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연속보도 - 여는 이야기

 

에나

 

1. 개념

 

청소년들에게 '학생다움'은 지겹도록 익숙한 말이다. 학생답게 행동해야지, 학생이 그게 뭐니, 학생은 그러면 안 된다등등.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학생 신분이라는 사실 관계를 넘어, 많은 이들의 인식 속에서 '청소년이라면 학생이어야지'라는 것은 하나의 당위이다.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이란 어딘가 불완전한, 모순적인 단어처럼 다가온다. '학교''청소년'도 너무나 익숙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조합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청소년이면 마땅히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학교 밖에 있다? 그럼 학업을 포기한 이들인가? 용어 자체도 낯설고 생소한 만큼, 이들에 대한 무지나 오해도 만연하다.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 있는가? 왜 이들은 학교를 나왔고 지금 무엇을 하는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 2호 제 2항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란 다음의 사항에 해당되는 청소년을 일컫는다.

 

1) 초등학교·중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입학한 후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취학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2) 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제적·퇴학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3) 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아니한 청소년

 

위의 설명을 보고, '~ 자퇴생'이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전까지는 '중퇴 청소년', '학교 중도탈락청소년', '학교중단 청소년', '학업중단 청소년', '등교거부 청소년' 등이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2002년 교육부는 이들을 통칭하여 '학업중단 청소년'이라고 명명하였고, 최근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학교를 벗어난 것일 뿐 배움을 그만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확산됨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박근수, 김민, 2016), 관련 법의 명칭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제정되었다.

 

2. 현황

 

교육부 조사(2015)에서 20143월부터 20152월 사이에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은 중학생 11702, 고등학생 25318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초중고 통합 학교 밖 청소년은 40만 명 규모이다. 전체 학생 대비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070.90%, 20090.94%, 20131.01%의 추세를 보였으며, 2013년 고등학생의 경우 1.70%였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조사에서 밝힌 바로는 건강, 심리적·정신적 문제, 가정불화, 가정 경제 사정 등 개인 사정이 10.9%, 공부가 싫어서, 학교에 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친구들이 싫어서, 선생님이 싫어서 등 재학하던 학교의 문제가 59.2%이며, 검정고시를 하려고, 내 특기나 소질을 살리고 싶어서 등 대안교육을 찾기 위해 학업을 중단한 경우가 20.4%로 나타났다.

학교를 떠난 이후 경로를 정리해보면, 학업형이 47.6%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무업형 21.6%, 직업형 18.9%, 비행형 11.9%의 순서로 나타났다. 개별 경험으로 보자면 71.5%의 청소년들이 복학하여 학교에 다니거나 대안학교에 다니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의 학업형 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1)

 

3. 인식

 

이처럼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학교를 나오고,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밖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이들을 몇 가지 범주 안에서 규정한다. 학생의 본분을 버리고 학교를 이탈한 문제적 존재, 혹은 학교 밖에서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한 기특한 학생들이다.

 

3.1. 문제적 존재(2)

다수의 연구들은 전자, 문제적 존재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런 연구는 청소년들이 학교를 나온 후 상당한 정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경험하며, 위험한 상황에 쉽게 노출됨을 강조한다.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업중단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15). 신중한 고민이나 준비 없이 학교를 떠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학업중단숙려제를 도입하거나 자발적 학업중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교육 내 대안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학업중단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에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에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학업중단이 청소년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고 청소년이 학교에 머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최근의 학교 밖 청소년 연구들은 비교적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유형을 찾고 그에 따른 맞춤형 진로 지도와 복지 지원을 강조하거나(윤철경 외, 2013; 관계부처 합동, 2015), 학업중단과정, 사회적응, 학업복귀 과정 등에 대한 각각의 경험을 담은 질적 연구 (오혜영 외, 2013; 김상현, 양정호, 2013; 오정아 외 2014), 학교 밖 청소년의 생활실태와 복지욕구(조아미, 이진숙, 2014) 등이 예시이다.

