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그 이후

- <페미니즘 교육> 후속 기사

당근


지난 봄·여름호의 ‘학교와 페미니즘특집에서 용화여고를 비롯한 스쿨미투와 학생들이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만들어나가는 움직임을 다뤘다. 그 이후에도 스쿨미투는 계속되었고, 특시 9월 한 달 SNS를 중심으로 다시 스쿨미투 고발과 제보가 집중적으로 이어져, 11월 초까지 전국 68개 학교에서 학교에서 스쿨미투 고발이 있었다.

 

스쿨미투 이후, 학교는 달라졌을까?

 

조사, 처벌 및 학교 대응

11월 초까지 스쿨미투 고발 성폭력 사안 중 교육청 등에 신고조치가 된 사안은 36건이다. 이 중 교사에게 경징계가 내려진 경우는 6, 파면, 해임, 직위해제 등의 중징계가 내려진 경우는 23건이다. 중징계 비율이 높아, 사건 해결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많은 학교에서는 일단 고발이 이루어지면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시간을 끌다가, 교육청 조사 결과 문제가 확인되면 가해교사를 잘라내고 문제 해결을 선언하는 식이다. 또한 교육청이나 학교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여전히 가해 교사의 40%가 교단에 있다. 인천의 한 학교에서는 스쿨미투 고발 이후 학교가 교장의 사과 이외의 대책을 내놓지 않자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피해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학부모 조사 이후에야 교육청에서는 장학사를 파견했고, 학생들을 조사한 지 한 달 만에 경찰에 고발하며 교육청은 책임을 덜었다. 이러한 학교의 대처 과정에서 고발 학생 보호나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 경우가 많으며, 학교나 교육청 자체적인 성폭력 대응 매뉴얼 같은 체계화된 대응 방안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2차 가해

용화여고의 경우 교사 중징계 이후 교사들이 '어떻게 선생님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학생들에게 위협을 하거나 2차가해를 일삼았다. 일부 학교는 학교가 나서 고발 SNS 계정주를 색출하려는 시도를 하거나, 학교의 대응보고서에 제보 학생의 실명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9월 이후에 이루어진 스쿨미투 고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 의한 2차가해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SNS 상에서 ‘#청소년페미가_겪는_학교폭력이라는 해쉬태그를 통해 제보되기도 하였는데,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대자보에 '꺼져. 이름 까라' 혹은 '피해망상증이다'와 같은 언어폭력적 낙서를 하거나, 고발 포스트잇을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 또한 어떤 학교에서는 스쿨미투 제보 학생에게 쉬는시간마다 찾아와 언어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쿨미투 이후의 인식 변화

스쿨미투 이후에 학교 구성원들의 성폭력, 성차별 등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전국 13~18세 청소년 333명을 대상으로 올해 9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여성 청소년의 92%가 지지의사를 남성 청소년의 60%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또한 미투 운동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여성 청소년의 60.8%페미니즘과 성 평등에 관심이 생겼다고 답한 반면 남성 청소년의 39.5%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미투운동이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보는 것 같냐는 질문에 여성 청소년의 18.1%그렇다고 답한 반면, 남성 청소년은 49.2%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지난 1129일 서울시교육청과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함께 주최한 미투시대, 백래시에 휩싸인 남자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대안 모색세미나에서는 미투 운동과 스쿨미투 이후에 남녀 청소년 건 성 인식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청소년들이 성폭력과 성차별 부당함을 고발하는 가운데, 남성청소년은 이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몰고 있다와 같은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이 남성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로 등장한 유투브나 게임방송, BJ 등의 또래문화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어떨까? 교사의 인식에 대한 통계자료가 따로 있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교사에 의해서 2차가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거나, 심지어 최근 부산에서는 스쿨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가 고발 학생 세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교사들의 인식변화가 혁신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113일 스쿨미투 집회에서 만난 전교조 여성위원회 소속 교사는 스쿨미투 이후, 소속 학교의 교사들의 인식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스쿨미투에 대해서 저희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굉장히 문제의식이 긍정정이라고 생각을 하신다.’ ‘스쿨미투 이전에는 외모 지적이나 아니면 여학생이‘ ’남학생이이런 것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말씀을 하셨다면, 이후 (교사들끼리)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에 대해서 성차별적인 언어를 쓰면 안 된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자신의 언어를 자체 검열하고 말씀을 하시는 경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이는 학교 공동체의 문화나, 교사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교사에게도 인식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이 가운데 113, 학생의 날을 맞이하여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을 비롯한 단체들이 교육부 등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 시행’ ‘2차가해 중단’ ‘학내 성폭력 전국 실태조사를 이행 및 규제와 처벌 강화’ ‘성별이분법에 따른 학생 구분 및 차별 중단’ ‘사립학교법 개정,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학교 재구조화의 다섯 가지 요구안을 걸고 진행되었으며, 주최 측 추산 300명이 모였다.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서울시교육청 앞으로 행진하여, 서울시 교육청 앞에 ‘with you’ 현수막을 걸고 마무리 되었다.

