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최저 선택자를 찍다!”

 

  “갈수록 심해지는 물리 기피현상”

 

  언제부터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물리학은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과목에서 물리학은 항상 가장 적은 선택을 받았다. 아래 표[각주:1]는 2014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근 10년간의 과탐[각주:2] 응시자 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형 수능의 이슈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교차 선택이 가능해지면서 전체적인 과탐 선택자 수가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물리학을 선택하는 학생 수도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물리학은 다른 과학탐구 과목에 비해 응시자 수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응시자 수가 15%도 되지 않으며, 가장 응시자 수가 많은 과목과는 20%나 차이가 난다.

 

  물리교육과 학부생인 필자는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물리학은 자연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학문으로, 물리학에서는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 및 물체의 운동과 물질의 성질 및 변화, 에너지의 변화 등을 연구한다. 물리학은 우리 주변의 현상을 설명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과학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제일 먼저 체계화된 학문이다. 다시 말해, 물리학은 다른 자연과학과는 다르게 보편지식을 추구한다. 물리학자 최무영 교수는 과학적 사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셨다.

 

  “과학적 사고의 마지막 요소는, 단편적 지식들을 ‘하나의 합리적인 체계’로 설명하려고 시도한다는 겁니다. 특정지식은 개별 과학적 사실들을 말하는데 이들을 묶어서 보편지식 체계를 만들어내려고 시도합니다. 보편지식을 간단하게 이론이라고 하지요.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나 계절이 돌아오고,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것은 하나하나과 과학적 사실이고 특정지식입니다. 그런 것들을 얼핏 보면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하나의 보편적 체계로 묶을 수가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뉴턴의 ‘중력의 법칙’입니다.”

 

  물리학은 특정 지식이 아닌 보편지식 체계를 추구하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물리학을 배우면서 우리는 과학적 사고력을 얻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지식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반성할 수 있고, 지식을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으며, 단번에 바로 참이라고 믿지 않는 반증 가능성도 배울 수 있다.[각주:3] 그렇기에 학생들이 사고력을 넓히고 우리 주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이 필요하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학문의 토대가 되는 물리학 공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물리학은 왜 수험생들 사이에서 기피대상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학문 자체의 성격에서 기피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물리학은 다른 과학탐구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으며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다. 또한, 수학적인 능력도 요구되다 보니 학생들이 금방 어렵다고 단정 짓게 된다.[각주:4] 다른 요인으로는 입시 및 상대평가가 있다. 수능이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다 보니, 선택자 수가 적고 잘하는 학생들만 모일 것이라 생각되는 물리학은 학생들이 피하게 되는 것이다.[각주:5]  점수를 잘 받아서 더 좋은 입시 결과를 낼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다 보니, 이공계에 진학했지만 물리학을 배우지 않았던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물리학이 어렵다고 기피하다 보니, 기초과학 지식수준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대학 수업에서도 물리학 선행지식의 유무에 따라 학생 간에 격차가 생기고 있다.[각주:6]

 

  필자도 이러한 물리학 과목과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다가 여러 문제들 중 학생들이 학문의 특징으로부터 벽을 느끼게 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학생들은 수식으로 표현된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공식을 무조건적으로 외우지만 연습한 유형 외의 다른 문제들에는 이론을 쉽게 적용하지 못하곤 한다. 이렇게 과학적 사고력이 없이 문제풀이에만 집중하다 보면 배운 이론을 적용해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더라도 결국 그 이론을 일상생활이나 자연현상에까지는 적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이 물리학 이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리학은 이론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면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문제풀이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VPython을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추상적인 개념 및 이론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느껴 이 글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1. VPython이란?![각주:7]

  VPython은 Visual Python의 줄임말로, python 언어로 작성된 코드를 3D 결과물로 보여주는 툴이다. 이는 David Scherer로부터 만들어졌다. 1988년 David Scherer가 카네기멜론 대학에 들어온 후, 그는 연구실에서 이전에 개발된 2D 그래픽 프로그래밍 환경을 더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0년의 봄과 여름에 David Andersen, Ruth Chabay, Ari Heitner, Ian Peters, Bruce Sherwood의 도움을 받으며, 그는 이전의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더 사용이 쉬운 언어(파이썬)를 이용하고 물체를 3D로 렌더링[각주:8] 할 수 있는 VPython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2016년 이후로는 VPython 언어 자체보다는 이를 실행하는 Glowscript[각주:9]와 Jupyter 환경 개발에 집중하기로 개발자들이 선언한 상태이다. VPython은 처음에 카네기멜론 대학의 입문 물리학 과정에서 사용되었으며, 이후 미국의 다른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Python 언어와는 다르게 VPython은 한국 내 사용자가 적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물리 시뮬레이션이나 교과융합과 관련하여 VPython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고, VPython은 확산이 된다면 교육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이다.

