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국회 앞 농성 참여자 인터뷰
인터뷰어: 당근
인터뷰이: 상헌
지난 달, 청소년 참정권 쟁취를 위해 국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갔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1 천막 농성을 하며
Q. 천막 농성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부패한 박근혜정권의 퇴진과 세상의 교체를 위해서 청소년들도 광장에 서있었지만, 학교의 선생님들이 역설하는 ‘학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은 이미 그렇지 않음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교복•화장•두발규제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촛불의 열기와 적폐청산으로 대표되는 요구 또한 학교의 담장을 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국회 앞 천막농성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천막 농성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A. 천막에 있다 보면 종종 지나가는 비청소년들이 ‘어린것들이 뭘 알면서 이러냐’는 말을 하는 걸 듣곤 합니다. 악의를 가진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Q. 그 중 가장 기분이 나빴거나 어이없었던 말이 있나요?
A. ‘저것들은 전교조한테 선동당한 것들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가장 흔하게 듣기도 한 전형적인 색깔론, 배후세력 프레임을 씌우려는 말이잖아요, 당장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전교조에 소속된 선생님들이 한분도 안 계시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황당했었습니다.
Q. 자유한국당을 대상으로 기습 퍼포먼스을 계획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선거연령 하향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자유한국당입니다. 국회 방문 시 선거연령 하향에 동의한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일부 있었지만, 아직 홍준표를 위시한 많은 의원들이 ‘어린 게 뭘 아냐’면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판식 당일의 기습시위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고발하며 선거연령 하향이슈를 다시금 환기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2 참정권 확대를 위하여
Q. 만약 선거연령을 하향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면, 그 이후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일단 18세로 선거연령이 하향된다고 해도, 앞으로도 계속적인 선거연령 하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 성숙함은 결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내릴지는 충분한 고민과 토론이 있어야겠지만요. 그리고 단지 선거날 청소년도 투표소에서 도장 찍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표참여와 더불어 청소년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참정권 확대를 위한 움직임에서 연대할 수 있는 다른 주체들이 있다면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A.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고, 저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고,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비청소년들이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라는 요구에 함께할 수도 있듯이 가능한 한 많은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대가 있어야 운동의 힘을 얻으니까요.
#3 청소년이 주체로 서기 위하여
Q. 청소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혹은 편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에 대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A.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들을 오로지 ‘뭘 모르는 어린애들’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농성을 진행하면서도 인터넷상에서 많이 들은 말인데요, 이것이 바로 편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은 결코 ‘뭘 모르는 어린애들’이 아니라 동등한 시민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Q. 청소년이 이 사회에서 주체로 서기 위해서, 참정권 획득 이외에도 어떤 과제가 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단지 참정권의 보장범위 확대로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것들이 뭘 아냐’는 식으로 청소년들을 자신들보다 무지하고, ‘더러운 어른들 정치판에 왜 끼어드려 하느냐’는 말처럼 청소년들은 ‘순결’해야 한다는 시선으로 청소년들을 바라본다면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이 있어도 과연 그 권리들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요?
#4 개인적인 질문
Q. 청소년 운동 혹은 청소년 참정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청소년 참정권에 관한 요구들은 예전부터 들어왔던 요구들이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5월 대선에 즈음이었습니다. 광장의 힘으로 만들어낸 대선이었지만 그 광장에 있던 청소년들은 빠진 채로 대선이 치뤄지는 것을 보고서 본격적으로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농성 때문에 가족이나 교사 등과 갈등을 겪었던 적은 없나요?
A. 농성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는 제가 (청소년운동을 포함한)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눈치를 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일정들을 적어두는 다이어리를 카메라로 몰래 찍거나 집회소식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제가 나온 것들을 찾아보거나, 제가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기위해 집에서 페이스북 가계정을 생성한 뒤 저를 검색하는 행동들을 한 것들을 들 수 있겠는데, 이것도 제가 모르게 몰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정보를 흘려가면서 저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는 식으로 제 활동에 대해서 압박을 넣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많이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현재에는 무엇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무슨 제약을 느끼고 있나요?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나요?
A. 앞으로도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과 청소년들을 향한 혐오의 시선들을 타파하고 싶고, 청소년운동 뿐만이 아닌 모든 의제에서 제 나름대로의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청소년들의 삶이 학교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현장만이 아닌 노동현장, 일상에 모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머리 속에서 제가 원하는 이상에 대해서 그림이 안 그려지고 그것을 말로도 풀어낼 언어가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계속 운동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과 고민하고 대화하면서 지식을 쌓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렇게 지식이 쌓여가다 보면 제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도 명확해지고 목적의식 또한 선명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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