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울대 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게재된 다음의 댓글을 살펴보자.


  졸업장 따고 임용만 붙으면 되니 실력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없어. 같은 서울대라고 하기엔 수준이 너무 민망함. 나는 자연대 모 과인데 우리는 다 고등학생 때 당연히 습득하고 오는 내용을 사범대생은 2학년 전공에서야 제대로 배우고 익히더라. 교수들도 임용 위주라 그런지 수업은 대충 때우고. 졸업전에 일선 학점이 좀 비어서 심심풀이로 두 과목 들어봤다가 경악함. 자기들도 그걸 아는지 3학년 땐 우리 학과로 원정 떼강 왔던데, 기말시험까지 남아있는 놈은 진짜 거의 보질 못함. ‘그럼 교직이 본 전공 실력 부족한 걸 보완해줄 만큼 대단한 거냐?’ 하면 사범대생 너희가 더 잘 알잖아. 그거 다 그냥 탁상공론뿐이지 대치동에서 몇 년 굴러보는 경험이 더 유용하단 거 대치동은 돈이라도 쌓이지. 그럴 거면 굳이 같은 서울대 간판 달고 깝죽거리게 둘 필요가 있나? 그냥 모든 대학 사범대 정원 다 없애고 대학원, 교직 이수만 둔 채로 전문직업학교, 중등 교대 같은 거 만들어서 돌리면 되지.


  위의 인용문의 어조나 단어 선택이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의 공격성이나 단어 선택의 적절성 등에 관한 논의는 이 글에서 중요하지 않으니 우선 뒤로 하고, 위의 인용문에서 나타난 사범대에 관한 글쓴이의 논거를 정리해보자.

 

1. A 교육과(사범대학)는 A 학과(일반대학)보다 부족한 전공 지식을 가르치고 학습한다.
2. A 교육과 학생은 졸업요건을 채우고 임용고시를 통과하면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성장할 동기가 부족하다.
3. 사범대학의 교직과정이 이러한 일반대학과 사범대학의 학문적 차이를 좁혀줄 만큼 가치가 있지 않다.
4. 사범대학을 폐지하더라도 일반대학 교직과정, 일반대학 교육대학원, 중등 교대 신설 등의 방안을 통해 충분히 교원을 양성할 수 있다.


  이 인용문 이외에도 커뮤니티의 많은 글에서 ‘사범대학을 폐지하고 일반대학 교직과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사범대학의 폐지를 주장하는 글은 대부분 위의 인용문에서 제시한 논지를 근거로 하여 사범대학의 존재 의미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교육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교육부는 올해 7월 13일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중등교원 현행 체제의 교원 과잉양성, 높은 임용경쟁률 등에 관한 지적하며, 국어·수학·사회 등 공통과목 교원양성은 사범대에서 맡고, 이들 과목의 교직과정은 폐지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히는 등 사범대 중심의 축소된 교원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위 발전 방안의 주요 골자다.[각주:1] 앞서봤던, 사범대를 폐지하고 일반대학 교직과정 위주의 교원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커뮤니티 댓글과는 문제 해결 방법에 있어 완전히 반대의 방향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와 임용경쟁률 과잉 현상으로 인한 교원양성 인원 감축 필요성과 그 방법에 관한 논의가 제시되어 오고 있는 시점에서, 필자는 사범대생으로서 이 글에서 사범대학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또한, 몸과 마음 모두 대학과 조금 떨어진 시기인 지금, 사범대학이 지니는 가치에 관해 기록하고자 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기득권 세력은 절대적인 권력으로 수많은 민중을 통제한다. 그들이 본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어'의 제정이다. 신어에서 good의 반대말은 bad가 아니라 un-good이며, splendid나 wonderful 같은 어휘들은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제거된 후 plus-good 또는 double-plus-good으로 대치된다. 극도로 단순화시킨 이 언어를 통해 체제는 인간의 사유를 제한하려 한다. 다르게 사유하고 느끼려 하고, 기득권의 절대적인 권력에 반동적 사고를 지니려고 해도 이러한 생각을 지지할 언어가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신어의 제정 이외에 기득권 세력이 채택한 방법은 ‘이중사고’이다. 이중사고란 상반된 신념을 둘 다 믿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사고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과거를 조작하고 조작된 과거를 진실처럼 믿는 것, 그리고 자신이 과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즉, 진실과 조작된 과거가 모순되지만, 자신이 과거를 조작해놓고 그 사실을 잊는 훈련을 지속하면 조작된 과거가 진실이 되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를 모두 믿는 이중사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구어로는 이를 '현실 통제'라 하고,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달 과정에서의 통제는 <1984>에 서술된 것처럼 누군가의 언어 사용과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그 누군가의 전체적인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 가치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며, 가르침의 주체인 교사는 청소년에게 부모 바로 다음의, 어쩌면 부모와 동등한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교사란 ‘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단어의 정의에 따르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단어의 정의 이외에도 다른 직업에 비해서 교사의 도덕적 결함이 더욱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것이나, 교직 적인성검사나 임용고시를 통해 예비교사의 적성과 인성, 능력을 검사하는 것을 보면 교사가 다른 직업보다 더욱 엄격한 자격이 요구됨을 추측할 수 있다.


