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인권교육
: 누가, 무엇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 것 일까?
하인자
1. '연세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6일, 연세대학교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하여 ‘연세정신과 인권’이라는 강좌의 개설을 예고했다. 연세대학교 측은 2018년 10월부터 본 인권강좌 개설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약 1년 동안 전문가들이 체계적인 강좌 개발 단계를 거치며 본 강좌를 만든 만큼 본 강좌는 검증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1) 그리고 이 강좌는 전체 학부 신입생들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필수교양교과목’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바로 다음날 7일부터 논란의 소재가 되었다. 왜냐하면 ‘연세정신과 인권’ 강좌 계획 중 젠더와 난민에 대한 교육이 성소수자나 무슬림 난민을 다루는 데에 있어 편향적인 시각에서 전달되거나 연세의 기독교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논란은 한 달 넘게 지속되며 주로 외부의 개신교/보수 단체들로 구성된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모임’이 결성되었다. 나아가 이들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인권강좌’를 비판하는 성명이 두 차례나 나오게 되었다. 비록 연세대학교는 이러한 외부의 반대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연세대학교 측은 9월 9일에 ‘필수’ 인권강좌 개설을 보류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10일 뒤에는 ‘필수’ 강좌 개설을 철회하고 ‘선택’ 교양 교과목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대학교는 ‘연세정신과 인권 (The Spirit of Yonsei & Human Rights)’ 온라인 교과목을 마련함으로써, 학생들이 인간에 대한 차별 없는 보편적인 사랑을 체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할 방침입니다. (중략) 본 교과목은 2019학년도 2학기에 선택과목으로 시범 운영되며, 수강생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학사제도운영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교과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갈 것입니다. 추후 학사제도운영위원회와 교무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본 강좌의 선택/필수 교과목 지정여부를 정할 것입니다.”
-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연세정신과 인권’ 교과목 안내> 중 (2019.9.9.)
“교양 교과목 운영 체계에 대한 '학사제도운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2020학년도부터 이 교과목을 선택 교양 교과목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연세정신과 인권’ 교과목 추가 안내> 중 (2019.9.19.)
‘연세정신과 인권’을 필수교양으로 개설하는 것을 반대한 이들의 핵심적인 주장은 선교사들이 지은 연세대학교의 정신을 강조하며 이러한 정신을 훼손할 여지가 많은 강좌의 개설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연세대학교의 특수한 정신(기독교적 정신) 때문에 인권강좌의 필수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장은 그들이 나름대로 규정하고 있는 ‘보편적인 인권’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입장문에서 ‘전 세계의 인권흐름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2)’을 연세대학교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사회학적 성(Gender)을 기준으로 가르치는 잘못된 인권교육인 ‘성평등 교육’이 아닌 생물학적 성(Sex)을 기준으로 가르치는 올바른 ‘양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조건적인 난민수용주의자’로 보이는 김현미 교수의 편향적 교육이 우려된다고 언급하며 결국 조건적인 난민수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시에 학내에서는 반대로 연세대학교 본부가 ‘연세정신과 인권’을 선택교양교과목으로 전환한 것이 대학이 외압에 굴복하여 스스로 인권이라는 가치를 저버린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특히 연세대학교의 학생들은 <'연세정신과 인권' 수업 필수과목 지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려 교과과정 결정에 있어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2년에 걸쳐 준비해온 ‘인권교육’이 외압에 의해 1달 만에 철회되었다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3)
2. 데자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마도 어떤 이들에게는 ‘연세정신과 인권’이 필수교양에서 선택교양으로 전환된 과정이 낯설지 만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필수교양으로 제시되었던 인권강좌가 ‘특정한 내용’이 강좌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선택강좌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2018년 2월에 서울대에서 위와 굉장히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모든 구성원이 매년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온라인/오프라인 인권/성 평등 교육」 강좌 개설을 제안했었다. 당시 평의원회의 ‘환경문화복지위원회’와 ‘본 회의’에서 두 차례로 필수 인권 강좌를 개설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회의가 진행되었다. 당시 환경문화복지위원회 회의에서는 본 강좌의 교육내용이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인권문제들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성평등’이 아닌 좀 더 공식적인 표현으로 ‘양성평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발언이나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기 위해서는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발언 등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성 평등 교육과 젠더 교육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본 교육은 ‘성 평등/인권’ 교육으로만 제한하여 동성애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 등만을 다루기”를 요청하기도 했다.(4)
왜 이러한 주장들이 등장하는 것일까? 전반적인 회의록의 내용을 보았을 때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을 다루지 않을 시 그러한 내용들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온라인/오프라인 인권/성평등 교육」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합의된 내용들을 제한적으로 다룰 때에만 필수화가 가능하고, 그 전까지는 본 교육에 대한 이수를 권장하는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사례가 굉장히 유사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우선 서울대학교는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기획하였지만 연세대학교는 학부생 중에서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계획했다는 점에서 인권교육의 대상이 다르다. 한편 인권교육을 기획한 주체 역시 다르다. 연세대학교는 교수진을 중심으로 학교본부 내 교육처에서 수업을 기획하였지만 서울대학교는 일정 정도 학교 행정본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교내 ‘인권센터’에서 기획을 주관했다. 이는 인권교육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낳았다. 왜냐하면 연세대학교(측은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지만)는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인권교육에 대해서 합의를 이루어내었지만 외부세력에 의해 인권교육 필수화가
