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 어디까지 왔나?
- 사진과 사례로 보는 총장직선제 현황
뚱인데요
(양해의 말씀 : '사진'과 사례로 보는 현황이나, 블로그 담당자의 미숙으로 사진을 아직 업로드하지 못 하였습니다ㅠㅠ 곧 업로드 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고, 궁금하신 분들은 일단 교지 33호를 12동 1층, 학관 1층, 중도, 인문대 등지에서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학생에게 투표권을!’ ‘학생도 학교의 주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대를 포함한 수도권 대학가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이슈를 꼽으라 하면 단연 총장직선제일 것이다. 2017년의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대학가에선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오는 총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으며, 각 학교의 학생사회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학생의 투표권을 쟁취하고자 노력하였다. 현 상황을 이끌어낸 현상을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건 다른 글에서 다른 필자가 다뤄줄 테니 이번 글에서는 각 학교와 서울대의 총장직선제 운동 흐름을 비교하고 이를 얕게나마 분석하고자 한다.
서울대 밖의 사례
서울대를 제외한 여러 학교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투쟁이 있었으나 그 결과는 학교마다 다르다.
우선 성공적인 사례로는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그리고 상지대가 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화여대는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에 연루된 전 총장 최경희를 퇴진시켰고, 이후 개교 131년만에 교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교수 77.5%, 직원 12.2%, 학생 8.5%, 동문 2%)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해 2017년 5월에 총장선거에서 김혜숙 교수가 총장으로 당선되었다. 다음 사례인 성신여대는 3차례 연임하며 10년 남짓 재임한 심화진 전 총장이 교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2017년 6월 총장직에서 물러나고 같은 해 7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취임한 김호성 전 총장이 총장직선제 도입을 위해 노력하는 등 학내 여러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2018년 5월 제11대 총장선거에서 처음으로 학내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교수 76%, 직원 10%, 학생 9%, 동문 5%)하는 방식의 총장직선제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지리학과 양보경 교수가 당선되었다. 제11대 총장에 당선되었다. 상지대 역시 사학비리 등으로 분규를 겪다 2018년 10월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교수 70%, 학생 22%, 직원 8%)하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였고 그 결과 사학비리에 맞서 상지대 정상화 투쟁을 주도하고 2017년부터 총장 직무대행도 맡아왔던 정대화 교양학과 교수가 제7대 총장으로 당선되었다.
고려대는 2018년 총학생회장이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노숙단식 투쟁까지 하였으나 최종적으론 직선제 도입이 무산되었고, 대신 총장추천위원회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장 3명이 학생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교수의회의 투표에서 5% 이상의 표를 얻은 6명이 총장추천위원회로 올라가고, 교수 15명, 교우회 5명, 법인 4명, 교직원 3명, 학생 3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1명당 3표씩을 행사하여 최종후보 3명을 선출해 이사회에서 최종후보자 1인을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자체적으로 학생투표를 실시해 학생투표에서 1,2,3위를 한 후보에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이 표를 행사하였다. 이후 이사회에서 총추위 투표에서 공동 2위를 한 정진택 기계공학과 교수가 총장으로 당선되었다. 정진택 당선인은 교수의회 투표에서는 5위, 서울캠퍼스 학생투표에서는 3위를 하였다.
동국대도 2018년 전 총학생회장이 총장직선제와 한태식(보광스님) 당시 총장의 연임반대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하는 등 총장직선제를 위한 학내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으나 12월 18일 최종합의가 결렬되며 고려대처럼 기존의 총장추천위원회 ⇒ 이사회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였다. 그러나 고공농성의 다른 요구사항이었던 한태식 전 총장의 연임반대는 한태식 전 총장이 총장선거에 불출마하며 이뤄졌고, 새로 총장으로 당선된 윤성이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한태식 총장 체제에서 보직교수를 지내지 않은 인물이다. 동국대 사학재단의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있으나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 볼 수 있겠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에서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한 노력이 있었고 지금도 있으나, 아직 많은 대학-특히 재단과 이사회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있는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는 총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위주의 간선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총장직선제와 한태식 총장의 연임반대를 요구하는 고공농성 36일차에 돌입한 안드레 전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 고공농성은 37일차인 2018년 12월 19일에 해제되었다. (사진출처 : 안드레님 페이스북)
서울대의 사례
서울대학교 역시 총장직선제 쟁취를 위해 학내 구성원들이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총장직선제 의제가 처음 학생사회에서 대내외적으로 제시된 것은 2017년 말 무렵으로, 59대 총학생회 말미엔 행정관 앞에서 ‘총장직선제 실현,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서울대 긴급행동’ 등의 노력이 있었으나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었다.
