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지니어스 (2017)>

 

  22년 11월 23일, 세 명의 교육저널 편집위원들(이하 나무, 당근주스, 정민)이 모여 영화 <배드 지니어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올해 시험을 주관하는 STIC 협회가 부정행위를 발각해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 시험지가 유출됐다는…” 천재소녀 ‘린’이 설계한 완벽한 답안지 모두가 원하는 그녀의 답안지로 전세계를 속여라! 시차를 이용한 완벽한 계획 거금이 걸린 천재의 위험한 신종(?) 학업 비즈니스가 시작된다![각주:1]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Q1: 시험 부정행위와 관련된 경험이나 관련되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정민: 저는 궁금했던 게, 여러분들이 감독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치팅’을 목격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나무: 감독관이면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민: 그냥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할지 저는 고민이 돼요. 어떻게 하는 것이 교사로서의 현명한 대응일까요? <배드 지니어스>에서는 교사들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나무: 그 시험 끝나고 쉬는 시간에 따로 부르지 않을까요? 영화에서 나오는 국제시험관이 되게 무섭더라고요.

 

당근주스: 저는 근데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치팅을 목격한 적이 있었어요.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수학 선생님께서 왕따 관계를 모르고 무작정 피해자 친구한테 왜 시험지를 보여줬냐고 혼내셨어요.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제가 일어나서 저 친구는 억지로 한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하여튼 저는 쉬는 시간에 따로 말하든지 해야지, 그 자리에서 질책해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민: 당근주스님의 사례 같은 경우가 참 애매한 것 같아요. 기계적인 수준에서의 공정함을 보장하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직접적인 폭행이 가해진다면 어떡하나요. 보여준 학생의 점수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학교별로 관련 세칙이 정해져 있다고 하던데, 방금 말씀해주신 복잡한 수준의 맥락이 반영되고 있는지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Q2: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정민: 마지막 장면이 가장 마음 아팠어요. 뱅크가 너무 악해져서 슬펐거든요. 영화 초반에는 윤리적이고, 주인공 린을 도와주려고 하는 캐릭터였는데 끝에 가서는 엄청나게 가치관이 변한 거니까요. 린이 마지막 계획을 반대하니까 협박까지 하잖아요. 그래서 충격적이었죠.

 

나무: 초반에는 린이 다 주도하고 뱅크가 막는 느낌이었는데, 시험이 끝난 후에는 뱅크가 또 다른 린이 된 느낌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이 마지막 제안을 거절하고 문을 열고 나갈 때 뱅크 표정도 좋지 않아 보였어요. 씁쓸해보이기도 하고, 본인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 같기도 했고요.

 

당근주스: 뱅크가 타락했다고 하긴 하지만,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린이 깨달음을 얻고 그만둔 것처럼, 뱅크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잠깐의 실수였길 바라요.

 

 

Q3: 영화에 나왔던 캐릭터 중 인상 깊었던 캐릭터를 한 명 꼽아봅시다. 이유도 함께 설명해주세요.

 

정민: 그레이스가 귀엽고 웃겼어요. 본인의 성적도 중요하긴 하지만, 친구로서 린을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자기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웃기고 귀여웠어요. 너무 순수하게 그려졌거든요.

 

나무: 주인공들 보면서 고등학교 친구 중에서 두 명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어디 있는 것 같은 느낌. 연기를 너무 잘한 것 같아요. 교장 선생님 마음에 약간 안 들었고요. 교장 선생님이 인성 지도를 하긴 하지만 결국 본인도 부도덕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요. 그래서 위선적인 느낌이 굉장히 났어요. 린의 아버지도 기억에 남는데, 처음에는 무서운 아버지이신건가, 생각했는데 마지막 즈음에는 린이 국제 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을 자백하고 본인에게 다시 돌아오게끔 한 것을 보면…. 린을 선한 길로 다시 인도해주신 것 같아요. 다 좋은 길로 이끌어주려고 하신 것이구나, 싶었네요.

 

당근주스: 린이 자백하러 갔을 때 아버님이 지으셨던 인자한 미소가 기억에 남아요. 부모님도 생각이 나고 슬펐거든요. 그런데 뱅크는 그걸 가지고 역으로 협박한 거예요. 너희 아버지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식으로요. 하지만 아버님은 린을 믿어주신 거고요. 아까 교장 선생님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몇 마디 해보자면, 교장 선생님도 깨끗하지 않다는 게 학부모들에게서 유지비 명목을 통해 걷는 돈을 통해 설명이 되지요. 그런데 그것이 린이 컨닝해서 돈 번 것과 교장 선생님이 유지비 명목으로 돈 걷는 게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린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한 번 있었는데 저는 이해가 잘 안 되었어요.

