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2020학년도 2학기도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에 지난 호 <특집-코로나19와 교육>의 고민 지점을 이어, 비대면 교육의 한계와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고민하는 대담을 나누어보았습니다.
# 당신이 경험한 비대면 교육, 어떠셨나요?
우정: 처음에는 간단하게 여러분이 경험한 비대면 교육이 어땠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봅시다. 웃겼던 점, 힘들었던 점, 좋았던 점 등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 비대면 교육에서 있었던 ‘웃긴썰’
우정: 우선 저는 이번에 영어 연극 수업을 비대면으로 들었어요. 원래는 대면으로 2인 1팀으로 무대에서 연극을 해야 했었죠. 남자와 여자가 싸우는 장면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물을 뿌리는 장면을 Zoom에서 연기해야 했는데, 여자 역할의 분은 자신의 노트북 카메라에 물을 뿌리고 남자 역할의 분은 동시에 스스로 얼굴에 물을 뿌리셔서 리얼하게 해당 장면을 구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러셀: 저도 Zoom 사용에 서툴러서 있었던 웃긴 경험이 있었어요. 친구들과 개별적으로 Zoom 모임을 하면서 사용자 이름을 ‘고구마 먹는 000’ 이런 식으로 바꿔두었는데, 다음 날 그대로 교양 수업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었어요. 엄청 민망했어요.
펭로시: 저는 Zoom으로 발표를 하던 중에 서버에 튕겨서 조원들에게 미안하고 민망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와이파이 문제가 해결되고 곧바로 다시 들어가자, 교수님은 저를 애타게 찾고 있었고 저희 조 다른 분이 저 대신 발표를 하겠다고 말하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죄송했던 기억이 나네요.
고슴도치뇽: 너무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저도 작년 1학기 때 서버가 튕겼어요. 사실 저는 수업할 때 교수님의 모든 말을 다 들으려 하는 편인데, 수업을 아예 1시간 넘게 통으로 못 들어서 화가 나더라고요.
월영: 저는 일부러 실수할까봐 줌 채팅 대신 카톡을 쓰는 등 조심했어요. 그런데 딱 한 번 헤드셋으로 수업을 듣는데 벗어두어서, 수업이 시작한 줄 몰랐던 경험이 있어요. 10분 정도 수업에 늦어 섬뜩했던 기억이 있네요.
펭로시: 이 자료는 제가 저번 학기에 교육 경영 수업을 들을 때 사촌 동생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원래 학교는 학사 일정이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운영이 되는데, 코로나 이후에 정책이 계속 바뀌면서 일정이 누락되고 갑자기 바뀐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실제로 사촌 동생 학교에서는 코로나 19로 지정된 날짜에 체육대회를 하는 것이 불가하니까, 갑자기 문화제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이후에 또 다시 코로나가 심해지니까 점심시간에만 축소해서 진행한다고 번복하여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대면 수업 때는 선생님이 교실에 와서 출석체크를 하고 학생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지만, 원격 수업 때는 그렇지 못했다고 해요. 수업을 다 듣고 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출석체크를 대신했는데, 문제 난이도가 너무 쉬워 대부분이 학생들이 수업을 안듣고 문제만 풀어서 제출했다고 해요. 수업에 있어서도, 판서가 안 보이는 등 진행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들이 마이크를 켜고 말하기 주저해 바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요. 이처럼 원격 수업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정: 저는 자료의 마지막 말에 공감했어요. 기술에 익숙한 사람도 있지만. 원격 수업을 코로나 시대의 임시방편으로만 여기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임시방편이든 아니든 현재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꺼려하고 노력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교사들이 기술을 수용하려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펭로시: 저는 자료에서 비대면 수업 때 마이크를 켜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어요. 마이크를 켜는 것이 마치 대면 수업 때 강의실 한가운데에 가서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말하는 것 같았어요.
고슴도치뇽: 대부분 수업에서 작은 생활 소음이 나도 ‘00님 마이크 꺼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해가 되면서도, 온라인 강의가 되면서 모든 생활 소음이 차단되고 교수님 말만 들려야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이런 방식이 그동안 듣던 인강과 비슷해서 그런 것 같아요.
월영: 이 점이 아직 온라인 기술의 한계인 것 같아요. ZOOM에서는 동시적으로 소통할 수 없고 조금 뒤에 말이 도달해요. 예를 들어, 언어 수업에서 선생님이 말을 따라 해보라고 하면 각자의 말이 씹히고 중첩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소통이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는 오직 대면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고슴도치뇽: 혹시 교수님이 조금 천천히 말할 수는 없나요?
월영: 각자 소리가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서 계산하기 힘들 것 같아요.
