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코로나19가 한국에 상륙한 지 8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초, 서울대학교는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을 지급했다. 지급대상은 등록금 본인 부담금이 발생한 자, 지급 금액은 등록금 본인부담금에 비례하여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장학금을 지급하게 된 배경에는 1학기 내내 있었던 등록금 반환 운동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전국대학생네트워크는 설문조사를 통해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공통의 의견을 이끌어냈고, 서울대학교에서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비공식적으로 학생위원이 참여하여 등록금 반환 논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엔 아쉬움이 있다. 우선 반환 형식이 ‘장학금’이 되면서, 등록금 반환 논의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따른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워졌다. 코로나 시국은 1년 넘게 이어졌고 장기적인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데, 그 이후 대학 교육 부담을 가계와 사회가 어떻게 나누어져야 하는지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또한, 지급 금액 역시 정확히 어떤 부분에 대한 환불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실습수업이 있는 음/미대 학생들의 경우 다른 단과대 학생보다 더 많은 금액을 돌려받았지만, 애초에 등록금 중 실습비로 얼마나 더 내는지 알 수 없어서 돌려받은 금액도 합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즉, 등록금을 더 많이 내야 했던 이유도, 더 많이 돌려받아야 하는 이유도 소명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장학금의 지급 이유인 ‘학업 고충 경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면서, 에브리타임과 같은 학내 커뮤니티에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발생한 각종 웃지 못할 사건들이 제보되었다. 마이크를 끄지 않고 화장실을 간 학생, 판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수업 등 모두가 혼란스러운 시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장소가 제한되고 사람들이 모이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업 외에 코로나19 이전에 할 수 있었던 여러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불편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왜 이 불편함이 하필이면 등록금 반환 요구로 이어졌을까? 생각해보면 이러한 문제는 등록금을 반환받을 학생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등록금 단 5~6% 반환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운동은 ‘공정한’ 등록금을 책정하는 데 집중하면서 그 바깥 논의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린 것은 아닌가?
최근 다시 대학 등록금 인상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은 예상 못 했던 바가 아니다. 대학은 코로나19로 예정에 없던 지출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 부담을 등록금으로 덜려고 한다. 필자는 이에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과 등록금의 의미를 성찰해보려고 한다. 필자는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에 대해 교육저널 편집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 지급에 내포된 허점들을 살펴보고, 부족하게나마 더 나은 논의를 위한 기반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2. 이 장학금은 어디에 쓰이는 장학금인고?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먼저 등록금 본인부담금이 발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본인부담금에 비례하여 ‘긴급학업장려금’을 지급한다. 두 번째로, 한국장학재단 학자금지원구간 8구간 이하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1인당 50,000원을 일괄지급하는 ‘긴급구호장학금’이 있다. 이 장학금은 긴급학업장려금과 중복수혜가 가능하다.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이 지급된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장학금 지급 공지에 나와 있는 ‘학업 고충 경감’이고, 또 다른 하나는 2020년 1학기 있었던 ‘등록금 반환 운동의 결과’이다. 후자의 맥락은 공지나 안내에 직접 드러나 있지 않지만, 장학금 지급 논의가 등록금심의위원회 학생들의 등심위 개최 요구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등록금 반환 운동과의 연결성을 떼놓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 중 긴급학업장려금은 학생이 등록금을 낸 것에 비례하여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등록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각각의 맥락에서 장학금을 살펴보았을 때, 이 장학금의 의미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는 이 장학금의 목적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임을 먼저 짚고 싶다. 우선 ‘학업 고충 경감’이라는 장학금의 목적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교육저널 소속 학생 인터뷰에서는 ‘학업 고충 경감’이라는 장학금의 목적에 이의가 계속 제기되었다.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에서 1번은 등록금을 낸 만큼 돌려주는 것이고, 2번, 긴급구호장학금은 소득분위 8분위 이하인 학생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잖아요. 그런데 1인당 5만 원씩을 그냥 일괄적으로 지원했는데 고충 경감 비용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 보장된 게 아니라 신청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것도 문제적인 것 같고, 국가장학금 받은 사람은 신청 대상이 아닌 것도 문제적인 것 같아요. (...) 등록금을 더 냈다고 고충이 더한 것도 아니고, 등록금 감면이 재정적으로 힘든 가정이 고충을 더 많이 겪었을 수도 있는데. 낸 거에 비례해서 준다는 게...