  VPython으로 사용자는 박스, 실린더, 구 등의 물체를 만들 수 있고, 이것들의 위치, 길이, 색깔 등을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박스 안에 있는 코드를 입력하면 그 아래에 보이는 것과 같은 실린더를 만들 수 있는데 pos는 실린더의 위치, axis는 축의 위치, radius는 반지름을 나타낸다. 3차원이기 때문에 코딩을 하면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벡터에 대한 개념도 익힐 수 있다. 이외에도 아래의 사진과 같이 이미지 파일을 불러와 상자의 겉면에 입힐 수도 있고 VPython에 내장되어 있는 질감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간단한 작업들만으로도 학생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여 여러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시 작품들은 글의 중간중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VPython에 대한 인터뷰

  서울고등학교의 송석리 정보 선생님께서는 2018년도부터 Vpython 사용을 시작하셨다. 이를 수업을 통해 여러 번 활용해보셨으며 학생들이 만든 수준 높은 작품들도 Youtube(유튜브)에 업로드하고 계신다. 또한, 선생님께서 올해부터 VPython을 널리 알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계셔서 VPython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선생님께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릴 수 있었다.

 

1) VPython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

  먼저 선생님께 VPython이 교육적으로 어떠한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을지 여쭤보았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파이썬 기초 문법을 배운 다음에 간단한 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있어야 문제 해결 능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단순히 문법만 배워서는 바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의 대안으로서 VPython을 생각해내셨다고 한다.

 

  Vpython에서는 우리가 이전에 ‘코딩’하면 바로 떠올리던 “hello world”와 같은 텍스트 결과 대신 박스와 같은 물체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3D라는 것을 모르지만 마우스를 이용해 돌려보면 3D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이때 학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언급하셨다. 코딩이라는 것은 결국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므로, 학생들은 텍스트 프로그래밍보다는 VPython을 더 흥미로워한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효과 등도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VPython은 glowscript라는 웹으로 접속할 수 있어 핸드폰으로도 열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필자도 VPython이 시각화가 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고 느꼈다. 물리 과목에는 수식이 많이 나오는데 수식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문제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식 암기만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이때 필자는 교육현장에서 이렇게 수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추가적으로 수식의 의미를 습득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수업 진도 후에 따라오는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에서는 수식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에 등가속도 운동 공식을 이용해 직접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감속하는 운동을 구현하면서 속도와 거리에 대한 공식을 계속 조정하며 코딩을 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학생들이 직접 공식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본다면 왜 이 식이 해당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식은 이론적인 것이라서 보고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학생들도 시뮬레이션과 연결 지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 교과에서는 이상적인 또는 이론적인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마찰력, 공기저항력 등의 변인을 통제하곤 하는데,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통제된 변인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감속하는 상황을 수식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었을 때, 그날의 날씨 상황에 따라서 실제로는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정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직접 자동차의 운동을 코딩하면서,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되짚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자동차가 멈추는 상황을 코딩하기 위해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자동차의 속도를 0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곧 그 학생은 어떤 자동차도 브레이크를 밟자마자 정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면 그는 이 사실을 깨닫고,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서서히 멈추도록 코딩을 하게 될 것이다.

 

  아래는 필자가 VPython을 이용해 만든 물리학I 내용 중 등가속도 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뮬레이션의 실행 결과[각주:10]이다.

