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인간과 동물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었던 이유는 인간-자연 혹은 인간-동물 관계가 현실에서 어떻게 얽혀있는지 공부하고 공존이 가능한 대안적인 관계를 상상해보고 싶어서였다. 수업 과제 중 에세이를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주제는 ‘내가 기억하는 특별한 동물’이었다. 과제를 쓰기 위해 고민을 하던 중, 문득 기억에 남는 특별한 동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동물에 대한 피상적인 기억은 있다. 밥상 위에 올라온 고기, 산책할 때 보았던 목줄 채워진 강아지, sns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반려묘,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아쿠아리움에서 보았던 돌고래 등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과제를 쓰면서 ‘우리가 과연 연결된 관계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상호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말을 교과서에서, 뉴스에서 항상 보아왔다. 나와 너가 연결되어 있고, 나와 동물이 연결되어있고, 나와 자연이 연결되어있음을. 하지만 그 관계는? 우리는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을까? 혹은 인지하고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인지할 수 있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가’, ‘관계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고 있는가’ 라는 의문도 들었다. 물론 환경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어느 빙하조각에 겨우 매달려있는 북극곰과 죽어있는 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거나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불을 끄면 지구의 온도가 몇 도 내려갈 수 있다는 수업을 받긴 했지만, 나의 선택이 타자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교육 혹은 나의 삶과 타자의 삶 사이에 놓인 구조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은 많이 없었다. 오히려 나의 경우, 공식적인 수업 시간보다 일상에서의 배움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교육에서 인간과 자연(혹은 동물)의 연결된 관계를 어떻게 다루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적인 교육 아이디어를 제안해보고 싶다. 단순히 죄책감과 동정심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 아니라, 나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관계를 인지하고 관계에 대한 책임을 갖는 교육. 윤리적으로 맞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교육을 넘어서 주어진 현실 속에서 실천함과 동시에 현실 너머를 상상하는 교육. 그러한 교육들을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애기해보고자 한다.


교육과정 안에서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의 연결

 

  교육에서 우리의 연결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자. 교육과정 내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련한 내용은 각 교과교육범위에 부분적으로 담겨있다. 특히 사회와 윤리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사회과 교과서에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통합적 관점의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각주:1] 통합사회 동아출판 교과서의 경우, 통합적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제 탐색 활동에 멧돼지 도심 출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만화 형태로 멧돼지 도심 출현 빈도가 증가한 까닭에 대하여 국립공원 관리 공단 직원, 담당 공무원, 생태학자, 환경 단체 회원의 의견을 묻고 있으며, 마지막 컷에는 “난 뭐, 내려오고 싶어서 내려오는 줄 알아?”라며 멧돼지의 입장(?)을 그리고 있다. 짧은 만화를 보고, 학생들에게 ‘멧돼지와 인간 중에 누가 피해자일까?’, ‘멧돼지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는 사회현상을 바라볼 때 여러 주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윤리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나의 환경 문제가 결코 단선적인 원인과 방안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림1. 주제 탐색 활동_멧돼지 도심 출현 만화>


환경 문제는 인간 사회의 문제?


비인간동물의 입장에서 혹은 생태계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접근해보자!


