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비대면 교육, 어떠셨나요? (1) 을 보려면? ⇒ edujournal2018.tistory.com/89

 


# 비대면 교육이기에 가능한 것이 있다면?


우정: 지금까지 너무 비대면 욕만 한 것 같아서(웃음), 남은 시간 동안은 비대면의 장점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펭로시: CG를 잘 활용하면 양질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중학교 때 들었던 인강에서 선생님이 CG를 쓰셨는데 해풍, 육풍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셨어요. 선생님이 실제 바닷가에 있는 것처럼 표현하시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머리카락이 날리는 CG를 넣으며 수업하셨어요. 비대면이니까 이런 CG를 수업에 녹이면 학생들이 재밌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정: 두 가지 사례가 생각나요. 하나는 영어 연극 수업을 제가 들었었는데 CG 얘기하니까 생각이 난 게, 제가 수녀 역할을 맡아서 뒷 배경을 성당의 고해성사실로 설정하고 목폴라에다가 검정색 반팔 뒤집어 쓰고 연기를 했었거든요! 그게 대면이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일단 배경화면도 불가능했을 것이고 옷도 그렇게 하면 다 티가 났을 거예요. 비대면이었기에 창의력을 발휘해서 연극을 진행한 것이 생각이 났고요. 

 

두 번째는 비대면이 되면서 1:1 맞춤 상담이 훨씬 자유롭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영어 수업 들었던 것 중 또 하나가 학술작문 수업이었는데, 그게 개별로 글을 쓰면 교수님이 계속 피드백을 주셔야 하는 수업이에요. 그런데 그게 만일 대면이었다면 한 명씩 앞에 나가서 피드백 받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고 이런 식으로 했을 것 같은데 비대면이었기에 소회의실을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시고, 소회의실 내에서는 각자 서로의 글에 대해 피드백을 하고, 그동안 교수님이 피드백을 해줄 사람만 본 세션에 남아서 피드백이 이루어졌어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 같아요! 또 비대면이었기 때문에 구글 클래스 룸을 이용해서 수업을 하다 보니 동영상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이런 것도 자유자재로 가능했던 것 같아서. 수업 시간에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부분은 교수님이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을 녹화하셔서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주시고 댓글로도 피드백을 달아주시고 이런 식으로 했었거든요. 뭔가 1:1로 피드백을 받고 교수님과 소통하는 것은 오히려 비대면에서 좋아진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월영: 저같은 경우에는, 음, 이건 학과 특성이긴 한데 그림 같은 것을 많이 보거든요 슬라이드에 그림이 있고 교수님께서 설명하시는게 수업의 주된 형식인데 사실 오프라인에서 들으면 PPT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은 저게 대체 뭐지 하면서 흐린 눈 하고 보거나 아니면 화질이 안 좋아서 전달이 어려운 상황이 있었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하니까 PPT가 바로 나한테 뜨잖아요. 심지어 그림을 자기 마음대로 확대해서 교수님께서 설명하시는 부분을 정확하게 볼 수 있고 그런 점은 좋았던 것 같아요. 


러셀: 저는 미디어 활용능력이라고 해야 하나요? 기술활용능력 이런게 굉장히 능통해진 것 같은게 교수님들도 그렇지만 저희들도 동영상 촬영도 직접 해봐야 하고 좀 더 이용해봐야 하고...... 이런 기회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고 요즘 초등학생들이 코딩 수업을 듣잖아요. 제 생각에는 만약 이렇게 비대면 수업의 장점이 부각되면 초등학생들이 나중에 학교에서는 줌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줌으로 발표를 잘하는 방법 손들기 기능! 이런 거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고슴도치뇽: 사실 저는 마음 깊은 곳에 기술의 발전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요. 기술 발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물론 일정 정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기술 발전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서 많은 경우 누군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기술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윤 추구를 위해 기술이 발전하잖아요. 또 기술이 발달했을 때 그 기술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삶의 질이 올라가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더 사회에서 소외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럼에도 비대면이 되어 좋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좋은 강의들을 특정 공간이 아닌 공간에서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서울대에서도 연구발표회나 토론회가 많이 열리는데 이제 해외에 있는 분을 초청할 수도 있고 그것을 신청하면 멀리서도 들을 수 있잖아요. 여러 활동 단체들에서 마련하는 좋은 프로그램도 이전에는 서울에서 많이 진행되다 보니까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주로 참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온라인이니까 지역을 넘어서 참여할 수 있어서 그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우정: 저도 생각이 났는데 채팅 기능도 온라인 교육의 특징인 것 같아요. 소심한 사람은 평소에 대면 수업할 때도 손을 들고 말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리고 비대면 교육에서도 마이크를 켜고 말하기 힘든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성격적으로. 그런데 채팅 기능이 있다 보니까 비밀채팅으로 교수자님께 질문을 드릴 수도 있고 교수자님께서 뭘 물어보셨을 때 채팅을 이용해서 활발하고 간단하게 답변을 쳐서 올릴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좀 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오히려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더 좋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 것 같아요. 


