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 개혁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스누피우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월부터 사상 초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로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논의해 왔다. 그중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혼합한 형태인 거꾸로 수업처럼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한 새로운 수업방식도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교육 방식들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아무도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교육 개혁이 시행되었다.

 

# 온라인 개학에서 본 교육부와 실제 교육 현장 간의 간극

 

새로운 교육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교육 현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교육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교육부의 지침으로 교사와 학생들은 우왕좌왕하였다. 교육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교사들은 계속 달라지는 공문과 실제와는 거리가 먼 이상적인 지침에 골머리를 앓았다. 실제로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이틀 전인 47일에 원격수업 출결, 평가 기록 가이드 라인을 배포하였고 교사들은 그제서야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입시를 담당하는 고3 담임 교사는 더욱 난감했다. 교육부에서 배포한 가이드 라인중 학생평가, 학생부 기재 개념도에 따르면 생활기록부에 실시간 쌍방향형수업을 통한 내용만 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실시간 쌍방향형원격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5.2%에 불과하였고 [각주:1] 나머지 교사들은 학생부에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이처럼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지침은 입시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

 

또한, 특수 교육도 많은 문제를 겪었다. 교육부는 사회적 관계 형성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발달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1:1 방문 교육을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이 지침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하는 정책으로 특수교사와 발달장애 학생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는 교사에게 감염 예방의 책임마저 지게 하여 교사 개인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실제로 전특노 ㅁ 교사는 방문 전에는 특수교사 스스로 감염상태를 확인하고, 방문했을 때는 학생과 가족의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유무도 체크해야 한다. 방문 후에도 위생수칙을 지키고, 특수교사는 다중밀집시설 방문도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각주:2]

 

더불어 학생들은 새 학기의 기대감을 안고 수업에 참여했지만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 서버 폭주로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교육부와 교육 현장 간의 소통 부재로 교육부와 실제 교육 현장 간의 간극은 더욱 확대되었다.

 

이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것은 교사이지만 아직 학교는 교육부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로 국가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결정되고 교육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최근 들어 점차 교사와 학생에게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문·이과 통합교육, 자유학기제 등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교사와 학생에게 보장하고자 하는 정책이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전히 ·중등교육법23조에 따라 교사는 교육부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만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 결국,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따라 지역, 학교 수준 교육과정을 정한 후 학급 수준의 교육과정을 정해야 하므로 교사는 상급 수준의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 사태는 교육 개혁의 주체가 교육부와 정부가 되었을 때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교사와 학생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부와 정부의 논의는 탁상공론에만 불가하고 교육 현장과의 간극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개혁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교육 개혁

 

교육 개혁의 주체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교육 개혁은 무엇일까? 교육 개혁은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흐름에 맞게 사람들이 급변하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의 교육제도를 변화시키는 것[각주:3] 이다. 즉 교육을 개혁하는 목적은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혀나가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교육 개혁이라 칭하는 다양한 변화들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나간다고 볼 수 있을까? 당장 온라인 개학 사태만 보아도 새로운 교육제도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교육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것 같다. 또한, 그 전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아도 자유학기제, 교과 교실제, 고교 학점제 등의 제도가 새롭게 등장했지만, 경험, 문화, 제도 등이 부족해 여전히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그동안 교육 개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학자 아이즈너는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그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는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동안의 교육 정책들은 학교 현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실제 교육적인 효과가 미미했던 것이 아닐까? 결국,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 정책의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을 직접 참여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교육 개혁 주체의 변화: 교육적 감식안을 갖춘 교사

 

따라서 교육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나 교육부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구체적인 내용은 학교 현장 속에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서 변화무쌍한 수업환경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을 했을 때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매일 오전 10시까지 학생들의 원격수업 출결 상황을 집계해 보고하라고 했다. [각주:4] 그러나 실제로 EBS 서버가 터지거나 통신상의 문제가 종종 발생하여 사실상 10시를 기준으로 출결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교사는 일일이 학생들에게 연락을 하여 출석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출결 관리는 교육부가 교육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따라서 이처럼 불필요한 교육부의 지침을 막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자율성을 보장하여 변수가 큰 교실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교육 개혁에 따라 각광받고 있는 교수법을 무조건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최근 학생 중심 수업, 하브루타 수업 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기 힘든 자연법칙을 가르칠 때 강의식 수업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교사는 수업환경에 따라 주체적으로 진보적 지도법과 전통적 지도법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일종의 예술가로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 및 수업방식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 이처럼 교육 현장을 꽤 뚫어 보는 교육적 감식안 [각주:5] 을 갖춘 교사들이야말로 자신들의 현장성을 통하여 교육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서 교사가 진정한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출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교사도 자신의 교수법과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일종의 연구원이지 않은가? 그러나 현재 교사들은 행정 업무 부담이 커 가장 중요한 교육 업무는 뒷전으로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따라서 행정 직원을 확충하고 교사의 행정 업무 비중을 낮추어 교사가 온전히 교원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2018 교수학습 국제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행정 업무 시간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번 온라인 개학 사태 때도 교사들은 과도한 행정 업무로 정작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수를 받거나 온라인 수업방식을 연구할 시간은 부족했다. 행정 업무 처리는 물론 학급 내 방역 업무, 긴급돌봄 업무, 서버 불통 문제 해결까지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처럼 과도한 업무량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되길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교사들이 교육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비판적으로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 개혁은 성공하지 않을까?

 

# 교육 개혁 주체의 변화: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

 

또한, 교육 개혁의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학생들은 교육 개혁의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그들의 실질적인 의견을 배제해온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학교의 운영, 수업방식 및 학사 일정 결정 등에 관여할 수 없다. 학교는 학생회와 학급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학급 운영과 관련된 몇 가지 건의 사항에만 해당하며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을 구성하는 존재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가장 실질적인 그들의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어떠한 공동체든 공동체가 균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발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의 모습은 보통의 공동체와 다르게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기형적인 형태이다. 결국,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은 교사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 현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학생들의 현장성을 무시해온 국가 중심의 교육 개혁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교육 개혁을 어떠한 학생이 쉽게 따르겠는가. 수가타 미트라의 한 실험은 표준화된 국가 중심 교육과정의 문제점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컴퓨터는 물론 글을 읽을 줄 모르고 영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뉴델리 빈민가 아이들에게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제공했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여 즐겼다. 이러한 실험은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교육을 스스로 해석하고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아이들은 주체적인 학습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국가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과정 때문이다. 국가 주도의 학문 중심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다양한 흥미와 능력에 적절히 반응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 개혁이 아니라 학생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배울 내용을 선택하고 교육에 개입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학생이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존재해왔던 청소년 혐오와 나이 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어른들은 청소년을 교육 개혁에 참여하기에 미성숙한 존재로 여겼다. 그러나 학생들은 충분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설령 어린 학생들이 그러한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자신과 관련된 일에 영향력을 끼칠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이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그들은 계속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르게 되고 청소년 혐오는 지속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에 따라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이며 주체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면 교육 개혁에서부터 학생들의 주체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교육 방식과 교육내용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정할 때 학생들은 교육과 그들의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변화가 미래 교육으로

 

결국, 교육 개혁의 주체는 현장성을 갖춘 학생과 교사가 되어야 한다. 먼저 학생은 교육에서 중심적인 존재가 되어 자신의 흥미, 적성을 고려하여 교육내용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사는 현장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교육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교사는 표준화된 수업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능력과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는 교수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하여 교사의 업무 강도가 줄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온라인 개혁은 그동안 교육 개혁의 주체가 정부와 교육부가 되어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상기시켰다.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정책은 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 교육을 위한 변화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수이다. 교육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 현장성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교사들, 교육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여 지원과 후원을 하는 교육부가 조화를 이루면 교육 개혁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 현장에서부터의 직접적인 변화가 미래 교육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1.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이후 한 달간 원격교육 추진 경과'에 따르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주로 한다는 교사는 5.2%에 불과했다.

    유소연, <교사는 지쳐가고, 학생은 학원행, 교육부만 자화자찬>, 조선일보, 2020.05.13.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3/2020051300182.html?utm-source=naver&utm_me   [본문으로]

  2. 허현덕, <[장애인 교육권] 장애학생에게 더욱 가혹한 온라인 개학> , BeMinor, 2020.04.17.,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4577&thread=04r06  [본문으로]
  3.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육 개혁, 한국민족문화대백과, 2020. 08. 09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24548&cid=46615&categoryId=46615

    [본문으로]

  4. 장지훈, <온라인 개학에 어쩌다 '죄인'된 교사들 "e 학습터 터져도 내 잘못">, 뉴스1, 2020-04-18, https://www.news1.kr/articles/?3910847 [본문으로]
  5. 교육적 감식안이란 교육학자 아이즈너가 제안한 용어이다. 교육적 감식안이란 오랜 시간동안 학생을 평가한 교사가 교실에서 보여지는 특질들의 미묘한 차이점을 구별하고 그 가치나 질을 평가하는 인식적 측면의 기술로서, 오감을 통하여 교육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김동옥, 2007, 아이즈너(Eisner)의 교육적 감식안에 의한 초등국어 수업 비평,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본문으로]

코로나로 비춰본 교정 2020
–교육 당사자 인터뷰-


비행人

 

# 들어가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예전과 같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우리의 사회에서도 ‘관계적 거리두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교사와 학생의 거리가 멀어지고, 학생과 학생 간의 거리가 멀어졌다. 이 사이에서 고통받는 것은 단지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당사자의 문제다.
교육계는 관계적 거리두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공백을 메꾸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각자에게 부담이 돌아갔다. 코로나로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 교사가 과로로 쓰러져 수업 중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코로나로 학습권이 침해되었다며 전국 대학생 3500명이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는 ‘예전과 같지 않아서’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대표적으로 교사와 학생은 이러한 교육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당사자이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증인이 말하는 코로나 사태 그 이후를 보고자 한다.

