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나는 학교현장실습을 다녀왔다. 학교현장실습이라 함은, 교직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마지막 학년에 학생을 실제로 가르쳐보고, 학교 루틴, 교직 문화 등의 학교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다녀오는 실습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범대생들이 고대하는(혹은 고심하는) 미션이기도 하며, 예비교원들은 교생을 계기로 주로 교직에 대한 의지를 다지거나 혹은 소수이긴 하나 교사가 되지 않을 것을 마음먹게 된다. 그리고 나는 후자의 경우에 속했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를 따라 학교를 곧잘 따라다녔다. 학교라는 공간, 교사라는 직종을 가진 사람들은 내게 직업인이기보다는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일터, 엄마의 동료(혹은 친구)였기에 안정감과 친숙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학창 시절에도 학교라는 곳은 늘 재미있고 수평적인 공간이었으므로, 내게 학교는 언제나 ‘호의적’인 공간이었던 셈이다.
자연스럽게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 대부분의 배경이 되어준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고 싶었다. 꼭 학생이 아니라 해도 교사로서 학교에 있는 일도 꼭 맞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돌봄의 수혜자인 것과 돌봄의 제공자가 되는 것은 정확히 반대의 실천을 요구한다. 돌봄이란 일종의 ‘보살핌’으로 이해되는데, 학술적으로는 일상적인 영역에서 존재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수행되는 행위, 실천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돌봄 실천에는 언제나 돌봄을 받는 자(수혜자)와 돌봄을 주는 자(제공자)의 이자관계가 선행한다. 수혜자는 제공자가 주는 돌봄 서비스를 받고, 그를 소비하는 것에 역할이 머문다면, 돌봄 제공자에게는 훨씬 적극적인 관계적 의무가 요청된다. 돌봄 제공자는 수혜자의 필요를 파악하여 삶의 지속 및 발전을 도와야 하며, 따라서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해해야 한다. 돌봄은 타인과 괴리된 물질 생산 노동이나 몰개성적 대인 서비스업이 아니다. 즉 ‘돌봄으로서의 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고객의 생애사적 궤적을 이해할 필요 없이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데에 집중하는 서비스업과는 달리 돌봄 수혜자인 개개인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대인(對人) 노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직업으로의 교사를 택하는가? 다시 말해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 교사가 되는가? 나의 경우에는 교사가 ‘전인적’인 직업이라는 데에 이유가 있었다. 성장기의 다수의 사람들과 만나, 책임감으로 그들을 가르치고, 애정을 다해 지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은 재화를 생산하는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큰 심리적 동인 그리고 성취감을 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육실습을 하며, 나는 한국에서 ‘교사를 하고 싶다’는 말이 갖는 함의를 다시 고민해야만 했다. 그것이 무엇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인지를 말이다.
현직자들의 토로에 귀 기울이기
교생 기간에는 학교에 많은 것들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학생이 아니라 교사의 신분으로 학교의 관리자들을 만날 때 그들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 느낄 수 있고(교장과 교감의 성향은 학교 전체의 사업과 의사결정 구조를 좌지우지한다),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수십명의 학생들은 나를 친구가 아닌 교사로 대한다. 그러나 교생 때 접하는 것 중 가장 새삼스러운 것은,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실습 기간 중 아이들을 만난 것도, 가르치는 일도, 학교 행사도 모두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학교에 있는 교사들이 스스로 교직 생활을 평가했던 것은 기대를 크게 벗어났다. 나는 한 달간 열이 넘는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선생님들과 안면이 깊어질수록, 조금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수록 느꼈던 것은, 누구 하나도 자신 있게 교사를 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다 정확히는 누구도 자신의 직업을 온전히 자랑스러워하거나, 완전히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물론 관리자급의 경력이 긴 선생님들은 교생 전원에게 임용 응시를 권하셨다).