고슴도치뇽: 아. 저도 그러한 점은 한계라고 생각해요. 근데 지난 학기에 수업 시연하는 수업을 들었는데 학생들에게 학습 목표를 읽게 하자 모두 마이크를 켜고 각자의 목소리와 속도로 따라 읽는 게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펭로시: ZOOM에서도 음성 중첩이 되도록 한다든지, 대면 수업처럼 각자의 목소리가 적당한 크기로 동시에 들릴 수 있도록 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월영: 이와 관련해서 조매력 유튜버가 떠올랐어요. 싱크룸을 활용해서 합주를 하는데, 줌과 다르게 완전 동시적으로 다양한 소리가 나는 게 가능했어요.
우정: ZOOM도 점점 발전하니까 마이크 중첩을 해결해달라고 건의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이 부분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 봅시다.
# 비대면 교육, 실컷 욕해봅시다!
우정: 이미 앞에서 조금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비대면 교육의 한계점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 비대면 교육 상황에서 심화된 불평등
러셀: 저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이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학습 불평등과 관련된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프레시안 기사에 따르면 비대면 교육으로 학습 격차가 커진 이유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차이,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의 한계, 학생의 사교육 수강 여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 중 대부분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학습 불평등 외에도 비대면 교육으로 급식을 먹지 않게 되면서 식습관 격차가 커지는 등 학습 외 불평등도 심화되었다고 합니다. 1
우정: 비대면 교육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남는 시간에 경제적 여건이 되는 경우 학원이나 더 좋은 교육 기관에 갈 수 있으니까 학습 불평등이 더 심화되는 것 같아요. 또, 학교의 역할을 모두 가족 내에서 부담하게 되면서, 돌봄이 가능한 가정이냐 아니냐에 따라 급식처럼 학습 외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막연히 가족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어려운 것 같네요.
고슴도치뇽: 저는 공공기관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 사회인지에 따라, 학습 불평등과 학습 외 불평등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시설이 부족하잖아요. 소수의 관리자가 많은 사람을 담당하고 돌보는 경우가 많아서 더 밀집시설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모든 사회에서 공공시설의 중요성이 똑같지 않잖아요. 어떤 사회에서는 수많은 기업이나 가게들이 문을 닫더라도 공공시설만큼은 최후의 보루로서 존재하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공공시설이 그 어느 시설보다 더 빨리 운영이 중단되는 것 같아요. 이런 공공시설이 사람들이 밥을 먹고, 관계를 맺고, 사회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많은 인력과 자원을 지원해서 혹은 어느 시설보다 빨리 칸막이를 설치해서 급식 배식이 되도록 하고 전자기기와 공간을 마련하여 집에서 학습을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겠죠. 결국은 공공시설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불평등을 해소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정: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공공시설을 확대한다고 해서, 코로나 때문에 단체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어떻게 돌봄을 위탁할 수 있을까요?
고슴도치뇽: 직접적으로 한 장소에 모이는 것은 어렵겠지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할 수 있겠죠. 제 친구 중 노인 복지관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몸이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외로움과 일상을 공유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고민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람이 오지 않는 복지관이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영상을 제작하고 전화로 어르신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여쭙기도 하고요. 급식의 경우도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안 되겠지만, 시간을 나눠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청소년들이 공공시설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고민과 체계적인 운영, 금액 지원이 있다면요. 결국은 우리 사회가 어느 것에 초점을 두고 코로나 사태를 대응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공공기관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문을 닫아버리는 쉬운 선택을 하기보다, 다른 곳들은 다 문을 닫아도 공공시설만큼은 필수로 운영되는 시설로 지정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회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월영: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모여야 한다는 사실과 공공기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뉴스에서 실행 방침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을 모이지 않게 하는 것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 느껴져요. 어쩔 수 없이 모일 수밖에 없는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대책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잖아요.
펭로시: 고슴도치뇽님과 월영님 의견에 정말 동의를 합니다. 공공기관은 일단 문을 닫고 나서, 고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호에서 비행인 님이 쓴 글 중 코로나로 도서관이 문을 닫았는데, 학교에서는 책읽기 수업이 많아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이 떠올랐어요.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는 플랫폼처럼 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일단 문을 닫는 것 같아요. 문을 닫는 게 필수불가결할 지라도 적어도 문을 닫음으로써 발생하는 영향력에 대해서 계속 숙고하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 방침은 일단 문을 닫고 모이지 않으면 해결될 수 있다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
- 비대면 교육 상황에서 의사결정 방식의 문제점
월영: 저는 펭로시님이 조사해오신 인터뷰에서 ‘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오고 학교에서 하면 학생들은 이를 따라야 한다’라는 부분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서로 의사소통을 하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의견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일직선으로 의견이 하달되는 것이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정: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많은 게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당연히 전염병 상황에선 서로 떨어져야 하고, 머리를 맞댈 수 없고, 하달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얼마든지 대안적인 방안들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줌으로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소통이 잘되는 학급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지 행정명령이 내려왔으니까 따라야지 정도에서 멈추고, 더 이상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것 같아요.