  필자가 교육의 가치와 교사에게 다른 직업보다 엄격한 자격이 요구됨을 앞에서 길게 서술한 이유는 사범대학이 교육이라는 학문을 다루는 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 존재가치가 충분함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며, 또한 사범대학이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앞으로의 글 논지 전개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함이다.


  앞서 머리말에 나왔던 사범대학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범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조금 상세히 이야기해보자.
우선, 사범대학은 일반대학과 학문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사범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의 목표는 A라는 분야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고,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의 목표는 A라는 분야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범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은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에 비해 더욱 포괄적인 대신 간단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올해 1학기를 마치고 정년퇴임을 하신 지리교육과 박병익 교수님은 지리교육학과 지리학에 차이에 대해서 “배우는 내용 자체는 비슷할 것이다. 다만 사범대 학생은 훗날 교사가 돼 본인이 직접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이해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이해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하기에 지리학과보다는 배우는 내용이 좀 더 간단하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각주:2] 실제로, 사범대학과 일반대학의 교과목은 같은 교재를 다루더라도 그 개요나 학습 목표, 강의 진행 방법, 평가 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음은 서울대학교에 올해 1학기에 개설되었던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와 일반대학 영어영문학과의 전공 교과목이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교과목은 같은 교재로 유사한 개요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영국문학개관 1’은 ‘사회문화적 맥락, 시대적 감수성과 연계하여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에, ‘영국문학과 영국문화의 이해 A’는 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통한 ‘효과적인 영어교육을 위한 배경지식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영국문학과 영국문화의 이해 A’에는 ‘발표와 토론’이라는 평가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A를 잘하는 것과 A를 잘 가르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A라는 분야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사범대학의 교육 목적은 A를 가르치는 역량을 기르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반대학 교직과정 출신 교사가 ‘교육내용에 대한 지식과 이해 능력’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점했지만, 사범대 출신 교사가 ‘효과적인 수업계획 및 조직’, ‘효과적인 교수 방법 숙달’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점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각주:3]


  정리하자면, A 교육과는 A 학과보다 부족한 전공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닌, 사범대학만의 고유의 학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학습하는 것이다, 사범대학의 이러한 학업 목표가 교원양성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것이 사범대학이 지니는 가치이고,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사범대학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관점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교수자에게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지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루에서 태어난 사람과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1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원정팀 관중석이 홈 팀 관중석보다 더 가깝다는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원근 개념도 없는 사람으로 볼 뿐이다.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1루에서 태어난 사람이 2루로 오는 방법을 몰라 헤매는 모습을 보고 그저 비웃을 뿐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본인이 3루타를 친 것처럼 1루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자랑하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서로 다른 환경, 조건에서 자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은 꽤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일종의 잔소리로만 받아들이는 학생, 이런 간단한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냐며 학생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교사,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기 바쁜 교사. 이는 전부 교수자와 학습자가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범대학의 수업은 학습자에게 교수자로서 필요한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일반대학 교직과정에도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이 있으나, 사범대학은 교직과정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그러한 과목이 많은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있다.

