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K - MAMA


  “가사에는 현실과 디지털(가상)의 세계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갈등과 소통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과 순수한 사랑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을 감각적으로 담아, 곡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앞선 MAMA 곡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의 가사는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상황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더는 사랑하는 법도 잊었고, 배려하는 맘도 잃어 등을 돌린 채로 살아가기바쁜 현실을 향한 안타까움과 그 현실을 바꾸길 바라는 소망을 가사에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아픈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 글에서는 ‘사이버 윤리교육’이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이버 공간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이버 윤리교육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합니다. EXO-K의 MAMA 노래와 함께 글을 읽으면서 사이버 윤리교육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Prologue - 시대가 변함에 따라 폭력도 변한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위의 질문에 아마 대부분은

 

교실 뒤편에서 한(혹은 여러) 학생이 다른 학생을 폭행하는 상황

다른 학생에게 심부름을 시키거나 일명 ‘빵셔틀’을 시키는 상황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다른 학생을 협박하거나 욕을 하는 상황

 

등을 떠올릴 것이다. 예전에는 학교폭력의 유형이 주로 폭행이나 절도와 같은 ‘물리적 폭력’이 주를 이루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물리적 폭력과 함께, 따돌림, 협박과 같은 ‘정신적 폭력’도 새로운 폭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전의 양상이다. 최근 들어서는 폭력의 장소가 현실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간 사이버폭력(사이버 불링)이 새로운 학교폭력의 양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각주:1]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직접적이고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가해자는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폭력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피해자는 평생 그 고통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공간상의 문제는 비단 학교 내에서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악성 댓글(일명 악플)과 저작권 문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명 ‘웰컴 투 비디오’ 사건,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흉악범죄의 사례를 보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처럼 새로운 양상의 폭력이 대두된 계기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빠르게 변해왔고, 더욱 빠르게 변화할 시대에 살고 있다. 가령, 2000년대 초와 비교를 해보아도 지금의 삶의 모습은 그 당시의 모습과 매우 다르다. 우리는 지금 고도로 발달되고 정보화된 21세기에 살고 있다. 과학 기술과 통신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다른 양상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물질적 공간에서 벗어난 사이버 공간은 우리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도록, 수많은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사이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더욱 발전됨에 따라 사이버 공간도 확장되며, 우리는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 2개의 공간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이 우리 삶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많은 윤리적 문제 또한 제기된 것이다.

 

  2010년에서 2024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알파세대’가 있다. 이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존재해,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하는 세대이다. 즉, 완벽한 디지털 세대라는 것이다.[각주:2] 그들은 이전의 세대보다 더욱 능수능란하고, 자유롭게 사이버 공간을 활용할 것이고,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간격을 더욱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대가 교체되면서, 현실 공간에서의 다양한 문제들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갈 것이고, 그에 따라 사이버 윤리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나는 앞으로의 변화와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올바른 사이버 윤리의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안으로 ‘사이버 윤리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사이버 윤리교육’에 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이버 윤리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의 도덕적 관계에 관심을 가지며, 그러한 관계를 규율하는 도덕적 원리들에 의거하여 사이버 세계 속에 거주하는 모든 인간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해주는 것을 의미한다.[각주:3] ‘인간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행동규범’이라는 윤리의 정의를 고려하면, 사이버 윤리란 인간이 사이버 공간에서 지켜야 할 행동규범이라고 할 수 있고, 사이버 윤리교육은 그것들에 관한 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컴퓨터와 관련되는 윤리에 대한 철학적 연구’라는 의미의 사이버 윤리학(Cyberethics)[각주:4]이란 용어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사이버 윤리’라는 단어를 위에서 서술한 의미에 한정하여 사용할 것이다.

 

 

Chapter. 1 – 왜 학교여야 하는가?

 

  앞선 프롤로그에서 필자는 폭력의 양상이 변한 현실의 상황과 앞으로 더욱 빠르게 달라질 미래의 상황을 서술하며, 사이버 윤리교육이 확대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사이버 윤리교육은 누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사이버 윤리교육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나는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사이버 윤리교육은 성장기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서술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로,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도하는 주 이용층이 청소년이라는 점, 사이버 문제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 것이다.

