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이 문구가 유행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번지던 때가 기억난다. 물론 이 문구를 좌우명 삼았던 필자의 고등학교 친구 중 누구도 온전히 현재를 즐기진 못한 것 같았지만 말이다. 사실 그것은 진짜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이기보다, 소망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 속 주인공들과 같이 “카르페 디엠”을 주문처럼 외고 다녔다. 그 주문은 빡빡한 중고등학교 생활에서 잠시 일탈을 시도할 때 훌륭한 변명거리가 되었고, 그 덕에 우리는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던 학창시절을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유행의 시발점, <죽은 시인의 사회>는 어떤 교육을 통해서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지, 무엇이 학생들의 인간다운 삶을 망치는지 질문한다. 오래된 영화임에도 <죽은 시인의 사회>가 여전히 명작인 이유는 영화 속 학생들의 삶과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삶이 여전히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저널 편집위원 당근주스와 윤슬, 월영은 여전히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영화가 끝난 후 짧은 감상, 아쉬움들
월영: 감상을 이야기해볼까? 일단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반감 같은 게 있었거든. 굉장히 좋은 스승이 학생들을 계몽시키는 이야기인가, 생각했었어. 근데 영화 보니까 선생님이 하는 건 별로 없어보이는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교육을 하는,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인 것 같더라고. 판에 박힌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네. 다들 이 영화 본 적 있어?
당근주스: 책을 봤는데, 윤슬 말대로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점이 특징적인 것 같아. 토드가 주인공인가 싶다가도, 오히려 닐이 주인공인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별로 서사가 길었는데 영화에서는 좀 짧게 나온다는 점이 아쉽네. 하지만 감동 그 자체라서. 너무 좋았어..
윤슬: 나는 영화가 짧은 느낌인 것 같아.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막상 토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없고 닐이 죽었을 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이 감동적이긴 했는데. 주제는 명확한데 내용은 조금 부실하지 않았나 생각해.
월영: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법한 게, 학생들이 갑자기 모임을 결성하는데 그 이전의 유대관계라든지 이런 것들이 안 나와 있어서 특히 그랬던 것 같아. 인물이 잘 안 외워진다고 영화 보면서도 계속 그랬잖아.
당근주스: 나는 눈에 광기로 구분했어. 찰리는 눈에 은은한 광기가 있거든. 그치만 캐릭터는 너무 구분 안 되게 닮긴 했어.
월영: 눈에 익기도 전에 이미 모임이 결성되고 이야기가 진전되고 있는 느낌.
윤슬: 모임에 대한 이야기와, 키팅 선생님의 영향력이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는데, 수업을 특이하게 한다 이런 점만 잘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키팅 선생님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봤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
월영: 한편으로는,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너무 대상화되고 있다는 생각도 했어. 남자 학생들은 그래도 성장이란 걸 하는데 여자 캐릭터들은 왜 등장하는지, 왜 저런 감정변화가 생겼는지도 종잡을 수가 없어서.
윤슬: 그리고 인종 문제도 생각해볼만한 것 같아. 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지워진 것 같은데, 유색인종은 한 명도 등장하질 않았잖아. 뭐, 시대적인 한계라면 한계겠지만.
#2. 키팅 선생님이 가르친 것
당근주스: 키팅 선생님이 토드에게 소리 지르게 시킨 거 말이야. 그거 나도 해본 적 있어. 수업시간에도 시키고, 면접 준비할 때도 시켰는데. 내가 못하겠다고 하니까 그만하셨는데.
윤슬: 대학 강의에서 그런 거 시키면 바로 드랍할 거야. 강의평에는 절대 듣지 마세요 이러고.
당근주스: 이어지는 씬이 너무 인상깊지 않았어? 시를 읊는 장면. 토드가 형 그늘에 위축되어 살아온 친구였잖아. 그런데 그 재능을 일깨워주는 게 너무 멋있었던 것 같아. 게다가 토드는 숨어서 잘해보려고 애쓰는데 키팅 선생님이 그걸 정확히 꿰뚫고 “난 너가 발표를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어” 이러는 것도 굉장하고.