저지되었고, 서울대학교는 내부에서부터 인권교육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서울대학교 내부에서 인권교육 필수화를 반대한 이들의 주된 주장은 ‘특정한 내용들’에 대해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여기서 사회란 서울대학교 외부까지를 포함한 ‘전체사회’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이에 ‘연세정신과 인권’의 필수화를 반대했던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모임’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모임’은 ‘동성애’, ‘난민’ 등 특정인권의제가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실제로 현실에서 증명한 사례인 것일까? 과연 정말로 ‘동성애’ 등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인권교육은 무엇인지, ‘합의된 인권’을 중심으로 대학 내 인권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3. 미리 보는 ‘연세정신과 인권’
연세대학교보다 먼저 인권교육 필수화 논란을 겪었던 서울대학교. 이후 ‘인권/성 평등 교육’이 진행되어 온 지 벌써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약 2년간 ‘권장이수 강좌’로 실시되어 온 서울대학교 「온라인/오프라인 인권/성평등 교육」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마이스누(서울대학교 포털시스템)’ 사용자 중 위의 팝업창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용/채용 조건을 통하여 어느 정도 강제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교원 및 직원을 제외한 재학생 중 ‘인권/성 평등 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약 20%(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5) 이조차도 실은 전체 네 분야(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의 강좌 중 한 분야라도 이수한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 수치이다.(6)
이는 2018년에 인권교육 필수화를 도입하려던 시도의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되었던 서울대학교의 낮은 인권교육 이수율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서울대저널(교내자치언론)’(‘인권교육 필수화, 내용이 문제야, 방법이 문제야?’ 2018.4.11.)은 인권교육 필수화 시도의 배경 중 하나로 서울대학교의 낮은 인권교육 이수율을 지적하며 ‘2013년 대학 성희롱 방지 조치 자료’라는 제목의 여성가족부 보고서의 결과를 제시했었다. 그에 따르면 당시에도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인권교육 이수율은 30%이내에 불과했고 전체 구성원의 인권교육 이수율 역시 전국 대학과 비교했을 때 최하위에 속해 있었다.(7)
결국, 대학 공동체의 인권의식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입된 인권교육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의 교육은 필수화할 수 없다는 주장에 따라 또 다시 파편화된 개인들의 선택지로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선례를 보면 선택교양으로 전환된 연세대학교의 ‘연세정신과 인권’ 강좌 역시 실질적으로 공동체의 인권의식을 증진시키는데 얼마나 유효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강좌의 이수율 만으로 인권교육의 교육적 효과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현재 진행되는 인권교육은 형식적으로는 제한된 방식을 택하게 되었지만 내용적으로는 ‘문제가 되었던 특정한 내용’들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인권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풍부하더라도 실제로 강좌를 접하는 사람의 수가 적다면 강좌가 공동체 내에서 실질적인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결국, 내용적으로 축소되지 않기 위해서는 형식적으로 축소되는 것을 선택해야 하고, 형식적으로 축소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용적으로 축소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의 인권교육이 놓여있는 상황과 다름없다. 어떠한 선택이든 인권교육의 후퇴와 축소를 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무엇일까? 바로 ‘합의되지 않은 인권은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4. 합의된 인권이란 무엇인가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기준은 무엇일까? ‘법’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거나 특정한 인권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야 비로소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일까? 만약 누군가가 보편적인 인권교육에서는 법과 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합의를 이룬 의제만을 ‘인권’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인권’의 개념과 역사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인권의제를 다룰 때 가장 많이 다루는 장애인권, 여성인권을 예로 살펴보자. 장애인의무고용제도, 경력단절여성 지원제도 등은 처음부터 법과 제도로 존재했었나? 그렇지 않다. 지금은 꽤나 보편적으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인정받는 제도들도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장애인권, 여성인권도 ‘인권’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권’으로 조금씩 인정받고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을 금하는 법과 제도들이 탄생하였겠는가? 법과 제도에 앞서 ‘인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당사자들 또는 연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선행되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 등을 기준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인권만을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학의 ‘인권교육’이 언제나 ‘사회’의 흐름보다 한 발 짝 늦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또한 그러한 주장은 인권침해사건을 예방하고, 공동체의 인권의식을 증진시키겠다는 보편적인 인권교육의 목적과 완전히 대치하게 된다. 법과 제도로 규정된 ‘인권침해’ 사안만을 예방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예방이며 실질적으로 사후에 법정에서 인권침해사건으로 규정된 이후에야 그에 대한 내용을 교육하겠다는 것으로 진정한 예방이 될 수 없다. 또한, 이미 법과 제도로 규정된 ‘인권’에 대해서만 교육한다면 ‘인권’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할 여지가 굉장히 적어짐으로써 적극적으로 인권의식을 증진시키고 촉발시킬 수 없다.
