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교직과정 이수를 신청했다. 필자는 비사범대에 진학했지만, 교직 이수를 통해 선생님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필자에게 아주 오랜 꿈이어서, ‘내가 되지 않더라도 나만큼 간절한 사람에게 기회가 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직과정 이수를 신청하고 한 달 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학교 커뮤니티에 접속해 정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알아낸 정보라고는 면접을 본다는 사실과 (대부분) 성적으로 교직 이수자가 결정되는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있는지는 고사하고 면접을 언제 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뭐지, 면접을 보는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 즈음, 4월 중순에 문자 하나가 왔다. 당장 다음 달에 면접을 보겠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면접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대망의 5월 11일이 되었고, 12동으로 향했다. 410호에 모인 순서대로 면접 번호를 받았고, 필자는 1번을 받았다. 안내를 받아 면접실 앞에 착석해 7분 동안 면접을 준비했다. ‘그릿(GRIT)’에 대한 제시문이 주어졌고, 그와 관련된 세 가지 질문을 7분 동안 답변했다. 말이 아주 빠른 편인 필자는 답변을 (너무) 잽싸게 한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꼬리 질문을 받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만 같았다. 답변하는 내내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의 싸움 같아 헛웃음이 났지만, 입꼬리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필 면접을 마쳐갈 즈음 말문이 막혀버려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면접이 끝났다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보다 반가울 수 없는 소리였다.
그렇게 면접까지 마치고 문을 나서자마자 이것이 과연 적절한 교직 이수 대상자 선발 과정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제시문 면접은 애초에 지원자가 교직과정에 열의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의 교직 이수 도전기는 별다른 지원서도, 심층 면접도 없이 싱겁게 끝을 맺게 되었다.
하나의 목표, 서로 다른 길
우리나라의 중등교사 양성은 개방형 체제로 사범대학을 졸업하거나, 일반대학의 교직과정을 통하거나, 교육대학원의 양성과정을 통해 중등학교 정교사(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전공과목과 교직과목의 필수학점을 이수하면 졸업과 동시에 중등교사 자격증이 발급되는 무시험검정 시스템 하에서 한 해에 만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교직 이수를 하고 있다. 1
일반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직과정 제도는 1955년, 당시 급격한 교육인구의 팽창에 따라 확대된 교원 수요를 충당하기 위하여 설치된 보완적, 임시적 교사양성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교직과정 제도는 부족한 교원을 확보하고 사범대학에서 배출하지 못하는 교과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이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교직과정 제도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 속 이야기
필자는 교직 이수를 마친 서울대학교 사회대학 소속 학부생 A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A씨는 2018년부터 교직과정을 이수한 상태였다. A씨는 본래 기자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대학을 다니며 사람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고 교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A씨는 2학년 1학기에 사범대학교에서 진행한 사회교육론 관련 수업을 듣고, 교직과정을 이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교직과정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묻자, A씨는 사회학 전공을 살리면서 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답했다. 사범대에서는 주로 학문적 지식과 교육적 지식을 결합하여 고민하지만, 비사범대에서는 학문 자체를 탐구하기에 다른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범대 학생들보다 창의적이거나 유연하게 사고할 때도 있어 교직 과정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도 느낀다고 답했다. 어떤 면에서는 본 전공이 있고 교육학적 지식을 더한 사람이 교사로서 창의적인 면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며, 이것은 결국 다양한 교사를 양성하는, 교사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교직과정을 밟는 동안 A씨는 교직 이수가 사각지대처럼 느껴져 답답했다고 한다. A씨는 교직 적성 및 인성검사를 받을 때 딱 한 번 교직 이수 과목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교원양성센터를 방문하지 않는 이상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범대생들과 다르게 교직 이수자들 간의 네트워크가 학과 차원의 교직 이수 알림 카카오톡 채팅방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황이기에, 정보 접근이 굉장히 어렵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A씨는 임용고시 준비도 잠시 한 경험이 있는데, 정보를 교류할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들려 주었다. 