고슴도치뇽: 그거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월영: 비대면 교육의 좋은 점을 말하는 것이랑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아까 고슴도치뇽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할아버지 생각이 되게 많이 났거든요. 할아버지 가게에 가끔씩 요금표나 이런저런 안내 문구같은 게 인쇄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런 작업을 항상 저에게 맡기셨단 말이에요. 심지어 할아버지께서 가끔씩 핸드폰을 들고 오셔서 이거 대체 뭐냐하고 물어보시면 제가 다 알려줘야 하는 거예요. 저는 한창 제 일이 바쁘다고 느껴질 때는 살짝 귀찮기도 했는데 사실 그런 식으로 기술 자체에 적응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너무 빠르게 변하니까. 할아버지 옆에는 제가 있으니까 제가 할아버지께 가르쳐드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그것을 사용하실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것처럼 기술의 발전을 숭상하지만 말고 그것을 대체 어떻게 적용할지,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웃음), 아니면 어떻게 사람들이 배우게 할지 이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정: 진짜 이 시간에 우리가 좋다고 이야기했던 것들을 나중에 이것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물론 막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 비대면 교육, 어디로 가야하나?


러셀: 하나고에서는 온라인 교육의 가장 큰 원칙을 ‘소외된 학생이 없어야한다’라는 점을 정했어요. 또 이와 관련해서 단순히 스마트 기기나 학습기구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발언권과 참정권이 동등하게 제공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하고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 간의 소통을 중요시 해서 구글닥스를 이용한다든지 혹은 온라인 플랫폼같은 것을 두어서 학생과 교사 간의 소통을 진행해서 어떻게 하면 원활히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견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또 다음 슬라이드에선 줌 회의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고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활용해서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 같은 것을 수업에 도입하여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학교 생활 관리도 온라인으로 진행하여서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주도적으로 모든 것을 하지 않고 교사가 개입하여 도움을 줄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게 하나고에서만 있었던 일이고 이러한 과정을 과연 모든 학교에서 실행할 수 있을지 혹은 이러한 방향이 또 오직 맞는 방향만은 아니니까 어떻게 하면 비대면 수업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행복한 교육> vol.460, 교육부, 2020년 11월(사진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

우정: 이 자료는 교육부 자료집이에요.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최근에 교육부에서 만든 자료집인데 원격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서 대학과 정부에서 이런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되어있던 표인데요. 이걸 제가 가져온 이유는 여기 보시면, ‘질 관리체제 구축’, ‘대학의 노력’ 부분에 원격수업관리위원회 운영 학생참여 이렇게 되어있어요. 그러니까 이 말은 학생이 참여해서 원격수업의 질 혹은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기구라는 것이겠죠? 우리가 이전에 코로나19 상황에서 등록금 이야기만 나오고 수업의 질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문제제기했었던 것이 기억나서 가져와 봤어요. 학생참여위원회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 부분은 “공간혁신이 필요하다”인데요, 앞으로 원격 수업이 확대된다면 대학의 건물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사범대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1층 라운지 쪽에 스마트 교육센터 같은 공간을 만든다고 이름 공모하고 그랬었거든요. 그게 아직 안 만들어진 것 같긴 한데 그런 식으로 온라인 교육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공간 그런 곳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고요.

 

출처: <행복한 교육> vol.460, 교육부, 2020년 11월(사진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

우정: 자료집의 마지막 부분에는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전환을 위한 10대 과제를 제시하고 있었어요.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만 몇 개 가져왔는데 과제 2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교원제도 논의추진이라고 해서 교사 1인당 감당하는 학생 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과제 7부분에서 고등직업교육 내실화 이 부분에서는 마지막에 VR이나 AR 콘텐츠 등을 활용해서 비대면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부분이 인상깊어서 가져왔어요. 비대면에서 새롭게 직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 같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출처: '"비대면 수업, 홀로그램·가상현실 이용" -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온라인 교육 한계 극복해야', 김은영, The Science Times, 2020.09.01. (사진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

펭로시: 저는 교육공학적인 기술과 원격수업이 접목된 사례를 가져와 봤는데 한양대학교에서 텔레프레전스라고 킹스맨에서 나왔듯이 홀로그램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원격수업을 할 때 실제 교수님의 키와 모습을 재현해서 저와 교수님이 한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기술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었어요. 한양대에서는 텔레프레전스 기술을 통해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려고 했고 또 연세대학교에서는 원격조교를 도입하여 우리가 비대면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합니다.

