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청소년을 위하여
펭로시
헌법재판소가 올해 2020년 4월 23일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초중등학교의 교육공무원이 정치 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중,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의 교육공무원 가운데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 교원은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라는 조항을 합헌 결정한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2014년과 2020년에 걸쳐 헌법재판소가 태도를 변경한 근간에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 나아가 ‘공무원의 정치참여’에 대한 여론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6월 1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1만 6172명이 ‘6월 민주 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제1차 시국 선언을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헌법재판소에서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 등이 위헌 결정되었지만, 공무원과 초중등 교원 등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정당법은 합헌 결정 1되었는데, 이에 한 쪽은 아직까지 교사의 완전한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못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 쪽은 헌법재판소의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 등의 위헌 결정 그 자체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올해부터 실시되는 만 18세 선거권과 맞물려 그 논의가 더욱 과열되고 있는 추세이다. 교사와 학생의 정치 참여는 지금까지 학교 내에서의 ‘정치’를 배제해왔던 학교와 사회 입장에선 놀랍고도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필자는 <정치하는 청소년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이후 이어질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인터뷰와 만 18세 선거권 논평을 보다 독자가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도록 미국, 일본, 한국의 법제 비교를 토대로 ‘정치적 중립’에 관해 논의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 국가공무원법은 광복 후 일본공무원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일본공무원법은 미국 해치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해치법(The Hatch Act)은 1938년 민주당이 고용촉진부(Work Progress Administration) 공무원을 중간선거(midterms) 때 동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뉴멕시코를 대표하는 민주당 보수파 칼 해치 상원의원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FDR에서 1939년 조인된 것으로, 대통령이나 부통령처럼 명시적으로 정치적 역할을 하지 않는 연방정부 구성원들이 정치적 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2이와 같이 엽관주의 3를 배제하려는 해치법의 의도는 일본공무원법에 고스란히 녹아들게 되었고, 일본공무원법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국가공무원법도 해치법의 기본 의도를 따르게 되었다. 이렇듯 한국, 미국, 일본의 국가공무원법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국가공무원법을 둘러싼 논의와 방향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사회가 현재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1) 교사의 정치적 중립과 그 방향
미국에서 공무원은 시민으로서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종교, 언론, 출판,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 제한은 고용인인 정부에 대해 피고용인으로서의 관계에 의해 규율된다. 따라서 교원의 표현은 형사 처분이 아닌 교육위원회에 의한 징계 처분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때의 제한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공공서비스 수행이라는 이익과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의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정부 이익이 더 클 때 정당화된다. (●●●) 1993년 개정 해치법에서는 제한되는 일부활동 4을 제외하고, 정치적 활동이나 선전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음을 규정하였다. (●●●) 미국에서 교원의 학교 안에서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보장하기 시작한 판례는 Tinker v. Des Moines Independent Community School District(1969년)판결이다.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는 학교라는 환경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적용되는 특성을 갖는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는 교문을 들어서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표현에 대한 주의 금지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소수의 관점을 대했을 때의 불편함과 불쾌감 이상의 조건이 필요하다. 검은 완장 착용은 학교 운영을 방해하거나 다른 사람의 학업을 방해하지 않았다. 5 6
해당 판결은 정치적 의견을 나타내는 상징을 부착한 학생이 정학당한 사건에 대한 판결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학교 안이라고 해서 학생의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표현을 제한할 때에는 불편함과 불쾌감 이상의 조건이 필요하며, 물리적으로 학교운영을 방해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와 충돌하는 경우 등이 그 조건에 해당한다. 또한 학교에서 표현의 자유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안에서 교원의 정치적 표현은 시민의 헌법상 권리로 보장되며, 그에 대한 제한은 학생 교육이라는 공교육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직접적으로 방해가 되는 경우에 한해서 가능하다. 7
위의 표는 개정 해치법의 허용과 금지조항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개인의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한국은 헌법 제7조의 제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에 의거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초점을 맞춰 정치적 표현과 행위에 있어서 포괄적으로 규제한다. 홍정림(2015)는 이와 같은 차이가 미국은 시민의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한국은 교원의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시민의 권리로 보장되기보다 교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공무원의 의무를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보유하는 한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교원의 표현에 대해 직무 내•외를 구분하여 제한의 범위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10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공무원법이 미국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이 둘의 명시적 표기가 유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행위 중에는 정치적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는 미국의 개정 해치법 내용은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적 주제에 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달리한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미국의 국가공무원법이 정치적 행동에 있어 공무원의 지위 남용에 경각심을 갖고 시민의 권리를 일부 제한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라는 직책의 중함을 인지하고 그 사회적 파급력을 우려하여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 표현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홍정림(2015)이 제시한 세월호 관련 교사선언에 관해서도, 미국은 이를 인터넷 매체를 통해 각자의 의사를 표현한 개인적 의사표현이 집합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겠지만, 한국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여 더 엄중히 사안을 고려할 것이다. 11