 

  다음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랑 국어국문학과의 학사과정 전공과목 이수 표준 형태이다.[각주:4]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사범대학은 전체적으로 단순히 교과를 학습하는 것이 아닌 교육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쪽으로 대학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있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범대학의 전공 수업은 대부분 발표나 토론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어떻게 교육할지, 발표할지, 듣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설득할지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저런 특성과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재구조화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이런 식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경험,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이 생기고, 이와 관련된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밖에 없다. 교직과정과 사범대학의 교육 방법 위주의 커리큘럼, 발표와 토론을 포함한 수업방식 등 학습자가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 특수한 환경이 사범대학이 지닌 가치이고, 또 하나의 필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교사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교사에게는 특별히 요구되는 자격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데, 그 자격 조건은 다른 직업에 비해 엄격한 듯 보인다. 사범대학의 학문 목적과 커리큘럼은 학습자가 학문을 교육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점과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니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며, 이러한 것들이 교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격 조건이다.


  즉,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교사라는 직업을 양성하기 위한 교원양성기관으로써, 다른 대학에서는 배우지 않는, 가르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학으로써 사범대학은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필요 가치가 충분하다.

 

 

Insomnia

  1. 교육부,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 2021 [본문으로]
  2. 대학신문 2020년 2월 24일 자, 정년교수 인터뷰 「지리교육은 지리학과 다르죠」 [본문으로]
  3. 정주희, 「교사자질에 대한 사범대학 출신 교사와 일반대학 교직 출신 교사의 인식비교」, 2001, p.64-65. [본문으로]
  4.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국어국문학과 홈페이지 기준
       국어교육과: https://koredu.snu.ac.kr/ko/curriculum
      국어국문학과: https://hosting03.snu.ac.kr/~korean/bbs/content.php?ct_id=5&cate_id=2020 [본문으로]

1. 이런 충치 같은 교육격차


  충치는 사람을 참 힘들게 한다. 거울을 보다 문득 보인 작은 점 같은 충치를 애써 무시해본다. 조금 걱정되면 치과에 가 보는데, 진료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은 이 정도면 앞으로 양치만 잘 하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원하는 답을 들었기에 안심하고 치과를 나가며 다시는 치과에 오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 다짐보다는 안심했던 것이 더 컸는지 어느 순간 이는 이전과 달리 욱신거리는 신호를 내게 보내는데, 내가 그걸 느끼고 치과에 갔을 때는 이미 무시무시한 소리(와 지불해야 할 치료비)가 주는 공포를 견디며 치료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점 하나가 통증이 되어가는 그 중간의 시기를 어찌 잘 넘겨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문득 충치치료를 받으며 교육격차가 꼭 충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게 교육저널의 힘일까...!). 예전부터 교육격차라는 건 없을 수가 없었지만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 판단해 그저 안주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COVID-19를 만나며 순식간에 커져버린 교육격차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걸 되돌리는 데에는 치과 치료비마냥 큰 경제적 부담이 뒤따를 것이고, 그 속에 놓인 아이들은 더욱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써 위안 삼을 수 있는 점은, 이렇게라도 아이들의 교육격차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이 무엇인지에 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사람은 급하면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COVID-19가 급한 불씨를 지피지 않았나 싶다.