왼쪽 사진은 시뮬레이션 시작 전의 모습으로 두 대의 자동차와 정지선을 볼 수 있다. 키보드에서 화살표 위쪽 방향키를 눌러 자동차가 운동을 시작하면 사용자는 자동차가 정지선을 넘지 않고 멈출 수 있게 스페이스 바를 눌러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자동차가 멈췄을 때 정지선을 넘지 않았다면 초록색, 넘었다면 빨간색으로 자동차의 색이 변한다. 화면의 우측 상단에는 자동차가 운동한 후 흐른 시간과 이동한 거리가 표시된다. 마지막에 각 자동차의 이동거리를 0.2초 간격으로 나타내주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코딩을 통해서는 학생들이 두 자동차의 초기 속도를 서로 다르게 설정하거나, 두 자동차의 질량을 다르게 설정하며 초기 속도 및 질량에 따른 제동거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자동차가 등속운동을 할 때, 또는 등가속도 운동할 때의 식을 스스로 작성하면서 시뮬레이션 결과가 예상한 바와 다르다면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찾고 고민할 수 있다. 이렇게 학생이 스스로 수식을 작성해보면서 그 수식이 작용하는 모습까지 반복적으로 관찰한다면 학생은 어렵던 물리 이론을 조작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추상적이었던 내용도 좀 더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VPython은 물리 교과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 VPython의 활용 범위

  필자는 VPython이라는 도구를 알게 되고, 이를 교육저널 동아리 부원들에게 소개한 적이 있다. 이때, 필자는 이 도구가 수학, 과학뿐만이 아니라 다른 교과들까지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부원들과 논의하다 보니, 이 도구를 수학과 과학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국어와 영어 같은 수리적이지 않은 과목에도 적용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필자와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닐 때에는 정보 교과가 필수 과목이 아니었기에 코딩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부원들도 있었다. 필자가 보여줬던 시뮬레이션에는 물리적 지식도 들어가 있었기에 부원들은 VPython이 코딩을 잘하거나 수학 또는 물리를 잘하는 친구들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닐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VPython이 ‘특정 교과’에서 ‘특정 대상’으로만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다.

 

  먼저 VPython이 적용될 수 있는 교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필자의 경우에는 VPython으로 영어 hangman 게임[각주:11]도 만들어보았기에 꼭 과학이나 수학 교과가 아니어도 모든 교과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석리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시뮬레이션으로서 활용하기에는 수학과 과학 두 과목에서만 접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미술 교과에서도 할 수 있지만, 미술에는 더 자유로운 도구들이 많으니 굳이 VPython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필자가 만든 영어 hangman 게임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hangman 게임을 자동화시킨 것일 뿐 그 교과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필자는 이번 기회로 각 교과에 잘 맞는 도구가 있을 텐데 그 도구가 꼭 모든 분야에 다 활용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VPython이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보, 수학, 과학 교과에서 VPython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학생들은 시각적인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게임이나 원하는 디자인을 표현하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수학과 과학 지식을 접목하면서 물체의 움직임과 과학적 현상도 표현할 수 있다.

  위 사진은 필자가 만든 hangman 게임을 캡처한 것이다. 슬라이더를 이용해 가시의 크기와 펜의 색깔을 바꿀 수 있고 사용자들은 사람이 다 그려지기 전에 영어 단어를 맞추면 된다. 단어가 무작위로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반복해서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구성한 게임을 친구들과 해보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VPython을 사용할 대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VPython은 코딩을 잘하는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다. 송석리 선생님께서는 현재는 모든 중고등학교에 정보 선생님들을 한 명씩 배치하도록 되어 있고,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중학교에서 정보 교과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3~4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이 정보 수업을 접하지 못해서 코딩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적어진 것이다. 문제는 학교 선생님께서 VPython을 가르치시는지의 여부인데, 송석리 선생님께서는 올해부터 VPython을 널리 알릴 계획을 가지고 계셨고 확산이 잘 이루어진다면 VPython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은 없어질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VPython은 파이썬을 배우는 방법 중에 가장 문이과[각주:12]에 관련 없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다. 선생님께서는 코딩에 관심이 없고 코딩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학생들의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려운데, 지금까지 수업을 했을 때 테니스부나 야구부와 같은 운동부 학생들도 흥미롭게 참여하는 것을 보면 VPython이 교육적으로 효과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예를 들어, VPython을 이용해 집을 짓는 건 테니스부 학생들도 할 수 있고, 야구부 학생들도 다이아몬드 모양을 만들며 야구장을 구성해볼 수 있다. 이러한 VPython의 시각적인 코딩은 텍스트 코딩보다 훨씬 재밌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코딩에 즐겁게 입문할 수 있게 된다.

