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한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가 인터넷에 패륜적인 글을 올려 큰 논란이 있었다.[각주:1] 이 합격자는 특정 커뮤니티에 욕설, 성희롱, 혐오 단어를 담은 글과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올렸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초등학생을 가르칠 예비교사가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언행을 일삼는 것에 분노했고, 교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조치도 당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경기도 7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가 특정 커뮤니티에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공무원 자격을 박탈당한 것과 비교되는 처사이다.[각주:2] 이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과 달리. 교육공무원법에는 임용시험 합격자에 대한 임용취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오직 교육공무원의 결격사유만 규정되어 있다. 이에 예비 교원의 결격 사유도 포함하여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교원을 양성하는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현재 교원양성기관은 예비 교원이 교사로서의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0. 교직 적 인성 검사의 실시


  필자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재학 중이다. 지난 학기, 사범대학교를 졸업하려면 교직 적 인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급히 검사를 신청했다. 약간의 긴장을 한 채 검사 장소에 갔는데 예상과 달리 몇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1시간 남짓 동안 오지선다형 질문에 제일 바람직해 보이는 선지를 골랐다. 검사를 마친 뒤, 머리 속에는 온통 ‘이러한 검사로 예비 교원의 인성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하는 의문들로 가득 찼었다. 그 후 필자는 교직 적 인성 검사를 받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생 몇 명을 인터뷰했다. 대부분 ‘오지선다형 질문이 답변의 진정성을 보장하지 못할 거 같다.’, ‘대다수의 질문들이 답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신뢰성 있는 답변을 얻지 못할 거 같다.’, ‘교직 적성 및 인성 검사가 사범대의 보여주기식 책임 회피의 도구로써 활용되는 거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교직 적 인성 검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과연 적·인성 검사가 본래의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교직 적 인성 검사의 의무화, 그러나 실효성 논란

 

  교사는 단순히 해당 교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만 갖출 것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인성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교사의 인성 및 인품은 학생들의 사회적 가치관 형성에 방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13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과 교직 적성을 갖춘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새롭게 바뀌는 교원 양성 교원 임용시험 제도 안내’를 보도했다.[각주:3] 이에 개정된 교원 자격검정령 제 19조 무시험검정 합격 기준에 따르면, 2013년부터 모든 교원양성기관 재학생들은 교직 적 인성 검사를 2회 이상 실시하여 적격 판정을 받아야만 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의 의무화가 예비 교원의 인성적 자질을 평가하는 데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교직 적성 인성 검사에서 부적격 처리를 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가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전체 응시자의 0.88%, 2016년에는 0.72%, 2017년에는 0.6%로 계속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각주:4] 교대 재학생 성희롱 논란, 예비 초등교사 임용 박탈 논란을 비롯하여 계속 예비 교원과 교사의 부도덕한 행위가 문제 시 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결과는 교직 적·인성 검사의 실효성 논란을 제기한다. 결국, 적 인성 검사가 형식적인 차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 교직 적 인성 검사,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현재 시행되는 교직 적 인성 검사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우선 교직 적 인성 검사의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각 교원양성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인성 검사 도구는 2003년에 조주언 외가 개발한 ‘교직 적성 인성 검사 도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검사는 교수 능력, 연구 능력, 창의성, 소명감, 도덕성, 생활지도 능력의 6가지 하위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하위 차원은 총 18개의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하위 요인에 근거하여 10문항씩 총 180개의 구체적인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각주:5] 각각의 교원양성기관은 이러한 검사 도구 표준안을 자율적으로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개별 문항의 내용은 현재도 적격, 부적격을 가리는 검사이므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5점 척도를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Rasch 모형을 이용한 교직 적성, 인성 검사 도구의 타당화」에 따르면, “세대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큰 벽이다.", "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등과 같은 문항이 제시되며 문항의 반응은 리커트 5점 척도 양식으로 ‘매우 그렇지 않다’의 1점부터 ‘매우 그렇다’의 5점까지 응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 방식은 몇 가지 측면에서 예비 교원의 인성적 자질을 평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항