교생 기간에 만났던 현직 교사들이 토로한 여러 고민 중 가장 큰 고민은, 바로 과도한 업무 강도와 그에 비례하지 않는 보수였다. 최근 10년차 이하의 저연차 교사들을 중심으로 “실질 임금 보장”에 대한 공감대가 급격히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한국의 교사 인력이 평균 소득 수준이 높은 고학력자 집단임을 감안할 때, 소득 수준이 낮은 (특히 저연차) 교사들의 불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교육이라는 영역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교원 임금을 시장 논리에 따라 책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그럴 수도 없다). 교사들 역시 “교사는 돈이 아닌 보람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새롭게 일고 있는 임금 상승에 대한 요구는 변화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교사들로 하여금 더 이상 낮은 임금 수준을 감내할 수 없게 하였는가? 그 요구의 발생이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본 글에서는 학교 기관의 교육을 넓은 의미의 돌봄 실천으로 정의하고, 그에 대한 보수 책정의 적절성을 논의한다. 교육 실천의 많은 부분은 앞서 언급한 ‘돌봄’의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배움, 또래와 관계맺기, 진로 선택의 고민, 성취에 대한 타인의 인정 등 많은 영역에서 학생들은 욕구를 갖는다. 학교 공간은 학생들이 다층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물론 다른 차원에서 본다면 국가 차원에서 인재 양성이라는 의무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기도 하다). 그리고 교사는 그 공간에서 직접 학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수업을 계획 및 진행하고, 학교 유지를 위한 행정 업무를 처리하며 학생 생활 전반에 필요한 상담 및 생활 지도 등의 도움을 준다.
즉 교사는 교육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학생에게 교육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자이자 돌봄 제공자이며, 학교 운영을 위한 행정 처리자에도 해당하는 노동자이다. 이들이 수행해야 하는 노동량과 강도는 결코 적지 않으며, 이는 교육이 단순히 ‘지식 전달’에만 한정되는 활동이 아니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즉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은 학생 개개인을 ‘성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교과 내용을 교수하는 것 외에도 교육 환경 전반을 적절하게 조성하고 학생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는 활동이다. 교육의 이러한 돌봄적 특성은 교사에게 강한 책임감을 요구하며, 동시에 교사의 노동량을 증가시킨다. 이에 본 글은 교사가 수행하는 과업에 대한 보상이 적정한지 교사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현재의 임금 수준이 교원 인력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논하고자 한다.
교원 임금 체계 톺아보기
교사는 국가에 귀속된 공무원이므로 제도적 규정에 따라 임금을 보장받는다. 기본적으로 교사의 임금 체계는 공무원의 임금 체계와 결을 같이 하여 호봉제를 적용한다. 그런데 교사는 일반직 공무원 중 ‘담당 업무가 특수하여 자격, 신분 보장, 복무 등에서 우선 적용’되는 ‘특정직 공무원’에 해당한다. 특정직 공무원은 일반직 공무원이 따르는 계급 제도가 없기 때문에 임금 체계에 차등을 두는 급수(1급~9급)제를 따르지 않는다. 즉 9급 공무원, 7급 공무원 등과는 달리 급수를 따르지 않기에 임금 지급을 위해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 일반직 공무원은 호봉표가 계급에 따라 다르지만, 교사는 계급 구분 없이 동일한 호봉표를 따르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경력의 상당계급기준표’를 제시하여 교육공무원의 ‘호봉’을 기준으로 일반직 공무원의 급수 제도에 맞추어 계급을 제시한다.
호봉을 기준으로 11호봉 이하의 교사는 7급 공무원, 12~15호봉의 교사는 6급 공무원, 16~23호봉 교사는 5급 공무원, 24호봉 이상 공무원은 4급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교장, 교감, 교사 순으로 계급을 세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호봉으로 구분을 지어 계급을 구분,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교육공무원의 임금 체계를 일반직 공무원과 합치하지 않는 이유는, 교원이 부족하던 과거 원활한 교원 수급을 위해 교직이수 등 다양한 제도를 설치하여 교사를 양성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교사가 되어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가 다수 있기 때문에, 임금 체계를 개편할 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호봉에 따른 봉급은 위 그림과 같다. 교사의 경우, 임용 시점에 소지하고 있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이 8호봉으로 산정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즉 임용고시를 치르기 위해서는 교육/사범대학 졸업 혹은 교직이수를 통해 취득한 2급 정교사 자격증이 필요한데, 4년간의 교육을 받은 것이 인정되어 교원 임용 시 가산호봉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교사의 임금은 9호봉, 즉 2,152,400원(약 200만원)부터 시작된다. 최저시급을 조금 웃도는 임금이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3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은 353만 1000원, 평균가계지출액은 256만 6000원이었다. 초임교사의 임금은 2,152,400원이다. 즉 초임교사의 임금은 1인 가구 평균‘지출’액보다도 41만 3600원이 적다. 기본적인 생계 유지에 필요한 평균 금액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셈이다. 평균소득액과 비교해보면 무려 96만 5000원, 약 백만원이 적다. 오늘날 교사의 임금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단순히 교사라는 직업을 우대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저연차 교사에게 임금 문제는 생계 유지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 문제는 비단 신규교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임용 이후 10년차가 될 때까지 교사 임금은 300만원을 넘지 못한다. 10년차의 교사가 35세 정도라고 가정할 때, 연봉은 약 3600만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임금직무 정보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대졸 이상 30-34세의 연봉 중위 수준은 약 4400만원이며, 대졸 이상 35-39세의 연봉 중위 수준은 5400만원이다. 즉 교사의 연봉 수준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같은 연령 집단보다 확연히 낮다.
