선생님이 권리에는 의무가 항상 따른다. 너희들이 권리를 말하려면 학생으로서 의무를 먼저 잘 지켜야지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났어. 그 때는 그런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인권으로서 주어지는 권리들에도 의무가 따라와야 한다는 것은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이해가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아직까지도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어. 참정권을 얘기했더니 소년법 얘기가 따라오면서 사실 소년법 논의에서 중요한 것들을 오히려 흐리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고슴도치뇽 : 나는 어떤 사회를 살아가는 한 개인이면 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모두 있다고 생각해. 참정권은 비단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고. 왜냐하면 참정권이 자신의 의견을 사회에 피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의견을 개진하고, 그것이 반영되고 그런 정치적인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잖아. 그거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그 권한을 타인에게 위임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대해서 생각하고, 나의 권리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고민하고, 공동체 내에서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지 않는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공동체 안에 속해 있는 개인들의 의무라는 생각도 들어.

그리고 이런 권리와 의무를 누가 규정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몇 달 전에 인국공 정규직화 논란이 있었잖아. 그거 보면서 든 생각인데, 우리는 기나긴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 입시를 거쳐서 더 높은 대학에 가고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일하기 위해서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하잖아. 그 노력의 방식과 정도를 결코 청소년들이 규정한 것이 아닌데. 경쟁에서 이기고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으면 이제 더 이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없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그걸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이제까지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청소년들이 어떠한 권리를 가져야 하고, 우리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어떤 의무를 다해야 하는지를 논의할 자리가 적었고, 그러한 목소리들이 잘 반영이 안 됐던 것 같아. 단순히 비청소년의 시선에서 청소년의 권리와 의무를 재단해버리고.

 

청소년 참정권 보장되니까 소년법 폐지하라는 주장이 있잖아. 그런데 솔직히 나는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된 거라고 생각을 안 해ㅎㅎ 원래 만19세 이상만 투표를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만18세로 내려간 건 맞는데. 그 과정에서 물론 청소년의 주체성을 이야기하면서 논의가 진행된 것도 있지만 성인 중에서 아직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모든 성인이 투표를 하기 위해서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낮춰진 것도 있잖아. 사실 여전히 사회에서 이야기되는 청소년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고. 투표권만 일부 청소년에게 보장이 된 것이지,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거나, 선거 운동을 하는 것, 후보에 나가는 것 등 제도정치에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막혀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정치 말고도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청소년이 정치할 권리는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것 같아. 예를 들어서 학교에서 통제당하거나 입시 때문에 교과 과정 외에 다른 부분에 관심을 쏟을 기회가 적다거나. 그래서 18세 투표권이 주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소년법 폐지 논의를 끌고 가는 게 너무 한계적이고.

한편으로는 소년법 폐지라는 게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이냐에 따라서 무게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로 청소년들이 비청소년들과 차이 없이 제도정치에 개입할 수 있고, 일상의 순간들에서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변화를 만들 수 있고, 비청소년과 동등한 주체로서 대우받는다면 소년법이 있을 이유가 크게 없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물론 아직 그 사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렵지만ㅎㅎ 지금은 청소년 혐오도 심하고 청소년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겨우 18세 투표권을 부여받았다는 이유로 갑자기 청소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에 있어서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취한다 : 맞아. 나도 너 말을 들으니까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 너가 말해준 부분뿐만 아니라 이번에 참정권 연령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참정권 제한연령이 가장 높고,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인데 사실 이 또한 선진국의 성인 연령의 기준을 따라간 것이잖아. 그리고 소년법이라는 것이 처음 등장한 이유를 생각해보아도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없도록 억압하고 있는 부분이 엄청 많잖아. 예를 들어, 정말 많은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고 있고, 머리도 옷도 자기가 선택을 하지 못하는데, 청소년들이 악의적이든 우발적이든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서 청소년의 책임을 어느 정도로 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질문이 소년법의 필요성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사실 이런 부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잖아. 이번 참정권 연령 하향이 청소년의 권한을 어마무시하게 확대한 것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논의가 넘어가는 게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BDUCK : ‘참정권 얻을 거면 소년법 폐지하라? 근데 이 말을 가만 살펴보면 웃긴 게, 그렇게 말할 거면 이 말을 뒤집어서 '소년법 폐지하려면 청소년 인권 보장부터 해라'라고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 여기서는 참정권으로 대표되지만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 청소년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권리를 제한당하고 있는지를 진정으로 생각해 본 사람이 있는지 정말 궁금해. 참정권을 비롯해서 청소년들이 많은 부분에서 권리가 제약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잖아. 그런 것들을 해결하고 청소년 문제를 담론하면서 청소년 혐오가 해체된 사회에서나 소년법 폐지를 진정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소년법', 문제는 있지만