 

  사이버 공간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열려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사람이 올린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는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누리고 있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전된 기술을 활용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문화와 유행을 주도하는 주체는 주로 청소년이다. 청소년들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문화에 잘 적응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사이버 공간에서의 유행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즉,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가 사이버 공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사이버 공간이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아래의 도표 1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2021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현황이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스마트폰이 개발된 이래로 점점 상승해 2021년 기준 거의 100%에 이르렀다. 이 말인즉슨, 거의 모든 학생들이 디지털 매체를 보유하고,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꽤나 높은 수치이다. 또 주목할 점은,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급률도 95%를 넘는 수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도표 2에서 볼 수 있는 2018년 같은 조사의 현황과 비교하면 보급률이 꽤나 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최근 들어 디지털 매체와 사이버 공간과의 접촉이 이뤄지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 시대에 비해 더 커지고 있다.

-도표 1- 2021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中 휴대형 정보통신기기 보유현황
-도표 2- 2018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中 휴대형 정보통신기기 보유현황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디지털 매체와 사이버 공간에 더 친숙하고, 더욱 능숙하게 그것들을 활용한다. 사이버 공간의 주 이용층은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이버 공간은 청소년들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노출되고,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 사이버 윤리교육이 더욱 큰 실효성을 보이려면 사이버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상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주목해보자.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피해 규모가 큰 것이 특징적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사라지고, 익명성이라는 방패를 가진 사이버 공간의 특징으로 인해, 사이버상의 문제는 짧은 시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그뿐만 아니라, 범인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증거 인멸과 수정을 손쉽게 할 수 있으므로,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는다. 그리고, 어른들은 청소년들에 비해 새로운 사이버 공간의 변화를 조금 늦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유행을 따라가기에 쉽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이 저지르거나 겪는 사이버 문제들을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이버상의 문제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을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이버 상의 문제를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으로 개개인이 올바른 사이버 윤리의식을 가지고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들이 올바른 사이버 윤리의식을 함양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교육은 개인의 자아가 정립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이뤄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그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교육에는 의무성과 보편성이 보장된다.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말이다. 사이버 공간이 우리 삶에 만연한 지금, 사이버 윤리교육은 누구나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누구나 받아야 할 것이다. 학교가 아닌 외부 기관에 의해 시행되는 사이버 윤리교육은 홍보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학교 교육에 비해 낮아 참여도가 낮을 것이고, 단기적인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의무적인 교육은 위의 문제점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윤리교육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꼭 필요한 교육이다. 그리고 그 교육은-물론 다른 세대에게도 이뤄져야 하지만- 청소년에게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사이버 윤리교육은 학교에서 이뤄져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2 – 지금까지의 사이버 윤리교육

 

  사이버 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우리가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이래로 꾸준히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은 없었는가? 그렇지 않다. 사이버 상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또한, 꾸준히 있었다. 사이버 상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2000년대 초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0년 6월 15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사이버 윤리 강령을 제정했고, 다양한 연구와 정책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도 사이버 상의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오히려 더욱 심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는 학생들이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경우에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아래의 자료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실시한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의 내용이다.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률은 2018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오히려 가해 경험률은 줄어들었다. 학생들이 사이버폭력을 저지르고도 그 행동이 사이버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표 3- 방송통신위원회,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中 사이버폭력 경험 통계

 

  사이버 문제의 증가 및 사이버폭력 인지 부족은 앞서 시행된 많은 노력의 실질적인 효과가 미비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노력은 정보통신윤리교육과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으로,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각각이 어떻게 시행되었는지 그리고 각각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보겠다.

 

 

1) 정보통신윤리교육

  정보통신윤리교육은 지능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함양시켜주는 교육활동이다.[각주:5] 이는 정보화의 물결이 일던 2000년 ‘초·중등학교 정보통신기술 교육 운영지침’에서 정보통신윤리교육이 중요한 하위영역으로 다뤄지면서 시행되었다.[각주:6]

 

  지금까지의 정보통신윤리교육을 살펴보면 주로 교육과정에 의해, 다른 교과목의 내용에 포함되어서 실시되어왔다. 가령, 도덕이나 윤리 교과의 내용 중 하나로 인터넷 윤리, 사이버 윤리의 내용이 포함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정보통신윤리교육의 주제들이 도덕·윤리과 내용 체계 안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개정 교육과정부터이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여러 학교폭력 문제가 대두되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사이버 폭력이 지목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정보통신윤리의 내용에 학교폭력과 사이버 폭력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역량을 가르치는 교육이 강화되었고, 그 교육의 일부로 저작권 보호와 같은 정보윤리 내용도 포함되게 되었다.[각주:7]

 

  교육과정의 일부로 실시된 정보통신윤리교육 이외에도, 다른 방식의 정보통신윤리교육도 일부 실시되고 있었다. 이는 학교마다, 교육청마다 실정이 다르겠지만, 정보통신윤리교육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한 사례도 있었고, 정보통신윤리교육을 따로 특강을 마련해 실시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학교에 강사를 초청하여 정보통신윤리교육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보통신윤리교육을 의무적으로 규정한 사례를 제외하곤 교육에 의무성이 부여되지 않아, 실제 교육현장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정보통신윤리교육이 실시되더라도, 그 교육이 단발적으로 이뤄져 학생들이 교육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될 것 같다.