위에서도 강조했듯이 우리나라의 국가공무원법은 ‘포괄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교사의 정치적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필자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교사와 정치적 논의를 할 수 없었다. 교사와 정치적 논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고’, ‘예외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말할 수 없었고 학생 또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없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교사가 학교 안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시 학생들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필자가 우려하는 점은 학교에서 ‘정치’에 관해 논의하는 것을 마치 이상하고 예외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면서 학생들을 정치와 유리시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여고 교사인 조영선(2020)은 ‘교사가 무조건 찍으라고 해서 투표하는 18세가 얼마나 있을까? 학생들은 교사뿐 아니라 친구 등 누구의 말도 참고할 권리가 있다.’ 12고 밝히며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존재가 아님을 강조한다. 아주 어린 아이도 자신의 호오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때 교사의 발언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학생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또한 ‘교사의 선거 개입’이 걱정된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교사 의견을 눈앞에서 되받아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13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옹호하는 측면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교사의 정치적 표현을 보장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요하는 것으로 이행된다면 그것은 큰 문제일 테지만, 조영선(2020)이 주장하는 것처럼 교사의 발언에 비판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이 조성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결국 교사의 정치적 중립만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민주시민교육이 달성되기 어렵고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넘어서 교실의 정치화까지 실현되어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2) 교실의 정치화를 통한 민주시민교육
우리는 앞서 미국의 국가공무원법과 한국의 국가공무원법을 비교하여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관해 숙고해보았다.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을 위해선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실의 정치화까지 바라보아야 함을 파악했다. 필자는 교실의 정치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한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기에 앞서, 미국 해치법의 영향을 받은 일본 국가공무원법에 관해 일본 내에서 어떠한 비평이 있었는지 제시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본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앞으로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국가공무원법은 미국의 점령정치 때, GHQ 14의 압력으로 법령이 생성되었다. GHQ의 압력에 인사원은 저항을 통해 GHQ의 최초 요구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현재의 현행법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GHQ의 압력으로 인해 제정된 법은 헌법 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 보장의 중대한 위반과 본래 법률에 규정되어야 할 처벌을 행정입법인 인사원 규칙에 맡긴다고 하는 헌법 31조의 위반을 더불어 공무원의 인권 제한을 법률이 아닌 인사원 규칙에 포괄적으로 맡긴다는 헌법 31조의 위반(백지위임)의 이중 삼중의 위헌 소지가 크다 15
고 센슈대학교수인 하레야마 카즈호(2013)는 역설한다. 즉, 미국에서 일본의 국가공무원법에 영향을 끼친 해치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1993년 개정 해치법을 시행한 것처럼 일본에서도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하여 일본 법률은 <행정의 중립적 운영 확보와 이와 관련한 국민의 신뢰 유지>를 명시하여 정치적 행위금지의 목적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직결시켜 그 결과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논리로 되어있다. 즉,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유를 인정하면 필연적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상실되어 <행정의 중립적 운영 확보와 이와 관련한 국민의 신뢰 유지>가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그 자체의 유지를 정치적 행위의 금지 목적으로 하는 한 금지되는 정치적 행위는 가능한 한 광범위한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된다. 16
하레야마 카즈호(2013)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할 정치적 행위와는 별개로 법에 의해 금지•제한되어야할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에 있어선 어떤 부분을 생각할 수 있는지, 또 그 행위는 어떤 이유에 근거하여 어느 정도의 제약을 받아야하는 것인지가 남겨진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이 금지•제한되어야 할 행위는, <행정의 중립적 운영의 확보>를 실질적으로 해친다고 인정되는 행위, 구체적으로 직무상의 지위나 권한을 이용하여 행하는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선 징계처분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형벌의 대상이 되는 것(가령,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상의 제한은 아니지만,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대한 처벌을 정한 공직선거법 239조의 2 제2항) 등을 지적한다. 최종적으로 그는 금지되고 제한되어야 할 정치적 행위의 유형과 이에 대한 제약의 내용 및 정도를 구체적으로 채워 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히며, 공무원이 시민으로서 행하는 정치적 행위는 표현의 자유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마무리한다. 17
이처럼 일본 내에서 국가공무원법에 의거한 정치적 중립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2015년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우려하는 교실의 정치화를 실현한다.