 

 

# 첫 번째 인터뷰
울산 고등학교 국어 교사 A 씨.

 

1. 코로나로 인해서 발생하는 업무에 대한 과중이 심각한데, 대표적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계속 개학이 연기되던 거. 선생님이 학사일정을 맡았는데, 그걸 6차 수정했거든. 원래는 보통 2월에 정하면 끝인데, 무려 6차를 수정한 거야.
어떤 상황인지 알겠지? 개학 자체가 계속, 긴 시기 동안 정해진 시점이 있지 않고 2주씩, 한 주씩 밀렸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학교 일을 조정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어. 그리고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작년에 했던 일들을 계속 공문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전달하고 …… 학교 현장에서는 힘들었지. 그런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는 거야. 그런데 우리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을, 기술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잖아. 그런데 우리 교사들에게 ‘너희는 어벤져스다.’ 하면서 ‘그걸 해내야 한다.’고 했지.
위험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위해서 교육을 해야 하는 게 맞긴 하지. 그렇지만 나를 한 번 봐. zoom이라는 프로그램 사용해본 적 없어. 수업 녹화라는 걸, 편집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 그런데도 막 온갖 걸 다 배워가지고 말이야.
제일 처음에 있잖아, 개학이 조금 늦어지니까 학습지원을 온라인으로 하자, 뭐 이런 게 있었거든. 애들이 자습할 수 있는 공부거리를 주자고. 들어봤겠지만, 그때 막 자료 만들어서 드라이브 스루하고… 그때도 엄청 고민한 거야. 학생들이 집에 있는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의 공부를 지원할 건가를 말이야. 그 방법을 학교마다 엄청 고안한 거야. 우리도 자기주도학습 인증제라는 그것도 만들어서 학습 독려하고, 자료 올리고, 과학 선생님은 과학실험 기구 같은 거 있잖아, 그런 거 패키지를 만들어서 애들 겹치지 않게 학교에 오게 해서 가져가게 한다든지. ‘프린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같은 것도 문제가 되니까. 그러니까 우리 고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EBS 온라인 클래스를 봐라. 초, 중등은 e-학습터 같은 걸 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겠지.
거의 온라인 개학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던 때가 있어. 이제 온라인 등교를 하는 시간이 되었으니, 준비해야 해. 연수도 받고 교육도 받아야 해. 그런데 문제는 선생님이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다니지를 못해. 거의 각자가 ‘야, 이거 해봤는데 녹화 어떻게 해?’ 서로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카톡 해서 녹화 어떻게 하는데 같은 걸 정보 공유하고.
근데 문제가 뭔 줄 아니? 학교에서 학기 말 되면 영화 같은 거 많이 보여주지? 단편소설 프린트해서 나눠주지? 그건 학교에서 일회성으로, 교육목적으로 보여주고 끝나잖아. 근데 온라인은 공중으로 배포될 수 있잖아. 다시 말하자면 애들이 무한으로 복제해서 넘길 수가 있잖아. 나야 내가 만드는 수업자료가 어디까지가 저작권법을 지키는 거고, 어디까지 초상권 법을 지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 그런데 또 교육청은 그런 걸 지키라고 하는 거야. 우리는 공무원이니까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해야 하잖아. 제도적인 것도 문서로는 전달해 줬지만, 우리가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었어.
예를 들어서 책을 읽히면, 책의 본문 20%까지는 보여줄 수 있는데, 그 이상은 안 된다는 것들을 배우고 알아야 하는 거야. 원래는 ‘저작권법을 잘 지켜야 합니다’ 정도의 문서로 왔는데 현장에서 요구하니까 좀 더 자세해진 거지. 그런데 이것이 한둘이 아닌 거야. 그런데 내용과 형식은 또 알차야 해. 그리고 내가 만든 영상의 질은 너무 형편이 없어. 국어는 지문이 길잖아. 내가 만들어 놓고 ‘아, 야매다 이 영상은…’ 싶은 거지. ‘애들이 보고서 내가 만들었다는 거에 기뻐해 줄까?’ 싶었어.
엄청 많은 온라인 수업 기술들이 있어. 그런데 그런 걸 우리가 배워야 해. 애들에게 맞는 형식을 선택해야 해. 또 우리도 많이 고민한 부분인 건데, 애들이 어떤 기기를 가졌는지, 작동이 잘 되는지 말이야.
우리가 생각을 잘못한 게 그건데, 애들 중에 그런 온라인 학습 환경이 안 갖춰진 애들이 있어. 그런 온라인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zoom을 예로 들어보자. 핸드폰으로 zoom을 보는 건 볼 수는 있지만, 공부하기는 너무 어렵잖아. zoom으로 국어 지문을 띄우고 수업할 수가 없는 거야. 그런데 어떤 애들은 스마트폰밖에 집에 없는 거야.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애들이 가지고 있는 가정환경에 따라서 기기 환경이 다 달라. 태블릿, 스마트폰, 노트북에 우리가 가진 수업 도구가 모두 적합하기 힘들어. EBS 사이트 정도는 되어야지 그걸 맞출 수가 있는 거야. 격차가 나더라고. 소위 있는 집 애들과 없는 집 애들 사이에.
그리고 내가 만든 영상을 렌더링해서 EBS e-클래스에 올리려고 하는데 호환이 안 되더라. 진짜 미쳐버릴 것 같은 거야. 내가 영상을 만들었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나는 매뉴얼대로 했는데 일이 잘 안 되었어.
학생에게 연락할 때도, 처음에는 일일이 학생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개학 안 했을 때도 잘 지내고 있는지 알아봤어. 왜냐면 온라인 개학 때도 애들 출석 체크를 해야 하니까. 우리는 올해 개교한 학교라서 학생이 40명밖에 안 되었잖아. 우리는 문제가 있으면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카카오톡을 했거든. 그때 오픈 채팅 기능을 모른 거야. 약간 바보 같은 거지. 나중에는 네이버 밴드나 구글 클래스 하는 선생님들도 있었어.
아이들이 출석했는지, 수업은 들었는지, 수업에 대한 과제를 시간마다 내줬는데 그거 확인하고. 내실 있게 하려면 그냥 동영상만 끝내고 넘어갈 수가 없지. 그러니까 교사들이 그냥 영상만 보고 ‘땡, 치워라.’ 이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거든. 왜냐면 고등학생들이… 특히 우리는 1학년이잖아. 신입생이고 한 번도 학교에 온 적이 없잖니. 신경을 많이 써 줘야 해. 과제 낸 것 보고 내가 응답도 해주고, 문의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기도 하지. 당장 학교에서 30명이 한 공간에 있어도 전달이 정확하게 안 돼. 그런데 서면으로, 면대면이 아닌 상황에서 얼마나 전달이 안 되겠니. 정말 내가 채팅봇인 줄 알았어. 그게 엄청난 업무 과중이더라고. 종일 끙끙대며 수업 녹화해서 올리고 나면 애들 질문 받아주고, 과제 피드백해 주고. 그리고 나면 또 수업을 찍어야 해. 일주일에 4차시마저 준비하기가 너무 힘들어.
그러고 나서 개학이 시작됐지. 발열 체크 지도하고, 자가진단 설문 돌리고, 급식 먹을 때도 지도하고 말이야. 그것도 굉장히 지난한 과정이야.


2.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사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학업을 평가할 때 어떤 어려움과 문제가 나타났나요?