2. 서울시교육청의 교육후견인제


  2021년 4월 6일 서울시교육청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후견인제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제도를 구상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COVID-19가 벌려놓은 교육격차와 교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해보겠다는 취지로 홍보가 되었으니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6월 22일에는 교육후견인제 시범 운영 사업에 참여할 자치구와 마을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였고, 같은 달 29일에 열린 서울교육정책 정책포럼에서 학교-가정-지역사회 협력 교육후견인제의 방향 및 과제에 대해 다루었다. 마침내 8월 19일에 마을 기관 20곳을 선정하여 오는 9월부터 시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후견인제도는 무엇이며, 이것이 현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에 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교육후견인제도 개념 (‘2021 교육후견인제 정책 개요’ 참고)

  교육후견인제도란 ‘교육후견인’이 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교육의 전 과정에서의 교육격차 및 교육소외 해소 및 방지를 위해 적합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이후 지속적 만남을 통해 효과성을 점검하고 상담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서 ‘교육후견인’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의하고 있는 ‘교육후견인’이란 교육지원이 필요한 어린이·청소년과의 지속적 만남 및 학부모 담임 등과의 상담 및 소통으로 학습 지원, 정서심리지원, 특별 돌봄 등 아이들의 입장에서 적절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건강한 이웃이자 사회적 보호자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를 일컫는 말이다. ‘교육후견인’은 퇴임교원, 학부모, 마을활동가 등이 될 수 있으며 성범죄전력 조회 등을 거쳐 30시간 기본연수를 이수한 후 본격적인 활동에 투입된다. 이 제도의 특징은 동단위 기반의 지원체계라는 점인데, 수혜 대상 아동도 동단위 교육안전망 협의체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되며, 그를 돕기 위해 학교와 동주민센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마을기관과 자원이 활용된다.[각주:1]

3. 명명의 중요성_‘후견’이어야만 했니? 


  왜 하필 ‘교육후견인’이라는 명칭이어야 하는지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필자 또한 이 제도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하면 바로 이 명칭 선정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후견(guardianship)'이라는 용어를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경우는 친권자가 없는 미성년자나 발달장애인, 노인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에서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제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어 서비스의 활용률 저조를 야기할 수도 있거니와, 외부로부터의 잘못된 낙인이 생겨 제도를 활용하는 아이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필자는 ’교육후견인‘이라는 용어에서의 ’후견‘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이해하는 관점 중 하나인 paternalism(온건적 후견주의)과 맞닿아있다고 느꼈다. 근대 동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국가가 국민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했듯, 아이를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조화시키기 위하여 또 하나의 눈이 아이를 감시하게 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성장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이를 위해 굳이 ’교육후견인‘이라는 역할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그 정당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존의 교육복지(지역아동센터에서의 멘토링, Wee 클래스 등)와도 꽤나 중복되는 부분도 많으며, 단지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동단위에서 시작하기에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점과 파편화된 기존 복지제도와 달리 통합체계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인데, 왜 기존의 서비스를 통합하려하기보다는 굳이 ’교육후견인‘까지 만들며 아이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만드는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4. 가장 무서운 눈과 입_‘시선’과 ‘소문’


  ‘시선’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도 사람의 기분과 생각이 담긴 ‘시선’을 읽을 줄 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더욱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에서 구상한 교육후견인제도는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원한다고 하는 ‘보편 복지’를 표방하고는 있으나 결국 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은 ‘저소득층’의 아이들일 것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가정사나 형편이 남에게 일일이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교육후견인’이라는 명분으로 일면식도 없는 어른은 나도 모르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 정보의 격한 비대칭 속에서 받는 따가운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단위’라는 이 서비스의 특징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아이들을 더욱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도 있지만, 온 동네가 아이의 사정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 끔찍할 수밖에 없다. 동네에서는 시선뿐만 아니라 ‘소문’도 무섭다. 어디서 샌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이야기는 퍼져 있다. 학교선생님만, 혹은 아동센터에서만 알아줬으면 하는 나의 비밀을 또 한 사람이 더 안다는 것은 그만큼 소문이 퍼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일해 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음 한 켠의 찝찝함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후견인의 후보로서 학부모를 활용하는 것은 다시 한 번 고려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학부모는 전문적인 인력도 아니거니와 로봇이 아닌 이상 객관적이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봉사자가 될 확률이 적다. 학부모들의 커뮤니티는 ‘시선’과 ‘소문’이라는 소용돌이의 온상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부모 교육후견인의 작은 실수가 아이에게 큰 상처를 입히게 되는 위험성이 크다.