  사회 교과서 2단원 [자연환경과 인간]에서는 자연환경이 인간의 생활 양식에 미치는 영향, 인간의 자연환경 활용 방법, 자연재해가 인간 생활에 미치는 긍·부정적인 영향,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관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실천 방안 등을 다루고 있다. 자연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하여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남는다. 주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교적 인간중심적인 관점으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환경 문제 해결의 필요성으로 지구 온난화, 사막화, 열대림 파괴 등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물론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가 대기 오염 및 각종 폐기물과 폐수 등의 환경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내용이 교과서에 있으나, 이 역시 시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이라고만 서술되어 있다. 환경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논의할 때 인간중심적인 관점이 강조된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혹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위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공동체의 범위를 ‘인간 사회’로 한정짓는 주장일 수 있다. 학습의 기본적인 자료가 될 수 있는 교과서에서 환경문제를 단순히 인류의 문제로서만 접근한다면 이는 더 넓은 범위의, 혹은 경계 없는 공동체를 상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에 환경의 변화를 인간이 아닌 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이나 전체 생태계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활동이 추가되면 좋을 듯하다. 예를 들면, 인간과 축산동물의 역사적 관계를 성찰하는 학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 사회는 물리적 생존을 위해 전통사회부터 수렵과 채집을 해왔다. 생존을 위해 자연물을 이용했으나 자원을 제공해준 자연에 감사를 표하며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동물을 신으로 모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기는 ‘공장식 산업’의 형태로 생산된다. 이윤 논리 하에서 동물의 고통은 고려되지 않는다. 더 많은 닭가슴살과 닭다리를 생산하기 위하여 닭은 호르몬 주사를 맞고, 비대해진 몸을 버티지 못해 다리가 부러진다. 뒤돌아볼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할퀴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리와 발톱을 자른다. 알을 낳을 수 없는 수평아리는 비닐 속에서 생매장된다. 돼지의 경우, 모돈은 일생을 임신과 출산의 반복 속에서 보내다 죽으면 소시지가 된다. 출산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생고기로 먹기엔 질기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적은 공장식 축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만 줄이지만, 우리가 교과서에서 학습하는 인간과 자연(혹은 동물)의 관계는 극히 피상적이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가 왜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다채로운 학습이 단순히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적이고 모호한 내용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대안적인 학습으로 공장식 축산업 구조 하에서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익을 얻고, 동물은 어떠한 방식으로 삶을 빼앗기고 착취당하는지를 비롯해서 인간 생활 곳곳에 존재하는 비인간 생명체의 삶이 어떠한지, 우리는 이에 어떠한 관점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림2. 주제 탐색 활동_‘자연물을 소송의 주체로 볼 수 있는가’ 만화>

  교과서에서도 흥미롭다고 생각한 내용이 있었는데 사회과 중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관점을 탐구하는 단원에서의 주제 탐색 활동이었다. 해당 활동은 자연물을 소송의 주체로 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경부 고속 철도에서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는데, 환경 단체는 천성산에 사는 도룡뇽을 원고로 내세워 정부 고속 철도 공사를 중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하였다. 천성산은 22개의 습지와 12개의 계곡이 있으며, 1급수 환경 지표종인 꼬리치레도룡뇽의 대규모 서식지이기 때문에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터널을 뚫으면 천성산의 습지가 메말라 도룡뇽이 살 곳을 잃게 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고속 철도 터널 공사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도룡뇽’은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는 자연물이기 때문에 소송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룡뇽의 권리를 주장하는 환경 단체와 도룡뇽을 원고로 인정하지 않는 재판관 사이에는 어떤 시각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도룡뇽을 원고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작성해보는 활동[각주:2]이다. 관련해서 필자는 대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고속 철도 터널 공사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언급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그것 역시 인간중심적인 시각에서 판단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굉장히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교육이다. 이러한 활동은 인간에 의해서, 인간중심적으로 개발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비인간동물의 입장을 혹은 생태계 차원을 어떻게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반영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핵심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단지 주제 탐색 활동에만 있는 것은 아쉬웠다. 시간 상 보통 이러한 활동을 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하더라도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만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 탐색 활동처럼, 교육에서 환경 문제를 다룰 때 비단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다룰 것이 아니라 비인간동물과 자연과의 연결성 차원에서 고민하는 활동이 늘어난다면 ‘환경 문제’를 다룰 때 우리 공동체를 확장하여 보다 다채로운 학습이 가능할 것이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x


당위적인 내용의 나열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작동하는 ‘환경 정치’ 토론하기!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도 보다 다층적인 고민을 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가령, 사회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은 환경 관련 제도와 정책을 강화하고, 기업은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시민 사회는 정부의 환경 정책과 기업의 환경 윤리 준수 등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개인이나 가정에서는 생활 속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적인 말의 나열보다 세계와 기업과 시민 사회, 개인의 실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 보다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수업 시간에 토론을 통해 가능하겠지만, 사실 한정된 수업 시간 안에 심층적인 토론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 관련된 세밀한 내용이 실린다면 짧은 시간 안에 보다 풍부한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가령, 범세계적인 환경 관련 제도와 정책에는 무엇이 있고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이 있고, 국가는 친환경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시민 사회는 어떠한 환경 정책에 어떠한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지, 개인은 일상 속에서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고, 그러한 노력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내용이 보다 현실적으로 담긴다면 학생들이 교과서를 보고도 환경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이고, 얼마나 사회적으로 다루어지고 있고, 내가 어떠한 실천을 해야 하는지를 보다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소제목에서는 이를 ‘환경 정치’라 이름했다.) 또한 환경 문제를 ‘환경 문제’라고 통틀어서 볼 것이 아니라 보다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쓰레기, 폐수 등의 오염 물질 배출 또는 지구온난화 또는 사막화가 동물이나 생태계에 혹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지 원인과 대상과 결과를 분석하며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인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인류의 문제가 아니라 비인간동물의 입장에서 혹은 생태계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접근하는, 당위적인 내용의 서술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각 주체에게서 어떻게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은 왜 필요하고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관점에서 교과서가 보완되어야 한다.