교사가 기본금 외에 얻을 수 있는 수입으로는 담임교사, 부장교사 등의 추가 업무를 통한 수입과 성과급 제도가 있으나 이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보직수당에 대해 먼저 논하면, 담임교사는 한 달에 13만원, 각 부서의 부장 교사는 7만원의 추가 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8년째 동결된 수치이며 담임교사와 부장교사가 수행해야 하는 추가 업무량을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 담임교사는 매일 조·종례 진행 및 학급 관리, 30명 내외의 학급 학생 상담, 학부모 상담, 생기부 기록 등 추가 업무들을 맡고 부장교사는 해당 부서의 전체 업무 관리 및 부서 소속 교사 간 의견 조율, 업무 배분 및 관리자와의 의견 조율 등을 해야 한다. 노동 강도를 논하지 않고 순전히 소요되는 추가 시간만을 따져도 이상의 추가 수당은 적정치 않다.
성과급의 경우 1년에 한 번 평가를 통해 교사들을 3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S등급은 500만원, A등급은 400만원, B등급은 300만원 수준의 금액을 지급한다(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관료제적인 호봉제가 교사의 열의를 떨어뜨린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현직 교사의 말에 따르면 교직 사회에서 성과급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성과급제의 논리에 따르면 교사가 어려운 업무를 맡을수록, 좋은 성과를 낼수록 큰 금액을 지급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여러 업무 중 어떤 업무가 어려운 보직인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어떤 항목을 중심으로 교사의 성과를 판단할 것인지 등급 산정 기준 책정에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성과급 제도가 교사 간 협업을 어렵게 하고 분란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교원 임금의 적절성 고찰하기 – 저연차 교사의 생존권과 교원 수급의 문제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 6월 교원 봉급 10.3% 인상, 교직수당 42.5만원, 담임수당 30만원, 보직수당 30만원으로의 인상을 요구하였다. 교직 사회에서 임금 인상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는 처음 발생한 일이다. 청년공무원조직위도 공무원 임금 체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필요성에 응답하지 않고 내년 공무원 보수를 최저임금 인상률과 동일하게 인상하기로 결정하였다. 교원 임금이 청년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큰 이유가 됨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 수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대두되는 지속적인 교원 자살 사태로 인해 교권과 교사 생존권에 관심이 몰리면서, 저연차 교사들의 생존에 필요한 또 다른 요구, 생계 유지를 위한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는 사실상 도마 위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의 임금은 얼마여야 할까? 임금이란 노동에 대한 보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해당 노동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지를 이해할 지표이기도 하다. 즉, 임금 수준은 노동에 부여되는 사회적 가치를 암시한다. 의료인이 높은 소득 수준을 갖는 것은 의료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직업의 전문성, 그 희소성에 따른 결과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의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타 직업들보다 높은 소득 수준을 갖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높은 임금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노동, “필요한” 노동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사의 낮은 임금 수준은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중요하지 않은 일인가? 한국처럼 평균 노동 시간이 길어 가정에서 가족끼리 보낼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공교육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아동 및 청소년이 있을 공간을 제공하고, 그들의 안전을 관리할 어른(교사)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때 쟁점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지점은 교원 인력이 불필요하게 많다는 문제 제기일 것이다. 실제로 출생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수도권 쏠림 현상이나 교사 1인당 적정 학생 수 문제 등을 뒤로할 때) 이와 같은 지적은 옳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교사 임금 수준 개편에 대한 논의는, ‘젊은 교사’들의 교직 이탈 문제를 위해 필요하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새로운 교육을 수행할 젊은 교사들, 저연차의 교사들이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실 이 글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전체 교사들의 임금 수준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 호봉제의 특성상 연차가 쌓일수록, 나이가 많은 고연차의 교사가 될수록 소득 수준은 높아진다. 그러나 저연차의 교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그들에게 최저임금과 유사한 수준의 낮은 임금은 교직 사회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며, 이는 사범대생 등의 예비 교원이 교직 사회로의 진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교원의 실질 임금 보장 문제는 저연차 교사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이 미비할 때 교원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기에 문제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한국의 공무원 임금상승률은 1.7%이다. 물가상승률은 5.1%로 임금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사실상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지금의 임금상승률은 실질 임금을 삭감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주요교원정책에 대한 청년교사 인식조사’에 응답한 교직 경력 10년 이하 교사 84.1%가 ‘실질임금 감소’를 가장 심각한 교원정책으로 꼽기도 했다. 최근 1년간 퇴직한 경력 5년 미만 교원 수가 전년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점을 함께 생각할 때, 저연차 교사에게는 실질임금 삭감은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교사 부족 문제를 겪어왔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이어진 교원 수급 문제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더욱 심화되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신규 교사의 25%가 5년 내에 학교를 떠난다고 보고되며, 이에 대학생 인턴을 견습 교사로 채용하여 문제를 임시적으로 해결하는 등의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무자격이기 때문에 교육의 질 측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교사의 연봉을 최소 $60,000(약 7,947만원)을 보장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법안을 도입하였다. 즉 교사의 연봉을 보장함으로써 현직 교사가 교직에 머물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하는 것이다.