이번 법 개정으로 고등학생도 유권자 자격을 갖게 됩니다. 실제 선거와 동일한 시기에 실제와 비슷한 투표용지를 사용해 투표해봅시다. 대표자를 뽑는 활동을 통해, 민주 정치가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위의 내용은 2015년 일본 정부가 만들어 전국 고등학교에 보낸 선거교육 부교재에 나온 ‘모의선거’ 관련 내용이다. 18
우리나라에 입장에서 바라보면, 학교에서 ‘선거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 단어 자체로 생소할 것이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만 18세 선거권’, 이 모두를 통괄하는 하나의 주제는 바로 ‘교실의 정치화’와 관련된 것인데, 학교에서 ‘선거교육’을 하는 것은 정치를 교실 속으로 끌고 들어오겠다는 말과 다름없으며, 이는 교실의 정치화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 교실의 정치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교사의 특정 정치적 사상이 학생들에게 주입될 수 있고 나아가 교실 정치장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들에게 정치화된 교실은 하나의 싸움터이며 이념의 대립으로 교육의 원활한 진행에 방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나 고선규 와세다 대학 시스템경쟁연구소 연구위원(53, 전 도호쿠대 교수)은 현시대의 학생들은 가치판단이 명확하고 가치 기준 또한 충분히 형성되어 있으며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어른들보다 낫기 때문에 교사의 사상 주입에 휘둘리는 사태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19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의선거는 현실의 정치를 반영한다. 실제 정책과 정당을 모의선거에서 활용하여 선거 토론회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선거 포스터를 만들고 정견발표도 하며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한다. 심지어 오이타현 교육청 안내문을 보면 정치인을 부를 수도 있다. 20
일본에서 모의선거를 진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것처럼 편파적인 정치적 사고를 가진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계기는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주권자로서의 인식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고자 함이다.
서울휘봉초등학교 수석교사인 설진성(2019)은 교사가 정치적 기본권을 가진다면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문화 안에서 이방인처럼 그 존재가 사라진 교사는 민주시민교육이 요구하는 사회민감성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21
교사는 시의적인 정치적 논쟁들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상호적 논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학생은 민주시민으로서 정치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접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 정치 사안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교사와 학생의 자유로운 정치적 발언을 보장한 교실의 정치화가 실현될 때, 우리는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마치며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가능한가? 나아가, 교실의 정치적 중립은 가능한가? 정영태(2010)는 정치적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을 제시하며, 조국(2012)은 오히려 교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허용하여 능동적인 시민성을 발휘하게 할 때, 비로소 그때 교육의 정치적 중립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순일(2013)은 ‘학생 미성숙론’을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학생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는 순종적인 신민을 양성하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22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의 정치적 표현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할지를 차치하고 교실이, 학교가 정치와 유리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학생 미성숙론’과 ‘학생의 정치도구화’를 내세워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할 수 있지만 사실 완전한 ‘정치적 중립’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정영태(2010)가 정치적 자유권을 제한하는 데 의문을 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일례로. 한국사 시간에 다룬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학생이 숙고하고 ‘마리몬드’ 회사를 알게 되어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SNS에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고 운동하는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학생의 정치도구화가 발생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교실의 정치화가 교실을 각축장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필자는 미지근한 입장을 취한다. 이는 곧 정치가 아무 의미 없는 싸움이라고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가 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개인의 지적수준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정치가 더러운 것이고 서로 헐뜯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을 속이는 집단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더라도 결국 사회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정치적이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양성하고 싶은 국민은 사회의 부조리에 순응하는 국민이 아닌, 민주적인 토론을 바탕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려하는 국민일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학생들과 교사에게 어떠한 정치적 표현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결국 정치는 더러운 것이니 가까이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으로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줄 알아야 하며 정치를 더러운 것이 아닌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 삶 그 자체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붕당 정치의 폐해처럼 자신의 집단적 이익만을 주장하는 상황은 오히려 사람들이 다양한 정치적 발언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매체에서 주어지는 자료만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학교에서 정당연설회를 개최해보자는 한 교사의 발언 23은 눈여겨볼만 하다.