윤리적 성찰과 더불어 현실 속 인간과 자연(혹은 동물)의 연결 관계 살펴보기!


  생활과 윤리 교과서에서는 과학 기술, 동물 복제, 동물 실험, 육식 등의 문제를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한다.[각주:3] 원전 탐구에서 현대의 윤리 문제에 대한 피터 싱어의 성찰을 다루며 동물을 그저 우리가 먹을 고기를 생산하는 기계로만 대우해도 좋은지,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입장을 비교적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고(인간 중심주의, 동물 중심주의, 생명 중심주의, 생태 중심주의), 환경 문제에 대한 윤리적 쟁점을 다루며 비교적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하여 보다 윤리적으로, 보다 비인간동물과 생태계 차원을 고려하여 서술한다. 요나스의 책임윤리와 레건의 ‘삶의 주체’ 개념, 테일러의 ‘목적론적 삶의 중심’ 개념이 등장하여 왜 우리가 비인간동물의 삶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보다 심도 있게 생각할 기회를 마련한다. 또한 의식주 윤리와 윤리적 소비를 다루며 일상에서 환경 문제의 극복 방안을 실천하는 자세를 함양하도록 한다. 하지만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강조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자연 혹은 동물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관계의 맥락에서 서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령,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면 왜 우리가 채식을 해야 하는지, 우리의 육식과 동물의 삶이 어떠한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의 음식이 어떻게 밥상에 올라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하며 친환경적 소비를 생활화하는 것 역시 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지, 에너지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에너지가 생산되는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의 관계와 구조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바르고 고운 말을 합시다’와 같은 당위적인 명제에서 그칠 수 있다. 일상에서 분리수거를 잘 하자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우리가 분리수거한 쓰레기는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학습이 진행된다면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안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도덕과 교육(생활과 윤리는 도덕과 교육의 일환이다.)의 목표와도 연결된다. 교육부에서 고시한 도덕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도덕과 교육의 총괄 목표는 ‘자신에서 타자, 사회와 공동체, 자연과 초월로 이어지는 각 영역의 핵심 가치를 내면화하여 인성의 기본 요소를 실천적으로 확립하는 것’[각주:4]이다. 나와 타자의 관계, 나와 자연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도덕과 교육에서 단순히 관계의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 속 인간과 자연의 구체적인 관계의 맥락과 연결성에 대한 설명이 추가된다면 이는 오히려 윤리적 성찰을 바탕으로 관계에 대한 실천적 태도를 함양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윤리적 성찰과 더불어 인간과 자연(혹은 동물)의 역사·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연결 관계를 톺아볼 때, 우리는 대안적인 인간-자연(동물) 관계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자연(혹은 동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


  앞서 환경 문제를 다룰 때, 인간중심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과 당위적 차원으로만 서술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의 행위에 담긴 정치성을 통해서 나와 자연(동물)의 관계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상품의 ‘생애’를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밥상에 있는 고기가 어떠한 과정으로 식탁에 왔는지 상상하는 것.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어 내개 왔는지 상상하는 것. 그 길에 얽힌 사람과 자연을 떠올리는 것.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혹은 나의 행위가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지 관계망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존재할 뿐이다. 닭은 그저 치킨으로, 페트병은 그저 페트병으로. 상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처리되는 폐수와 그것이 여러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저 가려질 뿐이다.


  상품의 ‘생애’를 보는 과정은 나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역시 중요하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의 행위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더불어 나의 행위는 어떠한 생산 양식과 사회 문화적 환경 속에서 행위되고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나는 능동적인 주체로서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차원의 실질적인 대안 마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가령, 플라스틱의 생애와 관련해서 그것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고 버려지는지를 살펴보아야 ‘과도한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책이 단순히 인간중심적인, 혹은 보여주기식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애의 전과정을, 인간의 생산과 소비 등이 자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전과정을 톺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추적하여 어떠한 친환경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책무로도 단순히 친환경적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상품 생애의 전과정이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인간과 인간 외 주체들의 삶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상품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재료는 무엇을 쓸 것인지, 국가는 친환경적인 산업 구조 혹은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 마련을 위해 어떠한 정책을 펼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상품의 생산, 유통, 소비, 폐기 등 전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이것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연결할 때 가능할 것이다.


