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후 행동의 2020 기후위기 대응 어워드>에서 교육청은 ‘기대이상(賞)’을 받았다. 수상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1. 11개 시/도 교육청의 ‘탈석탄 금고 선언’ 1 2. 경남, 울산 교육청이 주도하는 채식급식 선택권 도입 3. 서울시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계획안이다.
위와 같은 교육청의 변화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탈석탄 금고 선언’이 과연 석탄 사업을 줄이는 실효적인 방안으로 작동할지 모호하고, 일부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과 채식급식 선택권의 도입이 전국의 환경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러한 변화는 청소년 기후 행동의 이야기처럼 환영해야 하는 변화이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 수상 이유인 서울시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중장기계획안을 함께 읽으며 교육청의 변화가 정말 ‘기대이상(賞)’인지, 앞으로의 환경 교육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생태전환교육의 중심과제
서울시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중장기계획은 학교 교육과정의 전환, 교육환경 구축, 생태전환 교육 추진체계 및 협력기반 확충이라는 세 개의 중점 과제를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현재 목표로 하는 변화의 내용으로 교육청의 행동이 기대 이상이라 보기는 힘들다. 교육과정 측면에서 생태전환교육의 연 2시간 이상 의무화는 세부적인 체계와 생태전환교육 교수자,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의 마련 없이는 이름만 있는 정책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교과서 개발 역시 지금도 독도, 달서구처럼 많은 교과서들이 개발되었지만 쓰이지 못한 것을 고려한다면, 교육과정을 뒷받침 없이 새 교과서 개발만으로는 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교육환경의 변화 역시 한계를 가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환경교육을 공교육에 요구하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지식이 국민의 보편적인 지식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로 찾아가는 생태전환교육이나 소수의 탄소배출제로 학교, 생태전환학교, 생태전환실험교실(리빙랩), 청소년 생태전환활동 지원은 모두 의미 있는 지원이다. 그러나 이미 환경에 관심 있는 청소년, 몇 안 되는 탄소배출제로 학교의 학생을 이외의 넓은 범위의 학생에게 닿을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의 ‘국제 중점학교’, ‘SW 교육 선도학교’ 등 많은 학교들이 기존의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한두 개의 특별반에서만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했던 것을 생각하면, 생태전환학교의 학생들조차 제대로 된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탄소배출제로학교를 ‘환경친화적 생활 태도를 기르기 위해 자원과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쓰레기를 감축하며, 친환경 교통을 이용하는 학교’로 명명한 이상 기존에 진행 중이던 쓰레기 적은 학교, 잔반 없는 날,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던 환경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태전환교육 계획안의 다른 요소들 역시 도입, 수립, 확충, 지원 등 그 대상과 목표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한정된 형태로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한계는 생태전환교육이 1. 서울시 교육청으로 범위가 한정되어 있으며 2. 대부분 의무나 필수가 아닌 일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이며 3. 환경을 바라보는 교육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점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에 의해 시범학교에서 시행되는 채식급식 선택권 도입 역시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 기후 행동이 준 ‘기대이상(賞)’이 교육청이 아닌 서울시 교육청 혹은 일부의 생태전환교육과 채식급식 선택권을 시행하는 일부 학교만 받아야 하는 상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세 번째 문제를 살펴보자면 지금의 생태전환교육은 체험의 범위와 대상 학생은 늘어났으나 기존과 같은 방법의 환경교육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연구하고 제시한 생태전환교육의 예시들은 농사 체험, 화단 가꾸기, 쓰레기 줄이기 등이다. 이는 농사꾼의 피땀이 어린 쌀알을 어떻게 남기냐던 잔반 없는 날 정책과 농촌체험의 일환인 고구마 캐기, 분리수거 교육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서울시 교육청이 제시하는 화단의 식물을 화분으로 옮겨 교실에 전시해두는 잘 된 생태전환교육의 예시는 생태계의 일부로서의 인간이 아닌 자연을 통제 아래에 두는 인간 중심 자연관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교육의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한 환경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의 환경 교육이 이대로 나아가도 괜찮은가. 2
2. 새로운 시각의 환경 교육
흙을 만지고 자연을 체험해 보는 생태전환교육의 예시들은 길어야 6년의 유예밖에 없는 급박한 환경 문제 앞에서는 느리고 효과적이지 않은 교육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속에서 반복되던 수많은 쓰레기 섬의 이야기, 지구 온도가 몇도 올라가면 해수면이 몇cm 상승한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긴급함 없이 평소처럼 자연을 느껴보자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물을 아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교육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
환경 문제는 당장의 실천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오히려 환경 교육을 한다고 나누어주는 손수건, 에코백, 텀블러 만드는 자원 하나 줄이는 것이 더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환경친화적으로 변화하기보다는 교실의 깨끗한 환경을 위해 밀대보다 물티슈를 선호하고 급식의 질이 개선되며 고기와 음식물 쓰레기, 일회용품의 이용이 늘고, 학생들의 체험을 위해 수많은 석유 화학품으로 만든 교구들이 도입되고 있는 지금은 흙을 만져볼 때가 아닌 당장의 자원 활용과 환경 교육을 그 밑바닥부터 바꾸어야 하는 시기이다.