 

  사실 필자는 위에서 보여준 고2 학생들을 위한 물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코딩하면서, 물리학1 교과에 나오는 수식을 이용하다 보니 소수의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었었다. 그래서 부원들이 우려했던 대로 VPython은 정말 수학, 과학을 잘하고 코딩을 잘하는 친구들에게만 적합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수학, 과학에 지식이 없더라도 스스로 산출물을 만들어보는 것에 의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유튜브[각주:13]에 올라와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VPython 산출물 영상의 캡처 화면이다.

  왼쪽은 이중슬릿 간섭을, 오른쪽은 당구를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지금 가져온 것들은 과학고 학생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과학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당구대와 당구공의 형태를 디자인해서 만들어낸 것처럼 수학, 과학적 지식이 깊지 않은 다른 학생들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가며

  지금까지 VPython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것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해 보았다. 또한, 작품 예시들을 통해 VPython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VPython은 확실히 흥미로운 도구이고, 단순 텍스트 코딩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내용도 더욱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이 단순한 블록코딩을 넘어 직접 프로그래밍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유용한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코딩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 모두 흥미를 가지고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논외로 이야기하자면, 원래 필자는 이번 글에 중학교 급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과학 프로그램의 예시도 직접 만들어 보여주고자 하였다. 필자는 롤러코스터에서의 역학적 에너지 보존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중학교에서는 위치에너지가 ‘(질량) x (중력가속도) x (높이)’이고, 운동에너지가 ‘0.5 x (질량) x (속도의 제곱)’이라는 것과 함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합한 역학적 에너지가 일정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필자는 열차가 롤러코스터 레일 위를 지나가는 동안의 열차의 높이 및 속도를 표현해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됨을 보이고자 하였다. 하지만 높이 자체는 y좌표를 측정해서 구하면 되지만, 롤러코스터가 물리 법칙에 맞게 움직이게 하려면 중학교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학적 에너지가 일정하다는 사실로부터 거꾸로 속도를 맞출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역학적 에너지 보존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그 보존법칙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지는 못했지만) 중등 과목에 적용할 수 있는 다른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중등에서는 부력이 질량에 비례하고 부피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러므로 VPython으로 물과 나무 조각을 표현하고, 질량과 부피에 관한 식을 세워 시뮬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례와 반비례 관계에 대해서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중학교 과정에서는 부력의 공식 자체를 배우지 않지만,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이 공식을 체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 조각의 질량과 부피를 조정하다가 부력에 영향이 있는 다른 요인을 스스로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VPython에 관심이 생긴 분들은 간단한 결과물이라도 직접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경험했을 때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VPython을 조금 더 익혀서 물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 추상적인 과학을 이해하고 싶은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나무

  1.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결과 보도자료 참고 [본문으로]
  2. 과학탐구의 줄임말 [본문으로]
  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2/0001938070?sid=105 [본문으로]
  4. 강지선(2015). 물리학습에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메타분석.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본문으로]
  5.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030300035 [본문으로]
  6.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511/119254947/1 [본문으로]
  7. https://en.m.wikipedia.org/wiki/VPython [본문으로]
  8.  2차원의 화상에 광원, 위치, 색상 등의 외부 정보를 고려하여 사실감을 불어넣어 3차원 화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31713&cid=40942&categoryle=32828) [본문으로]
  9.  Glowscript 웹사이트(https://glowscript.org/) 통해 VPython 언어를 작성하고 실행해볼 수 있다. [본문으로]
  10. https://glowscript.org/#/user/minsun/folder/MyPrograms/program/termproject 위의 링크에 접속하면 직접 시뮬레이션을 실행해볼 수 있고, VPython 코드도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1. https://glowscript.org/#/user/minsun/folder/MyPrograms/program/hangman 에서 hangman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본문으로]
  12. 2018년부터 문이과 통합을 시행하였으나, 아직 고교에서는 선택과목에 따라 학생들이 문과 또는 이과의 성향을 보이게 되므로 ‘문이과’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본문으로]
  13. https://www.youtube.com/watch?v=HDwkwipLS2g&t=329s (이중 슬릿 모의실험) https://www.youtube.com/watch?v=_T8K0CBAZBo (4구 당구) 각 작품의 유튜브 영상 링크이다. 링크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적용한 과학 이론과 학생들이 겪은 시행 착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