  아직은 시범 사업이기에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려되는 점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협력하는 마을기관이 적다는 점과 이로 인해 수혜를 받고 효과를 검증할 학생이 적다는 점이다. 이번 공모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직접 지정하는 ‘교육청 지정형’ 마을기관으로 15곳, 자치구와 마을기관이 협력하는 ‘자치구 매칭형’으로 15곳 등 총 30개 기관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총 27개 기관만 신청했다고 한다. 이중 8곳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고, 결국 ‘교육청 지정형’ 11곳과 ‘자치구 매칭형’ 8곳만이 선정되었다. 이는 목표치 대비 63.3%였으며,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겠다며 적극 홍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청 수도 적었고, 신청한 기관마저도 제출된 사업계획서에서 교육후견인제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드러나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각주:2] 마을기관 등 동단위의 기관협력이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데, 낮은 이해도와 참여율은 사업의 존재를 위태롭게 한다. 연쇄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학생의 수조차 적어져 과연 제대로 된 효과 검증이 가능할지, 일회성 서비스에 그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5. 키다리아저씨와 그늘


  서울시교육청이 그리는 ‘교육후견인제’의 모습은 온 마을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키다리아저씨’가 되어주는 모습일 것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 ‘연대’의 정신을 잃지 않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그들의 그림자로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그늘막을 만들어주는 모습은 가히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교육격차와 더불어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신만을 위한 키다리아저씨가 나타나주길 기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그 키다리아저씨가 교육후견인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이며, 누가 되었든 키다리아저씨로서 만들어주는 그늘막이 아이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어둠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삐뚤빼뚤하게나마 키다리아저씨의 실루엣을 그려나가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첫 발걸음은 교육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첫 장을 쓰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동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Dichter

  1. 2021년 6월 29일 ‘서울학생의 통합적 교육안전망을 꿈꾸다’ 정책포럼 자료집 참고 [본문으로]
  2. 장지훈, '‘교육후견인제’ 시작부터 삐걱...기관 참여, 목표치 63% 그쳐', 뉴스1, 2021년 8월 3일, https://www.news1.kr/articles/4391538 [본문으로]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②]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 개발의 필요성에 관한 소고 (1)

미증유(未曾有)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유행으로 인해 세계는 팬데믹(pandemic)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0년 한 해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비대면 시대를 보냈으며, 2021년 현재까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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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매체’ 교과 분석


  혹자는 여기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신설된 국어 교과의 ‘언어와 매체’ 과목의 존재이다. 이 과목은 이름에 ‘매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매우 밀접해 보이며, 실제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다수 담고 있다. 이 과목은 크게 두 가지를 교육하는 것이 목적인데, 하나는 ‘언어’, 즉 올바른 언어 생활을 위한 문법 교육이고 나머지 하나는 ‘매체’, 즉 올바른 매체 활용을 위한 매체 교육(미디어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언어와 매체’ 교과는 4개의 대단원으로 구성된다. 첫째 대단원 ‘언어와 매체’에서는 언어의 세 가지 종류인 음성 언어, 문자 언어, 매체 언어의 본질과 특성을 다룬다. 둘째 대단원은 ‘국어의 탐구와 활용’으로 음운ㆍ단어ㆍ문장ㆍ담화와 같은 국어의 구조와 시대ㆍ사회ㆍ갈래에 따라 달라지는 국어 자료의 특성을 살핀다. 셋째 대단원은 매체에 관한 단원으로, 다양한 매체의 특성과 매체 자료의 수용ㆍ생산ㆍ표현, 매체 언어가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마지막 대단원은 ‘언어와 매체에 관한 태도’로 언어와 매체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언어와 매체’ 교육과정에서 ‘매체’ 관련 주요 학습 요소와 성취 기준만을 선별하면 다음과 같다.

 

  앞서 제시한 강진숙 외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6가지를 기준으로 실제 ‘언어와 매체’ 교과서를 분석해 보자. 교과서는 천재교육 출판사에서 민현식을 대표 저자로 하여 출판한 것을 대상으로 삼았다.