위에서 설명한 장학금 지급 방식에 따르면 긴급구호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9, 10분위 학생들을 제외하고 8분위에서 1분위로 갈수록 지원받는 장학금의 액수가 적어진다. 음/미대를 제외하고도 단과대별로 등록금 액수에는 차이가 있어서 구체적인 액수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긴급학업장려금은 냈던 등록금의 5~6%, 8분위 이하부터 주어지는 긴급구호장학금은 50,000원 일괄 지급이므로 8분위부터 소득분위가 낮아질수록 적은 액수를 받으리란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소득 분위가 낮을수록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어려우리란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조치가 학업 고충 경감이라는 목적에 맞게 분배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이 반환이 이루어졌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물론 장학금 신청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지급 방식이 높은 장벽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장학금 신청을 해야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등록금을 낸 학생 전원에게 등록금을 반환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려면, 학교 측에서 무차별적으로, 전부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시기가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특별장학금으로 책정한 금액을 학기 등록금에서 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예외들을 따로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장학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학생 개인이 져야 하는 책임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남대학교에서는 10만 원은 학업장려금으로 현금 지급하고, 2학기 등록 시 10만 원을 뺀 차액을 등록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반환한 바 있다. 1
결정적으로, 낸 등록금에 비해 장학금으로 지급된 금액이 많지 않다는 점도 짚을 수 있다. 학교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피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생긴 애꿎은 지출을 고려하면 학교에서 장학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3. 학교의 재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리
그렇다면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의 ‘등록금 반환’이라는 목적을 살펴보자. 등록금 반환 운동에서 화두가 되었던 것은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등록금은 똑같이 낸다는 점’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구체적인 반환 금액을 제시하기 어려웠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무엇을 할 수 없게 되었는지, 그에 따라 학교에서 기존의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의 정보에 원천적으로 차단되어있어 발생한 문제이다. 분명히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은 많은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등록금이 줄어들지 않은 구체적인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애초에 등록금 책정에 있어 전반적인 합의가 부족하므로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이 무엇을 보상하는 장학금인지 알기 어렵다. 서울대학교 홈페이지 자료실에 공개된 2020년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회의록에 나타난 학교와 학생 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학교 측은 학교 운영에 있어 적자가 발생하는 것을 근거로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생 측은 등심위 이전에 이러한 적자가 발생한 예결산 안조차 제대로 검토할 수 없다. 단과대학에 학생회가 직접 예결산 안을 요구하면 본부에 요청하라 하고, 본부에 예결산 안을 요구하면 단과대학의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꺼리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 재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구성원의 권리–재정 운영과 집행에 목소리를 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사실 ‘등록금을 반환하라’ 이상의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못한 까닭 역시 대학 재정의 불투명성에서 기반한 것일 수 있다. 학생은 학교 재정 관련 정보에 상당 부분 차단되어있어 학교에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렵고, 학교에 예산 사용 방향을 제안하기도 어렵다. 2
이렇게 장학금이 무엇에 대한 보상인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기 때문인지, 장학금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인터뷰이에게 질문했을 때 나온 답변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장학금 자체에 대해서는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구호’ ‘적응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위로’, ‘종합대학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에 대한 보상’이라는 이해가, 지급 배경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발생한 잉여 재정을 다시 반환하는 차원’, ‘(조금이라도 돈을 줌으로써) 등록금 반환 논의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 등의 해석이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차원의 해석이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에 부합하는 상황은 한편으로는 ‘등록금과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등록금 책정과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이다. 학생 측에 공개된 자료만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권이 얼마나 침해당했고, 등록금에서 어떤 부분을 돌려받아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즉, 이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서 학생은 “등록금 ATM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배경은 바뀌지 않는다. ATM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낸 등록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고,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재정의 사용에 대해서도 합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3
4. 코로나19 특별 장학금, 그 바깥의 문제
등록금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과는 별개로,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이 보완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등록금 반환은 중요한 의제이지만, 이 의제만으로 2020년 1학기에 학생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앞서 ‘2. 이 장학금은 어디에 쓰이는 장학금인고?’의 말미에 언급되었듯이 낸 등록금에 비해서 장학금의 액수가 적기도 하고, 학생들이 겪는 학업 고충의 문제는 학생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등록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개인이 아닌 대학 공동체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앞서 긴급학업장려금의 지급 방식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은 등록금을 낸 만큼 비례하여 지급하고, 직접 신청한 학생만 받을 수 있었다. 신청 방법이 아주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만,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등록금을 돌려주려는 모양새는 아니었던 것이다. 한 인터뷰이는 낸 등록금에 비례해서 지급된 장학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의문점을 제기했다.