6/3에 대면 등교를 해서 실질적인 학사일정이 너무 짧아졌어. 그런데 고등학교는 입시 때문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한 번만 치는 학교가 없어. 중학교는 그런 학교도 있단 말이야. 초등학교는 아예 치지 않고. 그런데 고등학교는 둘 다 쳐. 왜 그런지 알겠지? 선생님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비행人: 그게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된다는 게 너무 가혹하죠.) 그렇지. 내신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할 거니 다들 너무 겁이 나서, 고등학교에서 한 번으로 줄인다는 게 상상할 수가 없는 거야.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두 번의 시험을 치니까 어떻게 되냐면, 우리 애들이 개학하자마자 2주 후에 첫 중간고사를 친 거야. 학교 와서 처음 얼굴 봤는데. 그런데 그사이에 모둠 수업을 못 해. 일방식 수업을 하는 거야. 발표를 시키려고 했는데 학생이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겠니? 평소에 아이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 보면 어떤지 반응 알지? 기겁하면서 마이크 안 쓰잖아. 그러니까 잘 전달도 안 되더라고. 결국 강의식 수업을 할 수밖에 없지. 그러니까 수업이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 하품 나오고. 대답해도 마스크 쓰니까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우리가 5분씩 단축할 수 있게 되어서 45분 수업을 하거든. 45분 동안 혼자 떠든다는 게 얼마나 힘들어. 나도 수업을 하니까 힘들고, 애들한테 미안함이 너무 큰 거야.
온라인 수업에 제대로 안 하는 애들이 너무 많았어. 내가 충격을 받은 게 애들이 집에서 되게 열심히 하는 줄 알았거든? (비행人: 절대 아니죠. 웃음) 거의 영상만 틀어놨더라! 잘 아는구나. 2주 만에 복습을 해서 중간고사를 쳐야 하는 거야. 근데 온라인 수업은 4월 16일부터 시작해서 6월 2일까지 했잖아. 매주 4차시씩 수업을 한 달 넘게 했잖아. 엄청 많은데 그걸 2주 만에 진도를 때려 박아야 하는 거야. 양을 조절했긴 했지만 2주면 8차시잖아. 8차시 안에 그걸 하는 게 너무 힘들어. 너무 중간고사에 질 떨어지게 시험 문제를 낼 순 없잖아. 문제가 3개 있지. 첫째, 진도를 뺄 수 없고, 둘째, 마스크 수업하기 힘들고, 셋째 애들에게 죄책감이 들고. 그런데 내가 학습지를 어떻게 나눠주냐면, 정석대로 소독용 장갑 끼고 우리가 다 하나씩 나눠줘. 자, 시험을 칠 때는 어떻게 했게? 우리 교사들이 다 한 장씩 나눠줬어. 우리는 학생 수가 적으니까 그렇게 가능한데 아마 학생 수가 많은 도심에 있는 학교는 손 소독제 바른 후에 넘기라고 했을 거야.
우리를 봐. 우리 온라인 수업 만든다고 고생했는데 대면 개학한 지 2주 만에 시험을 쳐. 시험문제를 만들어야지. 2주 동안 마스크 써서 계속 말하고. 중간고사 끝나자마자 서술형 채점하고. 그러고 나면 7월 한 달밖에 시간이 없어. 기말고사 준비를 해야 하는 거야. 8월 초에 또 기말고사야.
물론 애들에게 적게 가르치면 되긴 하지. 하지만 1학년 동안 해야 할 내용을 뺄 수는 없잖아. 작년의 1학년들과 다르게 ‘너희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적게 배워라’ 이렇게 할 수가 없지. 기본적으로 교과서를 떼야, 학습 목표를 한 번은 떼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교과서는 창비 교과서인데 단원이 다행히 7개밖에 없어. 그래도 내가 이 짧은 시간 안에 1, 2, 3단원까지는 해야 하는 거지. 3단원이 문법이고, 6월 모의고사를 치는데 너도 알다시피 문법까지는 나오잖아. 한글 맞춤법이랑 표준 발음법. 그러니까 문법까지는 해야 6월에 시험에서 완전히 망치지 않는단 말이야. 그걸 하도 경험을 해둬서 아니까, 적어도 1,2,3단원까지는 나가줘야 한다. 1학기 동안.
그런데 학교에서는 일은 똑같이 하는 거야. 뭐냐 하면, 애들한테 교육과정 선택을 시켜야 한 대. 1학년에게. 알겠지? (선택할 시기가) 늦었대. 그런데 이제 한 달밖에 학교생활을 안 한 애들한테. 교육과정 선택을 하라고? 걔네 학교 적응도 못 했는데? 그리고 그럼 애들이 그거를 알아듣겠니? 선생님이 설명해준다고? 걔네 삶이 너무 바쁘잖아.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입시에 관한 생각이 1학년 때부터 있는 애들이 아닌 이상 … 어떤 학교는 자료 쭉 나눠주고 원래 계획대로 했어. 1차 선택을 해본 거지. 그런데 학부모가 항의했대. 자료만 쭉 보여주고 애들한테 선택하라고 그랬다고. 아무 설명도 없이. 그런데 학교가 지금 학생들에게 그런 설명을 해주기에는 여력이 없거든. 사람들이 관성대로 아, 작년 7월 즈음에는 이걸 했었지. 하고서 일을 너무 빠르게 진행해. 애들의 상황에 맞추지 못하는 거지. 그것도 답답해. 갈등이 있으면 저지시켜야 하잖아. 교육청이랑도 싸워야 해. 교육청이 자꾸 공문 내려보내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고.

 

3. 코로나로 인해 학교 업무를 처리하는 도중(수업, 행정업무 등)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웠던 일이 일어났던 경험이 있을까요?

솔직히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이 사태를 어떻게 운영하는 게 현명하니 몰라서 진짜 힘들었어. 아까 말했듯이 교육청에서 하루에 30분씩 수업을 단축할 수 있다고 했어. 그런데 공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학교의 운영이 달라지기도 했어.
그리고 어떤 학교는 학년 별로 순차적으로 등교를 시키려고 학교 안에서는 의논이 되었어. 그런데 고등학교는 옆 학교랑 경쟁이 치열하잖아. ‘야, 아무도 우리처럼 이렇게 3학년, 2학년, 1학년 번갈아서 등교를 하지 않는대.’ 가 되니까, 그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찬성했는데, 이런 의견이 제기되니까 그 학교에 그렇게 어렵게 논의하고 여론 조사한 그 계획을 접게 된 거야. 공문에서는 분명히 학교에서 알아서 정하라고 했지. 그래서 정했는데, 다른 학교에서는 안 그런다고 하니까 그게 다 없던 일이 되는 거지. 눈치가 보여서. 그것도 너무나 큰 장벽이지.
울산은 교육감이 진보적이니까, 나는 그나마 교사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줬다고 보는 입장이야. 정보 공시라는 게 있거든? 3월에 하고, 5월에 하고, 7월에 하고. 그런데 이걸 하라는 거야. 우리가 개학도 안 했고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항의하니까 그럼 정보 공시는 2학기 때 하라고 했어. 몇 개는 수시로, 몇 개는 일 년 내내 하라고 열어주는 거지. 그것도 얼마나 진 빠지는 일이니. 마스크 끼고 나와서 나도 지금 입가가 헐기 시작했거든.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될지 우리도 이 상황을 모르겠다.
아, 그래. 교육청에서 온라인 기기 사용 실태를 조사한댔어. 중등 교육과에서 비슷한 시기에 조사를 3번 했어. 서로 다른 장학사가. 약간씩 달라. 그런데 본질은 같아. 한 번에 수집을 끝내면 될 것 같은데. 이런 게 문제지.
방역 지도 때문에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 갈등도 많이 일어나. 어떤 일이 있었냐면, 음… ‘학생 지도를 교사만 해야 하니? 행정실은 왜 안 하지? 급식 실무사들은 왜 안 해? 상담 선생님은 왜 안 해?’ 이런 거. 보건 선생님은 지금 죽을 노릇이야. 관리자들이 자꾸 보건 선생님에게 일을 몰아. 그걸 저지시키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몰라. 자꾸 교장 선생님이 말할 때마다, ‘그건 보건 선생님이 해야 하고, 보건 선생님 담당이고. 보건 선생님에게 말할게요.’ 그래. 그런데 보건 선생님이 그 많은 공문을 다 어떻게 읽고 다 해석할 수가 있겠어? 그건 같이 해야 하는 일이지.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도 ‘그건 저 사람 업무지. 코로나 19는 보건 업무지.’ 해. 그러니까 전통적인 방식으로 선을 자르려고 하는 거야. 보건 선생님이라고 이런 집단 감염 사태를 겪어 보았겠어? 그런 업무를 조정하고 학교 안에서 의논할 수 있게 조율하는 역할이 당황스럽고 힘들었지.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똑같이 월급을 받으니까.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가 있고, 그보다 더 일해도 월급이 더 생기지 않긴 해. 그래도 이런 사태는 함께 해야 하는 업무가 맞거든. 그런데 맨날 교육청에서 공문이 어떻게 오냐면, 코로나 19 교육 속보 [1호] [2호] [3호]… 그게 어디까지 왔냐면, 46호까지 왔어. 그런데 그걸 보면 방역 얘기만 있을 것 같잖아? 아니야. 수업 일수 조절, 학급 평가 방안 등등의 내용도 있거든. 그래서 그걸 46호까지 다 열어야 해. 새로운 하달 내용이 어떤 게 있는가 봐야 해. 그런데 그 문서가 보건 선생님 문서니까 보건 선생님에게 들어가. 그런데 그걸 보건 선생님이 다 어떻게 처리하냐. 교사들 사이에서는 보건 선생님께 업무 과중. 또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업무 과중.
영양교사도 지금 엄청 힘들어. 코로나 19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될까봐. 그런데 수업하는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아침에 애들 발열 체크도 하잖아. 우리 업무만으로도 과중이라고 느껴지는 거야. ‘그런데 그 사람들은 원래 했던 것을 조금 더 조심할 뿐이잖아.’란 식으로 갈등이 생기지. 그리고 선생님 입장에서 ‘행정실은 뭘 하는데?’ 싶어. 행정실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니까.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게 없어. 학생지도는 다 우리가 해야 해? 학내 구성원 … 그러니까 교직원끼리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게 드러나는 거야. 그래서 갈등이 좀 심해졌어.
우리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코로나 19 때문에 우리 자리가 없어질까봐. 온라인 수업으로 우리가 다 대체될까봐. 그런 불안감이 커졌어.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 같아. 너무 자격지심을 많이 느끼는 선생님도 있대. 내가 이렇게 무능해서……. 교사가 내가 무능한 건가? 내가 이 시대를 다 따라잡지 못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고.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서 온라인에 더 의존하다 보니까 학교라는 공간 … 학교 교육이라는 게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이 생겼고. 그래서 역으로 우리는 이 학교 교육의 가치는 무엇일까를 굉장히 고민했고, 하는 중이야. 그리고 그걸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지. 우리가 힘들어도 중요한 건 애들 건강이지. 방역을 철저히 해야지. 이거는 모든 학교가 다 그럴 거야. 요즘에는 약간 느낌이 초등 교사 된 것 같아.