 

만약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주목받지 않는 현행 '소년법'의 다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년법'에서는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자가 되는 '우범소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이 있는 자,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자 등".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형사적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 청소년조차도 '보호 처분'이란 이름으로 사실상의 처벌을 받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다양한 오해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권리를 누리고 주장할 자격이 없다는 인식까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는데 거기다 인권 보장까지 요구하는 '특권층 청소년'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취한다 : 이제 드디어 마지막 문단이야. 마지막에는 소년법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이 참정권을 이야기하다가 소년법으로 온다는 것이 실제로 소년법에서 개정이 필요한 부분들, 중요한 논의들을 보이지 않게 하고, 소년법 논의를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오히려 소년법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실제로 소년법에 보호처분이 효과가 있는지, 재범방지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논의가 있고 또 지나치게 비합리적인 조항들도 있는 게 그런 조항에 대한 폐지는 논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 그런 부분으로 예를 들어 우범소년과 관련된 조항이 있는데 이는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아도 집단적으로 몰려다녀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한 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야.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고슴도치뇽 : 이 글을 읽으면서 조항이 너무 모호하다는 생각을 했어.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느낌.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한다는 것이 예를 들어 그 집에서 사는 청소년이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방식의 폭력에 노출되고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가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법적으로 봤을 때 양육자가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가출이 정당한 이유로 취급받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우범소년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잖아. 조항이 너무 모호해. 그리고 이런 조항의 뒷면에는 청소년의 삶의 맥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청소년 범죄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를 다룰 때에 있어서 범죄가 일어나는 사회적 맥락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예로 청소년 사이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 기저에는 청소년들이 일상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학교에서는 어떤 성폭력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왜 발생하는지, 청소년들이 유튜브를 많이 본다면 그 유튜브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지 등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그것과 함께 소년법 문제가 얘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정리하면 소년법에 대한 개정이 물론 필요하고.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서 성차별이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고려와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야.

 

취한다 : .. 조금 확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청소년들이 지금 성장하고 있는 교육환경 자체가 이미 폭력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서열화, 경쟁 등이 학교교육의 주를 이루고 있잖아. 그러니까 청소년들이 문화를 형성하는 환경 자체가 폭력적이고, 서열화 되어 있고, 경쟁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에서 폭력이 등장한다면 이것을 반드시 청소년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을까? 그래서 청소년을 교화하면 그러면 문제가 해소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교육환경이 바뀌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다음 세대의 청소년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청소년 범죄를 이야기할 때 청소년들이 자라고 있는 환경을 본질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고슴도치뇽 : 기사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나누어봤는데 추가적으로 쟁점이 되는 부분이나 이야기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

 

BDUCK : 권리와 의무의 관계 부분에서, 글쓴이는 별개의 문제라고 하지만 우리가 얘기할 때 결국에는 참정권이라는 인권의 문제와 소년법이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쪽이고, 소년법은 그래도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니까 둘은 상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지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러니까 둘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아닌지가 궁금해.

 

취한다 : 약간 대응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청소년이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범죄에 있어서도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대응되지는 않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비슷한 방향으로 두 가지가 변화하고 역행하고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 청소년이라는 개념이 예를 들어 교육에서만 학생으로서 구분되고, 다른 사회적 조건에서는 비 청소년과의 구분이 없다면 범죄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도 비청소년과 구분될 것이 없고, 정치적 권리에서도 비 청소년과 구분될 것이 없어지지 않을까.

 

BDUCK : 실제로 두 개가 별개의 문제인지, 아니면 엮인 문제인가는 잘 모르겠는데, 두 개를 꿰뚫는 것은 결국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는 전제라고 생각해. 참정권 논의에서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정치할 능력이 안 된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나, 소년법 논의에서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을 때 비청소년과 동일하게 처벌할 수는 없고, 교화에 더 힘을 쏟고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 결국 두 가지의 전제는 청소년의 미성숙함이잖아. 이렇게 생각하면 참정권과 소년법 두 논의가 연결된다면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한데, 아직 명확한 해답은 못 내리겠어. 그런데 확실한 건 청소년이 미성숙하다고 단정 짓고 이를 전제로 까는 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

 

