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음악 강국 대한민국, 음악 교육은?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속칭 “음악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는 각각 2021, 2022 포브스코리아 선정 파워 셀러브리티 40에서 1,2위에 선정되기도 하며[각주:1], 대중음악 장르에서 K-POP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클래식 장르에서는 세계 3대 콩쿨 중 하나인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피아니스트와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 피아니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가들이 한국의 높은 음악 수준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음악 열풍을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는데, 과연 이 성과들은 공교육을 통한 성과라 할 수 있는가? 공교육이 음악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었는가?

 

  위 질문에 대한 답은 ‘No’에 가깝다. 공교육에서는 아이돌이 될 수 있는 자질, 높은 수준의 피아노 연주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즉, 대한민국이 음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교육이라 일컬을 수 있는 공교육에서 벗어난 교육이 필요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기획사에서의 연습생 시절, 보컬과 댄스 레슨이 필요했을 것이고, 조성진과 임윤찬은 개인 피아노 레슨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음악 교과목의 목표가 전문 음악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기인한다. 교육부에서는 “음악 교과는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음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음악성과 창의성을 계발하며, 음악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안목을 키움으로써 음악을 삶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교과이다.”[각주:2]라고 음악 교과목의 지향점을 밝히고 있다. 즉, 공교육에서 음악 교과목의 역할은 학생들을 음악을 삶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더 떠오른다. 과연 음악 과목은 학생들이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학창시절 음악 시간을 떠올려보았으면 한다. 학창시절,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현재 자신이 듣는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는가? 물론 그러한 예도 있겠지만, 대부분 음악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현재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괴리감이 있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임을 온전히 음악 선생님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무엇인가 제도적 차원의 문제, 그리고 제도와 실제 수업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음악 수업에서 느꼈던 괴리감을 음악 교육 제도의 차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음악 교육 제도는 우리가 음악 수업을 통해 어떤 역량을 지니길 원하는지, 우리가 느낀 괴리감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지 제언해보고자 한다.

 

챕터 1. 현 음악 교육의 제도적 배경 - 우리가 뭘 배워야 하는데?

 

“오늘 음악시간에 교가 가창시험이 있겠습니다.”

“음악 수행평가로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를 듣고 감상문을 써오세요”

 

  실제 필자가 음악 시간에 들었던 말이다. 꼭 위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다른 음악으로 가창시험을 치르거나, 감상문을 작성해 본 기억은 누구나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평가 방식은 학생들이 왜 이런 시험을 봐야 하는지, 더 나아가 왜 음악을 배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한다. 소극적인 학생이나, 노래를 많이 불러보지 않은 친구에게는 가창시험이 부담될 수 있다. 혹은, 음악에 관한 기본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은 감상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음악 시간과 학생 사이의 거리감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이 위와 같은 평가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제도적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현 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여기서 살펴볼 교육과정은 일반고등학교 음악과 교육과정에 초점을 맞추도록 할 것이다. 

 

  음악 교과는 미술 교과와 함께 예술 교과군으로 분류되어, 도합 10단위를 필수 이수 단위로 배당되어있다. 그 단위 내에서 음악 과목은 크게 3개의 선택 과목으로 나눠진다. 일반 선택과목인 ‘음악’, 그리고 진로 선택 과목인 ‘음악 연주’와 ‘음악 감상과 비평’으로 나눠지는 것이다. 이 3과목이 ‘보통 교과’라고 하여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학습하게 되는 과목이다. 하지만 꼭 이 3가지의 과목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에서는 “학교는 교육과정을 보통 교과 중심으로 편성하되, 필요에 따라 전문 교과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각주:3]는 것을 밝히고 있다. 즉, 학교의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될 경우, 주로 예술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전문 교과 과목(음악 이론, 시창 청음, 합창, 합주 등등)을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고등학교의 특성상 위의 과목을 개설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위에서 밝힌 3개의 과목이 음악 과목의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3과목 각각을 상세하게 살펴보겠다.

 

음악

 

  음악 과목은 고등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필수적으로 수강하게 되는 과목이다. 그렇기에 고등학교 수준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음악적 역량을 학습할 수 있는 과목이다. 아래는 교육부에서 밝힌 음악 과목의 목표를 발췌한 것이다.