 

4. 교사에게 향후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유, 무형의 것)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게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합의되어 왔던 교육의 방식을 다 뒤바꾸는 사건이잖아. 그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상호 협동적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방법이 구축되어 있어야 할 것 같아. 원래 2015 교육과정이 협동을 중시여기는 거잖아. 지금 이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 활동 중심 이걸 다 못하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어떻게 학생 역량을 키울 수 있느냐는, 국가의 교육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구축해 놓아야지. 그리고 법과 제도도 손 봐야 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작권, 초상권 등 교육에 있어서 자료를 사용할 때, 어떠한 식으로까지 구축하고 정비를 해야 하는가. 이런 거 그냥 똑같이 놔두면 안 돼. 아니야? 코로나 때문에 쓸 수 있는 자원이 온라인에서의 자원밖에 없어. 그러니까 초상권, 저작권을 느슨하게 해준다든지, 아니면 그런 문제가 해결된 자료를 우리에게 제공하든지 그래야지.
울산 도서관에서 대출을 안 해줬잖아? 모든 대출 서비스를 중단했으니까. 그럼 전자책을 볼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그런 걸 계산에 넣지 않은 거지. 내가 진로 독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물리적으로 책을 빌려줄 수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전자책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니까 공공도서관에도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남부, 중부, 울주군 다 없고, 동부도서관에만 있다는 거야. 그런데 온라인 회원 가입만 해도 보여주기는 했는데, 그런데 제일 최근 나온 책이 2007년도고, 백 몇 권밖에 없는 거야. 동부 도서관에 전화하니까 울산 도서관이 생긴 이후로는 울산 도서관으로 이전이 되었다는 거야. 동부 도서관은 더 구매를 안 한대. 그 울산 도서관 사이트를 들어갔지. 근데 어떻게 운영하는지 아니? 오프라인으로 회원증 발급한 사람한테만, 전자책 서비스가 있어. 그런데 코로나라고 도서관 문을 다 닫았지.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회원증을 만드니? 그러니까 기존에 만든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교육청 관계자한테 전화해보니까 울산 남부, 중부, 울주군, 동부는 교육청 소속인데, 시립도서관은 시청 소속이라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대. 시청에 전화하니까 그건 도서관 관할이라서 할 수 있는 게 없대. 그런데 도서관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도서관 관련 인맥을 동원해서 문의를 다시 정식적으로 넣고 해서 일을 진행했지. 이런 교육 자원을 개방시켜야 한다니까. 규정을 바꿔야 해. 허용해 줘야지. 온라인 교육하면서 교육부에서 독서 교육이 강조되었는데, 정작 독서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계획이 없었어. YES24에 책값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다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교육자원을 제공해야 해.
그리고 내가 볼 때 학생들이 기기 격차에 따라, 기술 활용 격차가 커지고, 교육 수준 격차가 커지는 것 같아. 상처받을 게 걱정이야. 아이들이 2, 3명인 집에 노트북이 한 대인 경우. 너도 알다시피 휴대폰으로 공부하는 것과 노트북으로 공부하는 것은 효율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향후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기기 전문가를 학생 집에 보내는 방안 같은 게 필요해.


# 두 번째 인터뷰
부천시 고등학교 1학년 a모씨

 

1. 코로나로 인해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학습활동에 대한 과중 문제가 있나요?
원래도 수행 기간에는 수행 빡세게 주긴 하는데, 중간고사에서 과목을 달랑 세 개밖에 안 봤거든요? 나머지 과목은 다 비중이 어디로 가겠어요? 수행으로 가죠. 그래서 수행평가 양이 장난 아니게 많았어요. 제가 수행 하나를 보기 위해서 논문을 몇 편이나 봐야 했는지 아세요? 기존에도 많은 편이긴 했는데 더 늘어났죠.

 

2. 수업 질 저하의 문제
수업 질 저하의 문제에서도, 전체적으로 문제를 쉽게 내줘요. 그런 부분에서 애들이 학습 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고 내주는 것이 있긴 하죠. 그래서 예를 들어 수학 같은 경우에는 1학년에서 100점이 12명 나왔죠. 고득점이 늘어난 거죠. 그런데 그렇다고 못 보는 애들은 애매해지는 사태가 나오는 거죠. ‘그것이 과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과적인 해결책인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어차피 코로나라고 해도 학원 가는 애들은 가고, 공부하는 애들은 공부하고, 인강 좋은 것 듣고 그래요. 근데, 솔직하게, 적응을 못 한 거죠. 수준이 낮아진 건 사실이에요. 음,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다른 곳에 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요. ‘온라인 학교 수업을 잘 듣는가?’ 는 조금 어렵죠. 저 같은 경우에는 성실히 듣는 편이지만, 글쎄요… 안 듣는 애들은 꽤 있겠죠.
수업을 다 들으면 밑에 확인 문제가 있는데, 온라인 클래스에서는 ox형식으로 내거나 아니면 구글 설문지 링크를 달아서 할 수도 있어요. ox형식이 편해서 그렇게 많이 하세요. 이걸 많이 틀린다고 해서 감점으로 들어가고, 수업 태도 불성실로 처리하지는 않아요. 일단 기술적으로 봤을 때 다 듣고 풀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 수업 후 과제 외에도 국어 같은 경우에는 현대 소설 파일 올려놓고 독후감 써오기 같은 과제도 있죠. 그것을 타이핑하거나 수기로 써서 내야 했죠. 나름 열심히 써서 다들 내요. 그런데 다들 제시간에 안 하고 며칠씩 미뤄두는 영향이 꽤 있어요. 4주를 한다고 하면, 일주일에 한 편씩 써온다면, 선생님이 잘 확인을 못 하시니까 마지막 주에 4편을 올린다든지. 그런 게 없지 않죠. 원래야 그게 없었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지만, 그런 경향이 좀 심해요.

 

3. 교우관계 형성의 문제.

일단 선생님들도 애들 이름을 외우길 굉장히 어려워해요.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선생님도 학생들도 서로서로 구분하기가 힘들어요. 그런 교류에 대해 제안을 했다고 해도 가까워질 기회가 주어지기 힘들어요. 저야 운동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운동장에서 운동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런 기회가 줄어들었어요. 동아리 활동 같은 경우도요. 2번 하고 끝났거든요. 등교 개학을 6월에 늦게 했으니까요. 저는 또 일반적인 교과 과정을 따라오지 않아서 중학교를 나오지 않았으니까, 더 아는 애가 없고, 이름 세 글자 정도만 알아요. 그나마 몇 주 다녔으니까 뒷자리 옆자리 애들은 몇 번 이야기 하면서 친해졌는데, 매우 크게 느껴지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안내문 돌려서 학교에서 몇 차례 조사했어요. 축제나, 운동회 개최 같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고. 찬성이 꽤 나오긴 했지만 일정 수치에 미달해서 결국 못했죠. ‘수학여행을 가자’가 반수 이상이었으니, 아쉬워하던 애들이 없던 것은 아니죠. 학교 축제도 축소가 되었어요. 프로젝트나 대회도 규모가 줄어들었어요. 이런 게 또 연결되면서 생기부에 타격이 많이 갔죠.
저야 대안 학교를 나왔는데, 지역에서 이른바 ‘꽤 빡세다고’ 하는 남고를 들어갔어요. 적응이 어떻겠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친해질 이런 기회도 없어지게 되었으니 조금 섭섭한 것도 사실이에요.

 

4. 코로나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웠던 개인적 경험
제가 당황스러웠던 기억은 없는데, 같은 반 애 중에 조금 37도 이래서 체온이 높은 친구가 있었어요. 코로나 양성은 아니었는데, 한 이틀 정도 학교를 빠지고 판정을 받고 왔어요. 그때가 수행평가 기간이어서 걔가 수행을 한 6개인가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병가결석이니까, 그런 기준대로 일부만 점수를 인정받았죠. 그러니까 자기가 준비했던 것만큼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곤란한 상황들이 생긴다고 볼 수 있죠. 입시랑도 연관되고요.
온라인 수업에서도, 학교에 있을 때보다 몰입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우리 학교에서는 지금 쌍방향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아요. 거의 다 e-클래스를 써요. 단방향으로 녹화해서 수업하는 건 있지만요.

 

5. 입시 위주의 사회에 코로나 사태가 던지는 새로운 시사점
일단은,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에 생기부를 채우기가 어렵죠. 대회 참여 같은 것도 축소되었듯이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요. 학교에 가면 좀 복작복작하면서 정보가 공유되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을 시행 중이니까 일주일에 며칠만 학교를 등교해요. 특별히 공지사항을 전달받기가 힘들어요. 저는 1학년이니까 끔찍한 타격을 다가온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중간고사 전에 드디어 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 복습 없이 진도를 계속 쭉쭉 빼니까 조금 더 빠르게 나간다는 감도 있고요. 학교를 6월 10일 즈음에 나갔으니, 두 주 있다가 시험을 쳤어요. 기말도 7월 마지막 주에 치니까 한 달 만에 다시 시험을 쳐요. 시험 보는 과목 수가 조금 적기는 해요. 시간이 촉박해졌죠. 범위도 줄이고 문제도 쉽게 내준다고는 하지만요. 상당히 힘들어진 것은 부정할 수가 없죠. 저희는 경기도니까 6월 모의고사를 처음으로 쳤는데, 잘 모르겠어요. 제대로 집계도 안 된 것 같고요.
모둠 활동이 지금 금지당해서, 조를 짜서 활동하는 건 전혀 없어요. 선생님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강의형 수업이죠. 그냥 수업 때 학습지 나눠주고, 따로 풀어요. 발표도 없고요. ‘야, 몇 번 나와서 설명해봐라.’ 이런 것도 없어요. 설명하고, 질문 받고, 선생님이 풀어주시죠. 그런 정도. 학생 자치활동도 축소되었어요. 학생회장은 지난주에 선거를 치러서 이미 뽑았는데, 선거 홍보도 거의 못 했어요. 뽑으러 갈 때 포스터를 한 번 보았죠. 게시판에 한 번 보던 것도 같긴 해요. 향후 학생부 종합전형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요.