  첫째로, 현재 교직 적 인성 검사의 문항은 다소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먼저 문항 내용의 측면에서, 표준안 검사를 개발하는 과정 중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6개로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문항을 개발할 때, 상황을 단순화시키고 추상화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직 적 인성 검사의 구체적인 문항은 교육부에서 보급한 검사 도구 표준안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도구 표준안은 총 3단계를 걸쳐 개발되었다. 먼저 1단계에서 ‘성공적인 교사’의 지적 능력과 인성 특성에 무엇이 있을지 교사와 학부모들의 자유 응답형 질문을 통해 의견 조사를 하였다. 그 후 2단계에서 ‘성공적인 교사’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교사 집단과 비교 집단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 공통 특성을 추출하여 최종 6개의 하위 차원과 18개의 하위 요인을 개발하였다.[각주:6]

  

  그런데 이러한 요인들에 근거한 구체적인 문항들은 실제 교육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다루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교직 적 인성 검사의 하위 차원 중 하나인 생활 지도 능력의 영역에서, 예비 교원이 학생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지녔는지 평가하기 위한 문항에는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항만으로 교사가 ‘신뢰감’을 지녔는지 평가하기는 불충분하다. 실제 교사는 변화무쌍한 수업 환경에서 다양한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소통해야 하며, 다원적인 차원에서 복잡한 도덕성 및 인성 자질이 요구된다. 이에 교직 적 인성 검사 문항 내용은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항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문항의 형식 측면에서, 하위 요인들을 ‘오지 선다형’으로 구성했다는 점도 문제이다. 오지 선다형의 평가 방식으로는 교육현장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물을 수 없다. 정해진 선지 내에서 답을 고르는 방식은 수검자의 자유로운 답변을 얻기 어렵고,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 신뢰하기 어려운 검사 결과


  또한, 교직 적 인성 검사가 자기 보고식 검사 방법이라는 점에서,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자기 보고식 검사법이란 검사 문항에 대해 예, 아니오 등 간략하게 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적 인성 검사는 대부분 5점 척도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어 1점에서부터 5점까지 선택해야 하거나, 오지선다형으로 다섯 개의 선지 중에서 가장 정답에 가까운 한 선지를 골라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정해진 문항에 대해 정해진 수검자의 반응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검사 결과를 표준화하기 용이해 적격, 부적격 여부를 판정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지적 능력과 구별되는 교직의 적, 인성 등의 역량을 측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솔직하지 않은 경우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보고식 검사는 사회 바림직성으로 반응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여기서 사회 바림직성은 ‘응답자가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는 데로 답하는 대신 사회적 승인을 높이는 방식으로 응답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각주:7] 특히 예비 교원은 교직 적 인성 검사에서 2회 이상 적격 판정을 받아야 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실제적인 감정과 행동 상태를 나타내기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반응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평가 방식으로 예비 교원이 충분한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다고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 검사 결과에 대한 피드백 부족


  마지막으로, 교직 적 인성 검사의 결과에 대한 교원양성기관의 피드백이 부족하다. 우선 부적격 판정을 받은 학생에 대한 피드백 및 교육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교원 양성 기관에서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교직 적 인성 검사를 재실시하여 적격 판정을 받은 후, 대학 자체 상담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의 2020년 검사 안내[각주:8]에 따르면, ‘준거 점수에 미치치 못하는 학생의 경우, 교육 실습이 완료된 이후 7월 중에 추가 교육 및 재검사를 실시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추가 교육 및 재검사 실시 일정은 추후 안내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실제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예비 교원이 미미해서 그런지, 구체적인 안내 사항은 따로 나와 있지 않았다. 더불어, 예비 교원이 교사로서의 인성 자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과를 받았는데, 어떠한 조치나 교육없이 교육 실습을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처럼, 교직 적 인성 검사의 표준안은 존재 하나, 부적격 판정을 받은 학생에 대한 조치의 표준안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추가 검사를 통해 적격 판정을 받으면 교원 자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인성 검사가 형식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적격 판정을 받은 학생의 경우도 검사 결과에 대한 개별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 대다수의 교원양성기관에서는 적격, 부적격 판정 기준을 특정 준거 점수를 넘었는지 획일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교직 적 인성 검사는 18개의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각 영역 중 어느 부분이 부족하며, 어떠한 활동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지 등 개인 맞춤형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요할 것이다. 