비대면수업을 함으로써 수업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었을 텐데,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공간 확보가 안 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학생들을 위해서 비대면 수업을 지원해줄 공간이나 이런 걸 마련해줘야 하는데, 공지도 제대로 안 되었고 늦게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낸 등록금에 비례하여 지급된 긴급학업장려금과 5만 원씩 지급되는 긴급구호장학금으로 보완하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소득분위에 따라 등록금을 내는 액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공간이나 기기가 마련되지 않아 학업에 장애가 생기는 이들은 등록금을 덜 낸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지급하게 된 까닭은 등록금 반환 논의에 따라 일괄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일정 금액을 반환해야 했기 때문일 수 있지만, 장학금의 학업 고충 경감 목적과 실효성을 따져보면 분배 방식과 지급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비대면 수업으로 수업의 질이 저하되었다는 불평은 나오는데, 수업의 질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가를 말하는 목소리는 너무 적다.
장학금에 대한 논의는 활발했는데,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마련해서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실질적인 변화를 마련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의 질과 관련된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까닭을 생각해보면, 학생들과 교수자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단순히 비대면 강의로 전환된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비대면 강의로 인한 불편함, 시험 방식, 과제 부담 과중 등 학생들의 불만은 학생회 설문 조사를 통해서 표출되었을 뿐, 수업 중에 수강생들에 의해 직접 전달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코로나 이전부터 교수와 학생의 권력 차이, 강의 평가 제도의 부실 등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즉, 원래도 있었던 문제들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또 다른 피해를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수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32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여했지만 정작 학생 개인에게는 음/미대 기준 낸 등록금의 15~16%, 나머지 단과대 학생들에게는 낸 등록금의 5~6% 정도만 반환되었다. 인문대 학부생이고 소득분위 10분위인 필자 기준으로는 142,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금액은 필자가 등록금으로 내야 했던 비용과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지불해야 했던 부차적인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금액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개개인에게 전달된 이 장학금으로는 온라인 비대면 학교생활의 질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한 인터뷰이는 금전적인 지원이 다른 방식으로도 이루어져야 함을 지적했다.
특별장학금이 개인에게 주어지고 있는데, 동아리 차원에서 총학생회에서 운영비가 남아서 동아리실을 꾸미는 지원금으로 지원을 해줬잖아요. 그런 식으로 동아리 활동도 많이 죽어가고 있으니까, 기프티콘이라도 해서, 동아리별로 온라인 모임을 장려하는 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금전적으로든, 활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든, 동아리, 학생회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이 있다면 학교 내 여러 집단에 속해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5. 대학 교육은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
비록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이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내기에 금액이 너무 적고 방식에 한계가 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학생과 분담하겠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무기력감이 있었어요. 누구의 탓이 아니다 보니, 감수 해야 할 몫인 것 같고,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이걸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독감 주사를 학교 보건소에서 지원해줬는데, 이 시국에 우리의 건강을 신경 써주고 있구나, 간접적으로도 관심을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대학이 코로나19 시국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에도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대학이 사회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학금은 비록 학부생들에게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는 했지만, 지난 학기 동안 학생들이 받았을 고통을 학교도 같이 부담하겠다는, 복지 차원에서의 장학금이라는 공통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필자는 등록금 반환 의제만 지나치게 대표된 상황을 문제시했지만, 등록금이 가장 긴급하게, 제일 먼저 논의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개인에게 지워지는 등록금 부담이 너무 큰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고등교육에 정부/민간 투자의 상대적 비율을 살펴보면, OECD 평균이 ‘68.2(정부):28.6(민간)’인 반면, 한국은 ‘38.1(정부):61.9(민간)’으로 민간의 투자 비중이 큰 편이다. GDP 대비 고등교육의 민간 재원 비율은 1.0%로 OECD 평균 0.4%를 훨씬 넘는다. 4