 

6. 학생이 향후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유, 무형의 것)
저에게 국가 공교육 체제를 어떻게 개혁시켜야 할지에 대해서 질문하시는 건가요? (비행人: 그렇죠. 물론 지금도 저성장이긴 하지만,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면서,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가 굉장히 약화하고,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해지고, 사이버 인간관계가 강화하고, 소비지향의 우리에게 큰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사회가 될 것 같아요.)
굉장히 새로운 걸 많이 시도할 수 있는 사회잖아요. 난생처음 보는, 그전까지 쓰지도 않는 기술을 말이에요. 획기적으로 다르겠죠.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 이 변화를 좀 더 긍정적으로 이끌어나가야겠죠. 비참한 상황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요. 그런 갈림길 사이에서 우리가 서 있어요. 사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변화에 맞춰갈 수도 있죠.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가치관도 있고요.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생활이 바뀌어 나가야만 해요.
예를 들어서 등교하는 동안의 시간이 남을 것이고, 수업을 단축하여 생기는 시간이 있죠. ‘이런 여분의 시간이란 자산이 생기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답해야 해요. 우리는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낼까요? 거기에 해답이 달려 있다고 봐요. 이런 시간의 틈새에서 기존에 존재할 수 없었던 가치의 창출이 점점 늘어날 수 있어요. 지금도 개인의 취미를 계발하고 친목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서 동아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의 강구가 일어나고 있잖아요. 사이버 인간관계의 확대를 늘어난 여가와 연결하며 사람 사이의 유대를 단단히 할 수도 있겠죠. 일차적으로 ‘이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적 태도와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겠지만요.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마치며
인터뷰에서 인터뷰이는 어떤 교사의, 학생의 대표자가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더욱 그들이 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기분은 비단 나뿐 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때문에 교사들의 강도 높은 근무에 기대어서 사회의 한 축이 지탱되고 있으며, 이것이 이번 사태로 인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먼 미래도, 먼 과거도 아닌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인간관계를 강화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하는 사회를 살고 있음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미비한 기기 지원으로 학습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단지 코로나 19로 인한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금껏 이런 문제들을 방치해왔고,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하나의 시대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가 왔음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것이 앞에 놓인 과업일 테다.
오늘도 열심히 우리 교육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학생과 교사들에게 항상 수고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와 돌봄교실

 

별먼지

 

 

1. 들어가며

 

# 지금의 돌봄교실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등교정지 후,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되었다. 그로 인해 코로나 이전 상황에 비해 자녀가 혼자 있는 경우가 12.8%6.6% 증가(육아정책연구소, 20203)했고 [각주:1] , 많은 맞벌이가구는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돌봄교실의 신청자는 자연스럽게,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교육당국은 이들을 모두 수용하라 했지만 당연하게도 학교에서는 난색을 보였다. 초등돌봄전담사(이하 돌봄전담사)의 수와 근무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전교생을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 받아주라는, 현실과 너무나 맞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무게를 떠받는 건 돌봄전담사들의 몫이었다. 돌봄교실이 원칙 없이 급하게만 운영되면서 돌봄전담사들은 자신이 속한 학교마다 제각각인 배려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많은 돌봄전담사들은 보조 인력의 제공 없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평상시 이상의 근로를 제공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교육 당국이 내놓은 안전 대책은 전무한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각주:2] 정규수업과 달리 돌봄교실에는 방역조치나 소독용품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돌봄전담사들만 애가 타는 상황에서, 그들은 그만큼 더 신경을 곤두세운 채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젖은 마스크를 교체해주고, 수시로 손 소독제를 발라주었다. 게다가 갑자기 외부 강사가 진행하던 프로그램까지 맡거나 학교관계자 및 학원관계자와 소통하는 시간까지 더해져, 기존 근무시간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더 많아졌다. [각주:3] 원래도 돌봄전담사는 하루 4시간 치 임금만 받으면서도 시간 외 수당이 주어지지 않는, 행정 업무나 청소 등 초과근무가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 문제시되어왔는데, [각주:4]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으로 인해 비공식적인 근로가 더 가중된 것이다. 이에 충남지역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해 온 박은주 돌봄 전국부분과장은 "코로나19로 긴급돌봄을 운영하는 시간은 (하루) 온종일이 됐다""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각주:5] 

 

긴급 돌봄으로 돌봄교실 운영 시간이 늘어나고 돌봄 대상 학생이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되며, 돌봄전담사가 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업무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전체 돌봄전담사 중 시간제 노동자가 80%를 차지한다. [각주:6] 대부분의 돌봄전담사가 시간제로 고용되었기 때문에 돌봄교실을 온전히 책임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돌봄교실에는 많은 외부인이 들락거리거나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해가며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주:7] 바이러스 감염 방지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의 상식에는 전혀 맞지 않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7일 결의대회를 열어 "코로나19 위기 속 긴급돌봄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고, 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돌봄전담사 시간제 근무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각주:8] 근무시간은 늘리지 않은 채로, 업무만 얹어주며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응이 가장 문제시되었다. 전반적으로 법적 근거가 어느 정도 확립되고, 그에 따라 돌봄교실의 위생과 방역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돌봄전담사들의 근무시간이 안정적으로 고정되거나 연장되었더라면 긴급돌봄 운영이 지금만큼 무질서하고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 돌봄교실의 불안정성

 

이들의 목소리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한정시켜서 이해하면 안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때문에 돌봄교실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불안정성이 불거진것일 뿐, 사실 돌봄교실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법적인 기반이 취약했다. 돌봄교실은 그 법적 근거부터 불분명하다. 유아교육법이나 초·중등교육법에 관련 내용이 없다. 그저 초·중등교육과정총론 중 학교는 학생·학부모 요구로 방과후학교 또는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해, 학교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돌봄교실을 운영할 뿐이다. [각주:9]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초등 돌봄교실은 지난 16년 동안 법적 근거 없이 운영길라잡이에 의해 운영됐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며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돌봄교실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돌봄교실 운영을 안정화하기 위해 하루빨리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주:10] 돌봄교실 관련 노동자들의 복지와 학생들의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돌봄교실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탄탄한 법적 기반 위에서의 체계적이고 책임 있는 운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 있다. 본격적인 돌봄교실의 법제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주체에 대한 합의이다.

 

 

2. 돌봄교실의 주체를 둘러싸고

 

# 학교교원의 입장은?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에 대한 교원 단체들의 반발에서 그들의 돌봄교실 운영 및 관리 주체에 대한 인식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돌봄교실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여러 책무가 규정되어 있는 이 법안은 결과적으로 돌봄에 대한 단위학교의 업무와 책임이 더 가중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혹시라도 "법안이 교육 본연의 영역이 아닌 돌봄을 학교와 교사에 떠넘기는 것이라면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원들은 돌봄은 교육이 아닌 보육이므로 교육과 돌봄의 영역이 엄연히 다른데도, 초등학생이라는 이유로 교사에게 돌봄 업무와 책임이 관행처럼 떠넘겨져 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과중한 돌봄 업무로 수업, 생활지도 등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교사로서 느끼는 자괴감과 사기 저하가 심하다고 전했다. 교원단체들은 따라서 돌봄 운영 주체가 지자체가 되어야 하며, 주무부처도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주:11] 

교육 본연의 영역이 아닌 돌봄’, ‘돌봄은 교육이 아닌 보육’, ‘과중한 돌봄 업무로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 ‘자괴감과 사기 저하등의 표현이 흥미롭다. 여기에서 말하는 본연의 교육활동과 본연의 교육활동이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돌봄 업무가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돌봄교실은 교육 본연의 영역이 아니며, 철저히 보육의 영역에만 속하는 업무인가?

 

# 교육과 보육, 그 사이

 

표준국어대사전의 보육의 의미는 어린아이들을 돌보아 기름이며, ‘교육의 의미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줌이다. 일단 사전에 있는 정의는 비슷한 듯 다르다. 하지만 사실 사전만 보았을 때에도 두 개념이 명확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일단 사전적 의미만 가지고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교원단체에서 교육을 말할 때는 지식과 기술 전달을, 보육을 말할 때는 관리와 보살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수업과 생활지도를 예시로 든 본연의 교육활동보육의 영역이라고 주장되는 돌봄교실을 과연 무 자르듯 간단하게 나눌 수 있는지 살펴보자. 일단 꼭 돌봄교실 말고도 초, , 고등학교의 전반적인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돌봄교실 외의 학교의 활동은 교원단체가 말하는 교육 본연의 영역에만 충실했나? 물론 학교에서는 교과 시간을 통해 여러 지식과 기술이 전해지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는 분명히 많은 힘을 들여 학생들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이는 보살핌에 가까운 모습이다. “부모님 모셔와!”라는 흔한 대사가 떠오른다. , ,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빼먹거나, 친구와 심하게 다투거나, 예의 없는 언행을 하면 교사가 학생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면서까지 학생을 선도하려고 힘쓰는 광경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을 본래 학교의 업무가 아닌데 관행처럼 떠맡겨져 왔다는 식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 ,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바르다고 여겨지는 쪽으로 선도하고 보살피고 보호하는 것은, 오히려 학교가 당연히 맡아야 할 책무로 느껴진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지식과 기술 교육은 오히려 전체의 아주 작은 부분만 설명할 뿐,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에게 있어 그 이상의 성장을 돕는다. 이 보살핌과 보호의 측면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형되거나 과해지면, 다소 획일적이고 위압적인 느낌이 더해진 관리통제가 된다. 학창시절의 기억에 분명히 잘 어울리는 단어들이다.