 


3. 교직 적 인성 검사,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처럼 현재 시행되는 교직 적 인성 검사는 오지 선다형 지필고사의 방식이므로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며,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여 ‘형식적인 검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원이 바람직한 인성을 갖추었는지 평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예비 교원의 인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객관식이 아닌 면접시험 방식을 제안한다. 기존의 검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면접 방식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때 면접 문항의 구성과 평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중요하다.


- 면접시험 문항의 구성


  우선, 면접 문항은 실제 상황을 반영한 시나리오 형식이어야 할 것이다. 교직 적성과 인성에 대해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질문보다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다루게 될 문제 상황을 중심으로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비 교원이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을 물을 수 있다. 예비 교원이 교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답이 정해진 질문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 유형은 예, 아니오 등의 답이 정해진 문제에 비해, 답변이 사회적 바람직성에 의해 왜곡되는 경향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비 교원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을 들어 진솔하게 답변할 수 있다. 지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면접과 달리, 정확한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예비 교원만의 답을 내리는 과정에서 교사로서의 인성 자질을 갖추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면접시험 평가 방식


  한편, 이러한 면접 시험의 평가는 pass/fail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교직 적 인성 검사가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시험이기 때문에, 상대평가처럼 학생들을 서열화할 필요가 없다. 예비 교원의 답변들을 점수화하여 좀 더 바람직해 보이는 답변을 한 사람을 통과시키기보다, 완전히 틀린 대답을 가려내는 편이 더 적합할 것이다. 


  더불어, 면접 위원은 예비 교원에게 즉각적으로 답변하게 하거나,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비 교원이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을 줄여,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과는 반대되지만 합격을 위한 답변을 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비 교원이 답변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어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앞서 살펴보았던 교직 적 인성 검사 요소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면접 위원을 여러 명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모의 면접을 진행한 후 평가 결과를 서로 비교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교직 적성 및 인성 검사를 면접 방식으로 진행하면 검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검사 이후에도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교직 적성 및 인성 검사의 문제점을 분석한 후. 면접 시험 형식의 대안을 제안했다. 이러한 논의는 추후 예비 교원의 인성 및 적성을 평가하는 과정이 교사의 인성 자질을 양성하는 과정과 결합해야 한다는 논의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교사의 도덕성 논란이 계속 대두되고 있는 만큼, 교원양성기관은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적 자질을 갖춘 훌륭한 예비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권수진, <예비교사 인적성검사 ‘유명무실’.. 부적격 0.6%>, 《베리타스 알파》, 2017.10.23.,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98869, 
김성연, 「교직 인성 검사에서의 문항 프로파일 분석」, 『중등교육연구 65권4호』,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p. 705-729.
김성연, 「예비교사의 교직 적성 인성 검사에서 효율적인 시행횟수 탐색」, 『중등교육연구 66권 3호』,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p. 751-782.
김용석, 「사회적 바람직성 척도(SDS-24)의 타당화 및 적용」, 『사회복지연구』, 한국사회복지연 구회, p.87-114.
김은경, 「Rasch 모형을 이용한 교직 적성 인성 검사 도구의 타당화」,,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 학원, 2019. 
서울대학교 교원양성지원센터, 2020.06.04,  https://teacher.snu.ac.kr/sub_4/4_1.php?mode=view&number=25806&page=1&b_name=notice&keyfield=subject&key=%C0%CE%BC%BA,, 2021.09.14.
유주희, <'디시 패륜글' 임용고시 합격자, 교육청서 경찰 수사 의뢰>, 《서울경제》, 2021.05.26, https://www.sedaily.com/NewsVIew/22MIEXB3OA, 2021.08.29.
조철오, <논란의 ‘일베 성희롱 7급 공무원’ 결국 임용 자격 박탈>, 《조선일보》, 2021.01.26.,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gyeonggi-incheon/2021/01/26/BDL6Y6KL6JDI5GJ6RC2JSRI2H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2021.08.29.