윤슬: 너무 소름돋잖아. 교수님이 그런 말 하면...
당근주스: (웃음) 발표를 자꾸 시키려고 합니다. 드랍하세요.
윤슬: 눈 마주치면 안 됨.
당근주스: 왼쪽 첫 번째 자리 앉으면 안 됨.
윤슬: 자리가 없으면 결석하세요.(웃음)
월영: 그런데 영화 보면서 키팅 선생님이 대체 무엇을 가르쳤던 걸까 싶었어. 다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나 행동 말해줄 수 있어?
당근주스, 윤슬: “카르페 디엠”
윤슬: 그 말이 입에 잘 붙는 것 같아.
당근주스: 나는 삶을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책임 있는 삶. 사릴 땐 사릴 줄 알아야하고, 나설 땐 나설 줄 알아야 하고. 주인공들이 힘 쓸 필요 없는 곳에도 힘을 쓰는데 나서서 말리고.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가르쳐줬던 것 같아.
윤슬: 오히려 모르던 걸 가르쳤다기보다, 학생들이 알고 있는데... 시를 창작하는 것도, 발표하는 것도 부끄러워했잖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부끄러워하고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걸 인식을 전환시킨 것 같아. 학생들도 마음 속으로는 다 알고 있었을 것 같아.
월영: 영화 초반에 학교 교훈을 네 단어로 읊는데, 학생들이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그 교훈을 비웃듯이 비슷하게 자신들만의 신조를 읊잖아.
당근주스: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익살, 공포, 타락, 배설”로. 그것도 참… 전통과 규율이라면 학교 선생님들이 굉장히 강조했던 점 같은데, 그러면서 애들 사춘기라고, 발랄함을 억제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하잖아. 통제가 안 될 것 같으니까.
월영: 나는 처음 닐이 등장했을 때 아빠와 졸업앨범 편집하는 걸 두고 싸운 장면이 생각나는데. 그 이후에 인상깊었던 게, 아버지가 했던 말을 닐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래, 그건 내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거였어”라고 말한단 말이야. 아버지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본인의 생각으로 포장해왔던 거잖아. 키팅 선생님이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 미래의 은행원, 미래의 의사 등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거 아닌가 싶네.
#3. 닐과 키팅 선생님, 토드
월영: 키팅 선생님이 모임에 대해서 전부 잊어버리고 불태워버리랬잖아. 그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무슨 마음이었을까?
윤슬: 그 모임의 결말이 닐의 자살이라고 한다면, 키팅 선생님도 비슷한 일을 겪었을 수 있지 않을까?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였지만 안 좋은 결말을 맺었고, 그걸 알아서 학생들한테 권장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당근주스: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장난 반 진담 반인 것 같았거든.
윤슬: 모임을 했을 때 안 좋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 수업을 그렇게 진행했던 것 같기도 해. 비밀리에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 공적으로, 대놓고 하려고 했을 수 있을 수도. 선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게 안전하니까.
당근주스: 그리고 키팅 선생님이 닐 자리에 가서 시집을 꺼내서 우는 장면 있잖아. 나는 그때 선생님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 엄청난 회의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 사실 키팅 선생님이 학교에서 잘리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미 닐의 자리에서 울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윤슬: 죄책감 많이 느꼈을 것 같아.
당근주스: 또 의문이 드는 게, 닐이 거짓말하는 거 많이 티 나지 않았어? 아버지한테 연극 허락 받았다는 말 말이야. 키팅 선생님 눈 계속 피하면서 거짓말 하는 거 정말 티 많이 났던 것 같은데.
윤슬: 나는 진짜 잘 된 줄 알고. 아빠가 닐의 뒤통수를 친 건줄 알았어.
