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너머로

피스타치오

 

제각기 이유로 학교의 울타리 밖으로 향한 청소년들이 있다. 어떠한 이유로든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 학교 밖에 있을 때, ‘학교 갈 시간에 왜 여기 있느냐는 질문이나 그런 물음을 담은 시선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다. 필자의 경우 그럴 때마다, 원래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십 대가 학교 밖에 있다는 것이 마치 모험처럼 느껴지곤 했다. 이 세상 모든 십 대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그때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생활하는 청소년이란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였고 그들은 비정상적 영역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현재도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으며 때로는 의도치 않게 타인의 영역을 침해하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생각과 생활을 담아내고자 진행했다. 필자가 만난 이들은 누군가의 생각처럼 어떤 측면에서 유별난” “도드라진아이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전에 내가 봤던,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어서 혼이 났던 고등학교 동기들과 별다를 것 없는 해맑은 모습이었다. 인터뷰는 두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경상북도 상주시에 위치하고 있는 한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이 곳은 현재 미인가 상태이지만 차후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학교의 홈페이지를 통해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학교를 정식으로 설립하기 이전부터 현 교장 선생님은 시골의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시면서 이를 준비하셨으며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으로 졸업생도 배출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태다. 학교의 설립 취지는 현대 사회의 가정과 직장을 바로 세우기 위한 목적과 함께 가정의 안정을 중시하면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인도하여 사회 속의 성숙한 일원이 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학생들을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학생들을 데려다준 선생님은 자리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자리를 피해주셨고 학생 둘과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앞서서 간단한 잡담을 통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필자에게 맞춰주면서 여유롭게 질문에 대답해주었고 호쾌하고 매우 솔직하게 대해주었다. A학생은 19살 충남 당진에서 지내다 온 학생이었고, B18살 전라도 익산에서 온 학생이었다. A는 중학교 3학년 때 중퇴를 하고 바로 대안학교로 왔고 B는 곧바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대안학교로 온 경우였다. 인터뷰 질문지는 미리 준비해갔지만, 답변 내용에 따라 순서를 바꾸거나 추가 질문을 하는 등 비구조화된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크게 학교 밖으로 나오기 전의 삶과 학교 밖에서의 삶으로 구성된다.

 

학교 울타리를 나서며

 

1. 학교를 나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심리적 원인이나 학교 자체의 구조적 원인, 관계적 원인, 가정적 원인 등

B: 저는 친구 문제가 좀 있었어요. 관계적인 문제로 인해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대안학교에 왔죠. 여기는 제가 학교생활 힘들어하다 보니까 이모의 권유로 상담하다가 알게 됐어요. 1 때 상담했는데 그 당시 제가 일반 학교 로망이 있긴 있었어요. 체육대회나 소풍이나....그래서 고등학교 때 오겠다고 했는데 그런데 중학교 생활도 생각보다 힘들어서 예정보다 일찍 오게 됐죠.

A: 어머니께서 제가 학교 다니는 것을 보시고 중학교 인생 허비하는 것 같다고 여기로 보내셨습니다. 하하!

 

2. 학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반적인 인상이나 이미지?

A: ... 사회 생활? 인간관계를 할 수 있는 작은 사회!

B: 저는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았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관계 문제가 있다 보니까 초등학교 때 못 누렸던 것을 중학교 때 누리고 싶었고 그래서 일부러 중학교도 멀리 있는 곳으로 갔는데 계속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됐죠. 이제는 근데 이런 우울함도 제가 조절할 수 있고 많이 좋아졌어요!

 

3. 학교를 그만두려고 할 때 선생님이나 학교 혹은 기타 주변의 반응과 태도는 어떠했나요?