<참고자료>
1. 서강영, 『SNS를 통한 교사의 정치참활동에 대한 탐색적 연구』, 한국교원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19.
2. 설진성, 『민주시민교육과 교사의 태도』, 「교과교육235호」,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2019;
http://webzine-serii.re.kr/민주시민교육과-교사의-태도/
3. 임수정 기자, <헌법재판소 “교원 정치단체 결성, 가입 금지 조항은 위헌”>, 2020-04-23;
https://www.yna.co.kr/view/AKR20200423131600004?input=1195m
4. 윤근혁 기자, <일본 문부성도 하는 ‘학생 모의선거’ 반대? 어이없다“>, 2020-01-13.;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252966
5. 조영선, <교실의 정치화가 걱정되신다고요?>, 2020-03-05;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371
6. 홍정림, 『교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그 한계-미국과 한국의 법제 비교 연구-』, 한국교원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15.
7. Jaime Fuller, , 2014-07-18;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the-fix/wp/2014/07/17/do-you-work-in-government-have-you-violated-the-hatch-act-lets-investigate/
8. [The Hatch Act_Permitted and Prohibited Activities for Most Federal Employees];
https://osc.gov/Documents/Outreach%20and%20Training/Posters/The%20Hatch%20Act%20and%20Most%20Federal%20Employees%20Poster.pdf
9.晴山一穂,『公務員の政治的行為の制限―国公法違反事件最高裁二判決の考察―』,自治総研通巻416号, 2013.
- 임수정 기자, <헌법재판소 “교원 정치단체 결성, 가입 금지 조항은 위헌”>, 2020-04-23; https://www.yna.co.kr/view/AKR20200423131600004?input=1195m [본문으로]
- Jaime Fuller, , 2014-07-18;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the-fix/wp/2014/07/17/do-you-work-in-government-have-you-violated-the-hatch-act-lets-investigate/ [본문으로]
- [네이버 국어사전] 선거에 의하여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을 관직에 임명하는 정치적 방침; https://ko.dict.naver.com/#/entry/koko/d2025e7f0a694b809513fc010c25e423 [본문으로]
- ① 선거에 개입할 목적 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자신의 권한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② 정치현금을 권유 또는 수령하는 것, ③ 정당을 대표하여 공직후보에 입후보하는 것 등. [본문으로]
- Tinker v. Des Moines Independent Community School District, 393 U.S, 503. [본문으로]
- 홍정림, 『교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그 한계-미국과 한국의 법제 비교 연구-』, 한국교원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15, pp.97-104. [본문으로]
- Loc.cit. [본문으로]
- &nbsp;더 자세한 정보는 다음 문서를 참조.&nbsp;;https://osc.gov/Documents/Outreach%20and%20Training/Posters/The%20Hatch%20Act%20and%20Most%20Federal%20Employees%20Poster.pdf&nbsp; [본문으로]
- 더 자세한 정보는 다음 문서를 참조. ;https://osc.gov/Documents/Outreach%20and%20Training/Posters/The%20Hatch%20Act%20and%20Most%20Federal%20Employees%20Poster.pdf [본문으로]
- 홍정림, ibid., p.109. [본문으로]
- 홍정림, idid., p.110. [본문으로]
- 조영선, <교실의 정치화가 걱정되신다고요?>, 2020-03-05;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371 [본문으로]
- Loc.cit. [본문으로]
- 연합국(군) 최고사령관 총사령부 [본문으로]
- 晴山一穂,『公務員の政治的行為の制限―国公法違反事件最高裁二判決の考察―』,自治総研通巻416号, 2013, p.4. [본문으로]
- ibid., pp.7-8. [본문으로]
- ibid., pp.23-24. [본문으로]
- 윤근혁 기자, <일본 문부성도 하는 ‘학생 모의선거’ 반대? 어이없다“>, 2020-01-13.;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252966 [본문으로]
- 위 기사. [본문으로]
- 위 기사. [본문으로]
- 설진성, 『민주시민교육과 교사의 태도』, 「교과교육235호」,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2019; http://webzine-serii.re.kr/민주시민교육과-교사의-태도/ [본문으로]
- 서강영, 『SNS를 통한 교사의 정치참활동에 대한 탐색적 연구』, 한국교원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19, pp.20-21. [본문으로]
- 조영선, 위 기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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