 

가. 음악의 구성 및 표현 방법을 이해하고 다양한 음악 활동과 경험을 한다.

나. 음악의 사회적·문화적 역할과 기능을 이해하고 다양한 음악을 비평한다.

다. 음악적 활용과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고, 음악 애호가로서의 자질을 함양한다.

 

  특히, ’다’에서 “음악 애호가“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요약하자면 음악 과목의 목표는 다양한 음악을 이해하고, 음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음악 애호가의 양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목표에 따라 내용 체계도 표현, 감상, 생활화의 세 영역으로 나눠진다. 이름만 들어도 얼추 예상할 수 있듯, 표현 영역에서는 음악의 구성에 대한 이해와 이의 표현하는 역량을, 감상 영역에서는 음악을 듣고, 음악 요소와 역사·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비평하는 역량을, 생활화 영역에서는 음악을 삶에 녹여내고, 음악을 즐기는 역량을 기른다.

 

  목표와 내용 체계만 보면 학생들이 음악을 즐기기에 충분한 수준의, 학생들이 음악에 관심을 가질 만한 수업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제도들이 실제 수업에 적용되면서 불만족스러운 점이 생겨나게 될텐데,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

 

  첫 번째로 음악 수업이 학생들이 음악 애호가가 되기에는 부족한 음악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음악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악 경험을 해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음악 수업을 생각해보면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쉽지 않다. 물론 음악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 수업의 수업 시수는 굉장히 부족하다. 대개의 학교에서는 음악을 1주일에 1시간 배운다. 이 수업시간 동안 학생들이 음악적 지식을 공부하고, 음악을 감상하고, 그 음악의 배경을 이해하고 비평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다음에 나올 문제점과 연관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진부한 수업 내용과 평가방식이다. 앞서 말했듯, 음악 수업의 시수는 부족하다. 그에 따라 음악 선생님들은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수 없고, 제한된 평가방식을 수업에 적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드러내는 가창시험이나, 주입식 이론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특히 가창시험의 경우 음악 과목의 내용 체계 중 ’표현‘ 영역을 가장 편하게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식이다. 하지만, 학생마다 타고난 음감, 박자감이 다르고, 외향적인 학생도 있는 반면, 내향적인 학생도 있기에 학생들에겐 그다지 편한 평가방식은 아닌 것 같다. 실제 필자의 친구 중 한 명은 노래에 자신이 없는데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가창시험을 치르다 보니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없고,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과연 이런 수업과 평가들이 학생들을 진정으로 음악 애호가로 만드는지 의문이 든다.

 

 

음악 연주

 

  ’음악 연주‘ 과목은 다양한 음악 활동 중 연주 활동에 초점을 두고 실제로 연주해보는 수업이 진행된다. 이 과목에서는 노래를 부를 경우 올바른 발성법을, 악기를 연주할 경우 올바른 주법을 익힌 후 악곡의 특성에 맞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타인의 연주를 듣고 음악 연주를 통해 상호 소통하며 음악을 즐기는 태도를 기르는 것에도 목표를 두고 있다. 이에 따른 내용 체계는 연주와 비평 영역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음악 연주 수업에서는 ”연가를 코드에 맞게 기타로 연주하고, 다른 학생의 연주를 비평하기”,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노래를 아 카펠라로 부르기“와 같은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각주:4]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직접 음악을 연주해보는 경험은 음악과 친해지고, 음악 시간이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목을 수업할 때에도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로 음악 연주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는 필자가 지방의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몸소 실감할 수 있었던 문제점이다. 성악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에는 학생들이 모두 연주할 수 있을 만큼의 악기가 필요하다. 한 수업에 최소 10명 이상이 듣는다고 가정하면, 최소 10개의 악기가 필요하다. 수업이 원활히 진행되기에 충분한 수의 악기를 구매하는 것은 학교 예산 차원에서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배울 수 있는 악기의 종류도 제한된다. 소리를 내는 것 조차 힘든 악기는 배울 수 없고, 소리를 내기 쉽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기타, 우쿨렐레와 같은 악기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양한 악기의 세계를 생각해보면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두 번째로 교수적 차원에서 문제점이 있다. 연주를 가르치려면 교수자가 먼저 연주에 능숙해야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아무래도 성악, 기악을 전공한 음악 선생님들이 더욱 편하게, 능숙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은 직접 악기를 배우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이처럼 선생님의 전공에 따라, 선생님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과 수업 준비의 부담에서 차이가 난다.