이후 60대 총학생회에서 처음으로 정책평가에 학생들 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총장선거에선 총장추천위원회의 평가가 30%, 정책평가가 70% 반영되었고 정책평가에서도 학생의 반영비가 가장 적어 전체로 따지면 학생의 투표권은 7.9%에 불과했다. 정책평가가 선호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 후보의 정책에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으로 진행되었다는 점, 여기서 선발된 3명의 후보 중에서 이사회가 임의로 최종후보자 1명을 선정할 권한이 있었다는 점에서 완전한 직선제가 실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평가방식이 직관적이지 못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권한은 더욱 미미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60대 총학생회는 초반에 이를 지적하는 학우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하지만 적어도 학생은 총장선거 과정 중 어디에도 참여할 수 없었고 그마저도 이사회에서 3명의 후보 중 공동 2위였던 성낙인 전 총장을 선정해 교수협의회에서도 유감성명을 내었던 지난 선거에 비해선 그나마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총장선거가 진행되었다는 것은 발전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총장추천위원회의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강대희 최종후보자의 사퇴로 인해 드러났는데,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는 2018년 6월 총장선거에서 1위의 성적을 거두고 이사회에서도 최종후보자 1인으로 선출되었으나 뒤늦게 과거의 연구비리와 성폭력 고발이 터져 중도사퇴하였다. 의과대학 학장으로 재임할 당시에 이미 성추행 논란이 터져 사퇴한 바 있고 총장선거 초반에도 총장추천위원회에 이런 의혹이 접수되었으나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총장선거 전반의 후보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 할 수 있겠다.
재선거 전까지 학생사회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시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어났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11월 재선거에서는 오세정 명예교수가 1위를 해 2019년 2월 1일자로 총장이 되었다. 오세정 총장은 과거 2014년 총장선거에서도 1위를 거두었으나 이사회에서 성낙인 교수를 최종후보자로 선정해 밀려난 바 있다. 이 선거에선 정근식 교수가 교수·직원 평가에선 4위를 했으나 학생 평가에서 1위를 거둔 효과로 3위가 되어 3인의 총장후보자에 처음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비교, 분석
앞서 말했듯이 총장직선제를 위해 수많은 학교의 학생사회 구성원들이 노력했으나 모든 이들이 직선제라는 성과를 쟁취한 것은 아니었고, 직선제를 도입한 학교들 사이에서도 학생의 반영비율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 걸까?
먼저 과정을 보면, 마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의 영향으로 탄력을 받은 경우(이화여대)와 순수하게 학생들의 요구로 총장직선제 논의가 시작된 학교(고려대, 서울대)의 사례가 비교된다.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둔 상지대와 성신여대 역시 지속적으로 문제시된 사학비리나 전임 총장의 문제로 인해 총장선거 당시 사회적인 압박과 힘입어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하게 학생들의 요구로 총장직선제 의제가 시작된 학교는 –이전에 있었던 사건이나 학교의 사회적 인지도로 인해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기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도움을 받기가 힘들었고, 학생의 권력이 미미한 것을 알고 있는 학교 측에선 굳이 학생의 힘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학생들이 반응과 참여, 그리고 학생사회의 전략도 비교할 만한데 서울대의 총장직선제 투쟁은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적었던 편이다. 이는 총장직선제 사안을 공론화할 시간의 문제나 당시 총학생회의 역량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고, 나아가서 시흥캠퍼스 투쟁과 H교수 파면 요구 투쟁 등에 집중된 학생사회의 역량과 이로 인해 누적된 피로가 영향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려대나 동국대처럼 강경한 투쟁방식을 사용하였고 학생들의 관심도도 미미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학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었음을 봤을 때, 총장직선제 투쟁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강한 재단·법인 이사회와 보직교수의 권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2014년 서울대와 2018년 고려대의 사례처럼 선거로 정해진 순위를 이사회에서 뒤집을 수 있는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학내 구성원 내에서 참여비율이 어떻게 조정된다고 할지라도 진정한 직선제 선거라고 볼 수는 없는 법이다. 일부 구성원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에 과도한 권한이 치중된 점 역시 비판의 여지가 있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슬로건은 이제 어느 정도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총장선거에선 여전히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서울대 같은 경우는 오히려 2010년대 초반 법인화로 인해 총장선거에서의 학내 구성원의 권한이 후퇴할 뻔하기도 하였다. 이는 학생사회 내에서 ‘학생이 어떻게 대학의 주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감히 진단한다. 이사회나 일부 보직교수들에게 권한이 집중된 체제는 대부분 학내 구성원-학생, 직원, 심지어는 교수까지-의 권리 후퇴로 이어지곤 했다. 단기간에 큰 변화를 얻기엔 힘든 법이겠으나, 그래도 여러 학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변화는 점점 일어나고 있고 대학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들도 이에 맞춰 총장선거와 이를 넘어선 대학가의 민주주의 실현에 관심을 많이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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