 

  정보통신윤리교육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여 발 빠르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통신교육에서 ‘윤리적 측면’의 교육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고, 교육의 효과도 미미했던 것 같다. 달리 말하자면, 정보통신시대에 활용되는 역량을 중심으로만 교육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따라 ‘컴퓨터’ 교과, ‘정보’ 교과가 등장하고, 그 교육과정에서는 컴퓨터와 관련된 여러 내용을 다룬다. 그 내용은 코딩을 비롯한 다양한 알고리즘 교육과 데이터 과학뿐만 아니라 사이버 윤리와 같은 내용도 포함된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윤리적인 내용 배제된 채, 컴퓨터 활용 역량을 위한 교육만 주로 이뤄졌다. 한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는 된 것 같지만, 그에 따른 많은 역기능에는 미처 교육이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2)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 –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

  사이버폭력은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일컫는 말로,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은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은 앞서 서술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사이버폭력의 특성상, 피해의 규모가 크고, 지속성이 높으며, 발견하기 어려워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나타나게 되었다. 학교에서의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 생활지도 뿐만 아니라 교과시간 안에서 교육과정과 연계한 ‘교과연계 사이버폭력 예방교육’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의 대표적인 사례인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공동으로 개발한 국가 수준의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생의 사이버폭력 예방 역량과 사이버폭력 유형 및 관련 교육과정과 연계한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은 크게 기본(역량) 프로그램, 심층(유형) 프로그램, 그리고 교과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기본(역량) 프로그램에서는 8가지 사이버폭력 예방역량[각주:8]을 중심으로, 심층(유형) 프로그램은 6가지 사이버폭력 유형[각주:9]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기본(역량) 프로그램은 일상적으로 청소년들의 사이버폭력 예방 역량을 배양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심층(유형) 프로그램은 학생간 빈번히 발생되는 사이버폭력 신종 유형을 고려하여 특별시간이나 창체시간을 통해 단시간 심층적으로 단기간 예방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각주:10] 즉, 기본 프로그램은 사이버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인지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고, 심층 프로그램은 더 나아가 실제 사례와 연관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과연계 프로그램은 교과목 수업과 연계하여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도덕이나 윤리 과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문, 영어, 국어, 사회 등의 과목과도 연계한 프로그램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영어 시간에는 사이버 폭력과 관련된 영문 글을 읽거나, 한문 시간에는 사이버폭력 예방과 관련된 사자성어나 한자 어휘를 학습하는 등의 방법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의 특징적인 점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어 다른 예방 교육보다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자료에 프로그램과 관련된 많은 내용과 실제 활동 예시도 나와있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될 교사의 부담 또한 줄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다른 특징적인 점은 학교급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초·중·고(초등학교는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구분됨) 학교급별로 각각의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각 나이대에 적합하고,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Chapter. 3 – 앞으로의 사이버 윤리교육

 

  우리는 앞서 사이버상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살펴보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을 살펴보았다. 위의 사례는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된 사례만 나열한 것이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이버상의 문제는 발생해왔고,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어 왔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이버상의 문제는 최근 들어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보았을 때, 이전에 시행된 사이버 윤리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챕터에서는 앞으로 사이버 윤리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주장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사이버 윤리교육의 이전 단계로 사이버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 공간과 유사한 점도 있고, 사이버 공간만의 특징도 있다. 그러한 사이버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학생들에게 알려준 뒤 사이버 윤리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학생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시공간의 제약이 줄어들고 익명성이라는 방패가 있기에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그렇기에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기본적으로 예절을 지켜야 하고, 함부로 자신의 정보를 유출하면 안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또 다른 예시로는 사이버 공간은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특징을 설명한 뒤, 다양한 정보를 사이버 공간에서 찾을 수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도 많이 생산되기에 정보를 분별적이고 사려 깊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을 교육할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의 특성이 선행된다면, 사이버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 높아질 것이고, 학생들이 사이버 윤리교육에서 배우는 내용을 더 잘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사이버 윤리교육의 내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교육 내용은 저작권, 악플, 인터넷 사용 중독과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저작권과 악플은 현재에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올바른 정보를 받아들이는 법이나 사이버 폭력의 내용도 추가되어야 하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사이버 문제도 빠르게 교육에 반영되어야 한다.