대학교에서는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징계를 내릴 뿐 보호자에게 교육적 선도를 요청하지는 않는다. , , 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대학교라면 보육보다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좀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 전의 교육기관에 대해 딱 잘라 보육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교사들은 학생들을 선도하고 보살피는 데 교과 수업만큼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오히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의 기능이 가르침과 배움보다 관리에 집중되었다고 느끼지 않을까? 교원들이 본연의 교육활동에 포함시킨 생활지도도 사실 지식과 기술, 인격의 성장보다는 관리라는 단어에 더 어울린다. 그리고 실제로 초, , 고등학교는 학생의 관리에 상당한 힘을 집중한다. 우리는 12년 동안, 보육, 그리고 그 주변부의 측면도 분명히 상당 부분 존재하는 교육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일반적인 과정을 떠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돌봄교실을 보자. 돌봄교실만 따로 떼놓고 보아도, 그것을 교육이 아닌 보육이라고 밀어내기는 여러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

일단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교실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연장선 느낌이 강하다. 돌봄교실의 프로그램에서는 숙제지도, 교과보충학습지도가 그 중심이며, 학생들은 돌봄교실에서 숙제를 하거나 집에서 가져온 문제집을 혼자 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각주:12] 이걸 바람직하다고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행대로라면 돌봄교실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활동과 절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교과 내용 학습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원래 돌봄교실이란 아동의 방과후 보호와 교육을 통해 학교의 교육적 목적가정의 자녀보호교육의 기능을 보완하는 것 [각주:13]이다. 때문에 돌봄교실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목적이 다각적으로 충족되지,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된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된다. 일본과 스웨덴, 미국 등의 국가들에서는 방과후 보육 정책에 대해 놀면서 배운다는 구호를 부여하고, 교육법에 근거하여 안정적으로 실시하고 지원을 하고 있다. [각주:14] 돌봄교실의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돌봄교실이 가져야 할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돌봄교실이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이 아니라 단순한 차원의 보육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그램의 내실화 없이 마치 아이들을 수용하고 관리하듯 이루어지기만 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돌봄교실 본래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는 단면만 보고 그런 것은 교육활동이 아니다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보육과 교육을, 또 돌봄교실과 학교를 엄격하게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는 너무나도 쉽게 좌절된다. 그럼에도 그것이 당연한 것 마냥 주장되는 이유는, 교육과 보육을 분리하고 돌봄교실을 보육의 영역에 분속하는 것이 학교와 교원으로 하여금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가장 간단하게 떠넘길 수 있게 해주는 논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지점들을 통해 검토해보면 금방 알 수 있듯, 학교와 교원들은 돌봄교실은 보육이므로 학교 본연의 교육활동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 ‘학교 만능주의의 문제

 

하지만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모두 학교가 감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돌봄교실에 대한 모든 책임과 부담을 학교가 떠안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돌봄전담사 고용, 돌봄전담사의 복무 관리, 수당 계산 등을 모두 교사들이 하고 있다""이상적으로는 학교 행정실에서 이 같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교사들이 한다"고 설명했다. [각주:15] 교사도 교사의 업무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얹어주는 돌봄교실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돌봄교실 관련 업무의 집중으로 인한 교원들의 피로는 물론이고, ‘학교 만능주의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믿음은 여러 문제를 불러온다.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그렇다. 아이들은 학교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기라도 하는 듯이 학교로 보내져 좁은 공간에서 북적거렸다. 돌봄교실이 방역의 사각지대로 떠오를 정도였다. 이에 반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근처의 다른 돌봄교실에는 30명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4명이서 썼다. [각주:16] 지자체가 운영하는 여유로운 돌봄교실은 놔두고 굳이 북적이는 학교의 돌봄교실에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 안에 있어야 한다, 명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음에도 널리 퍼진 인식은 과연 괜찮은가?

학교도 도움이 필요하다. 돌봄전담사에게 어쩔 수 없이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면, 아니 전가를 해도 밀려드는 모든 아이들의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기 힘들다. 코로나19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항상, 아이들은 학교가 안전하다는 맹신적인 신뢰 속에서 일제히 학교에서 관리되었고, 학교에게는 한정된 자원을 넘어서는 양질의 보살핌이 기대되었다. 어떻게 보면 학교가 돌봄교실을 피로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교육과 보육을 억지스럽게 나누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도 마냥 비판만 하기 힘든 이유이다. 학교와 교원이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단순한 이기심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운영 방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는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어떤 주체들이 어떻게 나누어서 그 무게를 감당할지, 관련 업무를 어떻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분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3. 앞으로는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돌봄교실의 취약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돌봄전담사들이 요구하는 본격적인 법제화에 앞서 필요한 주체 설정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았다. 보육과 교육을 엄격하게 구분함으로써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학교와 교원들의 주장이 가지는 문제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모든 책임과 업무를 당연하다는 듯 집중되며 생겨나는 또 다른 문제점들을 생각해보았다. 이제는 떠넘기기를 멈추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학교는 돌봄교실이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는 식으로 떠밀지 않고, 정부에서는 학교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귀담아듣고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공간 제공,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에 있어서의 지역사회의 신선한 조력이 필요하다, 돌봄을 사회 전체의 책무로 보고, 사회의 자원을 균형 있고 다채롭게 활용해야 한다.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전환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돌봄전담사의 업무 환경 개선은 물론,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과 내실화된 프로그램 운영에도 도움을 준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도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전일제로 전환해 교사들의 돌봄 업무를 가져오고, 책임과 권한도 높인다면 학교돌봄은 더 내실 있게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이는 교사들의 돌봄업무 부담도 없애는 상생해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각주:17] 시간제 근무를 유지하게 되면 아이들이 지금처럼 여러 명의 봉사자나 돌봄전담사 분들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더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학생들을 돌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선생님마다 다른 수업 운영 분위기와 규칙에 그때그때 적응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고, 내용 측면에서도 하나의 흐름이 있는 내실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등 지금보다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돌봄교실 개선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강조되어야 할 점은, 사실상 돌봄교실의 전문가들인 돌봄전담사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사실 돌봄은 엄연히 교육과 다른 보육이며, 본연의 교육활동이 아니다.’라는 주장, 그리고 돌봄 업무로 인해 본연의 교육활동을 하지 못한다며 자괴감을 운운하는 입장 표명에는, 보육에 대한 은근한 무시가 녹아 있다. 교육을 좀 더 고차원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활동으로, 보육을 단순한 수용과 보호 중심의 노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돌봄교실이 소외되는 경우는 흔하다. “학교 안에서의 돌봄을 우리끼리 표현으로 외딴섬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관심이 없다. [각주:18]라는 경기도의 한 돌봄전담사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또 돌봄전담사 분들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때에는 깨알 같은 불이익과 보복, 때로는 모욕적 언사를 감당해야 한다. 절차와 서열이 정해져 있는 학교문화에 맞추기만을 지시받기도 한다. [각주:19] 돌봄교실이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귀찮기만 한 업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 피하기가 당연시되고 영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돌봄교실 프로그램의 가치를 인정해야 할 때이다. 돌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점점 수요가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이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원한다면 돌봄교실, 나아가 돌봄전담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주체간의 존중이 탄탄하게 다져진 위에서 이루어지는 돌봄 주체에 대한 합의와 돌봄교실 법적 기반의 안정화, 운영의 체계성, 돌봄전담사의 업무 환경 개선, 내실화될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1. 오설아, <'멀티 플레이어' 돌봄전담사는 왜 정규직이 아니란 말인가?>, 오마이뉴스, 2020-05-2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284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본문으로]
  2. 임성호, "코로나19 속 돌봄전담사 처우 열악안전대책 마련해야", 연합뉴스, 2020-06-27 https://www.yna.co.kr/view/AKR20200627035300004?input=1195m [본문으로]
  3. 오설아, 앞의 기사 [본문으로]
  4.  선재희, <[앵커의 눈] 시간제 일자리의 두 얼굴-공짜노동, 압축노동>, KBS NEWS, 2019-12-0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36955&ref=A [본문으로]
  5. 이은지, <"코로나로 업무 가중, 처우는 열악"학비노조 '돌봄교실' 법제화 촉구>, 노컷뉴스, 2020-06-27 https://www.nocutnews.co.kr/news/5368556 [본문으로]
  6. 오설아, 앞의 기사 [본문으로]
  7. 위의 기사 [본문으로]
  8. 임성호, 앞의 기사 [본문으로]
  9. 김승환, <돌봄특별법 발의에 교원단체 “‘지자체가 돌봄 주체 돼야> http://www.segye.com/newsView/20200617513691?OutUrl=naver, 세계일보, 2020-06-17 [본문으로]
  10. 공지유, <"코로나 최전선서 아동 돌봐"돌봄교사들, 처우 개선 촉구>, 이데일리, 2020-06-25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929046625805328&mediaCodeNo=257&OutLnkChk=Y  [본문으로]
  11. 김동호, <교총 '온종일 돌봄체계 특별법 발의'에 반발>, 파이낸셜 뉴스, 2020-06-17 https://www.fnnews.com/news/202006171430250521  [본문으로]
  12. 김대석, 성정민,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프로그램 개선 방안: 교육복지 선진국의 문화예술체육 돌봄 프로그램 사례를 중심으로, 예술인문사회융합멀티미디어논문지Vol.6No.9[2016], 사단법인 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학회, 2016, 376. [본문으로]
  13.  김수동, 양애경, 한국의 방과후 돌봄교실과 일본의 방과후 아동교실 정책의 비교 분석과 한국의 방과후 돌봄교실에 주는 시사점, 한국일본교육학연구Vol.18No.2[2014], 한국일본교육학회, 2014, 44-45. [본문으로]
  14.  위의 논문, 43. [본문으로]
  15. 김형욱, <초등 돌봄교실 근거 법령제정 입법 중단교육부, 교원 반발에 백기>, 중부일보, 2020-07-16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33304 [본문으로]
  16. 정동훈, <믿고 맡기는데 '복작복작'방역 사각 '방과후 돌봄교실'>, MBC 뉴스, 2020-07-04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831699_32524.html  [본문으로]
  17. 윤지연, <초등학교 돌봄 업무가 민영화 된다고?>, 참세상, 2020-07-31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198  [본문으로]
  18. 변진경,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없이 돌봄과 방역이 가능할까?>, 시사IN, 2020-06-19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269  [본문으로]
  19.  오설아, 앞의 기사 [본문으로]

줌으로 가르치고 배울 뿐

 

취한다

 

#. 무엇이 새로웠지?