  환경 문제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할 때 우리는 환경 문제의 진정한 대안을 알 수 있다. 단순히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어떠한 맥락에서 어떤 정도까지, 어디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자는 주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먹는 어떤 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나에게 오는지 살펴보자. 단순히 고기를 먹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축산업은 어떤 구조 속에 존재하며 그 안에서 인간과 비인간동물의 삶이 어떠한지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자. 우리의 일상이 타자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며 ‘환경 문제’에 접근해보자.


교과과정을 넘어서 교육현장에서 나와 자연의 관계 맺기의 가능성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에서 나와 자연의 관계 맺기가 어떻게 가능할지 조심스레 제언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나는 ‘비건 실천’을 한지 1년 정도 되었다. (meat free Monday를 포함하면 1년 반 정도 지났다.) 재작년 가을에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읽고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를 알았다. 나는 책을 통해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수많은 동물이 우리의 음식이 되기 위해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공장의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것은 우리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과 축산동물의 관계는 어떻게 단절되어 있는지 등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했다. 거대한 육식 산업 하에서 이윤 논리로 작동되는 공장을 지금 당장 멈출 수 있는 것인지 질문하기조차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던 다짐은 무뎌지지 말자는 것이었다. 다른 존재의 고통을 상상하고,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인지하는 것.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나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다짐이었다. 그렇게 meat free Monday를 시작했다. 비록 편의점에 있는 대부분의 식품(컵라면, 컵밥, 과자 등)에 쇠고기가 들어가고, 시간과 돈이 없을 때 그것을 먹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불필요한 육식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밥약’을 할 때는 비건 식당에 가서 비건 음식을 먹으며 동물권, 환경, 건강 등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관련 영화를 보고 함께 고민했다. 쇠고기 생산의 대표 주자인 패스트푸드점에 비건 버거가 도입되기를 열망하면서도 네슬레가 대체육 시장을 점령하는 것의 함의를 생각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비건 실천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밥상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고, 타자와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그 고민과 생각을 여러 차원에서 정치화하는 것. 이는 정부, 기업, 광고회사 등 여러 주체들의 공모와 공장처럼 굴러가는 축산업의 구조를 밝혀내고 식품 생산 체계의 대안을 상상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소수자의 권리, 건강, 비인간동물, 환경 등 모든 의제를 아우르는 고민으로 확장될 수 있다.


급식도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채식급식을 통해 음식의 생애를 상상하자!


  더 나은 인간과 동물(자연)의 관계를 상상하기 위해서 나는 채식급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급식 중 대부분의 반찬에는 아마 동물성 재료가 들어갈 것이다. ‘육식’급식이 일반적인 현실 속에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채식급식을 함으로써 비인간동물의 고통이 우리의 미각을 위해 필요한지, 우리는 어떠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지, 대안적인 식단이 가능한지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대안적인 인간-동물(자연) 관계 상상하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채식급식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나의 식탁에 온 것인지 알고 먹자는 노력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나에게로 오는 과정에서 자연에 미치는 영향, 수많은 노동자의 존재, 동물의 고통을 고려하자는 것이며, 이러한 관계망 안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생명체의 존재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급식도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전북교육청은 2011년부터 채식급식을 시작했다. 광주 풍령초등학교는 한 달에 한 번 ‘고기 없는 날’을 갖고 있는데, 80% 이상의 학생들과 90% 이상의 교사들이 만족했다.[각주:5] 채식급식은 채식에 대한 관심과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어 경남, 서울, 인천, 울산교육청도 채식급식을 도입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채식급식의 확대는 학생들이 만들어낸 변화이기도 한데, 작년에 울산여고 학생의 헌법소원이 있었다. 비건 실천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고기반찬이 제공되니까 채식급식의 선택지를 만들어 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헌법소원 이후 국회 차원의 답사와 기후변화포럼 등 여러 단체의 현장 방문이 있었고 울산교육청은 ‘매일’ 채식급식의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채식급식을 시행하며 급식 시간에서 식윤리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채식급식은 분명 다채로운 인간과 동물(자연)의 관계를 상상하는 대안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적인 교육 현장 만들기!