 

  세 번째로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과한 부담이 된다. 악기를 배우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악기 연주에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다. 게다가 악기 연주를 위해서는 악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각 악기별 주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기에 더욱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이처럼 음악 연주 과목은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제도가 추구했던 이상적이고,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업이 이뤄지기 어렵고, 단순히 노래만 주구장창 불러보는 수업이 될지도 모른다.

 

음악 감상과 비평

 

  음악 감상과 비평에서는 다양한 음악을 감상하고, 비평해보는 과정에서 음악이 지니는 가치를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자 한다. 아래는 음악 감상과 비평 과목의 목표를 발췌한 것이다.

 

가. 다양한 음악 감상을 통하여 음악미를 체험하고 음악적 정서를 함양한다.

나. 다양한 시대, 지역 및 종류의 음악을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감상한다.

다. 음악 현상에 대한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여 음악에 대한 비평적 안목을 기른다.

라. 다양한 음악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갖는다.

 

  이 과목의 목표를 보면 단순히 감상하고 비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음악을 역사적·문화적 측면과 결합하여 음악을 더욱 심도있게 이해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에 목표가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음악과 다른 교과목을 연계해서 학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아래는 음악 감상과 비평 과목에서 실시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의 예시이다. 아래의 평가 문항 예시는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것을 넘어,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림 1- 음악 감상과 비평 평가 문항 예시

  위의 평가 문항은 ”외국 노래를 원어로 불러야 하는가?“하는 논제에 대하여 음악적, 문화적 근거를 들어 토론해보는 활동이다. 이처럼 음악에 관한 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음악을 비평해보고, 더 나아가 음악을 다양한 측면과 함께 이해해보는 활동은 음악 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수업이 제도가 추구하는 이상에 따라 잘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하는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음악 감상, 비평과 같은 활동이 절대 쉬운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격언처럼 음악에서도 ”아는 만큼 들린다.“라는 말이 있다. 즉, 학생들이 비평할 수준의 음악 감상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그만큼 음악에 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의 비평은 단순히 음악이 좋다, 나쁘다와 같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비평을 위한 음악적 지식을 가르치기에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다른 과목에서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문제점을 강조했지만, 특히 음악 감상과 비평 과목에서 그 문제점이 두드러진다.

 

  두 번째 문제점은 주객전도의 위험성이다. 앞서 충분히 말했듯, 이 과목에서는 음악을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활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음악에 관한 내용보다 역사, 사회에 관한 내용을 많이 학습하다보면 음악 수업이 아니라 타 과목 수업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주입식 이론 교육이 행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챕터 2. 현 음악 교육의 실제 – 현장의 이야기

 

  지금까지 현 음악 교육 제도와 제도가 수업으로 실현되며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제도를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쓰고자 했지만, 필자는 학생이었기에 학생의 입장에서 서술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는 학생이 아닌 선생님의 입장에서 음악 교육을 살펴보기 위해 실제 교육 현장에 계시는 음악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터뷰를 진행해주시는 선생님께서는 지방의 일반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계신다.

 

 먼저, 선생님께서 각 음악 과목에서 어떤 수업을 추구하시는지 질문해보았다.

 

Q. 선생님께서 각 음악 과목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즉, 각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역량을 지니길 바라십니까?

 

A. ‘음악’ 과목에서는 다양한 음악장르를 즐길 수 있는 애호가 만들기를 목표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보통 대중음악만을 접해오고 있기에 클래식이나 재즈같은 장르를 접하기 어렵습니다. 접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그러한 장르들을 즐길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편향된 음악취향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것을 통해 고른 음악 취향을 가진 애호가로 성장케 하고 싶습니다.