 

  기존의 문제들을 교육하는 내용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타인의 창작물을 사용하거나 공유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하고, 출처를 남기는 법까지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악플과 관해서는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표현 중에서 비하 표현이나 비속어가 포함된 단어가 있다는 점을 인지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가령, 요즘 자주 사용하는 ‘존맛탱’이라는 단어도 원래는 비속어가 포함된 표현을 줄인 말이다. 하지만, 그 점을 잘 알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그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비속어라는 점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클 것이다. 인터넷 사용 중독에 관해서는 우리가 인터넷을 ‘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식에서 우리가 인터넷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식으로 교육의 방향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현실 공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사이버 공간에 할애한다. 우리는 많은 정보를 사이버 공간을 통해 얻고, 삶의 다양한 일을 사이버 공간에서 처리하면서 사이버 공간 없이는 살기 힘든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생활 양식 속에서 사이버 공간을 덜 사용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더욱 현명하게 사이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물론,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사이버 공간에만 몰두하는 것은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사이버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사이버 윤리교육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사이버 윤리교육은 주로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교육으로만 이뤄졌다. 학교에서 잠깐 시간을 할애하여 특강의 형식으로 진행하거나, 교과 내용에 포함되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이 교육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기억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내용도 와닿지 않는다. 어쩌면, 교육이 진행되었음에도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기에, 사이버 윤리의 중요성을 학생들이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교육은 안하니만 못하다. 사이버 윤리의 중요성은 우리가 사이버 공간을 더 잘 활용하게 될수록 중요해지기에, 사이버 윤리교육에 충분한 시간에 배당되어, 조금 더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나는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을 더욱 보편화시키는 것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은 앞서 살펴본 바, 학교급에 맞게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며, 명확한 커리큘럼과, 지속적인 교육을 포함하고 있기에 사이버 윤리교육에 더욱 많이 적용된다면,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보편화가 덜 이뤄진 것 같지만, 개정이 이뤄지고, 보편화된다면 사이버 윤리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pilogue.

 

  지금까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사이버 윤리교육도 변해야 한다는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해보았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그리고 앞으로 우리 인간을 크게 위협할 존재 중 하나가 바이러스이다.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되면, 인간은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인다. 백신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사이버 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해야 하고, 나는 그 역할을 사이버 윤리교육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백신의 문제점인 중증 부작용 또한 없으니 최고의 예방책이 아닌가. 그러나 아직 사이버 윤리교육이 백신의 역할을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노력을 통해 사이버 윤리교육이 발전하여, 사이버 윤리교육이 갖가지 사이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써의 역할을, 더 나아가 앞으로 발생할 사이버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는 근본적인 면역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청명

  1. 정성민, “학교폭력, 물리적 폭력→정신적 폭력 진화” 대학저널, 2016.07.18. http://www.d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067 [본문으로]
  2. 매경닷컴, “알파세대”, 매일경제용어사전.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643553&cid=43659&categoryId=4365 [본문으로]
  3. 추병완, “청소년의 사이버 윤리의식 함양”, 밝은사회연구 제 24권, (2003): 33-57. [본문으로]
  4. 원문은 “Cyber ethics is the philosophic study of ethics pertaining to computers, encompassing user behavior and what computers are programmed to do, and how this affects individuals and society.” ; Wikipedia, “Cyberethics”, last modified January 3, 2023. https://en.wikipedia.org/wiki/Cyberethics [본문으로]
  5. 곽범덕·박선아·박진우·정순원, “학교 현장의 정보윤리교육 실천가이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2017, p.4 [본문으로]
  6. 임상수, “정보화 역기능 예방 동향 및 정보통신윤리교육 내실화 방안 연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2014): p.115. [본문으로]
  7.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 (초등학교)”, 2016, p.34 [본문으로]
  8. 사이버 공감, 사이버 의사소통, 사이버 감정조절, 사이버 자기존중감, 사이버 상의 갈등 관리 및 문제해결, 사이버 폭력 인식 및 대처, 사이버 자기조절, 인터넷 윤리의식 및 활용. [본문으로]
  9.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영상유포,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사이버 갈취. [본문으로]
  10. 한석수, “2019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및 사이버 어울림 활용 가이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2019, p.2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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