펭로시: 맞아요. 이와 관련해서, 지난 호에서 비행인님이 쓴 인터뷰 중 어떤 학생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해서 수행평가를 보지 못했는데 점수를 아예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떠올랐어요. 학교 지침을 찾아보니 이와 관련된 부분은 아예 가이드라인이 없었어요. 지침이 추상적이라서, 맥락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하나도 적용할 수 없었어요. 아까 계속 하달식 전달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달식 전달은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정책일 뿐 구체적인 상황에서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 대안으로서,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플랫폼에서, 학생 교사 그리고 다양한 일반인들이 자기의 경험을 공유하여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다면, 하달식이 아니라 수혜자와 공식기관이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슴도치뇽: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학교가 너무 별로네요. 코로나 검사를 받아서 수행평가를 못 봤더라도 충분히 대체과제를 마련해서 학습 내용을 평가할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을 못 했거나 모종의 이유로 하지 않았다는 게 학생의 입장에서는 정말 부당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우정: 방역을 지키기 위해 받은 불이익이 하나씩 쌓이면 과연 코로나 검사를 받을 사람이 있을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도 한 명 한 명의 일상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비대면 교육 상황에도 여전한 학교폭력 문제와 해결방법
우정: 이는 비대면 교육으로 학생들 간의 소통이 어렵고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으니까 애초에 갈등할 상황이 없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올해 학교 폭력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이버 폭력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오프라인 학교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사건은 비교적 교사가 상황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의 경우 카톡, SNS 등으로 따돌림이 이루어지면, 교사가 어떻게 중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이런 경우에 교사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고슴도치뇽: 너무 어려운 문제예요. 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교 폭력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이 늘었다는 기사도 봤어요. 코로나 상황에서 여러 폭력이 특수하게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그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계속 내재해왔던 문화, 생활양식과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교 폭력 관련해서는, 올해 다들 일 년 동안 정신없이 새로운 환경에서 교과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하기 바빠서 반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맺거나 규칙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실제로 교사 브이로그를 보면 학생들 결석하면 전화하고, 과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또다시 전화하는 등 일상이 전화더라고요. 올해부터라도 개인화된 사람들이 각자 파편화된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반이라는 공동체를 결속하기 위한 방법이나 서로를 온라인상에서도 존중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러셀: 고슴도치뇽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보통 대면 수업을 위해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이 있고 친구들과 소통할 시간이 존재하는 데, 비대면 수업에는 쉬는 시간이 없었어요. 학생들끼리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학급 회의를 줌으로 하는 등 학생들끼리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비대면에서도 많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정: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선 담임 선생님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담임 선생님이 소회의실을 열어주는 등 다양한 기회를 마련되기 위해선 교사의 의지와 열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월영: 저는 처음에 이 자료를 읽었을 때, 학교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이러한 제 생각에 스스로 조금 실망했어요. 비대면 상황 속 폭력도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공간이 온라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건드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다시 생각했어요. 학교는 계속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정: 서로 소통이 어려워지는 만큼 보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구글 폼 링크를 주고 어려움을 묻거나, 조종례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소회의실을 열어두고 학생들끼리의 시간을 마련하고 각 소회의실에 방문하여 분위기를 살피는 등의 노력이 사이버 폭력 문제를 조금은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슴도치뇽: 저는 학교마다 상담 교사가 있고, 대학에서도 상담 기관이 존재하고 이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꼭 학교 폭력이 아니더라도, 비대면 상황에서 어떻게 상담이 가능하고,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공적인 정보로 알린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정: 일단 여기서 마무리 짓고, 대면만이 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이 있다면 비대면 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것 같아요.
# 대면 교육에서만 가능한 것이 있을까?
- 학교 공동체에 대한 신뢰
우정: 저는 아까 인터뷰 자료 중에서 “풀면학, 풀자습. 그래서 스트레스가 엄청 쌓여있다”라는 부분이 너무 안쓰럽고 공감이 되었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는 수학여행도 있고 당연히 모든 고등학교에 있겠지만(웃음) 동아리 발표회도 있고 큰 행사들이 몇 개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게 다 취소되면서 지금 고등학생 친구들은 그것을 하나도 즐기지 못한 상태로 2년 내내 그냥 풀면학, 풀자습인 거예요. 그런 후배들이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대나무숲에 학교가 우리를 신경쓰기는 하는 거냐 하며 시끄러웠던 적이 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우리는 행사들이 노는 것이라고 생각을 보통 하지만 결국은 이게 하나하나 모여서 학교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만드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즉, 학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공부할 의지도 생기고 그러는데 그런 게 없어지는 것 같아서 학교와 학생들이 파편화되는 느낌이에요.