 

 

러셀

  1. 유주희, <'디시 패륜글' 임용고시 합격자, 교육청서 경찰 수사 의뢰>, 《서울경제》, 2021.05.26, https://www.sedaily.com/NewsVIew/22MIEXB3OA, 2021.08.29. [본문으로]
  2. 조철오, <논란의 ‘일베 성희롱 7급 공무원’ 결국 임용 자격 박탈>, 《조선일보》, 2021.01.26,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gyeonggi-incheon/2021/01/26/BDL6Y6KL6JDI5GJ6RC2JSRI2H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2021.08.29. [본문으로]
  3. 김성연, 「예비교사의 교직 적성 인성 검사에서 효율적인 시행횟수 탐색」, 『중등교육연구 66권3호』,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p. 751-78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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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김성연, 「교직 인성 검사에서의 문항 프로파일 분석」, 『중등교육연구 65권4호』,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p. 705-72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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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김용석, 「사회적 바람직성 척도(SDS-24)의 타당화 및 적용」, 『사회복지연구』, 한국사회복지연구회, p.87-114. [본문으로]
  8. 서울대학교 교원양성지원센터, 2020.06.04.,
      https://teacher.snu.ac.kr/sub_4/4_1.php?mode=view&number=25806&page=1&b_name=notice&keyfield=subject&key=%C0%CE%BC%BA,, 2021.09.14. [본문으로]

  한 서울대 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게재된 다음의 댓글을 살펴보자.


  졸업장 따고 임용만 붙으면 되니 실력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없어. 같은 서울대라고 하기엔 수준이 너무 민망함. 나는 자연대 모 과인데 우리는 다 고등학생 때 당연히 습득하고 오는 내용을 사범대생은 2학년 전공에서야 제대로 배우고 익히더라. 교수들도 임용 위주라 그런지 수업은 대충 때우고. 졸업전에 일선 학점이 좀 비어서 심심풀이로 두 과목 들어봤다가 경악함. 자기들도 그걸 아는지 3학년 땐 우리 학과로 원정 떼강 왔던데, 기말시험까지 남아있는 놈은 진짜 거의 보질 못함. ‘그럼 교직이 본 전공 실력 부족한 걸 보완해줄 만큼 대단한 거냐?’ 하면 사범대생 너희가 더 잘 알잖아. 그거 다 그냥 탁상공론뿐이지 대치동에서 몇 년 굴러보는 경험이 더 유용하단 거 대치동은 돈이라도 쌓이지. 그럴 거면 굳이 같은 서울대 간판 달고 깝죽거리게 둘 필요가 있나? 그냥 모든 대학 사범대 정원 다 없애고 대학원, 교직 이수만 둔 채로 전문직업학교, 중등 교대 같은 거 만들어서 돌리면 되지.


  위의 인용문의 어조나 단어 선택이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의 공격성이나 단어 선택의 적절성 등에 관한 논의는 이 글에서 중요하지 않으니 우선 뒤로 하고, 위의 인용문에서 나타난 사범대에 관한 글쓴이의 논거를 정리해보자.

 

1. A 교육과(사범대학)는 A 학과(일반대학)보다 부족한 전공 지식을 가르치고 학습한다.
2. A 교육과 학생은 졸업요건을 채우고 임용고시를 통과하면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성장할 동기가 부족하다.
3. 사범대학의 교직과정이 이러한 일반대학과 사범대학의 학문적 차이를 좁혀줄 만큼 가치가 있지 않다.
4. 사범대학을 폐지하더라도 일반대학 교직과정, 일반대학 교육대학원, 중등 교대 신설 등의 방안을 통해 충분히 교원을 양성할 수 있다.