  교육현장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려는 노력 역시 다채로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상상하는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교내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상상해볼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증대되면서 많은 교육현장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였다. 학교 운영기금 중 일부를 투자하기도 하고, 학교 구성원과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발전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16년까지 초·중·고교 및 대학교 328개 시설이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각주:6] 비록 대부분 발전 설비 용량이 낮아 경제적으로 환경적 목적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태양광 발전소를 교내에 설립하며 우리가 쓰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학습할 수 있고, 학생들이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자치(스스로 통치하다)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다. 단순히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는 것을 넘어서 추가적인 배움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다. 고등학교 때 ‘인문학 학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활동 일부로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라는 책을 읽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전기가 생산되는 방식, 그것이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 비합리적인 전기 생산을 통해 이윤을 탐하는 자들, 대안적인 전기 생산 방식 등에 대해서 처음으로 고민해보았다.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가 왜 ‘나쁜 전기’인지, ‘착한 전기’가 가능할 수는 없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책을 읽으며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움의 기회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산발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확장과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적이고 일상적인 의제에 대해 토론하기!


  교과서에서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개인적 차원, 사회적 차원, 지구적 차원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눈다. 개인적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사회적 차원에서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구촌 차원의 원칙과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단순히 당위적인 설명을 넘어서 보다 정치적이고 일상적인 의제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를 왜 줄여야 하는지, 우리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그것은 현재의 ‘나쁜’ 에너지 생산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친환경 기술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에너지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전달되는지 전혀 모르는데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러한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기후 위기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권고했는데, 도시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어느 시골 마을이 감당해야 한다면, 혹은 사회적 필요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서 지어진다면, 혹은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 장치가 미비하고 고용이 불안정하다면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책임없는 당위적인 문장을 가르칠 게 아니라, 환경 관련 의제들에 대해서 보다 정치적이고 일상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을 단일한 두 주체로 상정하지 않을 것!


  인간과 자연의 대안적인 관계를 고민함에 있어서도, 그것이 단일한 두 주체의 분리된 관계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정치와 관계가 존재함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 동물의 권리와 생태계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함과 동시에 그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한지, 도입하는 과정이 민주적으로 진행되었는지,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었는지, 지역 주민들이 살아오면서 자연과 맺은 관계, 지식, 느끼는 감정이 존중되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동물)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다양한 문제를 고려할 수 있는, 그러한 배움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교내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 저자나 환경운동가의 강의를 듣거나, 에너지 발전소 현장에 직접 가보는 등 여러 배움의 형태로 가능할 것이다.


  두서 없는 글이었지만 정리하면 환경 문제를 다룰 때 단순히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혹은 도덕적·당위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나의 행위와 나와 연결된 관계에 대한 책임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과서의 보완을 통해서도, 혹은 교육현장의 확장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급식시간을, 학교의 곳곳을, 방과후 시간을 배움의 시간으로 만들자. 채식급식을 통해서,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서, 학교 끝나고 같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시간을 통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보자. 이러한 배움은 분명 보다 다채롭고 대안적인 인간-자연(동물) 관계를 상상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우리의 고민이 담긴 실천이 나와 나의 주변과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각주:7]

 

 

 

 

고슴도치뇽

  1. 위 글에서는 [2015 개정] 고등학교 통합사회 동아출판 교과서를 참고하였다. [본문으로]
  2. 육근록 외 6명, [고등학교 통합사회], 동아출판, 2018, 50쪽. [본문으로]
  3. 위 글에서는 [2015 개정]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미래엔 교과서를 참고하였다. [본문으로]
  4.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6] 도덕과 교육과정, 10쪽. [본문으로]
  5. 박선영, <[뉴스업]"채식급식 왜? 최고의 조기교육은 '미각' 교육">, 노컷뉴스, 2020.11.04., www.nocutnews.co.kr/news/5440983. [본문으로]
  6. 최홍식, <학교 옥상이 태양광발전소로 바뀌고 있다!>, 인더스트리뉴스, 2017.01.24., 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73. [본문으로]
  7. 이 글의 많은 부분에서 필자가 인간과 동물 수업에서 과제로 냈던 글을 인용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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