만약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기준이 법과 제도가 아니라면 또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대중의 인식? 이는 지나치게 주관적이다. 연세대학교의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대학 내부에서는 나름의 합의를 보았지만 외부의 특정한 의견을 가진 이들은 합의의 내용에 대해 반대를 한다. 이러한 세력의 존재가 바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일까?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단순하게 모든 구성원들의 동의로만 해석한다면 사회적 합의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는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를 대한민국 사회로만 한정 짓는다고 하더라도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는 그러한 규범적 주장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태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된 인권’이라는 것은 분명 제한된 인권을 제시하며 그 자체로 인권의 개념을 왜곡하고 있거나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을 명분 삼아 특정한 인권을 반대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5. 인권교육, 필수화된다면 완성된 것일까?
돌아와서, 연세대의 ‘연세정신과 인권’, 서울대의 ‘인권/성평등 교육’이 필수에서 선택 강좌가 된 과정을 되짚어 보자. 이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거나 사회적 합의가 일어나기까지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학 내 인권교육에 대하여 계속 사회적 합의가 제약으로서 적용된다면 시대가 변해 특정한 내용이 보편적인 인권으로 인식되어 인권교육의 내용으로 담길 수는 있어도 새롭게 등장하는 의제는 또 다시 사회적 합의의 굴레에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 적용된 ‘합의된 인권’의 개념은 사회를 뒤따라가는 것에 불과하여 대학의 교육적 역할을 저지하고, 피교육자들에게 마치 ‘인권’이 어떤 고정된 개념인 것처럼 이해되게 만들고, 차별과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회 내 다양한 의견차와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권교육은 어떻게 구성되어야하는 것 일까? 완성된 ‘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듯이 완전한 ‘인권교육’을 제안하는 일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대학의 인권교육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라는 굴레를 벗어나면서 동시에 실질적으로 인권침해사건을 예방하고 대학 내 인권에 대한 논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상상해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인권/성평등 교육’이 필수화가 된다면 그것만으로 인권침해사안을 예방하고 인권의식을 증진시키는 것이 충분한가? ‘온라인 인권/성평등 교육’을 수강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에 대해 명료하게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강좌를 수강해보면 인권센터에서 내용적으로 굉장한 노력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내용도 좋고 영상의 기술적 화려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삶에 어떤 방식으로 유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 시간이 지나다보면 졸리기도 하고 또는 강좌를 켜둔 상태로 나는 다른 할 일을 하고 수강을 완료한 척 꼼수를 부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사실 필수화가 된다면 대부분이 이럴 것이다.) 이는 온라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프라인 강의식 수업에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할 것이다. 이는 지식전달 방식의 ‘인권교육’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한다. 이는 인권교육의 목표가 실질적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에 있는 만큼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라는 세계인권선언문의 선언이 반드시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서 기본권을 누리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선언을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은 인권교육으로서 충분하지 못한 것과 같다. 즉 우리는 인권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세계인권선언문에 비유해보자면 인권선언을 문자로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권선언이 실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학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 수 있을까? 가르치는 사람을 정하고, 인권의 ‘주제/의제’를 선별해야 하는 그런 방식의 교육뿐만 아니라 동시에 구성원들이 인권을 삶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크게 필요하다. 차별과 폭력 등 인권 침해 사안을 예방하는 또는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제도나 규범을 만들고 수정하는 데에 있어서 더 많은 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동등한 권리를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구성원들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실현하는 인권의 범위가 캠퍼스 안으로 국한될 수 없기에 대학은 지역 참여적이고 사회참여적인 교육들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결국, 기존에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간의 수직적인 구도를 필요로 하고, 정해진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내용을 제한적으로 선별할 수밖에 없었던 대학의 인권교육은 그 자체로 언제나 인권을 누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가르치는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대학은 스스로 제한된 내용과 형식을 요청해오던 기존의 인권교육의 틀을 탈피함으로써 일련의 대학가에 있었던 인권교육을 둘러싼 문제들을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이 모호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해결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존의 인권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똑같은 문제들이 세대가 지나도 내용(특정 인권 의제)만 바뀐 채 발생할 것이고, 기존의 인권교육이 필수화가 된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대학의 인권의식을 함양하고 인권침해사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는 전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1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연세 뉴스] 온라인 인권강좌로 연세정신을 배우다, 2019.8.6.,
2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 1차 성명서 <연세대는 건학이념 무시하는 강제의무 젠더 인권교육 필수과목 지
정 취소하라!> 중
3 조성은, "연세대가 생각하는 인권은 무엇인가", 프레시안, 2019.10.2.
4 (제15기) 평의원회 제5차 본회의 회의록, 6p,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홈페이지 참고.
5 유니브페미, 2019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성평등 관련 제도 현황 연구보고서, 2019.12., 14p 중 ‘도표 11 2019
년 대학별 교원·직원·재학생의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6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홈페이지 참고, http://hrc.snu.ac.kr/education2018
7 김가람, 인권교육 필수화, 내용이 문제야, 방법이 문제야?, 서울대저널, 201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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