고슴도치뇽 : 나는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 하나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 청소년의 주체성과 보호를 말할 때 있어서, 청소년이 왜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소년법이 존재하는 이유도, 만약 우리 사회가 청소년 혐오가 심하지 않고, 청소년과 비청소년에게 동등한 권리와 책임이 주어진다면 소년법이 지금과 같은 무게를 같지 않을 것 같아. 그리고 소년법뿐만 아니라 n번방 사건 이후에 의제강간연령 상향하면서도 뭔가 여러 고민이 있었는데, 그 때 의제강간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말하는 페미니스트들과 그것을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한다는 페미니스트 간의 입장이 둘 다 이해가 되었거든. 왜냐하면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얘기했던 비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이것이 보호의 테두리라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결국, 청소년들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나이로 인한 차별과 강간문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잖아. 비슷한 맥락으로 청소년 참정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청소년에게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데, 나는 그 말도 잘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게 청소년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정치교육이 필요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정치활동을 억압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정치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고, 권리를 더 잘 실현하기 위해서 정치교육이 일부 필요하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물론, 정치교육을 함에 있어서 일상의 정치화가 동반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래서 나는 그 사회에서 청소년 보호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이미 너무 강한 청소년 혐오가 존재하고 청소년들이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할 수 없어서 라는 생각이 들었어.

 

두 번째는 보호라는 것을 청소년에만 한정짓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우리 모두는 주체적인 존재이지만 사회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잖아. 그래서 생각난 것 중에 하나가 예전에 어느 수업에서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문제를 다루면서 어떤 학생이 자신의 동생이 특성화고에 가는 것이 너무 무서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 이유로는 실습에서 노동환경이 안전하지 않고,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는데 그 말에 공감이 되면서도 그 문제가 비단 특성화고 실습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어떤 노동자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심한 노동 강도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론은 청소년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는 그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잘 보호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거야. 우리 모두가 주체성을 가진 존재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인 만큼 주체성과 보호가 결코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후기를 나눠볼까?

 

고슴도치뇽 : 사실 나 지금 계속 말을 하면서도 긴가민가하면서 말을 했는데 이렇게라도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가 된 것 같아.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주체성과 소년법 문제를 다룰 때에 있어서 좀 더 넓은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BDUCK : 나도 비슷한 의견인데, 내가 이번 대담을 준비하고 자료조사 하면서 청소년의 주체성관점이 들어간 소년법 논의 자체가 별로 없어서 힘들었거든. 대담하면서도 계속 말했지만, 이렇게 자료가 부재한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청소년 문제와 청소년의 지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해. 아직 비청소년과 청소년이 똑같은 권리를 가진 사회가 오지는 않았잖아. 그래서 그 사회가 오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이 비청소년과 동등한 지위에 서는 쪽으로 사회의 방향이 향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소년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야.

 

취한다 : 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와 처벌 방법에 있어서 처벌은 정확하고 정당하게 받아야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이 무기징역이 아닌 이상 사회로 돌아오는 것이 허용된 사람들은 다시 사회에 돌아와서 사회에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과정이 처벌의 전체 과정에 꼭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청소년만이 처벌에 있어서 교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최근에 뉴스에서 잔혹한 청소년 범죄 사건들이 터졌을 때 나도 이거는 마땅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그런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촉법소년 연령 때문에 범죄 형량이 약화될 수 있다여서 그건 정말 문제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오해가 풀릴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오해들이 청소년권리에 대한 논의들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궁극적 문제 해결 등을 왜곡시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여러모로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고 많은 부분에서 인식의 전환을 얻게 해준 기사였던 것 같아.

 

이상 청소년 참정권과 소년법의 관계와 둘의 한계, 그 기저에 깔린 사회의 청소년 혐오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교육저널의 시선으로 대담을 나누어봤다. 입시 위주 교육의 한계, 분절적 나이 설정의 한계, 청소년 개개인의 맥락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 등, 소년법도 청소년 참정권도 모두 불완전하고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년법과 청소년 참정권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더욱이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청소년 혐오가 존재하고 이것이 청소년 참정권과 소년법 논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다. 사회의 기저에 깔린 청소년 혐오와 나이주의 권력으로 인해 청소년 관련 논의들은 그 본질이 흐려지고, 소년법과 청소년 참정권 논의 역시 방향이 한정되게 흘러왔다. 이제 청소년 혐오의 한계를 넘어선 담론이 필요하다. 청소년 또한 분명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청소년들과 함께 새로운 방향으로 소년법과 청소년 참정권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훗날 청소년이 비청소년과 동등한 지위로 서는 때엔 소년법과 청소년 참정권 논의가 전혀 다른 방향과 관계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한 날이 오길 바라며 이번 대담을 마친다.

 

  1.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활동가, <청소년이라 '처벌 안 받는다'는 오해>, 프레시안, 2019.02.15.,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28837?no=228837&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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