‘음악 감상과 비평’ 과목에서는 음악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음악, 넓게 보면 문화라는 것은 그 문화가 속해있는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음악작품이 속한 사회를 이해하면 음악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듯, 반대로 음악작품을 통해 그 작품이 속한 사회 또는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과 수업하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통해 1832년에 발생한 민중봉기를 이해할 수 있으며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통해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음악연주’ 과목의 경우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전인적 인간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우쿨렐레, 기타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로 음악이라는 ‘평생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3학년 수업이다보니 이 과목은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위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 선생님께서 추구하시는 목표는 앞서 살펴보았던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거의 일맥상통한다. 게다가, 선생님께서 ”음악교과가 추구하는 다양한 방향성 중, 2015 음악과 교육과정 ‘성격’ 부분에서 ‘음악을 삶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교과이다’라는 측면과는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직접 말씀해주셨기에, 교육과정이 실제 선생님들이 수업하고자 하는 점을 잘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선생님께서 추구하시는 수업이 원활히 잘 이뤄진다면, 교육과정에도 충실한, 이상적인 수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교육 제도로 인해 수업의 제약을 받으셨다.

 

Q. 음악 수업에 있어 교육 제도로 인한 제약으로 수업에 어려움을 겪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습니까?

 

A. 교육 제도로 인한 제약 중 가장 큰 것은 수업시수입니다. 고등학교의 편제상 음악과목은 보통 일주일에 한 시간입니다. 이러한 수업시수로 인해 하나의 주제로 수업할 때 연계성이 끊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블록타임제 등, 다양한 보완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선생님께서는 음악 교육 제도의 문제점으로 ‘수업 시수 부족’을 지적해주셨다. 수업 시수의 제약으로 인해 선생님께서 추구하시는 수업이 원활히 진행되기 어렵고,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선생님께서도 음악 전공자를 수업에 초청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재능기부자 매칭 제도’와 같은 유용한 제도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도움에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 또한 현 음악 교육 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음악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계신 듯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현 음악 교육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현실과의 괴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나 미술은 하나의 문화입니다. 문화라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여 나오는 산물이기에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클래식과 같은 언어적 의미로서 ‘고전’의 위치에 있는 음악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음악들은 시대의 흐름이 따라 빠르게 변화하며 다르게 해석이 되고 있는데 음악 교육 제도는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문제점들 중 하나는 엘리트 음악으로서의 ‘예술고등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제도가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수업하는 교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음악교사가 음악에 대한 민감성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예술고등학교와 일반고등학교의 차이은 모든 음악교사들이 같이 고민해봐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앞으로의 음악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에 따른 음악 교육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음악교육은 사람의 인격형성 및 휴머니즘을 실현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교육이 심적 단련을 위해 음악을 활용했듯, 점점 각박해져가고 인성이 말살되고 다양한 인격적 만남이 단절되는 사회 속에서 음악이, 그리고 음악교육이 더욱더 필요한 세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하고 어려워 합니다. 무엇인가가 공허한 사람들의 마음에 음악이라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위로해주고 치료해주는 것이 음악의 가치이자 우리 음악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 교육과 그 제도의 문제점은 비단 학생들만 느끼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들 또한 알고 있고, 느끼고 있었다. 위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현 음악 교육 제도의 문제점으로 현실과의 괴리감과 음악 교육 수준의 차이를 말씀해주셨다. 이 두 문제점의 원인은 아마 ‘제도의 한계’일 것이다. 제도라는 것은 바쁘게 변하는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다. 현실이 변하고 수년이 지나야 제도로서 바뀐 현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절차를 거쳐 만들어지는 제도라는 것의 근본적 한계라는 생각도 든다. 예술고와 일반고의 음악 교육 수준 차이 또한, 제도적 차원에서 음악 교육의 목표가 다르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음악 교육의 수준을 하나로 통일하여 상향 혹은 하향 평준화한다면, 아마 어쩌면 더 많은 불만들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선생님께서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해결책보다는 선생님의 역량을 더욱 강조하신 것 같다. 제도라는 틀 안에서 선생님께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적극 활용하여, 각 학교와 학급에 걸맞는 최선의 수업을 추구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처럼 선생님들이 제도와 현실 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뿐만 아니라 제도적 차원에서도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챕터 3. 개선방안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도 살펴보았다. 음악 교육, 그리고 그 제도의 문제점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익히 인지하고 계셨다. 각 선생님들마다 자신만의 해결방안을 찾고 계시겠지만, 여기서는 필자가 생각한 개선방안을 적어보겠다.