  이 인용문 이외에도 커뮤니티의 많은 글에서 ‘사범대학을 폐지하고 일반대학 교직과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사범대학의 폐지를 주장하는 글은 대부분 위의 인용문에서 제시한 논지를 근거로 하여 사범대학의 존재 의미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교육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교육부는 올해 7월 13일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중등교원 현행 체제의 교원 과잉양성, 높은 임용경쟁률 등에 관한 지적하며, 국어·수학·사회 등 공통과목 교원양성은 사범대에서 맡고, 이들 과목의 교직과정은 폐지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히는 등 사범대 중심의 축소된 교원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위 발전 방안의 주요 골자다.[각주:1] 앞서봤던, 사범대를 폐지하고 일반대학 교직과정 위주의 교원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커뮤니티 댓글과는 문제 해결 방법에 있어 완전히 반대의 방향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와 임용경쟁률 과잉 현상으로 인한 교원양성 인원 감축 필요성과 그 방법에 관한 논의가 제시되어 오고 있는 시점에서, 필자는 사범대생으로서 이 글에서 사범대학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또한, 몸과 마음 모두 대학과 조금 떨어진 시기인 지금, 사범대학이 지니는 가치에 관해 기록하고자 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기득권 세력은 절대적인 권력으로 수많은 민중을 통제한다. 그들이 본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어'의 제정이다. 신어에서 good의 반대말은 bad가 아니라 un-good이며, splendid나 wonderful 같은 어휘들은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제거된 후 plus-good 또는 double-plus-good으로 대치된다. 극도로 단순화시킨 이 언어를 통해 체제는 인간의 사유를 제한하려 한다. 다르게 사유하고 느끼려 하고, 기득권의 절대적인 권력에 반동적 사고를 지니려고 해도 이러한 생각을 지지할 언어가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신어의 제정 이외에 기득권 세력이 채택한 방법은 ‘이중사고’이다. 이중사고란 상반된 신념을 둘 다 믿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사고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과거를 조작하고 조작된 과거를 진실처럼 믿는 것, 그리고 자신이 과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즉, 진실과 조작된 과거가 모순되지만, 자신이 과거를 조작해놓고 그 사실을 잊는 훈련을 지속하면 조작된 과거가 진실이 되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를 모두 믿는 이중사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구어로는 이를 '현실 통제'라 하고,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달 과정에서의 통제는 <1984>에 서술된 것처럼 누군가의 언어 사용과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그 누군가의 전체적인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 가치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며, 가르침의 주체인 교사는 청소년에게 부모 바로 다음의, 어쩌면 부모와 동등한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교사란 ‘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단어의 정의에 따르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단어의 정의 이외에도 다른 직업에 비해서 교사의 도덕적 결함이 더욱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것이나, 교직 적인성검사나 임용고시를 통해 예비교사의 적성과 인성, 능력을 검사하는 것을 보면 교사가 다른 직업보다 더욱 엄격한 자격이 요구됨을 추측할 수 있다.


  필자가 교육의 가치와 교사에게 다른 직업보다 엄격한 자격이 요구됨을 앞에서 길게 서술한 이유는 사범대학이 교육이라는 학문을 다루는 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 존재가치가 충분함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며, 또한 사범대학이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앞으로의 글 논지 전개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함이다.