집회에서는 다음의 발언들에서 드러나듯 주로 학교의 위계질서와 불평등 자체를 뿌리 뽑고,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당일 발언(1) :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

“(학교에서 성폭력 문제가 곪아 터질 지경에 이른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가도록 사회가 용인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생을 비롯한 기간제 젊은 교사들도 학생과 다를 바 없는 대우를 받기 십상입니다. 교내 위계관계에 따른 부조리는 비단 선생과 학생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과 선생 사이에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그러한 위계관계가 선생과 이사장 사이에도 존재하며 그들의 잘못된 지시와 문화가 학생들에게도 내려오는 문제로서, 즉 미시적 수준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문제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거나 알게 되어도 현실에 부딪혀서 암묵적으로 수긍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학교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이 세상의 구조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눈앞의 선생과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역시 구조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진정한 문제의 원인을 뿌리 뽑기를 원합니다.”


당일발언(2) : 충북여중 교내 성폭력 공론화 운영자

“(113일에 스쿨미투 7주차가 되었는데) 그 동안 해당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가 내려졌습니다. 의견 수렴함을 교내에 설치하고 교사들의 개선 의지를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이것뿐입니다. 여전히 학교는 교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학생과 교사 간 위계질서, 학생의 발언권 침해,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 등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모색되지도, 필요성이 언급되지도 않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이단처럼 취급되고 성소수자가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들인 학교는) 혐오표현이 넘쳐나는 혐오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운동은 모든 학교에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함 발돋움 입니다.”[각주:1]

 

 

위와 같이 각 발언들은 모두 가해 교사 한 명을 처벌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학교가 불평등한 구조와 위계관계가 변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되며, 성폭력이 단순 일탈로 받아들여지고 페미니즘이 이해될 수 없는 혐오와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은 성폭력 처벌 강화 및 2차 가해 중단과 같은 당면한 해결책을 넘어 사립학교법 개정 및 학생인권법 제정’ ‘페미니즘 교육 시행과 같은 근본적인 대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집회에 참여한 비학생-주체들에게서도 각각의 위치에 따른 고민과 문제의식을 들어볼 수 있었다.

 

교사 (전교조 여성위원회 소속)

 