출처: '[트랜D]비대면시대는 새로운 교육의 출발점', 중앙일보, 2021.03.26(수정) (사진을 클릭하면 링크로 연결)

우정: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조직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기사 또한 가지고 와봤습니다. 자, 그럼 비대면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까요?


러셀: 저는 우선 우정님이 마지막에 가져온 ‘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조직 문화’ 그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었던 게 코로나가 점점 완화되면서 대면 교육을 하게 되었는데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오늘도 의논을 했지만 비대면 교육을 직접 경험하면서 다양한 장점들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당연한 듯이 비대면을 하지 않고 코로나가 완화되면 무조건 대면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인 것 같아서. 혼합을 한다든지 아니면 비대면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아서 저도 여기 나와 있는 것처럼 기술이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려나 사고같은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펭로시: 저도 말씀을 드리자면, 확실히 러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비대면 교육은 마이너스(-)이고 따라서 우리는 코로나 시국을 극복해서 플러스(+)인 대면 상황으로 돌아가야한다는 논의가 조금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아까도 같이 논의해보았듯이 비대면 교육에서도 확실히 장점들이 많고 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요. CG도 그렇고 아까 고슴도치뇽님께서도 말씀해주셨듯이 지역을 넘나들 수 있는?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수업 시간에 일본 학교랑 교류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일본 학교 학생들이랑 같이 이야기를 하고 같이 토론을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서 이런 부분들을 함께 수업에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까 강원도 기숙학교 다니는 친구 인터뷰했던 것도 보면 ‘풀면학, 풀자습’만 시키고 공부할 시간이 너무 많아지고 그런 부분들이 왜 생기나 하고 봤더니 제 생각엔 우리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대면교육을 할 때에도 수업에 대한 고찰이나 학습에 대한 고찰이 많이 없었다고 생각을 해요. 학교 내에서 성적을 최우선적으로 여긴다든지, 내신을 따는 것을 중요시한다든지 학생과 선생님들이 내신, 혹은 생기부를 작성하는데 목매거나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비대면 교육이 더 과감하고 더 획기적인 시도로 이루어지려면 우리가 엄청 많은 시도를 해봐야하고 비대면 교육에서 다양한 기술이나 아니면 체험이나 이런 것을 도입을 해야 할 텐데 결국 학교의 시선이 내신, 성적, 학생들의 진학같은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 비대면 교육은 정체될 수밖에 없어요. 국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마이너스(-)인 비대면 교육이고 플러스(+)인 대면 교육으로 어떻게 가야할까, 그런데 이것은 또 대면 교육으로 돌아가더라도 이런 고민이 하나도 없었기에 그냥 또다시 성적 산출이고 또 다시 줄세우기이고 약간 이런 식으로 간다고 생각을 했어요. 많은 학생들이 비대면 학교 수업을 소위 인터넷 강의? 수능을 위한 정보전달식의 수업? 정도로만 여기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비대면 교육이 어디로 가야하나를 논의하려면 우리가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하고 성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번 대담을 통해서 들었던 것 같아요.


월영: 저는 하나고 관련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적용하려면 얼마 정도의 시간과 재화가 투자되어야 할까 하는(웃음), 엄청 암울한 생각이 들었는데 힘들 것 같은 거예요. 저희 학교에서 2018년에 미투 사건이 있었는데 사실 그 전에 어떤 상황이었냐면 취약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어야 했어요. 이거에 관련해서 교육청에서 지원금이 나오기로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미투가 발생한 이후에 지원금이 끊겼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학교에까지 지원금을 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작동한 것 같기도 하고 이 학교는 좋지 않은 학교다? 이런 사고가 작동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실망을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이 자료 보면서 저는 기술이 발전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어요. 어차피 지원금이 나오고 안나오고... 이런 것이 다른 것에 달려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암울한 생각이 들었어요. 