당근주스: 키팅 선생님도 닐의 표정에 의아해하다가 웃고 넘어가는 것 같았는데. 닐이 제일 성장을 많이 하면서도 부모님과 부딪히지 못한 게 참... 자신을 찾아 떠나긴 했지만 반대를 무릅쓰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어.
월영: 근데, 키팅 선생님이 토드에게서 시를 끌어내는 장면 있잖아. 그게 영화 후반부에 눈밭에서 울부짖는 장면과도 이어지는 것 같지 않아?
윤슬: 나는 그 울분을 표해내는 장면에서, 닐이랑 토드가 그렇게 친했나 싶었어.
당근주스: 이것도 영화의 한계일 수 있지. 사실 어떻게 친해졌는지 잘 모르겠잖아. 토드가 작년에도 선물 받은 필기구를 받았을 때 닐이 농담으로 기분을 풀어주긴 했지만.
윤슬: 닐은 주변 친구들과 더 친했는데... 토드가 제일 울분을 토하고... 룸메여서 그런가.
월영: 대사에 약간의 실마리가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한데. 아버지가 닐을 죽였다고 하잖아. 아버지를 상징적으로 이해해보면 안정적인 길을 강요하는 사람들일 수 있었겠다 싶고, 이 모든 학교와 기성세대가 닐을 죽였다는 폭로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고.
윤슬: 갑자기 생각난 건데, 토드가 울분을 토했던 게, 닐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아버지를 들먹였잖아.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한 번이라도 편을 들어줬으면 후회하지 않았을까.
당근주스: 그러게, 옆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버지한테 허락은 받았어? 너 그거 위조라도 할 셈이야? 이렇게 떠들어대고.
윤슬: 내심 마음에 걸렸을 것 같아. 토드도 허탈하고, 미안하고...
당근주스: 맞네 맞네. 그런데 한편으로는 생일 선물로 작년과 똑같은 필기구 세트를 받아서 아쉬운데, 그 옆에서 시원하게 던져버리라고 말해줬던 것도 닐이었잖아. 닐이 모든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해.
월영: 닐이 죽고 키팅 선생님이 잘리고 하는 일 다음에 토드가 각성한 것 같았어. 아무도 말 안 하는데 툭 튀어나와서 말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
윤슬: 토드가 커서 키팅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당근주스: 지금 영화만 봐서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없지만, 토드가 또 다른 키팅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을 그런 식으로 지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4. 닐의 죽음과 아버지, 그리고 책임
월영: 닐이 죽는 장면이 길게 나오잖아. 의식 같기도 한 행위를 하는데, 그 순간에 닐이 요정이 된 것 같았어.
당근주스: <한여름 밤의 꿈>의 한 장면 같지 않았어? 마지막 순간에 연극 하고 떠난 듯하기도 하고.
윤슬: 아빠와 이야기하는 장면도 마음 아팠는데. 아빠가 “너가 하고 싶은 일이 뭔데!”라고 윽박지르니까 힘이 삭 풀리고 눈에 초점이 풀린 것처럼 자리에 앉잖아. 그 표정이 굉장히 묘했어. 꼭 웃는 것 같지 않았어?
당근주스, 월영: 맞아, 웃었어!
윤슬: 그게 소름끼치는 거야. 체념을 넘어서 폭발한 느낌, 자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괜한 짓을 했고, 이래선 안 됐다, 이런 느낌이었어. 분노를 표하는 것보다 더 여운이 남는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
월영: 나는 닐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한 단계 성장했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미소를 띠었다는 생각을 했어. 그 끝이 죽음이라는 것은 무섭고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당근주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키팅 선생님이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라면서 하고 싶은 걸 하랬잖아. 찾는 건 성공했는데 결론이 좋지 않은. 말 안 해버릇 하면 말을 못하더라고. 부모님에 대해서도 똑같은 것 같아.
월영: 결국 닐이 죽은 후에 그 책임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는데, 그 책임은 다들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을까?
당근주스: 아버지 100%.