 

정민: ‘레전드 피장파장’. 사실은 말이 안 되는 걸 자기도 알면서 이야기한 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적으로 필요한 장면은 맞는 것 같아요. 모두가 무결한 와중에 린만 잘못했다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넣은 게 아닐까요. 린의 미숙함도 드러내면서 말이에요. 전문적인 사기꾼이 아니라 처음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정당화를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의 미숙함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요. 논리적으로 정당한 반박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욱이 린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고요. 질적으로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죠. 교장의 행위는 숨을 구석이 많은 행위예요. 교장이라는 지위의 힘이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숨길 수 있었을 거라고요. 간접적인 부정의라고 생각해요. 직접적인 범죄까진 아니라는 거죠.

 

나무: 린이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안 하려고 했잖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자신의 장학금이 구린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교장 선생님 보고, 당신이 먼저 나를 속였다고 말하는 거라고 저는 이해했어요. 두 행위가 물론 같은 선상에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정민: 적절한 지적이에요.

 

 

Q4: 영화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았던 점이 있으신가요?

 

정민: 연출이 조금요. 경제적으로 최하층에 있는 이들이 자백하지 않았더라면 금수저인 다른 사람들이 아무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외국 대학에 진학했을 거라는 가능성이 씁쓸해요. 그런 식으로 연출한 게 아쉬워요. 마지막에 린이 자백하는 장면에서는 과연 린의 안전은 괜찮을까 걱정스럽기도 했고요. 친구가 말해줬는데, 이게 실화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래요. 그 사건 기점으로 SAT 시험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고요. 실존 인물도 자백을 한 걸까요?

 

나무: 부정행위를 보면서 제가 다 낯부끄러워졌어요. 그렇게 부정행위를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게 실제로, 시차를 이용해서 치팅이 발생해서 동시에 시험을 보게끔 만들었다 하데요.

 

당근주스: 좀 다른 이야긴데, 영화 초반에 취조실에서 뭐라고 말했는지 갑자기 기억이 안 나요.

 

나무: 후반부랑 옷이 똑같은 걸 보니까, 초반의 취조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발각됐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연습하고 있었던 거예요.

 

당근주스: 저도 낚였네요.

 

 

Q5: 영화 속 사건이 일어나게 된 까닭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당근주스: 뻔하지만, 물질만능주의나 능력주의가 아닐까요?

나무: 시험이 너무 맹목적이었어요. 성취도를 높이자는 것도 아니고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서 성적이 필요하다뇨. 결과적으로 시험의 압박감을 낳게 될 거고, 그런 것 때문에 부정행위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요. 결과가 상관없으면 부정행위가 일어날 필요가 없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요새 중학생 친구들 멘토링하면서 느끼는 건데, 시험이 정말 성취도 확인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시험이 이렇게 이뤄지는 게 맞을까요?

 

정민: 진짜 동의하는 게, 나무님처럼 시험 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시험의 목적이 평가보다는 피드백을 위한 장치로 기능해야 하는데, 동시에 생각해보면 또, 시험이 없으면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도 맞으니까요. 사실 이거는, 저희가 아무래도 공부를 관성적으로든 일상적으로든 해오던 사람들이라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시험이 없으면 좋겠지만요, 시험이 외압의 형태로 존재했을 때 공부를 하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어렵네요.

 

나무: 본격적으로 자유학기제 경험해본 학생들이랑 이야기해보는 것도 필요할 거 같아요. 그런 시험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고 있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같은, 공부 안 할 거면 진로 탐색을 하라는 교육 구조도 싫어요. 학생의 선택이 이 두 가지밖에 없다는 건 문제예요. 영화로 다시 돌아와 보면, 시작 장면에서부터 학업 중심적인 교육에서 학생들은 어떤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린을 아버지가 데려가실 때 이 아이는 학교에서 뭘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잘났는지 늘어놓는 장면에서 아버님이 너무 세일즈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가관이라고 생각했던 건 그 뒤에 곧바로 나오는 장면인데요, 린의 상품성이 인정되어 학비 면제까지 이뤄지는 장면이에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다루고 싶어했던 두 가지(능력주의, 배금주의를 첫 장면에서부터 꿰뚫어 이야기한 게 아닐까요.