# 학생들에게 이론만을 가르치고 죄책감을 심어주는 교육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
학생들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환경 보호는 실제와 교육의 괴리, 환경의 부족으로 좌절된다. 우리가 가르치는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실제로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환경 교육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분리수거 역시 그렇다. 많은 학교에서 분리수거함을 설치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분리수거 노력과 관계없이 모인 쓰레기를 다시 섞어서 배출한다. 이제 겨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시작한 상황에서 종이컵, 컵라면 용기와 같이 환경부가 분리배출 하라고 가르치는 많은 재활용 쓰레기들을 많은 부분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는다. 국가가 재활용되었다고 표시한 양 역시 쓰레기를 태워 대기오염과 함께 에너지를 생산하는 SRF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학교 안에서 아무리 배운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더라도 시장의 변화 없이 학생들에게 환경보호의 책임을 맡길 수는 없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광역시에서도 채식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고,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서울 내에서도 손에 꼽는 수만큼만 존재한다. 소수의 환경친화적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자 택배를 시키면 이동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며 포장재와 테이프가 사용된다.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다는 기업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더라도 환경부가 제공하는 친환경이라는 마크와 달리 다른 포장재와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똑같이 처리되어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면 진정한 친환경 제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죄책감을 느낀다 하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변화를 낳을 수 있을까.
# 환경 교육은 학생이 환경을 바꾸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교 내에서 수업하고 환경친화적인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외부의 변화 없이는 어떠한 긍정적인 전환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학생들보다 기업과 시장이 하는 환경파괴가 훨씬 심각함을 알고 있다. 현재의 국가 정책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정책에 맞추어 이상적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1.5도의 목표가 아닌 3도의 상승을 예고할 뿐이다. 100개의 교실에서 플라스틱 통으로 업사이클링을 하는 것보다는 플라스틱 통을 사용하는 업체에 환경친화적인 재료로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학생 1,000명이 환경 다짐을 작성하는 것보다 한 기업에 환경 다짐을 요구하는 것이 더 영향력이 크다. 그렇다면 진정 환경을 위해 키워져야 할 학생은 자신뿐만이 아닌 학교, 지역사회, 기업, 국가를 향해 너도 친환경적으로 바뀌라고 요구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학생, 외부를 변화시키는 학생이다.
나와 학교를 넘어선 변화를 요구하는 환경 교육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웃, 동물, 환경을 위한 변화를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행하는 제인 구달의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환경 운동이 시작된 지는 이미 30년이 지났다. 이미 청소년 기후 행동으로 교육계의 변화를 이끌어 낸 청소년들은 행동하는 환경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 더하기가 무엇인지 알아도 실제로 계산을 할 수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듯이 태양광 패널의 원리를 알고,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익혔더라도 실제로 이를 적용하지 않으면 교육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우리에게는 자연과 친해지고, 지겨운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론의 교육이 아닌 학교와 지역사회에 요구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교육이 필요하다.
3. 생태전환교육의 희망
다행히 서울시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중장기계획안의 연차별 과제 추진계획 중에는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교육과정 전환계획 중 2022년의 ‘중교등학교에서 환경 필수선택과목지정’, 교육환경 구축 중 2024년의 ‘채식선택급식 전면 시행’, ‘청소년 생태전환 활동 지원’이다.