  첫째, ‘지식’ 역량에 대하여 언어와 매체 교과서는 단지 신문과 잡지, 라디오와 텔레비전, 휴대 전화, 인터넷 등 매체 유형에 관한 개별 사실을 피상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뉴 미디어의 특징으로 실시간 상호 작용 가능, 상호 능동적 정보 교환, 멀티미디어적 성격, 복합 양식성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또한 부족하다.[각주:1] 앞서 이석영이 제시한 필터 버블, 반향실 효과, 확증편향 등 뉴 미디어가 인간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추가하는 것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가짜 뉴스의 양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먼저 지녀야 할 태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체의 정보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상식 수준에서만 설명하고 있는데, 앞서 이희심이 제시한 텔레비전 뉴스의 보도 순서, 앵글 구도 따위가 정보 전달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내용을 추가적으로 삽입하여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 필요성이 보인다.


  둘째, 비평 부문에서 교과서는 ‘인공 지능’으로 검색하여 나온 기사들이 어떤 관점과 가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을지 추측하기, 두 개의 기사문을 읽고 다양한 관점과 가치 고려하여 비평하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각주:2] 그러나 학생의 능동적인 역할이 주어져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를테면 학생이 스스로 ‘주제어 선정 ― 주제어 검색 ― 기사 분석 ― 내용 요약 ― 기사의 관점 분석 ― 자신의 입장 정리’라는 과정을 거쳐 능동적으로 비평 역량을 증진할 수 있게 학습 활동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보인다.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라는 ‘리터러시’의 의미 그 자체를 생각했을 때도, 학생이 스스로 자료를 검색하여 한 편의 글을 완성하게 하는 학습활동이 적어도 하나는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셋째, 의사소통 역량에서는 언어 문화와 매체 문화의 발전을 위해 건전하고 건강한 매체 자료를 생산하는 문화, 매체 자료를 주체적ㆍ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문화를 기르자고 제시하고 있다.[각주:3] 그러나 학습활동 내용이 대체로 자아성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질적인 효용성이 의문시된다. 의사소통 역량은 말 그대로 ‘소통’인 만큼 나와 남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넷째, 접근/활용 역량을 기르기 위해 교과서는 따로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 않다. 이는 아마 교육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 때때로는 ‘언어와 매체’ 교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보다도 ― 매체 활용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만약 교과서가 정보화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위한 평생교육 차원에서 새로 제작된다면, 그때는 이러한 내용을 보강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다섯째, 구성/제작 측면에서 교과서는 동음이의어, 발음의 유사성, 대구와 비유 등을 활용한 매체 언어의 창의적 표현을 제시하고 찾아보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매체 창작을 교육하고 있다. 아울러 학습 활동에서 직접 창의적 표현을 이용해 매체를 제작하게 하고 있는데,[각주:4]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다기 보다는 그저 말장난, 난센스를 만드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여섯째, 참여 측면에서 교과서는 여론의 폭발, 가짜 뉴스의 선동, 차별ㆍ혐오 표현, 언어폭력 등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하고 바람직한 언어 사용 태도를 기르자고 하고 있다.[각주:5] 그러나 학습활동으로 ‘제시된 매체 언어의 부적절성 파악’, ‘자신의 언어 습관 성찰 보고서 작성’ 등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어서 실제 학생들에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된다.

‘언어와 매체’를 넘어서


  이상에서 살펴본 문제들에 비하여 근본적인 문제는, ‘언어’와 ‘매체’를 결합한 교과 그 자체의 문제점이다. 이 교과서는 대다수의 고등학교에서 3학년 국어과 선택과목으로 학생들에게 제시되며,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3학년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위하여 매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교과의 문제점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이 과목이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과 선택과목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지식 습득이 주(主)가 되는 ‘언어’ 공부에 밀려 태도 함양이 주가 되는 ‘매체’ 영역은 학교 현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교과서에서 언어 영역과 매체 영역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공평하게 결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므로[각주:6] 차라리 언어 영역과 매체 영역을 분리하여 독립적인 교과로 만드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언어 영역 교과서는 문법 지식 습득과 활용 위주로, 매체 영역 교과서는 과감하게 활동 중심으로 구성하는 편이 교육에 있어 효과적일 것이다.