정리하건대 교사의 실질 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교사의 생존권 보장과 교원 수급, 이에 따른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한 노력이다. 5월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2023) 퇴직한 근속 연수 5년 미만의 전국 퇴직 교원은 589명이다. 이는 전년(2021-2022)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4월 조합원 1만 13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중 87%가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했다고 응답했음을 밝혔다. 원인은 빈번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및 악성 민원, 낮은 임금 수준,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보고되었다.
다시 한 번 묻는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얼마나 중요한가? 중요성만큼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는가? 나는 교육이 사회 재생산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도, 아이들의 안전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일종의 외주화된 돌봄 기관이다. 학교가 무너지면 학생들은 어디로 가나. 돌보아야 할 존재가 있는 곳에는 돌보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교사가 없다면 학생들은 왜 학교에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은 교사에게 요구되는 헌신, 책임,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지탱되어 왔다. 그 결과는 위에서 논의한 낮은 임금과,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는 교원 인권 침해 현황으로 돌아오고 있다. 교사는 언제까지 직업적 소명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을 감수할 것인가? 언제까지 단체 행동권이나 정치적 목소리가 제한되는, 반쪽짜리 권리 주체로서 의무만을 감수할 것인가? 생활 물가가 가시적으로 - 살인적으로 - 상승하는 이 사회에서, 교사 인권이 자꾸만 문제가 되는 이 상황에서, 과연 언제까지 교사는 학교를 지킬 수 있을까. 끝끝내 교사가 학교를 떠난다면, 학교 현장을 지키면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할 교육적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지속가능한 삶,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
내가 교생 기간에 만난 선생님은, 생후 100일이 된 신생아의 아버지였다. 그는 작은 지방 도시에서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학생들의 수행평가에 코멘트를 달고, 교육과정부장으로서 부서를 진두지휘하고, 하루에도 네다섯시간씩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학교의 도서관 증축 사업을 위해 연수를 들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수의 교사의 비난에 직면하면서도 새로운 사업을 끌고 와 ‘체인지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창업 특강을 기획하고, 행복 특강을 기획했다. 그러면서 소진되고 있었다. 아내와, 아기에 소홀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괴로워했다.
나는 선생님을 보며 자꾸만 답답해졌다. “나 하나일 때와 달리, 아기가 생기니까 월급이 너무 적어서..”라고 고민하는 선생님을 보며 속이 상했다.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학교에 모조리 달린 작은 동네에서, 학생들에게 최대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저 사람의 가치가 고작 300만원이 안 되는가. 그제껏 교사를 꿈꾸며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을 보며 처음으로, 금액이 암시하는 교사의 가치, 그것이 당사자에게 주는 허탈함에 대해 생각했다.
정부가 공무원 임금 상승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의 수가 100만명을 웃돌기 때문에 쉽사리 예산을 추경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 정부는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긴축의 목적이 무엇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경중을 판단하고 불필요한 부분에서 예산을 감액할 것인가? 공교육의 현장이 붕괴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누수와 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 곳을 보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는 교육 재생산의 주도자이기 때문이다. 지원의 방법으로는 임금 개편이나 다른 제도적 지원이 있을 수 있다(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동학대법 개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교육 실천의 주체이며 돌봄을 수행하는 주체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의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하며 가치관을 제시하며,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집단의 생활 지도, 진로 상담, 교우관계 조정 또한 모두 지원한다. 가정과 사교육으로 대체할 수 없는 ‘교육’의 영역이, 공교육에, 학교라는 실제적 현장이 제공하는 교육과정에 있다. 교사가 지속가능한 삶을 이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사실상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외친다.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교원의 실질 임금을 보장하라. 젊은 교원들이 학교를 지킬 수 있게끔 그들의 삶을 보호하라.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