코로나 이전에도 등록금 부담이 컸다는 배경을 고려하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방위적 피해 속에서 ‘학생 개인과 학생이 속해있는 가정에 주어지는 등록금 부담이 지나치다’는 불만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한 인터뷰이는 대학 교육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상적으로는 대학교육도 초중고처럼 사회에서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당위성도 분명히 있어요. 실제로 그런 게 합의가 많이 되어있다고 생각하고요.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 대학이 작동하지만, 이상적으로나마 추구하는 대학의 목적은 사회 발전, 비판적 지식인 양성 이런 게 있을 텐데, 그러한 대학의 존재 이유나 목적을 따져본다면 초중고보다 더 국가에서 책임지고 감시하고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학은 학벌과 취업으로 이어진다. 2019년 대한민국 청년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8%로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많은 부담을 지면서도 고등교육을 이수하려는 이유는 대학 졸업장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대학은 단순한 인력 양성소가 아니다.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는 기관으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많은 대학 구성원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의 정당성을 강화했듯이, 대학은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공동체이다. 대학은 그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공동체이고, 사회 역시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대학에 역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측면으로든 이상적인 측면으로든 한국에서 대학이 가지는 의미와 대학의 존재 이유, 등록금 부담 주체는 새롭게 고민될 필요가 있다. 5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은 사회 전반에 걸친 고통에 대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마리일 수 있다. 이번에 서울대학교가 특별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대학 등록금이 대학 구성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등록금은 가정에서부터 국가까지 여러 공동체가 함께 얽힌 일이고, 그 공동체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6.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렇다면 코로나19 학부생 특별장학금은 2학기에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1학기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은 지났지만 2학기가 된 후에도 코로나19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그에 따른 학부생들의 부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이 언급된 것을 살펴보면 이 상황에 다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등심위에서도 작년, 2020년 등심위와 많이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학교 측은 산학협력단 및 발전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이 감소한다는 사실과 양극화 심화를 완화할 소득재분배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등록금 인상을 요구했다. 정작 학생 측은 전입금 감소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볼 수 없었고,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소득재분배는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효과적이지 않다. 더불어 피해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코로나19는 사회 전체에 광범위한 피해를 줬다. 마찬가지로 힘든 시간을 겪었을 소득 분위가 높은 가정이 무리 없이 인상된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2020년 1학기 뜨겁게 타올랐던 등록금 반환 운동은 특별장학금으로 어느 정도 진압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얼마나 효능감 있었을까? 이 시점에서 할 말을 잃어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여전히 등록금이 어떻게 책정되고 사용되는지 모르고, 좋지 못한 교육환경과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등록금과 대학 교육의 질을 비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대학에서의 불평등과 대학 구성원으로서 학생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항상 필요했던 것이지만, 이번을 기회로 사회 속 대학의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월영
- '경남대, 사립대 첫 등록금 반환 결정', 도영진, 경남신문, 2020.08.03.(기사입력), 2021.02.24.(기사인용), 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330982. [본문으로]
- 서울대학교 2020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 1~3차, 서울대학교-대학소개-자료실, www.snu.ac.kr/about/downloads?md=v&bbsidx=125915 [본문으로]
- '"학생은 등록금 ATM 아냐" 들불처럼 번지는 등록금 반환 요구', 김선호, 연합뉴스, 2020.05.06.(기사입력), 2021.02.24.(기사인용), www.yna.co.kr/view/AKR20200506144800051 [본문으로]
- '등록금에 허리휘네... 민간 부담 대학 교육비, OECD보다 30%p 높아', 김수현, 2020.09.08.(기사입력), 2020.02.24.(기사인용), www.yna.co.kr/view/AKR20200908069500530 [본문으로]
- '한국 OECD 국가 중 청년 대학 진학률 2위', 전유진, 중도일보, 2020.09.09.(기사입력), 2021.02.24.(기사인용), 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009090100030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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