또한, 같은 정교사 2급 비사범대 출신과 사범대 출신 교사들의 호봉이 다른 것을 언급하며, 전문성을 덜 인정받는 것 같았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앞으로 기간제 교사나 대안학교 교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번에는 올해 교직 과정 면접에 지원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소속 학부생 B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B씨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음악 교사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교직 이수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에게 교직 이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교직 이수로 늘어날 학업 부담량을 고려해보았을 때 어느 정도 성적이 반영되는 것은 동의하지만, 성적의 비중이 교직 이수 대상자 선발 과정에서 너무 크다고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대신 그는 교직 적성 면접의 비중이 더 늘면 좋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B씨가 면접 때 마주한 질문은 평소 교육에 뜻이 있어야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그 잠깐의 면접만으로 교사의 자질 유무나 교직에 대한 진정성을 판별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그 때문에 지금의 교직 이수 제도가 교사를 꿈꾸는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높은 성적을 보여준 학생에게 하나의 자격증을 얻게 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 같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평행선: 교직과정과 사범대
한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소속 학부생 C씨와 D씨는 교직과정을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C씨는 교직 과정 이수 제도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사범대학에서 진행했던 교육 관련 강의들에서 교수법을 고민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사범대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학생들이 가지게 될지도 모를 오개념을 특정해보거나,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일반학과에서는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C씨는 진로 탐색의 일환으로서 교직 이수제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으나, 이미 정교사 2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당하므로 교직 제도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D씨는 사범대학 입학 이후 교직 이수제를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교직 이수를 일반학과에서 교원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이자 통로로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물론 교사가 정말로 되고 싶다면 사범대로 진학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우리나라 입시 제도를 생각해봤을 때 교사가 꿈인 학생들이 전부 사범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직과정과 사범대학의 관계는 미묘하다. 분명 교사라는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그 과정만 놓고 보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의 이미지와 가깝다. 교직과정과 사범대학 사이의 논쟁은 질적으로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이론적·전문적 논의라기보다는 사범대학과 일반대학 사이의 주도권 다툼, 졸업생의 진로확보를 위한 싸움, 그리고 감정적 대 립 등 상당히 비생산적인 논쟁의 측면이 강하였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배경과 풍토 속에서 우리나라 사범대학과 일반대학 교직과정은 교사양성 체제로서 나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고 볼 수 있으며, 둘 사이의 관계 역시 모호한 상태에서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 이르러 사범대학과 교직과정 모두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
교직과정과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비슷하지만 그 교육 방향의 차이점이 상당히 두드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직과정의 경우, 전공과목과 교직과목으로 나누어 이수해야 한다. 교직과목은 사범대와 비사범대 출신 교직 이수자들이 모두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교직 이수제의 전공과목은 다시 기본이수과목과 교과교육영역 과목으로 나뉘는 데, 교과교육영역(3과목)만이 사범대학의 강의이다. 즉, 기본이수과목(7과목)은 전부 일반학과의 과목이라는 것이다. C씨의 우려처럼, 비사범대의 교직 이수자들은 상대적으로 전공 과목을 교육과 연관지어 고민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또한, 이미 1970년대 말부터 교원의 이직율이 줄고, 사범대학의 확대 및 사범대학 졸업생 수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교사 공급 과잉 상태가 나타났고, 그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 상태이다. 즉 교직과정 제도가 생겨난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였던 부족한 교원 문제는 이미 해결되어 교직과정 제도 유지의 타당성이 많이 상실된 상태이다. 더욱이 교직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교사들의 전공 교과 역시 대부분은 기존 사범대학에서 배출하는 교사들의 전공 교과와 거의 일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범대학에서 배출하지 못하는 교과의 교사를 양성한다는 취지도 퇴색된 상태이다. 3
관련 정책은
그렇다면 현재 교직 이수제 관련 정책은 어떻게 될까? 우선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1년 2월에 발표한 ‘2020년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결과에 따르면, 사범대 및 일반대 교육과 130여 명, 일반대 교직과정 1800여 명, 교육대학원 1200여 명 등 총 3200여 명의 교원 정원감축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교원정원 감축을 22년부터 바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반대 교직과정의 경우 신입생이 교직과정에 진입하는 시기를 고려해 2023년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4