 

20201학기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1학기가 시작되기 전 2020년의 추운 겨울은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을 두었던 만큼 막막하고 속상하기 그지없는 나날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진 현실과 함께 대학원을 가겠다던 굳은 결심이 마구잡이로 흔들리던 시기였다. 학기가 시작되면 그래도 규칙적으로 수업을 들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214일 서울대학교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공식적으로 등교 시작일을 2주 연기했다. [각주:1] 뿐만 아니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점차 심해지자 227일에는 개강 2주 연기에 이어 2주 온라인 수업 실시가 예고되었다. [각주:2]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의문은 많은 이들이 그랬듯 비대면 수업이 과연 가능할까?’이었다. 3월 셋째 주 월요일 11시에 첫 비대면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ZOOM을 활용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었는데 난생 처음 본 사람들의 얼굴이 가장 큰 메인 화면으로 잡히고 자신이 메인 화면이 된지 모르는 듯하는 모습들이 우스꽝스럽기도 했고, 내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힐끔힐끔 내 화면을 쳐다보느라 집중력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첫 OT는 무탈하게 지나갔다. 그렇게 비대면 수업이 2주간 진행되며 처음에는 간혹 있던 오디오의 문제들이 해결되었고, 각 수업마다 교수님들이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식들을 정해가며 우리 모두는 아주 오래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해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적응해나갔다. 그러면서도 첫 2주 동안 교수님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들 중 하나는 여러분과 하루 빨리 만나고 싶네요.”였다. 하지만 4월이 되어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갔다. 420일이 되자 공식적으로 무기한비대면 수업 운영이 결정되었다. 3월 말까지만 해도 5월이 되면 대면수업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학생들의 생각과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하셨던 교수님들의 소망과는 다르게 우리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이 날 때쯤이었던 4월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적응되어 적어도 나의 주변 친구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대면 수업을 번거롭게 여기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비대면 수업방식에 적응했다. 물론 수업에 대한 만족감은 수업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었겠지만, 대학교육이 도저히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어 중단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벌써 7월이다. 한 학기가 지나갔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새로움에 적응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사람들은 접촉을 자제해야 했다. 하지만 일상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었기에 직접 만나서 하는 활동들에 대해 대안들을 찾아나갔고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놀라우리만큼 온라인 만남에 빠르게 적응했고, 불편함이 있지만 그 불편함에도 익숙해져가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보고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시대, 언택트 시대 등등.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면, 아니 벌써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면, 그 새로움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언가 변하기는 변한 것일까?

 

#. 겉바속그

 

<교육저널>을 쓰고 있으니까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특히 학교교육, 그중에서도 대학교육에 대해서 말이다. 20201학기 대학의 모습은 겉바속그이지 않았나 싶다. ‘겉바속그는 내가 만든 말인데 겉바속촉에서 빌려왔다. ‘겉바속촉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다는 의미로 반전매력을 지닌 음식제품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겉바속그는 대학교육의 의 모습은 뀐 듯 하지만 의 내용은 대로의 줄임말로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학기 대학가를 휩쓴 등록금 이슈를 제외하고 서울대학교에서 학교와 학생 간의 가장 큰 논쟁이 되었던 이슈는 대면 기말고사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 초 이태원클럽 집단감염 이후, 코로나 19의 확산세는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교무처 [각주:3]는 기말고사만큼은 대면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일을 추진했다. 이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에서는 530일부터 531일까지 1학기 대면 기말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행했고, 그 결과 약 90%의 학생들이 대면 기말고사 방식에 대해 반대하였다. [각주:4] 하지만 학사과는 학생들의 걱정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대면 기말고사 시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사 일정상의 우려가 많아진다.” [각주:5] 는 답변을 남기며 대면시험을 표준으로 하되 비대면 시험으로의 전환을 교수 재량으로 맡기는 방향으로 기말고사 매뉴얼을 바꾸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어쩌면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새로운 교육으로 비춰지던 20201학기의 대학교육은 실은 겉으로만 새로웠지 속의 내용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 밖으로 끊임없이 촉발되던 문제들은 평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420일 무기한 비대면 수업방식이 결정되면서 동시에 중요한 학사 운영 결정사항으로 나온 것이 바로 절대평가권고 사항이었다. 비대면 수업의 전달력의 문제와 당장 중간고사를 대면 기말고사 방식으로 치르지 못하는 점 때문에 불거질 수 있는 시험 공정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시된 것이 교수가 결정을 하는 선에서 기존의 상대평가방식으로 평가를 남겼던 수업의 평가방식들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를 권고한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수업방식의 변경에 있어서 가장 먼저 논의된 것이 평가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를 당연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무기한으로 비대면 수업이 결정됨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요소의 범위는 이전의 오디오 소리가 작다는 문제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동영상을 녹화하여 업로드하는 강의의 경우에는 수업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 교수와 학생 간은 물론 학생과 학생 간의 질문과 토론, 배움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학생들이 교육받는 환경이 아주 자연스럽게 개인의 책임으로 물어지게 되었다.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을 장기적으로 준비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비대면 수업이 무기한 연장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정적으로 인터넷망을 확보하지 못한 집에 살고 있었다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집 밖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다. 더 다양한 경우들을 상상해볼 수 있다. 집 안에 형제, 자매가 여럿이지만 책상이 하나밖에 없는 경우 일시적으로 카페를 방문하거나 집 안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지속된다면 비용이나 불편함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받을 권리 또는 배움을 추구할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 차원의 문제로 남겨져 버리고 공정한 평가만이 주요 논의결과로 남은 것은 우리에게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 속이 변하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과도기였기 때문일까?

 

지난 학기 대학의 교육을 돌이켜보면 겉은 새로운 기술을 입었음에도 속은 어떻게 해서든 변화를 거부하려고 아등바등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온라인 강의 방식 중에는 교수님이 혼자서 강의를 하는 모습을 사전에 녹화하고 동영상 형태로 올려주는 강의가 있었다. 이를 녹화본 동영상 강의라고 부르기로 하자. 녹화본 동영상 강의는 기존 강의에 비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존재한다.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과 즉각적인 상호작용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다시 재생할 수도 있고 필기를 위해 동영상을 잠시 중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빠르게 재생이라는 기능을 통해 학생들마다 자기에게 적합한 속도를 채택하여 공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아래는 서울대학교 교무처에서 온라인 및 동영상 강의에 관한 유의사항을 각 학과에 배포한 내용이다. [각주:6]

 

비대면 수업 진행에 따라 저작권 및 인권 침해, 보안이슈 등 우려되는 상황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유의사항을 알려드립니다.

 

. 온라인 강의 저작권 침해 주의(교원, 학생)

- 수업목적으로 외부 자료를 사용할 경우 사용 출처를 표기하고, 저작권 위반이 되지 않도록 주의

- eTL에 탑재된 동영상 수강 시, 사전 합의 없이 복제하거나 다운로드하여 제3자에게 전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 금지(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 가능성)

- 실시간 온라인 강의(ZOOM) 수강 시, 별도의 기기를 이용하여 녹화하는 행위 금지(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 가능성)

eTL 공지사항(저작권 가이드라인), 붙임 1(온라인 강의 저작권 주요사항 안내) 참고

 

. 동영상 수강 시 유의사항(학생)

- 동영상 수강 시,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고 수강하는 경우, eTL에서 진도체크가 되지 않음(출석 확인 불가)

-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배속기능을 활용, 동영상을 시청하고 출석을 완료한 것으로 처리한 경우, 수강한 것으로 처리되지 않으므로 재수강해야 함

 

. 온라인을 활용한 수업 시 인권 침해성 언행 금지(학생)

- 수업용 단체톡방, 토론방 등에서 타인에 대한 비방, 혐오발언 등 인권침해 성 언행 금지

- 수업 진행 시,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불필요한 언행 자제

 

. 기타 사항(학생)

- ZOOM으로 직접 접속 시 접속 이름을 이름-학번으로 기재(닉네임 기재, 미설정시 기기명 등이 이름으로 화면에 떠서 출석 체크 불가)

- 출석 확인을 위한 수업 내 설문 제출 시, 제출 이름을 이름-학번으로 기재해야 출석 확인 가능

 

 

이 공지를 잘 살펴보면 저작권 및 인권 침해, 보안이슈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항목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동영상 배속 금지규정이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동영상 강의 장점이기도 한 배속이라는 기능을 금지했다. 배속을 금지해야 했을까? 교수님들이 성심성의껏 준비한 75분의 강의를 50분 만에 듣는 것이 무례하다 생각한 것일까? 이에 대한 이유는 앞서 말한, 대학이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한 것이 평가방식이었다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녹화본 동영상 강의의 경우에는 출석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지가 아마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많은 교수님들이 1주일 정도를 기간으로 두고 학생들이 동영상 재생기록 시간을 남기도록 했다. 즉 정해진 기간 동안에는 알맞게 동영상을 시청하며 수업 진도를 따라올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싶었던 교수님들은 굳이 올려놓은 강의를 1주일 뒤에 삭제하기도 했다. 공부하며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다시 들어볼 수 있는 녹화본 동영상 강의의 장점을 가볍게 무시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배속 금지이다. 75분의 동영상을 올렸으면 정확하게 75분 동안 동영상을 듣고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수업을 듣는 장소만 바꾸었지 수업을 듣는 방식에서는 그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동일한 수업을 듣기 위해 75분을 투자한 학생과 50분을 투자한 학생이 출석평가에서 같은 점수를 받는 것은 많이 억울한 일일까? 나는 이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품고 있지만 독자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으니 질문으로 남기고 넘어가겠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출석 평가에 대한 고지식함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 귀엽다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발생한 에피소드의 경우에는 그저 웃고만 넘어갈 수는 없을 정도로 씁쓸하고 안타까운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만약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미션이 주어진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온라인으로 시험을 봐야 한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장소뿐이어야 한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동일해야 한다. 자 그럼, 당신이 온라인 시험 매뉴얼을 만들어보아라.”