고슴도치뇽: 제 생각을 이야기해보면 저도 앞으로 비대면 상황에서 있었던 장점들을 살리는 것은 필요한 것 같아요. 지역을 넘어서 좋은 학습프로그램을 공유한다든가 아니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시각자료들을 활용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제가 학교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수업에 대해서 규칙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생각이 나는 건 마이크랑 화면 켜는 것 등 관련해서! 수업마다 규칙이 다 다르고 학생들도 생각이 다 다르잖아요. 사실 이것에 대해서 친구랑 이야기해본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들었던 수업에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화면도 끄고 마이크도 끄고 있었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우리 수업은 아무래도 방대한 범위의 지식 전달이 필요해서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긴 하지만 강의가 교수자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이 가능하다면 화면과 마이크를 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꺼진 화면을 보는 것이 제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일상적인 소음 정도는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거의 매 수업 시간마다 호소를 하셨어요. 근데 저는 교수님의 마음이 되게 이해가 가더라고요. 교수님이 저렇게 호소를 하시고 학생도 수업을 만들어가는 구성원이니까 학생들이 조금 더 적극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제 친구는 다르게 생각하더라고요. 수업에 참여한다는 책임감에 대해서 각자 생각하는 범위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어요. 친구 말에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수업의 질을 위해서 그리고 수업이 단순히 교수자 한 명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더 많은 수업 참여자들이 마이크와 화면을 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수업을 구성해나가는 일원으로서 책임감의 범위라든지 화면으로 나의 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걸려있어서 항상 수업 시작하기 전에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수업에서 어디까지 협의를 할 것인지 조정을 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정님이 보여주신 자료 관련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교육부의 공간혁신이라는 말이 있었잖아요. 그 말을 경계해서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캠퍼스의 공간과 시설의 내부 구조를 원격교육에 적합하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노란 줄이 쳐져 있는데, 물론 저도 이게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교육을 들을 수 있고 비대면 실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이유로 원격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동아리방이나 학생자치공간이나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디지털 센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해서요. 이 자료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이런 맥락으로 공간 혁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앞으로 우리 캠퍼스의 시설이 바뀔 때 그게 조금 어떻게 바뀌는지 더 예민하고 자세하게 고민을 해봐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캠퍼스 공간과 시설이 원격교육에 적합하게 재구성될 때 오히려 학생들이 더 개인화되고 점점 공동체가 해체되는 방향으로 캠퍼스가 재구성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원격교육에 맞는 대학이라는 이유로 앞으로 캠퍼스 없는 대학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우려도 조금 들고요. 그래서 대학뿐만 아니라 모든 시설이 기술혁신과 접목될 때 그게 어떻게 접목되는지 자세히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답은 못 내리겠지만 대학이 원격교육에 맞는 공간이 되는 것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톺아보아야 할 것 같아요.


우정: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을 짚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그런 것이 되려면 학생비대면교육위원회 이런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이 되겠죠!


월영: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작년 1월에 처음 코로나 터졌을 때는 학생회나 아니면 학생자치활동 이런 것들을 해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긴 하더라고요.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하면. 그런데 그 와중에도 대면으로밖에 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한 비판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비판들도 절충해나가면서 나름 잘했다고 보는 편이지만 여전히 20학번 분들이랑은 유대관계를 거의 쌓지 못한 채로... 기술을 수용하는데 있어서 열린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을 많이 해야겠지만 무조건 무턱대고 받아들이자는 소리는 아니고 고민을 많이 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을 하면서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대담을 마무리하며


우정: 이렇게 소중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눠보았는데, 오늘 대담이 어땠는지 각자 소감을 나눠볼게요. 우선 저는 저번 세미나에서 대학 등록금 반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수업 질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비대면 교육을 대담 주제로 건의하게 되었는데, 해결책이 없는 문제인 만큼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고민할 때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고슴도치뇽: 저도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난 1년을 잘 정리한 것 같아요!


펭로시: 저 혼자만 생각했을 때에는 막연했는데, 대담을 통해 생각이 구체적으로 정리된 것 같아요. 또, 제가 교사가 돼서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될 수 있을 텐데, 여기서 나온 이야기를 직접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월영: 저는 마지막쯤 기술발전과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어요. 최근에 '지민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어요. 이 책에서는 기술의 다양한 활용방안과 지식의 가치 중립성의 허상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과학이나 기술이 진입장벽을 더 높게 쌓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 지식을 알기 쉽게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저도 많이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조금 막막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깊게 고민할 수 있어 좋았어요!


러쉘: 저도 미래의 교사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오늘 회의가 다양한 생각할 지점을 던져주는 것 같아 너무 소중하고 유익했습니다!

 

우정, 러셀, 펭로시, 고슴도치뇽, 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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