21년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등 교원양성 체제 발전방안’에 따르면, 국·영·수 등 공통 과목은 사범대 출신이, 나머지 교과는 비사범대 출신이 맡게 된다. 중고등학교 교원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점진적으로 그 수를 줄인다. 실제로, 2020년 중등교원 자격증 취득 인원은 모집 인원보다 4.4배나 많았다. 대신, 매년 일정 규모의 교원이 필요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교원은 사범대와 사범계 학과(교육과)를 통해서만 양성한다. 고교학점제,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라 수요가 확대되는 전문교과, 제2외국어, 신설·신규분야 등 관련 교원은 일반학과 교직 이수 과정과 교육대학원을 중심으로 양성한다. 신설·신규분야 과정은 현재 교원 자격이나 정규 교과목에 반영되지 않은 AI, 드론 같은 분야를 말한다. 이런 분야 의 교직과정을 만들 수 있는 비율은 입학정원의 10%에서 30%로 늘렸다. 첨단·신규분야의 경우 일반·전문 대학원에서 별도의 교직과정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대학원의 경우, 교사 양성 과정을 점차 줄이고 현직 교사에 대한 재교육 중심으로 재편된다. 5
Back to Basic
필자 본인의 경험, 그리고 위 인터뷰와 선행 연구를 통해 교직과정의 문제를 파악해볼 수 있었다. 가장 표면적인 문제는 교직 이수 대상자 선발 과정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교직과정은 학과 인원의 5% 내외를 선발하기 때문에 교직에 뜻이 있더라도 학점이 좋지 않아 선발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교직에 큰 뜻이 없더라도 성적이 높아 교직과정을 밟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사범대 학생들에게 있어 교직과정이 교사 준비 과정으로서의 인식이 약하다는 선행 연구가 있었다. 이들의 교직 이수 동기는 아주 다양했으며, 교사가 되고자 하는 동기에서 교직을 이수하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다시 말해, 교사가 되기 위해 교직 이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 정도로 생각하고 교직과정을 택한다 해도,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작금의 교직 선발 과정으로는 그것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확인하지 않으려 하는 현재의 선발 방식일 것이다. 적어도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열의를 확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6
또한, A씨의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사범대생에 비해 비사범대 생들에게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로 들 수 있겠다. 실제 연구에서도 비사범계열인 경우 선배로부터 교육계 진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면담 과정에서도 사범계열보다는 비사범계열 교직이수자들이 임용고시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임용고시 정보에 기반해 진로를 준비해야 하는데 비사범계열의 경우 임용고시에 합격한 선배들도 많지 않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 취업으로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에 임용정보를 개인적으로 찾다 보니 정보의 양과 질이 사범계열 학생들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7
그렇다면 교직과정 그 자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교직과정 설치 기관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사범대학뿐 아니라 전국의 4년제 대학 및 일부 전문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중등교사가 양성되고 있으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과잉공급과 함께 낮은 질의 양성 교육 문제 (교육의 부적합성, 비전문성, 양성기관의 비효율적 운영 등)가 제기되고 있다. 일반대학 학 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직과정은 교사 준비 과정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교육과정 미흡, 이론 중심의 교직과목, 교수진의 전문성 부족, 안내나 지원 부족 등의 구조적 요인과 교직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의 낮은 교직 동기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교사 준비 과정으로서 적합성이 떨어지는 교육과정 과 교직에 대한 동기가 약한 학생들, 전문성이 부족한 교수진 등으로 인해 교직과정은 교사 준비 과정이 아니라 교양과정 정도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8 9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현재는 교직 이수 제도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교직과정 제도는 부족한 교원을 확보하고 사범대학에서 배출하지 못하는 교과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인데, 앞에서 언급했듯 이미 1970년대 말부터 교원의 이직률이 줄고, 사범대학의 확대 및 사범대학 졸업생 수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교사 공급과잉 상태가 나타났고, 그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 상태이다. 즉 교직과정 제도가 생겨난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였던 부족한 교원 문제는 이미 해결되어 교직과정 제도 유지의 타당성이 많이 상실된 상태이다. 더욱이 교직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교사들의 전공 교과 역시 대부분 기존 사범대학에서 배출하는 교사들의 전공 교과와 거의 일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범대학에서 배출 하지 못하는 교과의 교사를 양성한다는 취지도 퇴색된 상태이다. 이처럼 현행 교직과정 제도는 본래의 설치 이유나 목적이 이미 상당 부분 상실된 상태인 것이다. 10