 

당근주스: 시험 점수로만 모든 게 평가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공부 잘하는 거랑 연극 잘하는 건 분명 다른 문젠데 왜 같이 가는지 이해가 안 돼서요. 전제 자체가 기분이 무척 나빴어요. 한국은 더 심하지 않나요? 저희 학교는 상 몰아주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랬는데 저희 옆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 상 몰아주는 일이 많았어요.

 

 

Q6: 그레이스가 수학 시험지를 미리 갖고 있었던 장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민: 모종의 교사와의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 같은 게, 뱅크가 부정행위를 고발했을 때 확인해본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장면에서 아, 이 학교는 교사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나무: 그레이스가 과외 선생한테 받았다고 했던 거 같은데, 성적 별로 안 좋은 애들한테 줘서 크게 문제가 안 됐던 거 같아요. 어쨌든 백 점을 맞진 않을 거니까요.

 

 

Q7: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린은 교육학을 전공하기로 합니다. 왜 하필 린이 선택한 분야가 교육일까요?

 

나무: 오히려 린이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린도 부정행위 자체에 문제를 못 느끼는 것 같았는데, 국제 시험 이후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서요. 중학생들이나 미숙한 아이들은 잘못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많고, 엇갈린 길로 갈 수도 있는데, 그 길에서 빠져나온 사람으로서 더 잘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에 자백한 것도,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밝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게 돼요. 뱅크만 들킨 상태여서, 린이 자백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데 말이에요. 제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책을 다 읽었는데, 과학자가 괴물을 만들고 숨겨서 일어난 일들이란 말이죠. 그래서 린의 경우에도 자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엄청난 용기가 아니었을까요?

 

정민: 나무님 의견에 동의해요.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교사는 모범생이었던 사람들이 보통 하잖아요. 교사 풀이 너무나 잘못을 저질러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란 말이죠. 린이 교사가 되면 그런 점에서 좀 더 교육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동시에 드는 생각은, 저는 엄벌주의자라서…. 린이 그런 식으로 성찰하고 변화했다 할지라도, 그게 나중에 알려지면 어떤 식의 파장이 있을지는 뻔하잖아요. 학부모들이 저런 교사는 뭘 믿고 우리 아이들을 맡기냐고 할 수 있는 거고요. 린이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한 영역인 것 같아요.

 

당근주스: 사람들은 본인이 경험한 게 전부라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나중에 교사가 되면, 제 학창 시절을 계속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게 될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마다 다른 길이 있는 거니까, 린이 교사를 한다면 잘못을 했음에도 돌아온 경험이 있으니,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데에는 탁월할 지도 모르지요.

 

 

Q8: STIC 시험의 부정행위를 준비하면서 주인공들은 “성공하면 다같이 성공, 실패하면 다같이 실패”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당근주스: 결말만 놓고 보면 다 같이 성공하고 다 같이 실패하는 건 아니었잖아요. 어쨌든 고래 싸움에 등 터진 건 뱅크고요. 뱅크는 정말 모든 걸 다 잃었어요.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도덕심이라는 가치를 잃었잖아요. 그래서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레이스랑 팟은 돈도 사회적 기반도 있으니까요.

 

나무: 저 말이, 결국 주인공들이 행동할 때, 정당화하는 거잖아요. 결국에는 결과가 좋지 않았고요. 성공하면 다 같이 성공한다는 말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실패는, 내가 망하면 다 같이 망해야 한다는 건가 싶어서 불편했어요. 성공 못 한 사람 입장에서 정당화하는 게 아닐까요. 듣기에는 좋은 말인데요, 뭔가 오류가 있는 것 같았어요. 잘 모르지만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것고도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Q9: 주인공들에게 잘잘못을 매길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누가, 또는 어떤 것이 문제였는지 말해봅시다.

 

정민: 학생들을 가엾게 여기는 건 있지만, 이런 종류의 탈선으로 가는 것까지는 정당화 못하겠어요.

 

당근주스: 동의합니다.

 

나무,당근주스, 정민

 
  1. 네이버 영화 정보,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x_csa=%7B%22isOpen%22%3Atrue%7D&pkid=68&os=5875957&qvt=0&query=%EB%B0%B0%EB%93%9C%20%EC%A7%80%EB%8B%88%EC%96%B4%EC%8A%A4%20%EC%A0%95%EB%B3%B4#>, 2023.03.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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