  앞서 머리말에 나왔던 사범대학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범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조금 상세히 이야기해보자.
우선, 사범대학은 일반대학과 학문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사범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의 목표는 A라는 분야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고,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의 목표는 A라는 분야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범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은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에 비해 더욱 포괄적인 대신 간단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올해 1학기를 마치고 정년퇴임을 하신 지리교육과 박병익 교수님은 지리교육학과 지리학에 차이에 대해서 “배우는 내용 자체는 비슷할 것이다. 다만 사범대 학생은 훗날 교사가 돼 본인이 직접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이해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이해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하기에 지리학과보다는 배우는 내용이 좀 더 간단하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각주:2] 실제로, 사범대학과 일반대학의 교과목은 같은 교재를 다루더라도 그 개요나 학습 목표, 강의 진행 방법, 평가 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음은 서울대학교에 올해 1학기에 개설되었던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와 일반대학 영어영문학과의 전공 교과목이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교과목은 같은 교재로 유사한 개요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영국문학개관 1’은 ‘사회문화적 맥락, 시대적 감수성과 연계하여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에, ‘영국문학과 영국문화의 이해 A’는 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통한 ‘효과적인 영어교육을 위한 배경지식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영국문학과 영국문화의 이해 A’에는 ‘발표와 토론’이라는 평가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A를 잘하는 것과 A를 잘 가르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A라는 분야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사범대학의 교육 목적은 A를 가르치는 역량을 기르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반대학 교직과정 출신 교사가 ‘교육내용에 대한 지식과 이해 능력’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점했지만, 사범대 출신 교사가 ‘효과적인 수업계획 및 조직’, ‘효과적인 교수 방법 숙달’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점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각주:3]


  정리하자면, A 교육과는 A 학과보다 부족한 전공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닌, 사범대학만의 고유의 학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학습하는 것이다, 사범대학의 이러한 학업 목표가 교원양성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것이 사범대학이 지니는 가치이고,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사범대학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관점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교수자에게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지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루에서 태어난 사람과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1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원정팀 관중석이 홈 팀 관중석보다 더 가깝다는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원근 개념도 없는 사람으로 볼 뿐이다.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은 1루에서 태어난 사람이 2루로 오는 방법을 몰라 헤매는 모습을 보고 그저 비웃을 뿐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본인이 3루타를 친 것처럼 1루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자랑하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서로 다른 환경, 조건에서 자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은 꽤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일종의 잔소리로만 받아들이는 학생, 이런 간단한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냐며 학생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교사,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기 바쁜 교사. 이는 전부 교수자와 학습자가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범대학의 수업은 학습자에게 교수자로서 필요한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일반대학 교직과정에도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이 있으나, 사범대학은 교직과정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그러한 과목이 많은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있다.

 

  다음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랑 국어국문학과의 학사과정 전공과목 이수 표준 형태이다.[각주:4]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사범대학은 전체적으로 단순히 교과를 학습하는 것이 아닌 교육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쪽으로 대학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있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범대학의 전공 수업은 대부분 발표나 토론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어떻게 교육할지, 발표할지, 듣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설득할지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저런 특성과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재구조화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이런 식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경험,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이 생기고, 이와 관련된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밖에 없다. 교직과정과 사범대학의 교육 방법 위주의 커리큘럼, 발표와 토론을 포함한 수업방식 등 학습자가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 특수한 환경이 사범대학이 지닌 가치이고, 또 하나의 필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교사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교사에게는 특별히 요구되는 자격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데, 그 자격 조건은 다른 직업에 비해 엄격한 듯 보인다. 사범대학의 학문 목적과 커리큘럼은 학습자가 학문을 교육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점과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지니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며, 이러한 것들이 교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격 조건이다.


  즉,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교사라는 직업을 양성하기 위한 교원양성기관으로써, 다른 대학에서는 배우지 않는, 가르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학으로써 사범대학은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필요 가치가 충분하다.

 

 

Insomnia

  1. 교육부,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안」, 2021 [본문으로]
  2. 대학신문 2020년 2월 24일 자, 정년교수 인터뷰 「지리교육은 지리학과 다르죠」 [본문으로]
  3. 정주희, 「교사자질에 대한 사범대학 출신 교사와 일반대학 교직 출신 교사의 인식비교」, 2001, p.64-65. [본문으로]
  4.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국어국문학과 홈페이지 기준
       국어교육과: https://koredu.snu.ac.kr/ko/curriculum
      국어국문학과: https://hosting03.snu.ac.kr/~korean/bbs/content.php?ct_id=5&cate_id=2020 [본문으로]