Q. 교사에 의한 성폭력이 이렇게 만연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일단은 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교사 공동체 자체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 보면,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더라구요. (또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이) 전문적인 강사를 초빙해서 강의를 하는게 아니라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학교에 가장 시급한 변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교육과정 안에 페미니즘 교육을 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범대에서도 예비교사들에게도 성인지 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적합한 강사가 와서 강의를 해서 형식적이지 않고 진짜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예비교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Q. 오늘 이 집회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스쿨미투가 200여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 정부나 교육청 등은 이제야 장관이 피해학생을 만나는 등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9월에 수십 개 학교에서 고발이 이어졌는데, 이후 학교에서 돌아온 건 2차 가해나 징계협박이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싸우고 고립되어 (스쿨미투가) 피해사실로만 남고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터져나온 고발이 우리가 함께 모여 평등한 학교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의 날을 맞아서, 특히 스쿨미투의 경우에는 학생인권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도 하기에, 여성인권과 학생인권이 없는 학교현장을 비판하는 취지에서 오늘 이 집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오늘의 집회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혹은 주고 싶은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A. 스쿨미투 고발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 흐름이 단순히 일부 가해자 징계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의 구조와 학생인권이 부재한 현실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문제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가 안쓰럽고 무력한 피해자들이 아니라 당신과 이 학교에서 동등하게 숨 쉬면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여학생들의 말할 수 없는 현실이 고발되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학생이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유은혜 장관 등이 스쿨미투 해결 하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학교 현장에서는 학내 성폭력 실태조사조차도 못 받아들이고 있는데, 대체 뭘 할 수 있냐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더 과감하고 근본을 꿰뚫는 변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Q. 요구안 중 하나에 대해서 성폭력의 원인은 학교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성차별이다이런 설명이 있었는데, 학교에 성별이분법이 어떻게 존재하고 그게 성폭력과 어떤 연관을 맺는다고 생각하시나요?

A. 여학생들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같은 학생이 아닌 여성으로 인식되는 경험을 계속 겪는다고 해요. 그게 번호나 짝도 남녀로 구분되는 것 등에 따라서 교육도 매우 편향적으로 이루어지고, 2016년에 있었던 사건인데 운동장에서 여자가 축구를 하려고 하면 그게 학교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는 일들이 이루어집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능성을 계속 박탈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조신해야 한다, 남성의 부수역할을 해야 한다, 인간이 아닌 여성이다 고 말하는 이런 교육 자체가 여성을 인간답게 대할 수 없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없앨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 요구안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학생인권법을 제정해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라는 것인데요, 근본적인 해결책에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요구안을 내걸게 된 배경이 있나요?

A. 스쿨미투 고발된 학교 중 80%가 사립학교입니다. 그런데 이 학교들은 진짜 이사장이 주인인 학교인거에요. 그래서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이사장이 되어 성폭력을 저지른 교감을 감싸주고 앉아있거나, 가족들이 경영하고 있고 하다 보니 이런 현실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몇몇 가해교사 자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고, 근본적으로 학교의 운영 구조가 더 투명하고 수평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인데 지금에 존재하는 공영이사제도 심각한 사학비리가 있어야만 몇 년 동안 단기적으로 파견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사립학교법 개정과 더 강력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 학생인권법 제정은 저희 집회에서 내놨던 거의 제일 주요한 구호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해요.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집회이름을 지은 이유기도 한데요. 교사가 생기부에 세부 특기사항을 얼마나 써주느냐가 학생의 진로나 미래를 결정하는 입시위주의 교육 자체도 문제이지만, 학교 안에서 교사가 발언할 창구는 많은데 학생은 자신의 부당함을 고발할 접수처조차도 없는 상황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으면 교육청 안에 담당부처가 생기는데, 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전담처조차도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청, 교육부에서 최소한의 접수처도 만들어 놓지 않고 어떻게 학생을 위한 교육을 한다고 말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인권법을 이제는 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교사와 양지혜 씨는 각각 스쿨미투의 원인을 교사와 교사 공동체의 낮은 감수성과 입시위주의 교육 및 사립학교의 폐쇄성으로 지적했다. 스쿨미투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교사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학교의 비민주성 개선이라고 각각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의 답변


집회 다음 월요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스쿨 미투는 촛불 이후 달라진 다양한 주체들의 투명성, 공공성, 관계의 평등성의 요구라며, ’학교가 앞장서서 변화해야하며, 사회 전반의 공기를 다른 세대의 학생들에게 발맞추어 함께 바꾸어 나가며 요구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성인권 시민조사관 20명 위촉