환경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면 계획과 이름만 남고 사라진 과거의 많은 교육과 다르게 실제로 넓은 범위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아직 환경 과목이 어떤 내용을 포함할지 필수선택과목지정이 어느 정도 범위로 이루어질지, 필수선택과목의 배치는 어떻게 될지,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도 환경에 관한 지식이 지금 당장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지식, 정말 필요한 지식임을 인정하고, 모든 의무교육 대상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기에 보편적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교육 안의 내용 선정이 지금의 인간 중심적이고, 긴급하지 않고 학생에게만 책임을 물으며 미래를 희망차게 그리는 선에서 그치지 않도록, 선택 요소가 필수적인 지식을 제하지 않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채식선택급식 전면 시행은 채식을(이) 친환경을 위한 길임을 교육청에서 인정하고, 학생을 자신의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임을 인정하며, 채식의 중요성을 재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제껏 채식은 당연한 생태계의 순리를 거스르는 오만이나 동물의 입장에 과하게 공감하는 프로불편러들의 이야기로만 여겨지곤 했었다. 학교에서 급식에 선택권을 제시한다는 것은 채식이 동물권만이 아닌 환경의 문제에 관한 권할 수 있는 권리임을 학생들과 교직원을 포함한 모두에게 알려준다. 또한, 채식을 일상 속에서 접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육류 생산 과정, 메탄가스의 발생, 산림의 파괴와 같은 연결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여전히 채식 식단이 정해진 금액 안에서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을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학부모가 정말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채식을 선택할 수 있을지, 선택이라는 이름 하에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는 정책이 되지는 않을지 하는 여러 걱정거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채식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청소년 생태전환 활동 지원은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환경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것을 증진한다는 부분에서 의미를 가진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 본인이 다짐을 하고 쓰레기를 줄여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환경 교육은 주변을 바꾸고, 학교를 바꾸고, 지역사회와 국가를 바꿀 수 있는 학생의 역량을 길러주는 생태전환 활동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직접 마을의 식물 생태계 변화를 분석하고 유해 외래종을 제거하여 생태계를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았던 뿌리와 새싹 활동이나,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방’에서 시작하여 매일 유업이 제품의 빨대를 없애도록 만든 빨대 반환 운동 등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좋은 생태전환 활동의 예시이다. 무엇을 생태전환 활동으로 정의할 것인지, 학생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줄 것이며, 기존에 환경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까지 활동하게 만들 유인책은 무엇을 제공할지 같이 아직 논의되지 않았고 합의가 필요한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환경과 관련하여 청소년이 선택하고 행위 할 수 있는 주체로 보고, 그 행위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활동 지원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 교육을 추구해야 할까. 청소년 기후 행동은 교육청에 꾸준히 탈석탄 금고를 요구했다. 이는 교육이 비단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사회에 영향을 주며 함께 변화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앨빈 토플러는 '기업은 100마일, 시민단체는 90마일, … 학교는 10마일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해 학교가 기업의 1/10의 속도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지구를 돌이킬 수 없을 때가 되어야 환경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의 필수과목화와 채식선택급식 전면 시행, 청소년 생태전환 활동 지원이라는 생태전환교육 계획들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이 세 가지 부분에서 교육이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환경 교육은 기존의 교육을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깊게 시행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보다 앞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사회에 새로운 요구를 하고 변화를 이끌 학생들을 길러내야 한다.
교육청의 행보가 ‘기대이상(賞)’을 받은 것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탈석탄 금고 선언은 11개의 교육청만이 참여한 것이 아니라 전국 56개의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함께 참여한 선언이었고, 그 덕분인지 지난해, 하나, 우리, 신한, KB, NH농협이 ESG 경영 을 선택하고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은행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우리, 신한, 농협은 저탄소 정책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내비쳤으며, 하나는 상반기 탈석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KB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3 교육에서 채식 선택을 권리로 인정하고 채식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덕분인지, 병무청은 올 2월부터 병역판정검사 시 신상명세서에 채식주의 여부를 표시할 예정이며, 이 경우 부대에서 입영자에게 채식주의 음식을 제공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4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의미 있는 한발을 떼었고, 2020년의 교육의 변화와 함께 사회의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을 넘어 모든 교육의 변화를 위해 생태전환교육과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5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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