A: 학교를 나왔을 때 담임 선생님이 되게 엄한 분이셨어요. 저한테 막 인생이 망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게 생각나요. 제대로 된 비전 없이 나가면 혼선도 올 거고 학교 밖에서 교육도 잘 받겠냐고 그러시더라고요. 인식 자체도 나쁘다고. 친구들은 친한 친구 빼고 제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아무도 몰랐죠. 학교에서 제가 임신을 했다느니 애를 팼다느니....이상한 소문도 돌았어요. 언제는 6명 정도? 친한 선생님들이 돌아가시면서 저를 말리셨어요. 개인적으로 친분 있던 선생님께서 불러서 너 나가면 안된다고 그러실 때마다 일단 저는 저만의 비전을 찾아간다고 대답했어요. 근데 제가 학교를 나오는 것이 오히려 더 나았다고 생각한 점이, 선생님이 정말 엄한 분이어서 많이 애들도 때리셨거든요. 욕도 엄청 하시고 많이 애들 패기도 하셨는데 그때마다 학교에 있는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자연스럽게 학교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은 별로 안 남죠. 그 선생님이 20년 동안 반 1등을 안 놓치시는 반이어서 억압도 심했고. 아 또 제가 원래 학생회장이 꿈이었는데 강제로 부반장을 선생님이 시키셔서 못하게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학교 나올 때 그렇게 미련도 딱히 없었네요.

B: 보통 학교를 등교하면 8시경에 가는데 저는 810분에 가고 아니면 오후에 갈 때도 있고 제 그래서 수업 시수를 간신히 채웠어요. 복도 지나다닐 때 맨날 창 밑으로 수그리고 지나가고. 저는 가끔 교실이 아니라 상담실로 바로 갔어요. 그 당시에 제가 조금 아파서 학교 차원에서 배려를 해줘서 가능했죠. 나갈 때는 보이기 싫으니까 다른 학생들보다 20분 전에 교실 앞을 지나가면서 숙여서 다녔어요. 선생님들도 그냥 자라고 수업에 참여 안 해도 이해해주시고. 그래도 학교를 나올 때 속 시원했어요. 이보다는 더 낫겠지, 이보다는 나쁠 수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안학교를 왔어요.

 

 

4.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태도는 어떠하였나요?

B: 저희 엄마랑 아버지가 되게 교육을 중시하는데 일단 그런 분들이 가라고 하니까 믿음은 가지고 있었어요. 저희 집이 되게 행복한 집안이라서 집에 삼촌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도 가깝게 지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괜찮아하셨는데 오히려 할머니랑 삼촌들이 반대를 심하게 하셨어요. 왜냐하면 할머니께서 아빠랑 삼촌들을 딱 엘리트의 정석대로 키우셨어요. 대학교, 대학원도 보내고. 그래서 제가 제도권 밖으로 남들과 다른 교육을 받게 되고 자라는 것에 대해서 되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A: 저희 집은 엄마가 제 상태를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여기로 보내려고 하셨는데, 아빠는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아빠가 기독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계셨는데 아무래도 우리 학교가 교회와 연관된 학교라서 별로 안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오히려 불교인 할머니께서 저를 여기 보내는게 낫겠다고 찬성하셔서 오게 됐죠. 아빠가 그래도 공부나 교육에 대해서는 나름 개방적이신 분이었던 것 같아요. 종교적으로 조금 껄끄러워하셔서 그렇지.

 

5. 제도권 밖으로 나갈 결정을 할 때 가장 고민했던 문제는 어떤 것이었나요?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

B: ..아직까지 사회가 검정고시생이나 자퇴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검정고시 봤다고 하면 수준을 낮게 보기도 하고. 수능을 치자니 교육 시설이나 지원이 비교적 부족해서 걱정되긴 했어요.

A: 아 저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알아보니 사장님이 어디 고등학교 다니냐고 여쭤보셨어요. 그래서 아무 고등학교 이름 대다가 찔려서 사실 안 다닌다고 자백하니까 그 분이 저한테 그럼 남자친구하고 같이 사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정말 그때 당황스럽고 기분이 나빴어요. 결국 그 아르바이트는 안 했는데 학교를 안 다닌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누구나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측면의 부적응을 겪기도 한다. 그러한 경우 학교에 적응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선택지를 벗어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저 필요한 부분이 다를 뿐인데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겁을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필요한 대처를 해주지 못하거나 혹은 방임할 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에 대해서 낯설게 느낌 이상으로 비정상 취급을 하는데 이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다. 전혀 상관없는 부분과 말도 안 되게 연관시켜 해석하기도 하면서 그들은 낯설게 다가온 이들을 상처입힌다.