1. 이런 충치 같은 교육격차


  충치는 사람을 참 힘들게 한다. 거울을 보다 문득 보인 작은 점 같은 충치를 애써 무시해본다. 조금 걱정되면 치과에 가 보는데, 진료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은 이 정도면 앞으로 양치만 잘 하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원하는 답을 들었기에 안심하고 치과를 나가며 다시는 치과에 오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 다짐보다는 안심했던 것이 더 컸는지 어느 순간 이는 이전과 달리 욱신거리는 신호를 내게 보내는데, 내가 그걸 느끼고 치과에 갔을 때는 이미 무시무시한 소리(와 지불해야 할 치료비)가 주는 공포를 견디며 치료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점 하나가 통증이 되어가는 그 중간의 시기를 어찌 잘 넘겨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문득 충치치료를 받으며 교육격차가 꼭 충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게 교육저널의 힘일까...!). 예전부터 교육격차라는 건 없을 수가 없었지만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 판단해 그저 안주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COVID-19를 만나며 순식간에 커져버린 교육격차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걸 되돌리는 데에는 치과 치료비마냥 큰 경제적 부담이 뒤따를 것이고, 그 속에 놓인 아이들은 더욱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써 위안 삼을 수 있는 점은, 이렇게라도 아이들의 교육격차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이 무엇인지에 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사람은 급하면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COVID-19가 급한 불씨를 지피지 않았나 싶다.

2. 서울시교육청의 교육후견인제


  2021년 4월 6일 서울시교육청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후견인제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제도를 구상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COVID-19가 벌려놓은 교육격차와 교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해보겠다는 취지로 홍보가 되었으니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6월 22일에는 교육후견인제 시범 운영 사업에 참여할 자치구와 마을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였고, 같은 달 29일에 열린 서울교육정책 정책포럼에서 학교-가정-지역사회 협력 교육후견인제의 방향 및 과제에 대해 다루었다. 마침내 8월 19일에 마을 기관 20곳을 선정하여 오는 9월부터 시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후견인제도는 무엇이며, 이것이 현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에 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교육후견인제도 개념 (‘2021 교육후견인제 정책 개요’ 참고)

  교육후견인제도란 ‘교육후견인’이 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교육의 전 과정에서의 교육격차 및 교육소외 해소 및 방지를 위해 적합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이후 지속적 만남을 통해 효과성을 점검하고 상담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서 ‘교육후견인’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의하고 있는 ‘교육후견인’이란 교육지원이 필요한 어린이·청소년과의 지속적 만남 및 학부모 담임 등과의 상담 및 소통으로 학습 지원, 정서심리지원, 특별 돌봄 등 아이들의 입장에서 적절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건강한 이웃이자 사회적 보호자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를 일컫는 말이다. ‘교육후견인’은 퇴임교원, 학부모, 마을활동가 등이 될 수 있으며 성범죄전력 조회 등을 거쳐 30시간 기본연수를 이수한 후 본격적인 활동에 투입된다. 이 제도의 특징은 동단위 기반의 지원체계라는 점인데, 수혜 대상 아동도 동단위 교육안전망 협의체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되며, 그를 돕기 위해 학교와 동주민센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마을기관과 자원이 활용된다.[각주:1]

3. 명명의 중요성_‘후견’이어야만 했니? 


  왜 하필 ‘교육후견인’이라는 명칭이어야 하는지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필자 또한 이 제도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하면 바로 이 명칭 선정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후견(guardianship)'이라는 용어를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경우는 친권자가 없는 미성년자나 발달장애인, 노인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에서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제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어 서비스의 활용률 저조를 야기할 수도 있거니와, 외부로부터의 잘못된 낙인이 생겨 제도를 활용하는 아이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필자는 ’교육후견인‘이라는 용어에서의 ’후견‘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이해하는 관점 중 하나인 paternalism(온건적 후견주의)과 맞닿아있다고 느꼈다. 근대 동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국가가 국민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했듯, 아이를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조화시키기 위하여 또 하나의 눈이 아이를 감시하게 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성장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이를 위해 굳이 ’교육후견인‘이라는 역할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그 정당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존의 교육복지(지역아동센터에서의 멘토링, Wee 클래스 등)와도 꽤나 중복되는 부분도 많으며, 단지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동단위에서 시작하기에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점과 파편화된 기존 복지제도와 달리 통합체계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인데, 왜 기존의 서비스를 통합하려하기보다는 굳이 ’교육후견인‘까지 만들며 아이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만드는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4. 가장 무서운 눈과 입_‘시선’과 ‘소문’