  ‘언어’와 ‘매체’가 왜 하나의 교과목 속에 묶여 있어야 하는지도 근원적인 문제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물론 인간의 언어를 떠나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지만, 미디어 리터러시가 매체에서의 정확한 어문규범 사용 능력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와 매체에서 언어 영역은 ‘언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국어학’의 내용, 특히 그중에서도 국어 문법 지식에 관한 것인데 과연 ‘미디어 리터러시’가 특정 국가의 국어에 종속되는 개념인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를 국어과에서 분리하여 새로운 교과로 독립시킬 필요성이 엿보인다.


  새로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담지자는 이제 국어 교사가 아니라 사서 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서는 문헌정보학과 도서관학의 담당자로서, 전통적으로 미디어를 수집하고 목록을 만든 후, 미디어를 조직하여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통해 대중들이 미디어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디지털화의 추세 속에서 사서들은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하거나 가상 도서관 학습 공간을 활용하고, 온라인 정보 이용 교육을 담당함으로써 이용자들이 디지털 미디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돕고 있다. 미국의 공공도서관 사서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미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불어 ‘가짜 뉴스’ 확인 방법 또한 미국 도서관에서 담당하고 있다.[각주:7]


  캐나다의 MediaSmarts는 사서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사서에게 미디어 교육 전문가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주 정부는 학교 사서들이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였다. 일본의 학교 도서관법과 사서 교사 강습 규정 또한 사서 교사를 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 교육에 배속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사서를 디지털 시민성, 인터넷 안전 및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당사자이며 이와 관련된 자문 위원회에 참여해야 하는 필수 직종으로 인정하고 있다.[각주:8]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은 사서의 역할이 학생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향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사서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일은 도서부 학생의 동아리 활동이나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오는 학생을 대할 때뿐이다. 때때로 도서관 이용 교육을 담당하기도 하고 도서관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독자적인 수업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사서 교사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하게 되면 기존의 국어, 윤리와 연결 짓는 추상적이고 비실제적인 형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문헌정보학 지식을 활용하여 보다 실제적인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학교 도서관이 비단 학생들의 교육 기관으로서만 기능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중심 교육 기관으로 기능한다면, 사서 교사들은 지역의 소외된 정보화 계층을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가 학교 현장에서 잘 적응한다면, 그 성과를 가지고 또한 평생 교육 체제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는 외국의 사례를 본받아 학교 도서관 및 지역 공공 도서관의 사서들이 각 지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담지하는 평생 학습 기관으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될 것이며, 주민들은 이전보다 더 폭넓고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문헌 자료를 이용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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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선ㆍ김아미ㆍ박유신ㆍ전경란ㆍ이지선ㆍ노자연, 「핵심역량 중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 체계화 연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16(11), 2016, pp.211-238.

 

 

정우맘 팽현숙

  1. 민현식ㆍ신명선ㆍ오현아ㆍ이지은ㆍ안장호ㆍ조진수ㆍ박진희, 『고등학교 언어와 매체』, 서울: 천재교육, 2018, pp.32-33; pp.38-39. [본문으로]
  2. ibid, pp.190-191. [본문으로]
  3. ibid, p.243. [본문으로]
  4. 위의 글, pp.88-93. [본문으로]
  5. 위의 글, p.135; pp.140-141. [본문으로]
  6. 서보영ㆍ박진희,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언어와 매체 교과서 비교 연구: 매체 언어의 구현 양상을 중심으로」, 『국어국문학』 187, 국어국문학회, 2019, p.258. [본문으로]
  7. 박주현ㆍ강봉숙, 앞의 글, p.225. [본문으로]
  8. 위의 글, pp.231-23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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