- 일상 속에서의 배움
고슴도치뇽: 확실히 비대면 교육으로 대체될 수 없는 만남 속에서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특히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젓가락질하는 법이라든지, 아니면 친구랑 싸웠을 때 갈등을 해결하는 법이라든지... 이런 건 대면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하는 공간에서, 일상 속에서 배움이 가능한데 그런 것들이 확실히 비대면에서 조금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간 슬픈데, 사실 저는 앞으로 원격소통방식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소통 방식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우리 일상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잖아요. 물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 시간을 틈틈이 쪼개면서 할 일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가령 대면이었을 때는 학교 끝나고 하나의 일정만 잡을 수 있었는데, 비대면이 되니까 일정이 끝도 없이 늘어나더라고요! 이전에는 오후 7시~10시 정도 하나의 활동을 하고 뒷풀이를 갔다면 이제는 6시~8시 책모임, 8시~10시 세미나, 10시~12시 회의 이런 느낌이요... 시간을 틈틈이 쪼개가면서 하는게 우리를 더 피로하게 만들겠지만 그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우리를 더 갈아 넣게 만들고 많은 회사에서도 주된 사용방식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제가 말했듯이 더 잡담할 새가 없어지니까 회의가 빡빡하게 진행되고 원격소통 속에서 회사는 더 이상 이 사람이 업무할 공간과 자재들을 제공해줄 필요가 없잖아요. 일하는 사람이 알아서 공간을 마련하고 회의 자료를 복사해야 되겠죠. 하지만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뿐만 아니라 많은 공간에서도 대면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성장에서 필수적인 것들 혹은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관계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들이 저는 대면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비대면으로 대체될 때 앞으로 더 그런 것들이 더 희미해져갈 것 같아요.
- 일상적인 여유
펭로시: 저 고슴도치뇽님의 말씀을 듣고 갑자기 생각난 건데 비대면 되면서 많이 슬펐던 게 저희가 대면일 때는 예컨대 사범대에서 수업을 듣고 2시간 붕 뜨면 제가 칵테일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가 있었는데 ‘아! 칵테일 만들면서 시간 보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학교를 거닐던 기억이 가끔씩 나는 거예요. 그 당시엔 이동시간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이켜보면 그 비었던 두 시간 동안 내가 걸어 다닌 것이나 아니면 걸어 다니면서 봤던 가로등 하나가 엄청 예뻐서 거기에서 사진 찍고 동아리 들어가서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칵테일 마시고 수업 시간 다 되었을 때 다시 일어나서 다른 동으로 향하는 그 순간들이 엄청 소중했었는데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2시간 동안 텀이 비면 일단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켜는 거예요. 그리고 그 핸드폰을 보다가 시간이 되면 ‘수업 들어야겠다!’ 하면서 다시 일어나서 제 방의 컴퓨터 앞에 앉는데 그러면 제가 대면 수업 때 느꼈던, 학교를 거닐면서 느꼈던 것을 하나도 안 느껴지고 감동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대면 수업이 되면서 대면 수업 때 느꼈던 감동이나 여유가 없어진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저는 좀 많이 슬펐어요.
- 행정 절차의 명료성
월영: 저 같은 경우에는 반에서 학생회장 투표를 해야 했거든요. 학생회칙에 명시된 투표 방식을 따라야 하는데, 오프라인으로 하면 아주 쉬워질 일들이 온라인으로 하니까 너무 어려웠어요. 결국 어째서든 하기는 했는데 비대면으로 하게 된다면 자원이나 혹은 충분한 서비스 제공, 능력? 그런 것이 없는 사람들에겐 진짜 치명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담] 비대면 교육, 어떠셨나요? (2) 에서 계속... ⇒ edujournal2018.tistory.com/90
우정, 러셀, 펭로시, 고슴도치뇽, 월영
- 이상구, <코로나19, 교육 불평등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다>, <<프레시안>>, 2020.10.05., 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0511524581920#0DKU 2021.02.19. [본문으로]
- 비행인, <코로나로 비춰본 교정 2020–교육 당사자 인터뷰>, 2020.09.07., edujournal2018.tistory.com/61?category=801777 [본문으로]
'37호 - 또 다른 길 > 우리들의 영화제, 대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담] 비대면 교육, 어떠셨나요? (2) (0) | 2021.04.06 |
---|---|
우리들의 영화제 <숏텀 12> (0)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