 

학교 울타리 밖에서

 

6. 학교를 그만둔 후 지역에서 관리하는 교육 센터나 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나요?

B: 대안학교 다니면서 꿈드림 센터에 가서 승마 체험도 하고 종종 가는 것 같아요. 저희 학교에도 가끔 오시고 괜찮은 행사 일정 있으면 알려주시고 개인용품이나 검정고시 때 간단한 간식이나 컴싸 등도 챙겨주세요. 다시 제도권 내로 다시 복귀하라는 그런 소리도 없으시고 아마 이미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그런 말씀을 안 하신 것 같기도 해요.

 

7. 대안학교에서의 하루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나요?

B: 저는 요새 하루종일 토익 공부하고 있어요. 저는 검정고시를 이미 통과했어요

A: 원래 스케줄은 아침 7시에 7시 반에 일어나서 8시 대충 씻고 밥 먹고 기도하고 10시부터 1시까지 검정고시 관련 과목 공부를 해요. 아니면 진로마다 다른데 생활영어나 회화, 토익 공부하는 반이 따로 있어요. 중학생은 중학생용 검정고시 공부를 하거나 고등학생은 수능 공부 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시간에는 저희가 원하는 수업을 직접 짜서 해요. 제 경우는 마사지에 관심 있어서 주변에서 마사지하시는 지인분이랑 연결해주셔서 배우기도 해요. 아니면 역사 관련한 관심이 있으면 피피티를 만들어서 발표도 해보고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직접 찾아보는 거죠. 어떤 언니는 경영 쪽에 관심 있어서 물건 판매에 대해서 발표도 준비하기도 하고. 생활 영어할 때는 시사 문제 만들어서 조사해서 발표하고 토론도 해요. 대학 갈 때 수업도 미리 대비할 겸.

B: 운동도 하는데 할 때마다 뭐할지 토론해서 결정해요. 지금은 배드민턴하고 있고 또 다음달에는 달라지고. 우선 기초부터 배우고 실전을 하는데 시간은 요일마다 달라요. 오전 수업은 거의 똑같고 오후 수업은 돌아가면서 하고 금요일에는 외부 선생님 오셔서 악기 수업하기도 하고 끝나고 나서 요리 재료 준비해서 같이 맛있는 것도 해요.

 

8. 대안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제도권 내의 교육에서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A: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 원래 학교는 이거해야 하고 만약 안 하면 이상한걸로 취급되는데, 대안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만 원하는게 있으면 건의도 할 수 있고 지원도 받을 수 있어요. 계획이 없는? 그런 것? 저희가 놀러 가도 갑자기 정해지기도 하거든요. 학교는 미리 정해져 있는게 많잖아요. 저희는 갑자기 영화보러 가고 일주일 전에 정해지기도 하고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거 다 하는게 좋아요.

B: 여기는 학생들이 다 모여서 생활을 공유하고 기숙사에서 거의 24시간 붙어있잖아요. 사실 학교도 조금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싸우면 얼굴 안보고 싶으면 안봐도 되는데 저희는 그게 더 안되니까 서로 져주고 그런게 좋아요. 어쩔 수 없이라도 맞춰져 가는 공동체적인 인간관계가 확실히 일반 학교랑은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람을 대할지 배워가는 것 같고 저희는 싸우면 티가 나거든요. 그래서 서로 다르구나 이게 싫구나 서로 이해하게 되고 사회 생활을 미리 진하게 배우는 것 같고 이게 가장 큰 교육의 취지라고 생각해요. 아 저희도 저희 공간을 알아서 청소하고 세탁기도 돌리는데 이제 저희는 용돈을 받으면 옷이나 화장품 사기보다 세제나 샴푸를 사요. 그래서 생활적인 경제관념도 생긴 것 같아요.