그러나 그 내용들 역시 학업중단 후 비행, 우울, 불안, 성매매 혹은 성폭력, 학업중단 이전에 문제행동을 했었는지 또는 학업중단 후 문제행동을 얼마나 하는지에 대한 연구들로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문제아 또는 비행청소년으로 보는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3.2. '모범적' 혹은 '바람직한' 대상

학교 밖 청소년은 불안정한 상태라는 인식에 의해, 그들이 긍정적으로 소개되는 사례는 대부분 제도권 교육으로 돌아가는 경우이다. 학교 밖에서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선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혹은 학교 밖에서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범적'이라거나 '바람직'하다고 소개되는 사례들은 자신의 목표를 찾아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경우이다. (남기곤, 2011; 백혜정, 2015)

EBS '공부의 왕도' 프로그램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안학교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의 사례를 다루며 대안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특별한지 소개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대안 학교를 선택했지만, 노력을 통해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며 어떻게 그가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가 얼마나 모범적 학생인지 강조한다. 이후 학생의 이야기는 여러 언론의 기사로, 그의 공부법 저서 발간으로 이어졌다. 대안 학교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이상할 것 없는 일이지만, 그가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성공' 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적이다.

 

 

4. 결론

 

몇 년 전 대외활동에서 만난 한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밝고 유쾌하고 친절했다. 그 친구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하다가 대안학교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 '저렇게 성격 좋은 애가. 학교를 자퇴했단 말이야?' 세상엔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자퇴의 이유 역시 각양각색이며 그 이후의 삶도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학교 밖 청소년들이 왜 학교를 나오게 되는지, 그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대안 학교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이 글을 쓰는 중에 1년 반 동안 가르친 과외 학생이 건강이 문제로 고등학교를 자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학교는 다니는 게 낫지 않나? 성실한 친구인데 힘들겠네.'라는 걱정과 염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마지막 인사를 위해 만난 식사 자리에서 그 학생은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활기차 보였다. 앞으로의 휴식과 공부에 대한 계획을 들으며, 내가 보지 못했고 생각하지 않았던 학교 밖 청소년의 삶을 그려보게 되었다.

'청소년들은 왜 안전한 학교를 떠나는 것일까?', '청소년은 학교 안에 머물러야만 하는가?',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학업을 중단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학교 밖에서의 학업과 학교의 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왜 학교 밖 청소년은 다시 제도권 교육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제도권 교육은 청소년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해주어야 하는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이제까지의 논의는 충분히 다양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만들어진 프레임에 따라 그들을 꼼꼼히 검수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적 대상인지, 아니면 열심히 공부하는 기특한 학생인지 분류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껏 던지지 않았던 질문들을 생각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에 관한, 대안 교육과 제도권 교육에 관한 앞으로의 글들이 좋은 질문들을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참고 문헌>

관계부처합동(2015). 학업중단 예방 및 학교밖 청소년의 자립역량 강화 학교 밖 청소년 지원대책.

교육부(2015). 교육통계연보

남기곤(2011). 고등학교 단계 학업중단의 경제적 효과 추정. 시장경제연구, 40(3), 63-94

박근수, 김민(2016). 학교 밖 청소년과 학업청소년의 건강실태 비교 연구. 청소 년시설환경, 14(2), 17-26.

박병금, 노필순 (2016). 학교 밖 청소년의 학교중단과정과 학교 밖 생활경험. 청소년학연구, 23(8), 47-78

백혜정, 송미경, 신정민(2015).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정책 체계화 방안 연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오혜영, 박현진, 공윤정, 김범구(2013). 현장상담자들이 인식한 학업중단청소년 의 특성과 개입방향. 청소년학연구, 20(12), 153-179.

윤철경, 서정아, 유성렬, 조아미(2014). 학업중단 청소년의 특성과 중단 후 경로 : 학업중단 청소년 패널조사데이터분석보고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윤철경, 유성렬, 김신영, 임지연(2013). 학업중단 청소년 패널조사 및 지원방 안 연구 I.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상준, 이수경(2013). 2013년 비진학청소년 근로환경 실태조사. 한국직업능력 개발원 보고서.

 


(1) 관계부처합동(2015),「학업중단 예방 및 학교밖 청소년의 자립역량 강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서 윤철경의 분류에 따름 
(2) 박병금, 노필순 (2016), 「학교 밖 청소년의 학교중단과정과 학교 밖 생활경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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