 

  첫 번째로 제도적 방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도를 통해 해결하라는 말이 모순된 것 같지만, 교육 제도에는 이 괴리감을 줄여줄 다양한 방안들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앞서 인터뷰했던 선생님께서도 말씀해주신 ’재능기부자 매칭 제도‘와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음악 연주 수업에서 우쿨렐레를 전문적으로 연주하시는 전문가 선생님을 초빙하면 학생들에게 더욱 체계적으로 악기 연주를 가르쳐주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 외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도 있다. 실제 교육부에서는 “체육, 음악, 미술 등의 과정을 개설하는 학교의 경우, 필요에 따라 지역 내 중점 학교 및 지역사회 학습장을 활용할 수 있다.”[각주:5]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꼭 학교 내부가 아니라 학교 외부와 협력해 음악 수업을 계획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다채로운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학생들이 음악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며 진정한 ’음악 애호가‘로서의 자질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교과 간 융합수업을 실행하는 것이다. 앞서 음악 감상과 비평 과목이 주객전도의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주객의 차이를 없애면 된다. 음악과 다른 과목 간의 융합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실제로 음악은 그 사회,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사회와 역사 또한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음악과 다른 과목을 함께 학습하는 것은 학생들이 내용을 더욱 심도있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앞서 음악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레 미제라블‘과 같은 예시도 융합 수업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예시로 음악에서 ’낭만주의‘가 태동하게 된 것과 산업 혁명 과정에서 발생한 인간 소외 현상이 역으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게 했다는 내용을 함께 학습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른 학습과 함께 음악을 공부한다면, 학생들이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지식을 온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초·중·고에 이르는 음악에서의 나선형 교육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무리 음악 선생님이 의미있고, 재밌는 음악 수업을 계획한다 할지라도, 학생들이 악보를 보지 못하거나, 음악에 전혀 흥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다. 음악 과목에서도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기본 배경 지식을 요구하기에 그런 내용들을 학급이 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심화된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이 더욱 명확해졌으면 한다.

 

 

끝맺으며 – 앞으로의 음악 수업은

 

  지금까지 우리가 듣고 들었던 음악 수업의 제도적 배경과 실제, 그리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들을 살펴보았다. 학생과 선생님이 음악 수업에 어느 정도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 상황은 앞으로 음악 교육이 나아갈 길이 많이 남았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필자가 글에서 중심적으로 다뤘던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넘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맞춤형 교육으로 ’고교 학점제‘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매체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교육에도 디지털 매체를 적극 도입하고자 한다. 교육과정이 변함에 따라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고교 학점제와 디지털 매체의 도입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수업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수업에서도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음악을 들어볼 수 있고, 악기 연주의 경우 인터넷 강의 같은 방식과 실제 수업을 병행한다면 학생들이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 수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의성이 더욱 강조되는 앞으로의 상황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음악 교육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충실히 따라가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음악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청명

  1. 박지현·김민수·신윤애, “2021 포브스코리아 선정 파워 셀럽 40“, 포브스 코리아, 2021.04.23.(기사 작성) 2022.09.09. (기사 인용) http://jmagazine.joins.com/forbes/view/333975

    김영문·신윤애, “[2022 포브스코리아 선정 파워 셀러브리티 40] 2022년 파워 셀럽은 누구?“, 포브스 코리아, 2021.04.23.(기사 작성), 2022.09.09.(기사 인용) http://jmagazine.joins.com/forbes/view/335939 [본문으로]

  2.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12], “음악과 교육과정”, 교육부, p.23 [본문으로]
  3.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1].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p.25. [본문으로]
  4. 더 자세한 수업 내용과 평가 문항은 다음을 참고하시오.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평가기준 -고등학교 음악과-”, 2018, pp. 86-103. [본문으로]
  5.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1].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p.2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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