- 성인지 교육 이수, 관련 경력 5년 넘은 전문가 집단으로 위촉

- 학교 내 성폭력 발생할 시, 담당 장학사와 시민 조사관이 참여하여 조사, 3개월 이후 학교의 재발방지 계획 모니터링

성폭력 전수조사 무기명으로 실시 이전처럼 무기명으로, 희망자에 한해 실명으로 교육감/여성단체 공동 운영하는 핫라인으로 신고

성폭력 사건 조사의 모든 과정을 가정통신문, 문자메시지로 공지

교육청에서 교직원 성폭력 직접 조사, 최대 파면 할 수 있도록 징계 강화, 교직원 대상 성평등 교육 실시

피해학생에 대한 심리치유와 법률상담

내년부터 교육청 안에 학교 성평등 전담팀 조직[각주:2]

 

  

스쿨미투가 필요 없는 학교를 위하여

 

스쿨미투가 학교와 교육에 남긴 과제는 무엇일까?

 

학교 운영 구조의 민주화

집회 발언과 집회 참여자들에 의해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성폭력이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탈로는 치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사실과 더불어 교사와 학생 간 권력의 문제를 성찰하고 질문하게 한다.

스쿨미투는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존재하며, 운영 및 의사결정 구조가 성차별적으로 구조화 되어있다는 것을 폭로했다. 이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생이나 기간제 교사, 젊은 여성 교사 또한 불평등한 학교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스쿨미투는 단순히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교사 몇의 문제를 넘어,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학교의 문제가 성폭력으로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 스쿨미투는 학교 민주주의의 문제와 학생 권리를 포함하는 교사-학생 관계의 문제로 다루어져야한다.

학교의 운영구조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 했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이상, 학교 자체를 민주적으로 재구조화하려는 노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교장 공모제를 도입하고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를 추진하여 교사공동체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을 학교의 운영에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입시교육 넘어서기

불평등한 구조와 더불어 제기된 또 하나의 문제의식은 현재의 교육의 내용 자체가 학교의 불평등을 용인하고 재생산해왔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도 도입 이후 학생 생활기록부가 중요해졌고, 그로 인해 교사의 자율권이 확대되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말 할 권리를 박탈했다는 것이 폭로되었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 다시 말해 평가가 중심이 되는 교육 에서 교수-학습관계는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 반복, 암기, 평가로 이어지는 보수적인 학습의 과정을 유지시킨다. 이 가운데 교사의 말은 절대적이고 이에 대한 학생의 비평과 비판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이런 교실에서 학생의 발언권은 박탈되고 교사와 학생 간의 수직적인 관계는 심화되고 재생산된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교실을 토론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서로에게 질문할 수 있고 문제제기와 비판이 가능한 교육을 의도하고 기획해야 불평등에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학생들은 이미 토론을 걸어오고 있다. 이에 응답할 수 있는 교육을 이제는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말할 수 있는 페미니즘 교육

한편으로 학교에 다양한 문제제기와 변화를 일으키는 미투 이후에 남녀 청소년의 인식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페미니즘의 교육을 좀 더 세심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페미니즘 교육이 기존의 교육과는 다른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고, 다른 종류의 관계와 삶의 방식을 설득하고 있은 것이라면, 조금 더 유연하고 폭넓게 의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남성청소년이 미투운동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또래문화의 영향이 크다. 그렇다면 또래 문화 자체를 객관화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은 페미니즘 교육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평가와 훈계를 넘어, 이해와 공감의 언어를 만들 수 있다면, 페미니즘 교육은 모두가 참여하고 주체가 될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나가며

 

스쿨미투와 그에 응답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학교와 교육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가능성은 지난호 페미니즘과 교육에서 다뤘던 학교에서의 교육과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움직임들은 한 차원 더 나아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쿨미투는 교육에 페미니즘을 덧붙이는 것을 넘어, 학교를 더욱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과 교육의 내용 자체를 재구조화 하는 하는 것이 페미니즘을 통해 가능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설득해나가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학생의 목소리로부터 출발하는 스쿨미투는 그래서 학교와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출발이다.

 

  1. 발언 : 한겨례TV 유튜브 채널,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발언 모음 [본문으로]
  2. 박다해 양선아 기자, '서울시교육청, '스쿨미투' 대응 위해 시민조사관 20명 위촉',한겨례, 18.11.09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69559.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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