윤슬: 카메론이 그랬잖아. 키팅 선생님이 그 모임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면 닐은 의사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인정했을 거라고. 한편으로는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한 거야. 모임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를 몰랐을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가. 어차피 닐이 선택한 것이니까 “그 사건이 없었다면” 이런 가정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지만.
당근주스: 언젠간 터질 시한폭탄 같은 거 아니었을까? 미해결된 문제가 남아서 의사가 되어서 터졌을 수도 있고. 닐의 선택이라고 해도 가혹하긴 하다.
윤슬: 키팅 선생님 말대로 아빠한테 말을 했어야하는 거 아닌가.
당근주스: 하지만 닐 입장도 이해가 가. 어렸을 때부터 본인의 이야기를 안 들어주는 아버지와 항상 같이 지냈을 텐데.
윤슬: 그 상황에 어떤 생각이었을까?
당근주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월영: 닐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을 것 같아. 키팅 선생님이 “의학과 법학이 삶의 필수 조건이면 시는 삶의 이유다” 이렇게 말하는 장면 있잖아. 그 삶의 이유란 게 닐의 연극과 연결될 수 있다면, 그 삶의 이유가 잃어버린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닐이 나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 선언해버린 게 아닐까 싶어.
윤슬: 키팅 선생님은 아버지께 터놓고 말하라고 했는데 닐은 더 쉬운 방법이 없겠냐고 되묻잖아. 닐은 그 방법을 선택지로 생각하지 않았던 거지. 방법은 없고, 그 방법을 시도할 수 없었던 자신도 초라했을 것 같아.
#5. 영화 속 문학 이야기
당근주스: 연극 끝날 때, 로빈의 독백이 꼭 아버지에게 하는 대사 같잖아. 그게 너무 안타깝긴 했어. 닐의 인생 같기도 하고.
월영: 처음 <한여름 밤의 꿈> 희곡 읽었을 때 묘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멍해지는 느낌이 었어.
당근주스: 딱 꿈 꾸는 느낌이었어.
월영: 극 내용을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면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잖아.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한다, 나는 이 사람을 싫어한다, 이런 거. 그런데 숲이라는 공간에서 그것이 모두 허물어지는 거야. 정말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사랑하고,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싫어하는 거지. 나는 모든 것이 허무하고 허무한 느낌이었는데.
윤슬: 닐의 마지막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었다면 그 멘트가 자신감 넘친다고 들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아. 하지만 닐의 입장도 굉장히 위축되어있었기 때문에... 만약에 닐이 연극을 하지 않고 의사의 길을 걸어갔으면 행복했을까?
당근주스: 잘 모르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마음 속에 남아있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터졌을 것 같아.
월영: <한여름 밤의 꿈>이랑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이 극은 꼭 나중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잖아. 그런 것처럼 연극을 택했든 의사를 택했든 갈등은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았을까? 영화 속에서 닐은 강제로 끊어진 것에 가까운 것 같지만.
당근주스: 시나리오 쓴 사람 천재인 것 같아. 영화 속 요소들이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월영: 문학을 중심에 놓아서 그런지 해석의 여지가 더 많아진 것 같아. 혹시 영화에서 ‘시’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 나는 키팅 선생님이 시를 배우는 이유를 설명할 때 “시가 아름다워서 배우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서 시를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데.
당근주스: 나는 개인적으로 시를 정말 좋아하는데, 사실 소설이 읽기는 더 편한 것 같거든. 근데도 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공백을 내가 스스로 해석하고 채워넣을 수 있는 게 시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어.
윤슬: 시라는 게 인간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것이잖아. 시를 배우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고, 더 인간적인 삶을 살게 된 것 같기도 해. 비중은 작았지만, 녹스가 크리스한테 고백을 한 것도 시로 고백을 했잖아. 감정 표현에 키팅 선생님의 수업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 아닐까.
당근주스: 이렇게 한 번 하고 나면 또 다시 그런 시도를 하는 원동력이 된단 말이야. 한편으로는 키팅 선생님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것 같아.