  ‘시선’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도 사람의 기분과 생각이 담긴 ‘시선’을 읽을 줄 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더욱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에서 구상한 교육후견인제도는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원한다고 하는 ‘보편 복지’를 표방하고는 있으나 결국 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은 ‘저소득층’의 아이들일 것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가정사나 형편이 남에게 일일이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교육후견인’이라는 명분으로 일면식도 없는 어른은 나도 모르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 정보의 격한 비대칭 속에서 받는 따가운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단위’라는 이 서비스의 특징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아이들을 더욱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도 있지만, 온 동네가 아이의 사정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 끔찍할 수밖에 없다. 동네에서는 시선뿐만 아니라 ‘소문’도 무섭다. 어디서 샌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이야기는 퍼져 있다. 학교선생님만, 혹은 아동센터에서만 알아줬으면 하는 나의 비밀을 또 한 사람이 더 안다는 것은 그만큼 소문이 퍼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일해 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음 한 켠의 찝찝함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후견인의 후보로서 학부모를 활용하는 것은 다시 한 번 고려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학부모는 전문적인 인력도 아니거니와 로봇이 아닌 이상 객관적이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봉사자가 될 확률이 적다. 학부모들의 커뮤니티는 ‘시선’과 ‘소문’이라는 소용돌이의 온상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부모 교육후견인의 작은 실수가 아이에게 큰 상처를 입히게 되는 위험성이 크다.


  아직은 시범 사업이기에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려되는 점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협력하는 마을기관이 적다는 점과 이로 인해 수혜를 받고 효과를 검증할 학생이 적다는 점이다. 이번 공모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직접 지정하는 ‘교육청 지정형’ 마을기관으로 15곳, 자치구와 마을기관이 협력하는 ‘자치구 매칭형’으로 15곳 등 총 30개 기관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총 27개 기관만 신청했다고 한다. 이중 8곳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고, 결국 ‘교육청 지정형’ 11곳과 ‘자치구 매칭형’ 8곳만이 선정되었다. 이는 목표치 대비 63.3%였으며,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겠다며 적극 홍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청 수도 적었고, 신청한 기관마저도 제출된 사업계획서에서 교육후견인제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드러나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각주:2] 마을기관 등 동단위의 기관협력이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데, 낮은 이해도와 참여율은 사업의 존재를 위태롭게 한다. 연쇄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학생의 수조차 적어져 과연 제대로 된 효과 검증이 가능할지, 일회성 서비스에 그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5. 키다리아저씨와 그늘


  서울시교육청이 그리는 ‘교육후견인제’의 모습은 온 마을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키다리아저씨’가 되어주는 모습일 것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 ‘연대’의 정신을 잃지 않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그들의 그림자로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그늘막을 만들어주는 모습은 가히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교육격차와 더불어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신만을 위한 키다리아저씨가 나타나주길 기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그 키다리아저씨가 교육후견인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이며, 누가 되었든 키다리아저씨로서 만들어주는 그늘막이 아이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어둠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삐뚤빼뚤하게나마 키다리아저씨의 실루엣을 그려나가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첫 발걸음은 교육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첫 장을 쓰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동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Dichter

  1. 2021년 6월 29일 ‘서울학생의 통합적 교육안전망을 꿈꾸다’ 정책포럼 자료집 참고 [본문으로]
  2. 장지훈, '‘교육후견인제’ 시작부터 삐걱...기관 참여, 목표치 63% 그쳐', 뉴스1, 2021년 8월 3일, https://www.news1.kr/articles/439153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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