 

9. 대학의 입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굳이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냥 가보고 싶어요. 제 또래 사람들도 더 만나보고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유아나 교육, 사회 복지나, 상담, 심리 등등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하고 싶은걸 하고 싶어요.

B: 저는 간호 쪽을 생각해서 일단 무조건 대학을 가긴 해야 해요. 4년제로 가야 해서 아무래도 전문성이 필요한 걸 하고 싶다면 대학을 가야겠죠.

 

10. 장래에 가지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B: 간호사 직업 선택할 때 힘든건 알지만 다른 나라에 가서 사람들 도와주고 싶어요. 무작정 가는 것보다 제가 가진 기술 등으로 그 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도움을 주면 좋으니까.

A: 저는 마음이 힘든 사람을 돕고 싶어요. 마사지 몸을 치료하면서 마음도 치료할 수 있고 유아 쪽은 애기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랑을 많이 주고 싶어요. 사회 복지도 그런 쪽이고.

 

11. 다시 제도권 내의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이유로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B: 조금 고민되기는 한데 일단 저는 없어요. 여기서 얻은 게 많아서 그냥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돈이나 명예보다 하고 싶은걸 찾은 것 같아서 후회는 없어요.

A: 저도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에게 대안학교는 고향같은 느낌이에요. 나를 아껴주고 존중해줬는데 일반 학교를 가면 이것들을 누리지 못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일반 학교에서는 싸우면 빨리 화해하라고 사건을 덮는 식으로 일이 처리되는데 여기는 싸우는 것도 한 교육으로 보는 것 같아요. 보다 큰 걸 보는 거죠. 고민은 되겠지만 결국 다시 대안학교를 택할 것 같아요.

 

12. 하고 싶은 말

B: 비록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제 자리에서 경로가 어떻든 제가 갈 곳에 잘 가면 되는 거니까. 끝이 좋으면 되니까 에둘러 가든 어떻게 가든 제가 하고 싶은 것 많이 경험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A: 사람들이 대안학교 하면 항상 문제아, 학교 적응해서 할 일 없는 애들로 보는데 꼭 학생은 초중고 대학 가는 것이라는 편견이 사라지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가야 할 길이 다른데 함부로 정하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전체의 잘못된 편견이죠. 이런 점은 많이 개선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학생들은 분명히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꿈꾸는지 인식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정상성을 회복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우려와 다르게,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보다 다양한 측면으로 건강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 청소년들은, 사회가 학교라는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분명히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잘 알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사회의 고정관념과 비정상에 대한 거부를 이 두 명의 청소년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 씩씩하게 해쳐나가는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사회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혐오하고 불안해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혹은 아예 좌절하며 삶의 중요한 부분을 너무나도 일찍 포기해버린 청소년들도 있다. 학교라는 특정한 제도권 내에 속하지 않으면 그 다음의 길이나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안내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절성과 배타적인 모습은 누군가를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아닐까. 학교 밖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결국 학생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그 선택의 영향을 미치는 포괄적인 것들의 경우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졸업하지 아니더라도 같은 능력이 있다면 같은 대우를 받고, 스스로에 대해서 떳떳함을 가지고, 각자에게 알맞은 삶을 선택할 기회를 그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것들 중,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기관과의 연계인데 인터뷰 대상 청소년들이 속한 곳이 미인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기관과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서 놀라웠다. 또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추구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오히려 더 스스로 적극적으로 목적을 추구해나가는 모습에 놀랐고, 똑같이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쫓아가던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 글로는 당연히 그들의 모든 삶을 이해할 수도, 그럴 시도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B학생의 말처럼 방법이 어떻든,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기준 내라면 본인이 좋고, 끝이 행복하면 된다는, 가치에 대한 우선성에 대해서 더욱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여전히 선명하게 존재하는 사회의 시선과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알릴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미흡하지만, 글을 썼다. 인터뷰를 도와주고 생각할 점을 준 빛나는 청소년 두 분께 큰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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