그럼에도,
필자는 인터뷰와 여러 연구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교직 이수 제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분명 사범대를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하게 된 (필자와 같은) 학생들이 있을 테지만, 근본적으로 교직 이수 제도가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대신 조금은 조심스러운 주장이 될 수 있겠으나, 사범대학의 개방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지 고민하게 된다. 현재 사범대생 상당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나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등 교사의 길을 접고 있지만, 비사범대생들의 교원자격증 취득은 사범대라는 견고한 울타리에 막혀 있는 것이다. 교원양성전문 4년제 국립대인 한국교원대를 제외한 전국 45개 종합대학 사범대를 전수조사한 결과, 조건 없이 사범대 복수전공이 가능한 학교는 인천대, 강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등 5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에서 사범대 복수전공을 해도 교원자격증이 부여되지 않는다. 나머지 40곳은 복수전공이 제한적이거나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고려대, 상명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인하대, 안동대, 강원대 등 8개 대학 사범대는 원천 봉쇄돼 있다. 사범대 학과를 주전공이나 복수전공 등 형태로 졸업하지 않아도 별도 선발을 거쳐 교직과정을 이수하거나 석사과정인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게 해당 대학 사범대들의 논리다. 하지만 일선 교수들조차 이 같은 폐쇄성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고려대 사범대 한 교수는 "사범대만 졸업해도 교사에 임용되던 과거에는 타과생의 복수전공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교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며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여러 대학 사범대가 이 같은 폐쇄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11
또한, 이미 교직 이수제 관련 정책이 나온 만큼 당장은 교직 이수제를 무작정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여러 가지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교직 이수자를 선발할 때 교직 진출 희망 의사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으며, 진로 계획에 대한 심층 면담이 필요하다. 물론 진로 탐색의 목적으로 교직 이수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의 비사범계 대학생들에게 교직 이수제는 일종의 보험, 자격증 확보 차원인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개별 학과에서 5% 내외의 소수 인원을 선정할 때 학점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둘째, 교직과목 담당 교수진의 교직 수업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비사범계 교직이수 학생들은 교직과 임용시험에 대해 실질적인 정보를 개별 학과에서 얻기 어렵기에 이를 교직과정에서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 또한, 내실 있는 교직과정 운영, 교직 수업 교수진 간 상호작용 등을 통해 중등 예비 교사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교직 현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교직 이수를 하는 비사범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진로지도 및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교직 이수 대학생들의 애로사항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12 12
마지막으로 비사범대 출신임에도 교사를 하려는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 작은 응원을 전하고 싶다. 또, 우리는 ‘교직 이수’라는 망망대해에서 홀로 표류하는 게 아니라, 교직 이수제 자체가 표류하는 뗏목이라고. 그러니 지금 혼란스럽고 막막할 수밖에 없겠다고 말이다. 이상으로 필자의 경험담으로 시작한 길고 긴 이야기를 마치려고 한다.
당근주스
- 정주영, <교직이수를 하는 비사범계 대학생들의 교직진출 결정에 관한 연구>, 《교사교육연구》 57권 1호, 부산대학교 과학교육연구소, 2018, 95면. [본문으로]
- 김병찬, <일반대학 학생들의 교직과정 이수 동기 및 과정에 관한 질적 사례 연구>, 《한국교원교육연구》 20권 2호, 한국교원교육학회, 2003, 24면. [본문으로]
- Ibid. , 45-46면. [본문으로]
- 배태웅, <‘함량미달’ 교원양성기관 정원 3200명 줄인다>, 《한국경제》, 2021.02.22. [본문으로]
- 김진주, <다가오는 고교학점제 ... 인공지능·드론 등 미래 산업 지도 교사 더 늘린다>, 《한국일보》, 2021.12.10. [본문으로]
- 김병찬, op.cit., 49-50면. [본문으로]
- 안재희, 이숙정, <교직이수 학생들의 진로결정에 대한 인식 분석>, 《열린교육연구》 20권 2호, 한국 열린교육학회, 2012, 42면. [본문으로]
- 정주영, op.cit., 97면. [본문으로]
- 김병찬, op.cit., 45면. [본문으로]
- bid. , 45-46면. [본문으로]
- 정석우 외, <"나는 되고 남은 안된다" 사범대의 '내로남불' 복수전공>, 《매일경제》, 2019.04.23. [본문으로]
- 정주영, op.cit., 106면. [본문으로]
'40호 - 한국 교육제도 노선도 > [특집] 공교육의 과거, 현재, 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다보다] 수능에 서술형이 도입된다? 우리의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0) | 2022.10.30 |
---|---|
[살펴보다 ③]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1) | 2022.10.30 |
[살펴보다 ①] 지금 우리 음악 교육은 (0) | 2022.10.29 |
[되짚어보다] 공교육,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1) | 2022.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