 

보통 많은 오프라인 시험이 비-오픈북의 암기형 또는 논술시험을 채택하고 있다. 오픈북형식의 시험을 채택하고 있더라도 대부분 프린트물로 되어 있는 자료만 참고할 수 있고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활용한 인터넷 자료를 참고할 수는 없다. 이를 온라인 시험에서 동일하게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어느 학과의 전공 시험에서는 ZOOM에 접속하여 각자 자신이 시험을 치르는 장면을 보여주고, 화면에 찍히고 있는 시험을 보는 사람의 눈동자가 돌아갈 시 감점이라는 규칙이 만들어졌다. 눈동자가 반드시 피시험자가 작성하고 있는 답안지에 고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놀랍게도 후일담으로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규칙이 형식적으로만 있는 규칙이 아니었고 실제로 조교님들의 모니터링을 통해 감점이 가해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화여자대학교의 어느 전공 시험에서는 ZOOM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앞모습 외의 등 뒤에도 카메라를 설치하여 등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참신한 방법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역시 배속금지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평가라는 것이 수단에서 목적으로 전도된 교육에서 우리는 모르는 것을 더 열심히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또는 배운 것들을 외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여 더 나아간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심지어는 배울 점이 많은 동료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 무엇이 교육의 변화일까?

 

기술이 발전할수록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교육에 있어서 더 능동적인 참여자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를 원하는 방식으로 가공하여 학습할 수 있고, 정보검색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피교육자들이 그저 피교육자로 남지 않고 배움을 추구하는 주체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그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변화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라는 겉옷을 입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자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새로운 기술이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의 고민은 온라인에서 어떻게 하면 기존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에 그치고 만다. 최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수직적인 관계가 훼손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교육이란 교육배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자피교육자간의 수직적인 관계를 넘어, 피교육자도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교육 말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이 부상하며 많은 기술창업가들이 에듀테크라는 이름으로 기술기반의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기술들을 제안하고 있다. [각주:7] 정부도 교육이 디지털화되는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며 발 빠른 성장을 돕기 위해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각주:8] 이때 제안되는 기술기반의 교육환경으로는 작게는 교과서의 디지털화, 전자칠판 활용부터 크게는 AI를 활용한 학습자 개별 맞춤형 교육, 쌍방형 교수-학습이 가능한 ICT 기반의 스마트 교실 등이 있다. [각주:9] 이러한 기술기반의 교육들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을 예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 맞춤형 교육은 기존의 일대다 형식의 일방적인 교수법에 변화를 주고 학생 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분석하여 성장 과정에 도움을 주어, 획일적인 교과과정 중심의 경쟁과 서열화를 탈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기술이 교육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만약 교육이 여전히 입시와 취업을 위한 정교한 서열화를 목표로 하여 교육의 목적이 평가로 전도된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AI는 입시를 위한 맞춤형 학습 도우미에 그칠 것이고 디지털교과서, 전자칠판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들은 공정한 평가를 목적으로 한 교육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한에서 제한된 기능만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미래의 모습을 2020년도 1학기 동안 짧지만 강렬하게 목격하였다. 결국 무엇이 변화했는가?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기술이 변화하였다. 하지만 교육을 질적으로 변화시켰는가? 우리의 배움을 추구할 권리를 위해 우리의 교육을 낙관적이고 수동적으로만 지켜볼 수는 없다. 기술 자체가 우리의 교육을 더 나은 교육으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으로, 학생들의 권리를 확장해주는 교육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우리가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교육에서 또는 교육의 변화를 위해 기술들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1. 박대호, 서울대, 개강 2주 연기 결정입학식 취소, 졸업식 간소화, 한국대학신문, 2020.02.12.,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26256

    [본문으로]

  2. 마이스누 코로나19 긴급공지, https://my.snu.ac.kr/. [본문으로]
  3. 코로나-19 관련 주요 사항, https://board.snu.ac.kr/enboard/COVID_19. [본문으로]
  4. 62일자 총운위 별첨 내역, https://we.snu.ac.kr/. [본문으로]
  5.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학생공지  [본문으로]
  6.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공지사항 참고, http://hosting01.snu.ac.kr/~linguist/?p=14038. [본문으로]
  7. 현상철, [교육업계 새동력 비대면]409조 시장 에듀테크, 이제야 첫발, 아주경제, 2020.7.23., https://www.ajunews.com/view/20200722183238290. [본문으로]
  8. 신혜림, ··고 학교 디지털화에 5년간 185천억 투입, 매일경제, 2020.7.17.,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7/734014/ [본문으로]
  9. 노석준, Kakao AI report vol 13_교육. [본문으로]

특집에서는 코로나19와 교육을 담았습니다. 코로나19라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례없는 위기상황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교육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생소한 모습을 띠기도 하며 교육도 참 많은 혼란을 겪었는데요, 그 속에서 변화한 것은 무엇이고 그대로인 것은 무엇일까요? 교육저널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 속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모습, 그 속에서 불거진 교육개혁 주체에 대한 문제의식, 논쟁거리로 떠오른 돌봄 주체의 문제, 대학교 강의 및 시험의 겉과 속의 모습을 다루어보았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교육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취약점을 보여준 듯합니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요?

 

이번 호를 펴내며

 

어느덧 교육저널에 몸 담은지도 1년 반이 다 되어갑니다. 습한 여름날 편집실의 공기는 제가 교육저널 동아리방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로 저를 데려다주는 듯합니다. 처음엔 그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불만을 똑똑한 사람들과 나누고, 글을 통해 쏟아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편집장이라는 직책도, 글을 쓰는 부담도 없던 그 시절, 그저 노트북을 가볍게 두드리던 그때가 가끔은 그립습니다.

그러나 멋모르는 신입생이던 저도 이제 어엿한 편집장이 되었고, 편집 작업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분명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때보다 훨씬 시야가 넓어졌는데, 왜 이렇게 고민하는 게 어려운지, 글 실력은 퇴화된 것 같은지, 글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나밖에 모르던 풋내기가 신경 쓸 게 많아지고, 주변과 사회로 고민의 범위를 넓혀서 그렇다고, 이 또한 내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변명해봅니다.

돌이켜보면 참 혼란한 사회였습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코로나 19 사태, 현실이 된 청소년 참정권,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N번방 사건 등, 우리는 커다란 사건들과 마주하며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놀라우리만치 빨리 코로나 시대에 적응해갔으며, 청소년 참정권은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당연한 얘기가 되었고,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을 엄벌하라는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이야기들 수면 아래, 어쩌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은 여전히 침전된 채 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코로나 19, 청소년 참정권 보장, 가해자 처벌은 결국 수면 위로 보이는 이야기들입니다. 수면 아래 잠겨 있는 이야기들, 내재된 사회의 교육 병폐와 청소년 혐오, 성차별적 사회구조 등에 진정한 변화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호에서 교육저널은 이러한 수면 아래 잠긴 이야기들에 집중해보았습니다.

거대한 이야기의 크기와 깊이 만큼,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에게는 같이 고민할 동료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짚지 못한 지점을 지적해주고 지난 한 학기 동안 같이 교육을 상상해주었던 동료들, 우리 편집위원들이 있었기에 이번 호도 무사히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편집장이 되고 싶었지만, 혹여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아리 경험이 더하다는 이유로, 편집장이라는 감투를 썼다는 이유로 권력을 휘두르진 않았을까 걱정합니다. 세심하지 못하고 부족한 편집장과 함께 고민하고 글을 쓰느라 수고해준 모든 편집위원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무엇보다도, 혼자라면 외로웠을 길을 함께 걸어준 공동편집장 고슴도치뇽님께 가장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를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 저희의 진심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공동편집장 BDUCK 드림

 

 

 

올 상반기는 혼란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대학은 비대면 강의를 시행했고, 활기차게 새 학기를 맞아야 하는 학교는 한산했습니다. 혼란스러운 날들에도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곧 적응해나갔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교육저널 구성원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왔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한편으로는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습니다. 이제까지 쌓아온 교육저널의 관점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의 생각을 연결하기 위해서 여러 글을 읽으며 각자의 경험을 나눠보기도 하고, 여러 의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몇십 년 동안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가 몇 번의 노력으로 합의된 관점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서로의 글을 꼼꼼히 읽고 더 나은 방향으로 글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했습니다.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교육저널 이 단순히 각자의 글을 쓰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같이 글을 써나가고, 더 나은 글을 위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여러 글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제목을 짓는 작업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괜히 불안했었나 봅니다. 어느 순간 편집위원들의 모든 글에 저의 관점을 끼워 넣으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육저널 편집위원들이 하나둘씩 진실된 고민을 담아 글을 진전시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오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저널만의 관점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인데 말입니다. 우리가 했던 고민들과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는 대안들을 잘 녹여내는 것이 바로 교육저널의 글인데, 서로를 믿고 진심어린 조언이 오 갈 때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정치권과 많은 언론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다를까요? 다르다면, 이전의 사회와 어떻게 다른 걸까요? 선거연령이 하향되면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떠들썩했는데, 청소년의 정치할 권리는 완전히 보장된 것일까 요? 누군가는 지금이 과거와 다른 평등한 사회라고 하는데,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와 권력형 성폭력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와 별개의 문제일까요?

이제 글에 대한 책임을 독자 여러분께 넘깁니다. 교육저널의 글이 더 넓은 고민으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진심과 고민을 담아 빛나는 글들을 써주신 편집위원분들, 여러 고민을 함께 나눠주었던 BDUCK님과 이전 편집장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실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공동편집장 고슴도치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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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0)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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